- 마침 예식과 음악 -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heonkim [at] liturgynmusic [dot] com)
이번 호에서는 미사 전례의 마지막 부분인 마침 예식과 퇴장 노래 그리고 현재 한국교회의 여러 본당에서 하고 있는 퇴장 노래 뒤에 노래 부르기(혹자는 이를 ‘퇴퇴장 성가’라 부르기도 한다.)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미사 전례 음악 어떻게 준비할까?’를 마감하고자 한다.
미사 전례의 마침 예식에서, 필요한 경우, 사제는 짤막한 공지를 한 뒤에 인사와 강복을 한다. 그 다음 부제 또는 사제가 신자들 각자가 자신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가 선행으로써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양하도록 파견한다. 사제와 부제는 제대에 입 맞추고(또는 깊은 절을 하고) 이어서 제단 앞으로 가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제대에 깊은 절을 한 뒤 퇴장한다(2002년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90항 참조).
1) 전례서에 나타난 퇴장 노래
중세기의 미사 전례서는 사제가 미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에 신자들이 외우는 여러 가지 전례문들(예를 들면, 다니 3,5-7; 시편 150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런 전례문들은 결코 미사 예식의 필수적인 부분이 아니었다, 아울러 퇴장 노래 역시 교회 전례에서 한 번도 미사 예식의 공식적인 부분으로 여겨진 적이 없었다(Music in Catholic Worship, 73항 참조). 다만 신자들의 개인 신심을 위해 미사 뒤에 바치는 감사의 기도로 미사 경본에 삽입되었을 뿐이다. 로마교회 역시 동방교회와 마찬가지로 노래로써 미사를 끝마치지 않았다. 그러나 예식의 전례적이고 음악적인 일치를 위해 성가대가 관습적으로 마침 노래를 불렀으며, 신자들도 사제가 제단을 출발하면 가끔 노래를 불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미사 전례서 역시 옛날 전통을 따르면서 사제의 퇴장이나 퇴장을 위한 음악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침 예식의 기능이나 의미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이 없을 정도로 이 예식을 취급하고 있다. 현행 미사 전례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사제의 파견의 말과 신자들의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난다. 그러나 사제와 신자들 간의 이 대화는 단순한 예식의 끝맺음이 아닌 파견임을 생각해야 한다. 이 파견을 통해 신자들 모두는 세례 받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 곧 복음을 널리 전하고 생활 안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도록 권고받는 것이다.
2) 퇴장 노래의 연주
마침 예식과 퇴장 노래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파견 인사로써 완전하게 예식을 마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본당에서는 퇴장 노래를 부른다. 또 어떤 본당에서는 오르간 또는 악기를 이용하여 미사 전례를 음악적으로 종결하는 곳도 있다. 전례 음악학자들은 위의 관습들에 대해 합당한 근거를 나름대로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하나의 일반적인 규칙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한국교회의 경우, 자주 기악 연주(주로 오르간)로 예식을 끝맺는 서양의 교회와는 달리, 대부분 본당에서 신자들 또는 성가대가 퇴장 노래를 부름으로써 미사 전례를 끝낸다. 사제는 미사가 끝났으니 복음을 전하러 떠나라고 하는데, 해설자와 성가대는 ‘잠깐만! 퇴장 성가 한 곡을 더 노래하고 가세요.’ 하고 막는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어떤 신자들은 노래를 끝내기도 전에 이미 성당 문을 나서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모습은 과히 바람직한 미사의 끝 모습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퇴장 음악의 연주 형태 가운데 장엄한 전례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간주되는데, 이렇게 퇴장 노래를 부르는 것 자체가 전례 거행의 축제적인 성격을 연장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신자들이 퇴장 노래를 부르는 것과 연관하여 「성음악 훈령? 36항은 “비록 성찬 전례의 노래가 되기에는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경축하고 있는 축일의 신비를 반드시 반영하는 노래”를 퇴장 노래로 사용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이 노래는 특별히 신자들이 파견되어 성당에서 바깥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가 될 것이므로, 미사 끝에 아무 노래나 부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뒤에서 언급할 세속풍의 가사와 노래는 물론이고 영성체 후의 감사를 나타내는 가사를 가진 노래 역시 이때 노래할 수 없다.
이때의 노래는 공동체의 찬미와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거나, 그날 축일이나 전례시기의 성격을 나타내는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퇴장 노래는 일반적으로 모든 신자가 잘 알고 있는 노래를 선택하되, 짧은 단순한 후렴이나 환호송을 가진 노래 형태 또는 유절가요 형식(『가톨릭 성가』에 있는 대부분의 찬미가들은 이 형식이다. 똑같은 선율에 1절, 2절 등 다른 가사들을 대입시켜 노래한다.)을 가진 짧은 곡이면 좋을 것이다.
가끔 미사 전례에서 전례적이고 음악적인 일치감을 주고자 입당 노래에서 사용한 노래를 다시 퇴장 때에 사용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이 경우 무엇보다도 불릴 노래는 그날의 축제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축일의 신비를 잘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 순교자 축일에 『가톨릭 성가』 283번 ‘순교자 찬가’를 입당 때와 마찬가지로 퇴장 때에도 노래하는 것이다.
