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告解聖事)
고해성사란 무엇인가?
고해성사란 하느님과 이웃을 거슬러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교회와 그리스도를 대리하는 사제에게 그 죄를 드러내는 것이다.
고해성사의 효과는 무엇인가?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우리의 죄가 용서되고 벌을 면제받으며,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과 화해하고 또한 내 이웃과도 화해한다.
1. 고해성사의 제정
"안식일 다음날 저녁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모두 닫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그들에게 입으로 숨을 내쉬면서 말씀을 계속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로 남아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이렇게 해서 고해성사가 제정되었다.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사도와 그들의 후계자에게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주심으로써, 교회 안에 고해성사를 제정하셨다. 영세 이후 죄에 떨어지는 신자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은총을 회복할 수 있다.
여러 세기에 걸쳐 교회는 죄를 사하는 이 권한을 행사하였다. 교회가 이 권한을 이행하는 예식인 고해성사에는 여러 가지 형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 계속적으로 죄를 사하신다는 믿음은 언제나 가톨릭 교회의 신앙이었다.
2. 고해성사의 형식
트렌트 공의회는 성 베드로에게 주어진 사죄권을 지적하면서, 재판 형식의 고해성사를 설명하고 정당화한다. 더 나아가 사제는 '판사'처럼 행동하면서 죄를 사한다고 트렌트 공의회와 현대 교회는 가르친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죄권을 주시고, 사도들에게도 지상에서 푸는 권한을 주셨을 때에(마태 18,18), 인간의 사법심리 절차를 하느님의 정의의 표징으로 삼으셨다. 그리고 사도들로 하여금 그 이후에도 사죄권을 갖게 하셨다(마태 19,28).
범인인 죄인은 자신을 고소하고, 주님의 대리자 앞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통회하며 주님께 다가간다. 고해성사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주님의 이름으로 고해을 듣는 사제는 고해자의 마음 개방, 통회, 회개하고 다시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에 따라 죄를 용서해준다. 사제가 고해를 듣는 것은 그리스도를 대신해서이다. 그래서 사제에게 한 말은 절대 비밀의 의무로 보호받는다. 그 표지를 통하여 행동하시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재판관이시다. "우리는 다 하느님의 심판대 앞에 설 사람이다"(로마 14,10).
3. 고해성사를 위한 세 가지 요구 조건
죄는 하느님과 맺은 우정,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형제, 자매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과 맺고 있는 친교를 깨뜨리는 것을 말한다. 고해성사는 바로 이러한 죄로 인한 파괴, 분열을 복구하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그리고 내 이웃과 다시 화해시키는 성사이다. 그러기에 고해성사를 '화해의 성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죄는 자동적으로 용서되지 않는다.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 안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죄를 완전히 용서받자면 성사의 세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참회, 고백, 보속이다.
(1) 참회(또는 통회·痛悔)
제 일 중요한 것은 참회이다. 하느님을 침해하였음에 대한 진정한 아픔이 따라야 한다. 참회는 사랑을 파괴하고 위협하는 모든 것을 배척하는 것이다. 죄에 대하여 후회하지 않고, 죄를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하지 않고, 또한 하느님께로 돌아오지 않으면 죄를 용서받지 못한다.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내적 통회이어야 한다. 통회는 신앙의 동기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며, 인간 행동의 어떤 나쁜 결과에 대한 후회에 기초한 단순한 인간적 후회이어서는 안된다. 하느님 외에 아무것도 더 중요시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의미한다. 하느님과의 우정을 끊는 모든 대죄에 대하여 슬퍼해야 한다.
(2) 고백
하느님의 법에 의하면 조심스러운 양심성찰을 해서 기억할 수 있는 모든 대죄뿐 아니라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도 사제에게 고백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영세 이전에 범한 죄를 고백할 필요는 없다. 또한 한 번 고백하여 사죄를 받은 대죄를 다시 고백할 필요는 없다.
(3) 보속
교 회는 죄에 대한 '현세적 벌'이 있다고 믿는다. 하느님은 고해자가 자기 죄에 대하여 보상하기를 바라신다. 그러므로 고해자는 사제가 요청하는 '보속'을 함으로써 자기 죄에 대한 약간의 보상을 하여서 고해행위를 완수해야 한다. 보속이란 사제가 고해자에게 주는 실천행위를 채우는 것으로 자신의 죄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나 물질적인 손해를 진정으로 기워 갚고자 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보속행위는 실제로 죄에 대한 치료약이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약으로써 생활개선을 위한 도움이 된다.
