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성사(洗禮聖事)

세례성사(洗禮聖事)

세례성사를 받으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세례성사를 받으면 원죄를 포함한 모든 죄를 용서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며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한 일원이 된다.

세례성사를 받는 사람은 교회 앞에서 무엇을 약속하는가?
악의 경향과 유혹을 끊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계명을 지키기로 약속한다.

세례성사의 통상적 집전자는 누구인가?
주교, 사제, 부제가 통상적 집전자이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비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아무라도 세례성사를 베풀 수 있다.

세례성사의 예식은 어떠한가?
이마에 물을 부으면서,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라는 세례경을 외운다.

1.세례성사를 주는 시기

(1) 부활성야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성탄, 부활, 성모승천 대축일(8월15일)과 그외 각 본당의 사정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세례성사를 베풀지만, 전통적으로는 부활성야, 즉 부활주일 전날 밤이 세례성사를 위한 시기이다. 교회의 전통에 따르면 약 3년간 예비신자로서 교리교육을 받은 후 사순절(부활을 준비하는 부활 전 40일간)에 집중교육을 받고 부활성야에 세례성사와 견진 및 성체성사를 받는다.
사순시기가 초대 예비신자들에게 세례 전 교육기간이었듯이 부활성야는 세례 준비, 세례 서약, 신앙 갱신 준비를 위해 가장 적당한 때이다.

부활성야 예식은 보통 성당 마당에서 행하는 빛의 예식으로 시작한다. 새 불에서 부활초에 불을 켠다. 부활 촛불은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부활초를 들고 성당 안으로 행렬하는 가운데 먼저 주례자, 그 다음에 봉사자, 끝으로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이 파스카 초에서 자기 초에 불을 당긴다. 모두 구세사(救世史)의 절정에 이른 하느님의 빛의 영광 안에 기뻐하면서 부활찬송을 노래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세업적을 기록한 독서를 차례로 낭독한다.

제단 초에 불이 켜지고 대영광송이 시작되면 종이 울린다. 성서에 나오는 구세사를 요약하는 기도로써 물을 축성한다. 부활초가 물에 담구어지면 부활초가 상징하는 부활한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세대(聖洗臺)는 생명을 주는 것이 된다.
세 례 서약을 선언하고 신앙고백이 이어지며 끝으로 세례를 준다. 이렇게 영세자는 하느님의 선민이 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드리는 거룩한 사제직"(1베드 2,5)에 참여케 된다. 영세한 사람에게 세례의 순결의 표지인 흰 옷을 입히는 것으로서 예절이 끝난다. 영세자는 이로써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축하하고 신앙을 갱신하는 성체성사에 참여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2) 사순절
사순절은 극기와 신앙 갱신의 기간이므로 공동체 전체의 것이다. 사순절은 예비신자의 교육기간이지만 영세자를 위한 시기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모든 신자는 부활성야에 세례 서약을 갱신하면서 세례의 체험을 재생하고, 세례의 이해를 깊게 할 기회를 갖는다.
모든 극기 행위는 세례가 요청하는 완전한 개종, 즉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계시된 사랑의 충동 하에 생활 전체를 반성하고 결단하여 재정비하는 완전한 내적 쇄신의 일부이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함으로써 타락의 결과를 그리스도의 힘으로 좀더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그리스도교적 극기는 전통적으로 기도, 단식, 자선행위를 포함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는 대개 단식보다는 충실한 기도와, 자선활동과 연결된 극기를 강조하는 것이 적당하며, 또 필요할지 모른다. 단식과 금육재가 사순절 때에 장려되지만 특별규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 단식재를 지키고, 매 금요일에 금육재를 지킨다.
단식재를 지키는 날은 금육재를 겸한다. 금육재 날은 고기를 먹지 않으며, 단식재 날에는 한 끼는 정식으로 하되 두 끼의 식사 때에는 적게 먹는다. 단식재는 만 18세에서 60세까지 지킬 의무가 있고, 금육재는 만 14세부터 죽을 때 까지 지켜야 한다. 충분한 이유가 있을 때, 신자들은 이 특별규정에서 면제되거나 관면을 청할 수 있다.

단식재와 금육재가 극기의 유일한 형태는 아니다. 환자, 가난한 자, 비천한 자, 죄수, 실망한 사람, 영세민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임으로써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모범을 생활로 증거해야 한다. 잘 먹던 사람이 단식함으로써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주는 희사는 분명한 사랑의 행위이다.

2. 세례성사 예식

세례는 지망자를 성세수(聖洗水)에 세 번 침수하거나, 아니면 그의 이마에 물을 세 번 부으면서 집행할 수 있다. 위급한 경우 사도신경을(이것도 급하면 생략할 수도 있다) 바치고 세례경을 외우면서 세례받을 사람 위에 물을 부으면 충분하다. 물을 사용하면서 주례자는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무)에게 세례를 줍니다"라고 말한다. 위급할 때에 세례받은 어린이는 병이 완쾌되면 보례(보충 예식)을 받아야 한다.

각 세례 지망자는 여자의 경우는 대모(代母: 영적 어머니)를 남자의 경우는 대부(代父: 영적 아버지)를 정해야 한다. 대부모는 성숙한 사람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며, 영세자를 영성적으로 보살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으로 어느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세례 때에 지어준다. 물과 세례경은 영세자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면서 영위하도록 불리운 삼위일체의 새 생명임을 상징한다.

