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듣나니, 야훼께서 무슨 말씀 하셨는가?"(시편 85,8).주께서 안으로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주님의 입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받는 영혼은 복되다. 하느님의 말씀의 비결을 알아 이 세상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기울이지 않는 귀는 복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상관치 않고 안에서 가르쳐 주는 진리에 주의를 모아듣는 귀는 복되다. 밖에 있는 물건에는 뜨지 않고 안의 사정만을 살펴보는 눈은 복되다. 안의 사정을 통달하여 보고, 매일 수업으로 더욱 천상의 신비를 알려 힘쓰는 이는 복되다. 하느님과 상종하기만 좋아하고 세속의 모든 거리끼는 것을 다 없애려 하는 이는 복되다.
2. 내 영혼아. 너는 이 세상을 멀리하고 네 육정의 문을 잠자라. 이는 네 안에서 말씀하시는 네 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기 위함이다. 사랑하시는 분의 말씀이 "나 너를 살리리라.(시편 35,3). 나는 네 평화요, 나는 네 생명이다. 내게 너를 온전히 맡겨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잠세의 지나가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원한 것을 구하라. 잠세의 모든 것은 유혹이 아니고 무엇이며 조물주께 버림을 받는다면 모든 조물이 네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므로 세상 만사를 뒤로 제쳐놓고 조물주를 충실히 섬겨 그의 뜻에 맞춰라. 이에 참된 복을 얻으리라." 하신다.
1. 제자의 말: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 이 몸은 당신의 종이오니 나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의 언약을 알아 차리리이다"(시편 119, 125). 주의 말씀에 내 마음을 기울여 주시고 주의 말씀을 이슬과 같이 내리소서. 전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잘 듣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출애 20,19)하였사오나, 주여, 나는 이렇게 안하나이다. 이런 기도를 안하나이다. 나는 도리어 사무엘 선지자와같이 겸손과 열정을 다하여 간구하기를,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하나이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선지자를 감도하시고 비추어 주신 분이시여, 내게는 모세도 말고 어느 선지자도 말고 주님 친히 말씀해 주소서. 주께서 혼자서라도 그들 없이 나를 완전히 가르쳐 주실 주 있사오나 그들은 주님 없이는 무슨 효험이 있는 말을 들려주지 못하나이다.
2. 과연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있으나 정신은 주지 못하나이다. 그들의 말이 아름답다 하여도 주께서 묵묵하시면 마음을 감동케 못하고, 그들은 오묘한 도리를 말하지만 주께서는 이지를 밝혀 알아듣게 하시나이다. 그들은 계명을 가르쳐 주지만 주께서는 수계하도록 도와 주시며, 그들은 길을 가리키나 주께서는 다닐 힘을 주시고, 드들의 활동은 바깥 일에 지나지 않지만 주께서는 마음을 지도하시고 비추어 주시며, 그들은 말로 소리를 지르지만 주께서는 말을 들어 이해하게 하시나이다.
3. 그러므로 영원한 진리이신 내 주여, 내게는 모세가 아니라 주께서 말씀해 주소서. 혹시 다만 밖에서 훈계를 들어도 안으로는 아무런 감화가 없으면 죽고 아무 결과도 못 볼까 두려워하나이다. 말씀을 듣고도 행치 않고 알고도 사랑치 않고, 믿고도 준행치 않아 엄한 심판을 당할까 두려워하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내 영혼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나의 모든 생활을 고치고 주의 찬미와 영광과 끝 없는 존경을 이루기 위하여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제 3장 하느님의 말씀은 겸손을 다하여 들을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중히 여기지 아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자애가 넘치는 말이요, 모든 철학자와 이 세싱의 모든 지혜로운 자들의 학문을 멀리 초월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그러니 사람이 주견대로 헤아릴 바가 아니다. 내 말은 무슨 헛된 만족을 위하여 들을 것이 아니요, 잠잠히 들을 것이며 겸손을 다하고 애정을 다하여 받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야훼여, 당신의 교훈을 받아 당신의 법을 배우는 사람은 복됩니다(시편 94,12). 그리고 당신께 당신의 법률을 배워 재앙의 날에 그 괴로움이 감소되어 세상의 버린 자 되지 않는 사람은 복되도소이다." 라고 나는 말하였나이다.
