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

공현

(주의 공현 축일을 가리키는) 그리이스어 epifania 또는 teofania는 스스로를 드러냄, 유명한 존재가 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왕이나 황제의 도착(오심)과 관련되어 있다. 이밖에도 이 용어는 신(神)의 발현 또는 기적적인 신의 개입을 가리키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동방 교회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심'을 기리는 주의 성탄 축일을 epifania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1. 공현 축일의 역사

이 미 2세기에 영지주의자들이 1월 6일에 예수의 세례를 지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세기 후반 에삐파니오(Epifanio)는 (동방교회의) 정통적인 공현축일에 대해 전해주고 있는데, (이날 동방교회는) 주님이 오심, 또는 주께서 인간으로 태어나심과 완전한 육화를 기념하였다. 요한 크리소스토모(+407) 시대에 안티오키아와 에집트에서 이 축일을 지냈으며, 축일의 대상은 예수의 탄생과 그의 세례였다.

공현 축일이 서방교회에 전해졌을 때 그 뜻의 변화가 있었으니, 이날 (서방교회는) 동방박사들이 새로 태어나신 구속주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온 것을 지내면서, "이교 세상에 예수께서 드러나심"을 기념하였다. 이 일화(동방박사의 방문)에 예수 세례와 가나에서의 첫 기적을 덧붙여 지냈다. 한편, 성탄축일이 동방교회에 들어가면서 공현축일의 본래 뜻이 사라지고 대신 공현축일에는 예수의 세례를 두드러지게 지내게 되었다.

동 방에서 공현축일이 나타나게 된 데는 서방에서 성탄축일이 나타나게 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방에서와 마찬가지로) 동방에서도, 특히 에집트에서 동지에 지내는 축일이 있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빛이 확연히 더 길어진 때, 즉 동지(12월 25일)로부터 13일 후인 1월 6일 (주의) 성탄을 지냄으로써, 예수께서 참된 빛으로 드러나셨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자 하였다.

2. 현행 공현 전례거행의 대상

서방에 공현축일이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서방 교회들은 주로 동방박사의 방문을 기념하면서, 이들 동방박사들은 인류를 대표하는 이들이며 따라서 예수께서 모든 민족의 주님으로서 드러났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런 식으로 성탄과 공현축일이 확연히 구별되었으니, 성탄에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공현에는 온 민족의 경배를 기념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개혁 이후 거행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신비는, 공현 감사송에 잘 나타나 있다. "주는 그리스도로 이루어질 우리 구원의 신비를 오늘 이교 백성들의 빛으로 계시하셨으니...."

미 사전례서나 시간전례서들에 제시된 모든 전례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원의 보편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교회를 깨끗하게 만들고 거룩하게 만들기 위하여 교회와 결합하신 신랑이신 그리스도의 신비와, 길을 잃고 흩어진 하느님의 자녀들을 다시 모으기 위하여 모든 백성 위에 세워진 표지인 선교하는 교회의 신비가 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