4. 완전한 참회(상등통회·上等痛悔)
하느님께 대한 참된 사랑이 참회의 동기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 위에 사랑하기로 한 하느님을 아프게 하였기 때문에 슬퍼하는 참회라야 '완전한 참회'라고 할 수 있다. 참회가 신앙의 다른 동기에서 나온 것이라면, 즉 공의로우신 하느님의 처벌이 무서워서만 통회한다면 그 참회는 '불완전한' 것(하등통회·下等痛悔)이다.
중죄에 떨어졌던 사람이라도 완전한 참회를 하면 즉시 하느님과의 친교를 다시 맺게 된다. 그러나 특수한 환경에서가 아니면 대죄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신앙의 가족과의 관계를 파괴했던 사람은 성체를 영하기 전에 고해성사를 받을 중대한 의무를 가진다.
5. 고해성사의 대상이 되는 죄
모든 죄가 하느님과 이웃을 거스르므로 큰 죄(대죄), 작은 죄(소죄)로 나누어 어떤 죄가 고해성사의 대상이 된다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십계명을 거스르는 죄는 전부 고해성사의 대상이 된다. 주관적으로는,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무겁게 느껴지는 죄 또한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
하지만 사소한 죄에 대해서까지 병적으로 고해성사를 볼 필요는 없다. 고해성사의 목적은 하느님과의 화해이지, 하느님의 벌을 피하는데 있지 않으며, 하느님은 우리에게 벌을 주려고 기다리는 판사가 아니시라 우리가 돌아오기를 고대하시는, 예수님의 비유에 나오는 '잃었던 아들'(루가 15,11-32)에서 처럼 착한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또 미사 때 우리는 참회예절을 하는데, 이로써 우리의 사소한 죄는 전부 사해진다.
6. 대사(大赦)
약점을 가진 우리를 돕기 위해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대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사는 이미 용서받은 죄에 해당하는 현세적 벌의 전부나(전대사·全大赦) 부분의(한대사·限大赦) 면제를 말한다. 대사의 원리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교리에 기초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권한의 힘으로 죄의 용서를 이미 받은 사람에게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공로 일부를 나누어주며, 죄에 해당하는 현세적 벌의 양을 제거하거나 경감할 수 있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기도를 하든지 아니면 교회가 대사에 부과하는 선행을 해야 한다.
7. 고해성사의 효과
고해에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죄인은 치료의 은총을 받아 회복하고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며, 잃었던 아들과 같이 성부의 환영을 받는다(루가 15,20-24). 동시에 죄인은 공동체 안에 돌아와 공동체의 성찬 식탁(영성체)에 다시 참석한다. 고해성사는 실제로 세례의 거룩한 상태를 회복하거나 갱신한다. 세례의 거룩한 상태를 잃으면 고해성사로써 회복할 수 있다. 대죄를 범한 신자에게는 고해성사를 받고 죄의 용서를 청할 의무가 있다. 죄의 용서는 가능한 한 속히 청해야 한다. 교회법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받으라고 요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죄를 지은 이들은 그때마다 가장 빠른 시기에 고해성사를 보아야 한다. 고해성사를 조심스럽게 자주 받는 것은 소죄의 치료에도 매우 유익하다.
잦은 고해성사로 인하여 그리스도의 삶이 우리 안에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열심한 이에게는 고해가 깊은 회개를 하는 방법이고, 성령 안에 키워지는 방법이 된다. 이런 정신으로 교회는 규칙적이고 잦은 고해를 권장한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하여 성사를 병적으로 자주 보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8. 어린이 고해성사
유아가 세례를 받을 때에는 부모와 대부모가 유아를 대신한다. 그러나 지능이 발달하면, 어린이들은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 준비하면서 자신들의 유아세례를 실현하고 재생시킬 수 있다. 어린이 고해성사는 너무 오래 지연되지 말아야 한다. 어린이의 논리적 사고가 성숙함에 따라 도덕적 양심에 비추어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는 능력도 수련되어야 한다.