3. 주의 말씀: 시초부터 내가 선지가를 가르쳤고 또 지끔까지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많고 고집하여 내 말을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보다 세속의 말을 좇는 사람이 더 많고 하느님의 성의를 따르는 사람보다 자기 육체의 욕망을 쉽게 좇는 사람이 많다. 세속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미소한 것을 허락하건만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 섬기고, 나는 말할 수 없이 크고 영원한 것을 허락하건만 죽을 인생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나를 섬기는 데 있어 세속과 그 권력자들을 섬기는 그만한 정성으로 모든 일에 나를 섬기며 그만큼 나의 명을 지키는가? "시돈아,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이사 23,4)하고 바다는 말한다. 그 까닭을 알려거든 들어라. 변변치 않은 이익을 구하러 먼 글을 가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자국을 땅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 천한 報酬를 찾으며, 어떤 때는 돈 한푼을 가지고 추하게 싸우며, 헛된 일을 뜻하고, 변변치 않은 희망을 가지고 밤낮 수고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4. 그러나 부끄럽다. 비할 데 없는 행복을 위하여, 한없는 상급을 위하여, 위 없는 榮譽와 끝없는 영광을 위하여 조금 수고하기를 어려워하는구나! 그러므로 게으르고 원망이 잦은 종아, 네가 생명을 얻으려고 힘쓰는 것보다. 저들이 죽음의 길을 가려고 힘쓰는 것이 더 대단한 것을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라. 네가 진리를 얻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저들은 홋된 일을 얻고서 더 즐거워하니 너는 부끄러워하라. 사실 저들의 희망은 자주 허무로 돌아가지만, 나의 약속은 아무에게도 홋되이 되는 일이 없고, 네게 의탁하는 사람을 빈손으로 떠나게 하는 적이 없다. 내가 허락한 바는 줄 것이요, 내가 말한 바는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하는 데 끝까지 충실한 사람에 한하여 그렇다. 나는 모든 착한 사람에게 갚아주고, 모든 신심 있는 사람들을 몹시 시험한다.
5. 너는 네 마음에 나의 말을 써 두고 삼가 연구하라. 시험을 당하는 때가 이르면 이 말씀이 네게 필요할 것이다. 네가 읽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너를 찾을 때에 네가 깨달으리라. 내게는 간선한 사람들을 찾는 법이 두가지 있으니, 즉 시련과 위로다. 또 날마다 저들에게 두 가지 講和를 하니, 하나는 그들의 악한 습관을 책망하는 강화요, 하나는 덕행을 더하기 위한 勸誘의 강화다. 내 말을 듣고도 그 말을 경히 보는 사람은 끝 날에 이를 심판할 이가 있으리라.
6. 제자의 말(신심을 구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주님은 나의 모든 행복이로소이다. 나는 누구인데 감히 주님 대전에 말씀을 드리나이까? 나는 극히 가난하고 변변치 못한 종이오며 천한 벌레로소이다. 나는 내가 알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불쌍하고 더 천한 자로소이다. 그러나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사오며, 아무 것도 행하지 못함을 생각해 주소서. 주님은 홀로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시도소이다.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고 무엇이든지 주시며 모든 것을 채워 주시고 다만 죄인을 빈손으로 버려 주시나이다. 주님은 당신이 친히 만드신 것이 비어 쓸데없는 것이 되기를 원치 않으시니 "주의 자비를 기억하시고"(시편 25,6) 은총을 내려 내 마음을 채우소서.