사제가 완전히 퇴장하면 노래도 끝내는 것이 좋다. 큰 축일이나 평상시에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즐거운 마지막 분위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한편, 침묵 역시 강력히 권고되는데, 특별히 속죄의 성격을 띠는 사순시기나 대림시기에 더욱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3) 퇴장 노래 뒤의 공동 기도
전례학자들은 마지막 퇴장 노래가 끝난 뒤에도 공동체가 성당에 계속 남아서 다른 여러 기도를 바치는 것은 전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미 전례 집회는 해산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미사 뒤에 공동 기도는 바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파견을 받은 신자들이 다시 성전에 남아 여러 기도를 바침으로써, 가장 중요한 전례인 미사에 대한 의미와 존경심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많은 본당에서 새벽 미사 뒤에는 아침기도, 낮 미사를 마치고는 삼종기도, 저녁 미사를 마치고는 저녁기도를 드리는 곳이 많고, 실제로 이런 기도를 바치지 않는 본당에서는 신자들이 이런 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건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아침기도와 저녁기도의 중요성을 신자들에게 가르칠 것이지 미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성당에 남아 다른 여러 기도를 바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한국 여러 본당에서 미사가 끝난 뒤 대중가요 또는 민중가요를 부르는 현상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언제부터 한국교회에 사제의 퇴장 때 또는 퇴장 노래 뒤에 가요를 노래하는 풍습이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풍습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어쩌면 복음성가 또는 생활성가의 등장이 이런 그릇된 노래 부르기를 조장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1996년에 출판된 『청소년 성가』에는 120여 곡의 ‘젊은이의 노래’들이 실려있는데, 이런 성가집의 출판이 미사 전례 중에 또는 퇴장 노래 뒤에 가요를 사용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성가집의 ‘인사 말씀’에서 한국 주교회의 의장 주교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장 주교가 “젊은이들의 감성에 어울리는 노래들도 신심행사를 비롯한 여러 모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여겨 이러한 노래들을 전례음악과 함께 묶었지만, 이런 노래들이 전례음악은 아니다.”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젊은 교리교사들과 청년들, 청소년들에게는 교회의 권위가 이 『청소년 성가』를 출판한 것이 여기에 포함된 이런 음악들은 모두 전례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으로 여기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노래들에 대한 교회 당국의 배려와 본당에서의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젊은이들에게 전통적으로 전해오던 전례와 전례 음악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주게 되었다고 본다. 세속 음악에서만 사용하는 형태의 음악이든, 개인의 느낌을 노래한 것이든, 음악적인 완성도 등에 개의치 않고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결국 이런 음악의 사용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제사를 인간들의 모임, 친교로 전락시키고 만다. 그래서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가 우선이 되기보다는, 전례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 되어, 참석자들이 흥을 낼 수 있고 신명나게 하는 음악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대중가요도 민중가요도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부산의 어느 본당에서는 퇴장 뒤에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노래하고, 또 어떤 본당에서는 설날에 ‘까치 까치 설날’을 노래한다고 한다.
전례는 인간의 친교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전례 음악 역시 인간의 친교를 위해 또는 자신들의 느낌이나 감정을 나누기 위한 음악이 아니다. 복음성가 또는 생활성가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은 전통적인 성가가 재미없다고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성가는 인간의 생활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음악이 아니라 전례를 위한 음악이기 때문이다. 전례가 지루하다는 이유로 신자들, 더구나 청소년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한 전례를 만드느라고 교회는 전략을 짜기에 바쁘고, 주일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전례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자 신나는 음악만 사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제가 미사 시작 때에 “안녕하십니까?” 또는 미사 끝에 “안녕히 가십시오.” 하는 인사가 정이 넘치고 인간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인사의 사용은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와 잔치인 전례를 인간적인 만남, 모임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이런 인간적인 인사가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나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전례적이고 성서적인 인사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앞에서 말했지만 우리의 전례는 그 일차적인 목적이 인간이 만나는 친교의 장소가 아니며, 전례 음악은 우리의 흥을 돋우고 나의 개인적인 신앙을 고백하는 음악이 아니다. 하느님을 만나 그분을 찬미하며 우리 공동체의 믿음을 고백하는 장소이며 기도이다.
여러분에게 2005년 『사목』 1월 호에 게재한 복음성가 또는 생활성가라고 불리는 음악이 과연 어떤 음악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런 풍의 노래들은 『청소년 성가』의 ‘인사 말씀’에서 주교님들이 밝히신 대로 청년들의 여러 모임이나 신심행사에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미사 전례에 사용하는 것은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미사 전례서는 한 번도 퇴장 노래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기 때문에, 미사 전례를 다 마쳤을 경우에 꼭 찬미가나 성가로 예식을 마감해야 하는 법은 없다. 그러나 교회는 옛날부터 미사 전례를 마치고 사제가 퇴장할 때에 음악으로써 그 행렬을 장식하였다. 한국교회 역시 음악, 주로 신자들이 함께 부르는 찬미가로 미사 전례를 끝마치고 있다.
미사 전례를 끝마치는 음악의 연주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성가대나 신자들이 찬미가를 부르거나, 오르간 등의 기악 연주로, 또는 아무런 음악 없이 사제의 파견 인사와 신자들의 응답만으로 미사를 끝마칠 수 있다. 그러나 관습에 따라 한국교회는 신자들이 다함께 부르는 찬미가로 미사 전례를 끝마치는 것을 선호한다. 이때의 노래는 미사 전례를 통해 받은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며 기쁨에 넘치는 감사의 노래나 사도직과 봉사에 관한 주제나 절기에 적합한 노래 등 그 축일의 신비를 반영하는 노래를 선택하여 부르도록 한다(「성음악 훈령?, 36항 참조).
한편, 전례의 한 부분도 아닌 퇴장 뒤의 노래같이, 전례의 진정한 의미나 전례 음악의 봉사적 기능도 전혀 가지지 않는 어떠한 형태의 음악 연주도 미사 전례 중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사목, 2005년 10월호, 주교회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