3. 세례의 집전자

주교, 사제, 부제는 세례의 통상 집행자이다.

4. 세례의 주요 효과

"세례를 받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본받아 함께 묻히는 것이다"(어린이세례예식서 6). 성세수는 우리의 죄를 씻어버리고 우리를 새 생명의 길에 올려 놓는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의 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은총은 용서하고 치유하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세례는 원죄를 사하며, 유아기가 지나서 영세하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지은 개인적인 죄도 모두 사해진다.

세례 때에는 하느님의 특사(特思)로써 죄의 용서를 받는다. 원죄가 사해져도 원죄의 결과와 죄악에로의 경향은 남아 있다. 죄에로의 경향이 남아 있어 우리는 그것과 투쟁해야 하나, 이 경향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그 경향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려 노력하는 사람을 해칠 수 없다. 이 투쟁, 즉 우리 욕망과의 고통스러운 투쟁은 예수님의 죽음에 평생을 두고 참여하는 것이다.

영세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고, 그분의 생명에 참여하기 위해서만 그분과 함께 죽는다. 세례는 우리를 교회의 성원이 되게 한다. 교회의 성원이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즉 그것은 포도나무에 접목되어(요한 15,4-6) 그리스도의 몸에 깊이 결합되는 것이다.
"생명의 말씀과 함께 물로 씻는 세례는 사람들을 하느님 본성에 참여케 하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해 준다"(어린이세례예식서 5). 세례는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남이며 동시에 새로운 출생이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자녀는 부모의 본성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참된 하느님의 자녀라면, 우리는 어떤 양식이든간에 하느님의 본성과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 틀림없다.

베드로 일서의 대부분은 세례와 세례의 효과와 뜻에 관한 묵상이다. 성 베드로는 모든 사람을 정신과 진리에 있어 하느님의 사제가 되게 하는 세례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두운 데서 여러분을 불러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을 널리 찬양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전에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백성입니다"(1베드 2,9-10).

5. 어린이 세례(幼兒洗禮)

"이해도 못하고 개인적 투신도 못하는 어린이에게 왜 세례를 주는가? 부모가 어린이의 종교를 결정하여 선택의 자유를 없애거나 감소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지각없는 것이 아닌가?" 교회법은 가톨릭 신자는 자녀가 출생 한 후 되도록 빨리 세례를 받게 하라고 명한다.
그리스도교의 거의 시초부터 전가족이 세례받을 때에 어린이 세례도 실시되었다. 예수님 자신이 어린이 세례의 신학적 이유를 제공하였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는 부모가, 특히 자기의 개종이 깊은 영성적 체험이 될 때에 그 체험에 자기 자녀들도 참여시키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들이 자기 자녀들도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고, 자녀들의 전생활이 최후의 목표이고, 최상의 선이신 하느님께로 지향하기를 고대하지 않겠는가?

6. 세례의 종류와 구원 문제

교회는 복음 말씀을 따라(요한 3,5) 세례받지 않으면 아무도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가르친다. 이는 그리스도나 세례에 관하여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구원될 수 없음을 뜻하는가?

세례에는 물의 세례(수세·水洗)만이 아니라, '피의 세례'(혈세·血洗)와 '열망의 세례'(화세·火洗)도 있다. 피의 세례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음으로써 받는다. 열망의 세례 범위는 넓다. 세례받기를 분명하게 원하였으나 그 바람이 이행되기 전에 죽은 사람은 열망의 세례를 꼭 받는다. 명확하게 혹은 묵시적으로 세례를 열망하였으나, 어떤 사정으로 세례성사를 받지 못한 사람도 분명히 열망의 세례를 받는다. 자신의 과오없이 그리스도와 교회를 알지 못한 사람들도 선한 생활을 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만인에게 충분히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교회헌장 16)에 대한 반응이었다면 그들도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칠 수 있다. 그들은 묵시적이지만 세례를 원하므로, 그것을 열망의 세례라 한다.

7. 세례와 성령의 인호(印號)

세례성사는 견진성사와 성품성사와 마찬가지로 영구적 인호 혹은 표징을 박아준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다른 성사는 한 번 이상 받을 수 있으나 세례, 견진, 성품성사는 한 번밖에 받지 못함을 뜻한다. 이 성사를 받은 사람이 대죄를 범해도, 이 성사의 결과는 존속되고 영구히 남아 있음을 뜻한다.

성 바울로는 복음을 받아들일 때에 이미 우리에게 도장이 찍혔다고 한다. "여러분도 그리스도를 통하여 여러분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복음 곧 진리의 말씀을 듣고 믿어서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표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약속하셨던 성령을 주셨습니다"(에페 1,13).

사제가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충분히 참여하고, 그분의 제사를 어디서나 재현하도록 서품을 받았듯이 모든 신자는 세례로써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기본적으로 참여한다. 그리고 하느님께 예배를 드릴 의무가 지워지며, 그리스도의 제사와 일치하여 자신들의 생활 전체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실패해도 그들은 세례를 다시 받지 않고, 고해성사로써 교회와 화해한다. 세례 인호는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그리스도인의 영구적 소명의 표징이고, 또한 하느님의 자발적이고 물리칠 수 없는 사랑의 표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