7. 이처럼 가련한 생활에서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덕을 입지 않고 은총의 도움을 입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나아갈 수 있으리이까? 주의 얼굴을 내게서 돌이키지 마시고 나를 찾아 주시는 때를 너무 오래 미루지 말아 주시고 위로 없이 나를 버려 두지 마소서. "내 영혼, 마른 땅처럼"(시편143,6)될까 두려워하나이다. 주여,"당신 뜻대로 사는 법 가르쳐 주시고"(시편 144,10), 당신 대전에 타당히 또는 겸손되이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내 지혜는 곧 주님이시나이다. 주께서 나를 틀림없이 진실히 아시고, 세상이 있기 전에도 나를 아셨으며, 내가 나기 전에도 나를 아셨던 까닭이로소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진실하게 내 앞에서 거닐고,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서 행하는 사람은 아무런 공격에도 염려 없을 것이요, 악인들이 유인하고 비방한다 할지라도 진리가 그를 구원해 줄 것이다. 진리가 너를 구하여 준다면 너는 참으로 자유스로울 것이요, 사람들이 말하는 헛된 소리를 상관치도 않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이 옳도소이다. 내게도 이렇게 되기를 비나이다. 주의 진리가 나를 가르치고 나를 지켜 주고 행복스로운 끝까지 나를 보호하시기를 비나이다. 진리가 악한 모든 정과 절제 없는 모든 사랑을 네게서 없애준다면 나는 마음의 큰 자유를 누리면서 주님과 함께 길을 다니리이다.
3. 주의 말씀: 나는 네게 무엇이 바른 길이요, 무엇이 내게 맞는 것인지 가르쳐 주겠다. 너는 네 죄를 생각하고 그 잘못됨을 깨닫고 극히 슬퍼하라. 그리고 무슨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을 가지고 네가 도무지 무엇인 체 생각지 말아라. 너는 과연 죄인이니 많은 사욕이 있고 많은 사욕에 잡힌 사람이다. 너로서는 항상 허무한 데로 기울어지고 쉽게 떨어지며, 쉽게 번민하며, 쉽게 실망한다. 너는 스스로 영광을 삼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도리어 너를 천히 보게 될 자료만 많으니 네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더 연약한 사람이다.
4. 그러므로 네가 행하는 모든 일에 훌륭한 것이 있다 생각지 말아라. 영원한 것이 아니면 큰 것도 없고, 기묘한 것도 없고, 무슨 가치를 줄 만한 것도 없는 줄로 생각하라. 또 고상한 것도 없고 참으로 찬미할 만한 것이나 부러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네가 모든 것을 제쳐놓고 사랑할 것은 다만 영원한 진리요, 네가 항상 불만히 생각할 것은 너의 말 할 수 없이 천한 처지다. 네 악습과 죄악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 없고 더 책망할 것이 없고 더 피할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그리고 세상에는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큼 원통히 여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어떤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이 없이 내 앞에 드나드니, 자신의 일과 자기 구령에 대한 일은 소홀히 하면서 어떠한 호기심과 교오한 마음으로 나의 비밀을 알려 하고, 하느님의 고상한 사정을 알아들으려 한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제 교오와 호기심으로 인하여 자주 큰 시련을 당하고 큰 죄에 떨어진다.
5. 너는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무서워하라. 지존하신 분의 일을 변론하지 말고 네 죄악을 두루 살펴 얼마나 크게 범죄하고, 행할 수 있는 선공을 얼마나 경홀히 여겼 는지 헤아려 보라. 어떤 사람은 책을 가지는 데 신심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상본이나 무슨 표나 겉모양에 신심이 있는 줄로 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는 나를 모신다 하나 그 마음에는 내게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지력에 광명을 받고 情緖가 정돈되어 항상 영원한 데로 이끌리고 세속의 것을 거북하게 여기며 자연의 필요한 요구라도 간신히 돌아본다. 이런 사람은 진리의 신이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잘 깨닫는다. 성령은 세상의 것을 천히 보고 천상의 것은 사랑하라 가르치고, 세상은 소홀히 보고 천국의 주야로 사모하라 가르친다.