어린이는 첫영성체를 하기 전에 첫 고해를 해야 한다. 고해와 영성체에 적절한 연령은 어린이가 추리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즉 만 9세쯤이다. 그 시기부터 고해와 영성체에 관한 법규를 지킬 의무가 시작된다.
9. 고해성사의 공동체성
초대교회에서 어떤 중죄를 범한 죄인은 파문되고, 공개적 보속행위를 해야 하였으며, 성목요일에 성찬식에 참여함으로써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하였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의 지체이므로 한 지체의 병은 몸 전체에 고통을 일으킨다. 적어도 개인의 실패는 몸 전체의 성장을 방해하고 활동력을 제한한다(1고린 12,26).
자신만을 직접 해치는 죄악도 공동체의 조화를 깨뜨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도둑질을 할 때 그는 타인을 침해하고, 그 사람과 가족에게 손해를 끼친다. 또한 그는 공동체 전체의 개방성과 상호 신뢰에 금이 가게 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 생명의 맥박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널리 퍼진 사회 부조리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의 사람이 어둡고 엄청난 부조리와 관련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그리스도의 추종자들은 양심성찰을 할 때에 자기의 사회적 책임과 죄악의 사회적 결과를 성찰해야 한다.
10. 고해성사 예식의 종류
고해성사는 공동예식과 개인적 예식 두 가지 방법으로 집행될 수 있다. 공동예식도 성사의 중요한 개인 요소는 보존되어야 한다. 각 고해자는 자기의 죄를 개별적으로 고해하고 개별 사죄를 받는다. 그리고 개인적 예식도 교회의 모든 전례행위가 그러하듯 공식적 요소를 갖는다. 고해성사는 보통으로 공식적으로 인가한 장소에서 집행되고, 중죄를 범한 사람은 사죄를 받을 때까지 성찬 식탁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영성체 할 수 없다).
공동고해는 고해의 교회적 성격을 더 명백히 드러낸다. 공동고해는 죄의 사회적 측면을 인정하며, 죄인이 하느님께 돌아오면 공동체와도 화해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공동고해의 독서, 성가와 기도는 참석자들을 통회시키면서 하느님의 가족으로 묶어 주고, 각 고해자가 개인적 회개와 새로운 결심을 깊이 하도록 돕는다. 개인고해에도 일정한 이점이 있다. 개인고해는 융통성이 많으며, 성사 집행이나 영성적, 사목적 지도를 병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수한 이유 때문에 개별적으로 죄를 고해할 수 없을 때에는 공동 사죄경으로써 성사적 용서를 받을 수 있다. 지방주교가 규정한 중대한 요구가 있을 때에만 공동사죄를 줄 수 있다. 공동사죄를 받은 이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공동사죄를 재차 받기 전에 개인고해를 해야 한다. 개별적 고해와 개별사죄만이 신자들이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하는 정상적인 길이다.
11. 고해성사 예식
(1) 사제 앞에서 고해성사를 보기 전
①조용히 자신이 지은 죄를 알아 냄(양심성찰)
②지은 죄를 뉘우침(참회)
③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함
④고해소에 들어감
(2) 고해성사를 보는 방법(○는 고해자, †는 사제)
○(사제 앞에서 십자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의 마음을 밝혀 주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당신이 범한
죄를 사실대로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굳게 믿으십시오. ○아멘
○(고해성사 본 지가 언제인지를 말한다)
고해성사 본 지 (몇달, 몇주일) 됩니다.
(알아낸 죄를 일일이 구체적으로 고백한다)
○(죄의 고백이 끝난 후 사제는 훈계와 보속을 준다)
○(보속을 받은 후 통회의 기도를 한다)
내 하느님, 나의 범죄로 만유 위에 사랑받으셔야 할 당신의 마음을 상해드렸사오니 악을 저지르고 선을 소홀히 한 나의 모든 잘못에 대하여 진심으로 통회하나이다. 또한 당신의 은총으로 속죄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으며 범죄의 기회를 피하기로 굳게 결심하오니,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공로를 보시고 제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사제는 고해자 머리 위에 손을 펴들고 사죄경을 외운다)
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성령을 보내 주셨으니, 교회의 직무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아멘.
†야훼님 좋으시니 찬미합시다.
○당신의 자비는 영원하도다.
†주께서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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