1. 제자의 말: 하늘에 계신 성부여, 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여, 가난한 나를 생각해 주시니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근원이 되시는 하느님으로서(2고린 1,3)부당한 죄 인인 나를 여러 가지로 위로해 주시고 어떤 때에 친히 위로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당신 독생 성자와 안위하시는 성령과 더불어 세세(世世)에 당신을 찬미하고 끝없이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리이다. 오! 주 하느님이여, 나를 사랑하시는 거룩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 마음에 이르시게 되면 나의 모든 내장(內臟)은 즐겨 뛰리이다. "주님은 나의 영광, 내 마음의 기쁨, 나의 희망, 어려움을 당할 적마다 나의 피난처"(시편 3,3; 119,11; 59,16)로소이다.
2.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에 연약한 자요, 덕행이 변변치 못한 자이오니, 주의 격려를 받고 주의 위로를 받을 필요를 느끼나이다. 그러므로 나를 자주 찾아 주시고 거룩한 훈계로써 나를 지도해 주소서. 악한 사욕에서 나를 구해 주시고 내 마음의 모든 절제 없는 정을 없애 주소서. 그리하여 내 안의 병을 고치고 나를 조촐케 하시어 사랑할 자격을 얻고, 괴로움 당하는 데 용맹하고, 시작할 일에 항구하게 해 주소서.
3. 주의 말씀: 사랑이란 위대한 것이요, 극히 좋은 보배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짐이 가벼워지고 모든 고르지 않은 것도 고르게 되어 잘 참게 된다. 사랑은 짐을 무게 없이 지게 하고 쓴 것을 달고 맛있게 만든다. 예수의 고귀한 사랑은 위대한 일을 하고 일을 항상 더 완전히 하기를 사모하게 한다. 사랑은 위로 오르려 하고 세상의 무엇에 잡히려 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유스러우려 하고 세상 일에 도무지 정을 들이지 않는다. 그는 안으로 자기를 살피는 일에 장애가 될까, 세상의 무슨 편익으로 인하여 거리낌을 당할까, 무슨 괴로움을 좀 당한다고 탈락할까 염려한다. 사랑보다 더 유쾌한 것이 없고 더 힘있는 것이 없고 더 고상하고 더 관대한 것도 없고 더 재미있고 더 원만한 것도 없고 하늘과 땅에 더 좋은 것도 없으니,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요, 조물에는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하느님께만 안정하여 있는 까닭이다.
4. 사랑이 있는 자는 날아가고 달음질하고 즐거워하며, 자유스럽고 또 거리낌에 붙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고 모든 일에 모든 것을 얻으니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지존하신 분에게 모든 것을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헤아리지 않고 모든 좋은 것을 초월하여 주시는 분을 향한다. 사랑은 가끔 한계(限界)를 모르고 모든 계량을 넘쳐 이루어진다. 사랑은 짐을 져도 무게를 모르고 수고를 헤아리지 않고, 자기 힘에 넘치는 것도 하려 하고, 할 수 없다는 핑계를 안하니 못할 것이 없고, 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무슨 일에든지 적당하고, 무슨 의무든지 다채우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 기진 하여 넘어지는 그러한 일에도 좋은 결과를 낸다.
5. 사랑은 깨어 있고, 자면서도 숙면은 안한다. 곤하여도 게으르지 않고 무서운 일을 보아도 요동치 않고, 오직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위로 솟아오르며 무사히 지나간다. 누구든지 사랑이 있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을 것이다. 하느님께 말하기를 "내 주시여, 내 사랑이시여,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요,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라고 하는 영혼의 뜨거운 사랑이 하느님의 귀를 크게 올리는 소리이다.
6. 제자의말(하느님의 사랑을 청하는 기도): 내 사랑의 품을 넓혀 주사. 내 마음의 입으로써 사랑에 맛들이고 또 사랑에 녹고 사랑에 목욕하게 하여 주소서. 크나큰 열정과 경이로써 나 자신을 초탈하고 사랑에 잡히게 하여 주소서. 사랑의 노래를 내가 부르면서 나의 사랑하는 주님을 높은 곳까지 따르려 하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고 사랑의 노래를 읊음으로써 맞도록 하소서. 나는 주님을 나보다 더 사랑하려 하며, 나 자신은 주님을 위하여만 사랑하려 하고, 주님을 진실히 사랑하는 모든 일을 주님 안에서만 사랑하려 하나이다. 이렇게 함은 주께로부터 발원(發源)하는 계명이 명하는 까닭이로소이다.
7. 사랑은 신속하고 참다우며, 또 경건하고 쾌활하며, 온화하고 용감하며, 인내성이 있고, 성실하고 지혜로우며, 너그럽고 사내다우며 자기를 찾지 않는다. 누구든지 자기를 찾게 되면 그는 벌써 사랑에서 멀리 떨어지는 사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두루 살피고 겸손하고 정직하며, 또 유익함이 없고, 경솔함이 없고, 헛된 일에 관심하는 바 없고, 담박하고 정결하며 한 번 세운 뜻을 바꾸지 않고, 고요하고, 모든 오관을 다 지킨다. 사랑은 웃어른에게 순명하며 지배를 잘 받고, 자기를 천히 보고 얕보고 하느님께 대하여는 신심 있고 은혜를 갚으려 하고 하느님을 사랑할 것이 안날 지라도 괴로움이 없이는 사랑의 생활을 할 수가 없음을 아는 만큼, 항상 하느님만 믿고 바란다.
8. 모든 것을 참아 나갈 준비가 없고, 사랑하는 이의 뜻을 따를 준비가 없다면,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마땅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험하고 어려운 것을 다 달갑게 받아야 되고, 무슨 역경을 당하든지 그를 떠나서는 안 된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아직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랑하는 자가 못 되었다.
제자의 말: 주여, 왜 그러하옵니까?
주 의 말씀: 그는 다름 아니라. 네가 조그마한 역경을 당하여도 시작한 바를 그치고 위로를 찾는 데 너무 열중하는 까닭이다. 용감히 사랑하는 사람은 시련을 당하여도 굳게 서 있고 원수에 간교한 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순경을 당할 때에 나를 좋아함같이 또 역경을 당할 때에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2. 지혜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주는 예물을 헤아리지 않고 그 주는 이의 사랑을 헤아린다. 겉에 드러나는 것보다 그 속의 정을 헤아리며 어떠한 예물이든지 사랑하는 이만 못하게 여긴다. 고상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예물에 만족치 않고 나에 대한 정이나 내 성인들에 대한 정이 네 뜻대로 느껴지지 못한다고 모든 것에 다 실패한 줄로 생각지 말아라. 현존해 있는 결과요, 천국에 낙을 미리 좀 맛보이지만, 그러한 정은 오다가 가니 그것에 너무 마음을 붙이지 말 것이다. 마음에 악한 정이 일어나는 것을 물리치고 악마의 유인을 경멸하여 물리친다면 이는 덕행이 있고 큰 공로를 세운 증거일 것이다.
3. 그러므로 너는 무슨 일에 대해서든지 환상이 난다고 번민하지 말아라. 용감히 세운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 바른 지향을 두어라. 혹시 갑자기 탈혼 상태에 이를 만큼 나의 위로를 받다가 즉시 네 마음의 본처지로 돌아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속은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네가 한다는 것보다 네가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그런 생각을 합당치 않게 생각하고 없애려 힘쓰는 그만큼 공로가 되는 것이요, 무슨 실패가 아니다.
4. 예로부터 원수인 마귀는 전혀 네 마음에서 선에 대한 원을 없애려 힘쓰며 모든 신심적 수업의 정신을 없애려 도모하였다. 즉 성인들을 공경하는 정이나 나의 수난을 기억하는 정성이나 범죄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는 일과 자신의 마음을 지켜 나가는 일과 덕행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는 뜻을 없애고자 애쓴다. 마귀가 좋지 못한 생각을 많이 일으켜 네 마음에 불안과 염증을 끼치고 기도의 정신을 빼 버리고 성서 읽을 마음을 없애려 한다. 겸손 되이 고해 성사를 받는 것을 몹시 싫게 만들고 또 할 수 있으면 영성체를 안하게 한다. 마귀가 자주 네게 올가미를 쳐 속이려 할지라도 그를 믿지 말고 또 그를 상관치도 말아라. 나쁘고 부정한 생각이 들거든 이것을 마귀에게 돌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가련하고 부정한 신아, 가라. 너는 이런 것을 내 귀에 들리게 하니 참으로 퍽 부정하다. 고약한 유인자야, 내게서 물러가라. 내게는 네가 간섭할 것이 도무지 없다. 예수께서 용맹한 전사같이 나와 함께 계실 것이니, 너는 부끄럽게 서 있을 것이다. 너의 말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죽기가 원이요, 모든 형벌을 당하기가 원이다.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어라. 아무리 네가 나를 괴롭게 하여도 다시는 네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야훼께서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시편 27, 3).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시편 19,14).
5. 충성된 군사와 같이 싸워라. 그러다가 혹시 연약한 마음에 떨어지는 때 있더라도 용기를 전보다 배가하고 나의 더 많은 은총에 의지하여 다시 일어나라. 그리고 항상 특히 헛된 자만과 교오한 마음을 주의하라. 이로써 그르치는 사람이 많고 거의 고칠 수 없는 소경이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교오한 사람들과 미련하게 자기 힘을 믿어 오던 사람들의 무서운 실패가 네게는 경계가 되어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신심의 은총을 감추고 그런 은총을 받았다고 자만치 말며 그런 일을 가지고 말을 많이 말며 또 너무 과장하여 훌륭하게 생각지도 말고, 도리어 너 자신을 천히 보고, 네가 그런 은혜를 받은 것이 부당한 줄로 생각하여 두려워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고 더 완전한 것이다. 네 마음에 느끼는 그러한 감정을 너무 믿지 말아라. 이는 오래지 않아 아주 반대되는 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 있을 때에는 은총이 없으며 얼마나 불쌍하고 궁하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 네가 은총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고 영신적 생활이 진보하는 것이 아니요, 위로 없이 지내게 되는 때라도 겸손과 극기를 다하여 참고 신공범절에 게으르지 않고 보통 행하여 오는 일과를 궐하지 않음에 특히 영혼의 진보가 있다. 네가 아는 대로 네가 할 수 있는 데로 네 힘이 자라는 대로 무엇이나 잘 행하라. 마음이 건조하고 괴롭다고 네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라.
2. 많은 이가 자기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즉시 참지 못하고 혹 게을러진다. 인생 행로는 항상 사람의 권한에 있지는 않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그 거룩하신 뜻대로 주시고 위로하시니, 그 원하시는 때에 그 원하시는 정도로 그 원하시는 사람에게 당신께 합한 대로 하시고 더는 하시지 않는다. 어떤 이는 경솔하기 때문에 신심이 좀 있다고 자기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였다.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마음의 정을 믿었으므로 실패하였다.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분수 없이 더 하려다가 급히 은총을 잃었다. 그들은 하늘에 자리를 두었더니 자신이 힘이 없음과 천한 지위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힘이 없고 궁핍함을 알게 되면 제 날개를 가지고 날지 못할 줄 깨닫게 함이요, 내 깃 밑에 안겨 날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함이다. 아직도 주의 길을 밟는 데 익숙치 못하고 능하지도 못한 사람은 지혜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나아가지 않으면 속기 쉽고 상하기가 쉽다.
3.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한 바를 다 믿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견만을 따르고자 하면 그 장래가 몹시 위태하리라. 그 생각을 고칠 마음이 끝까지 없다면 그 장래가 몹시 위험하리라. 자기가 스스로 지혜로운 줄 생각하는 사람은 흔히 남의 지도를 겸손 되이 받기를 몹시 꺼린다. 지식의 보배를 많이 가졌다고 헛된 자만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는 것은 별로 없어도 마음이 겸손하여 자기를 천히 보는 것이 더 낫다. 네가 무엇을 많이 가져 교오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적게 가지는 것이 낫다. 전에 자기의 궁하던 처지를 생각지 못하고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지나치게 즐거워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또, 어떠한 역경을 당하든지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너무 실망하는 기분이 있어 나를 의뢰하는 마음이 분수없이 줄어들고 나를 믿는 마음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덕성스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4. 평화를 누릴 때 너무 안심하고 있는 사람은 싸움이 일어날 때에는 자주 너무 실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가 항상 겸손하고 너를 미소한 자로 여기며 또 네 생각을 잘 조절하고 지배할 줄을 알 면 그렇게 쉽게 위험을 당할 리가 없고 상처를 받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열심히 날 때에 신광이 없어지게 되면 어떠할까 하는 일을 생각해 두는 것은 지혜로은 생각이다. 만일 그대로 신광이 없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기 있으리라. 그 신광을 잠깐 없게 한 것은 네게는 주의를 일으키기 위함이요, 내게는 영광이 되기 위함에 지니지 않는 줄을 생각하라.
5. 네 뜻대로 항상 잘 되어 나가는 것이 유익하지 않고, 자주 이런 시험이 있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다. 무슨 묵시를 받거나 신락이 많거나 성서를 잘 깨닫거나 무슨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바 아니요, 참된 겸손에 뿌리를 박고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며 항상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고 자기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참으로 천히 보며 남한테도 찬사를 듣는 것보다 천대를 받고 변변치 않게 여김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것이다.
1. 제자의 말: "티끌이나 재만도 못한 주제에 감히 아룁니다"(창세 18,27). 내가 과연 먼지보다 재보다 더 크게 나를 헤아리게 되면 주님은 즉시 나의 이런 생각의 잘못을 밝혀 주시고 그리고 내 죄악도 이 사실의 참된 증거가 되어 나서리니 그러면 나는 반대할 도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나 자신을 천히 보고 허무한 것같이 보며 또 나를 도무지 위하는 마음이 없고 나를 먼지와 같이 보아야 비로소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이요, 내 마음에 광명을 내려 주실 것이옵니다. 그 때는 나를 위하는 생각이 비록 묻혀 버릴 것이옵니다. 그런 지위에 있게 되면 주께서는 내게 현재의 나의 처지가 어떠하며 전에는 어떠하였으며 어떤 처지에서 지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리니, 즉시 용기를 얻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겠나이다. 나는 나 자신의 무게로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데도 이렇게 갑자기 올라가게 되고 자애롭게도 주께서 나를 품어 주시는 것은 과연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2. 이는 당신 사랑의 작용이오니, 내가 잘한 것이 없어도 나를 찾아 주시는 것이나. 여러 가지 긴급한 사정에 돌보아 주시는 것이나. 큰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시는 것이나 또 실상 말하자면 그 무수한 재앙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는 것은 과연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내가 나를 잘못 사랑함으로 나를 잃었더니, 내가 당신 하나만 찾고 당신만 순전히 사랑함으로 나도 얻고 당신도 겸하여 얻었사오며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를 더 허무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나이다. 오! 극히 선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게 하시는 일은 다 나의 공로를 초월하는 것이오며, 당신은 내가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구하지도 못하는 것을 주시나이다.
3. 내 주여, 찬미를 받으소서. 나는 무슨 은혜를 받기에 부당하오나 당신은 고상하시고 한없이 착하시므로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당신을 싫다고 멀리 달아나는 사람 들도 돌보아주시니 당신은 찬미를 받으심이 마땅하도소이다. 우리를 돌이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은혜를 갚고 겸손하고 신심 있게 하소서. 우리의 생명은 당신이요, 우리의 힘과 용맹도 당신 밖에 없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참으로 복되려면, 내가 너희 제일 높고 제일 마지막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뜻을 두게 되면 자주 너와 조물을 나쁜 데로 기울어지게 하는 정이 조찰 하여지리라. 만일 네가 무슨 일에 너를 찾는다면 그 즉시 너는 쇠약하여질 것이요, 메마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준 이는 주님 밖에 다시없으니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내게로 돌려라. 이렇게 모든 것이 무한한 선으로부터 옴을 생각하고 따라서 모든 것을 그 근본인 내게로 돌릴 것이다.
2. 작은 자나 큰 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다 마치 신선한 샘에서와 같이 내게서 생명의 물을 마신다. 또한 나를 즐겨 또 자유로이 섬기는 사람은 은총 위에 은총을 받으리라. 나를 떠나 다른데서 무슨 영광을 취하려는 사람은, 또 무슨 사사로운 선악에서 낙을 취하려는 사람은 참즐거움을 항구히 못 누릴 것이요, 그 마음에 즐거움이 충만치 못할 것이요, 많은 거리낌을 당하고 여러 가지 역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네게 돌리지 말고 또 무슨 덕을 어떤 사람에게 돌리지도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라. 하느님 없이는 사람이 무엇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주었으니 모든 것을 다 다시 가지려 하며 내게 감사하기를 엄히 요구한다.
3. 이는 헛된 영광을 물리치는 진리다. 천상적 은총과 참다운 사랑이 들어간 그곳에는 아무런 시기나 마음의 좁음이 없을 것이요, 사사로운 애정이 그 마음을 점령치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영혼의 모든 힘을 긴장시킨다.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나 하나로 말미암아서 밖에서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요, 나 하나밖에는 희망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선하신 분은 하느님 한 분뿐"(루가 18,19)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홀로 모든 것 위에 찬미받으실 분이시오, 모든 일에 존경받으실 분이시다.
1. 제자의 말: 주여, 이제 내가 다시 침묵을 깨뜨려 말씀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주시여, 나의 왕이신 주의 귀에 내 말씀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자, 당신을 전심으로 섬기는 자에게는 또 얼마나 선하시나이까?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신묘한 관상의 취미는 참으로 말로써 그려 낼 수 없이 좋사옵니다. 특히 당신이 내게 사랑의 표를 드러내 주신 것은 나를 없는 데로부터 조성하여 있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 멀리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이끄사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신 것이옵니다.
2. 오! 끝없는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께 대하여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어찌 내가 쇠진하여 망하였을 때도 나를 생각해 주신 당신을 잊으리이까" 당신은 당신 종에 대하여 모든 희망밖에 인자를 베푸시고 모든 공로에 넘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총을 어떻게 갚아야 옳으리이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도 생활을 하게 되는 이러한 은총은 모든 이가 받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느 조물이거나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사오니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이 무슨 장한 일이 되겠나이까? 나는 과연 당신을 섬기는 것을 장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나이다. 도리어 이렇게 가난하고 부당한 자를 종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 사랑하는 종들 중의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니 이것을 내가 찬미하여야 마땅할 것이요, 크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3. 내게 있는 모든 것이나 또 당신을 섬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순서는 바뀌어서,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섬기나이다. 사람을 돕기 위하여 당신이 만드신 하늘과 땅은, 당신 면전에 있어 당신이 명하시는 그 모든 것을 매일 이행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천사들에게까지 명하시어 사람에게 시중들게 하셨나이다. 이것보다 기막힌 것은 당신이 사람을 섬기시고, 당신을 사람에게 주실 약속을 하신 것이나이다.
4. 이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써 갚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일생을 두고 매일같이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마땅히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참으로 누구나 다 당신을 섬겨야 옳고 당신을 찬미하여야 옳으며, 당신을 영원히 존경하여야 옳겠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내 주시오, 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이오니,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고 당신을 찬미함에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는 안되겠나이다. 내가 이것을 원하고, 내가 이렇게 되기를 사모하오니,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은 당신이 채워 주소서.
5.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천히 보는 것은 큰 영광이요, 큰 명예로소이다.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스스로 즐겨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막대한 은총을 받을 것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육체의 낙을 희생하는 사람은 성령이 주시는 극히 마음에 드는 위로를 누릴 것이옵니다. 당신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험한 길을 자신하여 걷고 모든 세상의 걱정을 상관치 않는 사람은 마음에 큰 자유를 얻겠나이다.
6. 오! 하느님을 섬김은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일이며 기꺼운 일이겠나이까? 이로써 사람이 참으로 자유로워지고 거룩하여지나이다. 오! 오로지 당신을 섬기는 데 힘쓰는 거룩한 수도 생활이여, 사람을 천사와 같이 만들고,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해주고 마귀에게는 무섭게 뵈게 하여 주고 모든 교우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큼 해주는 거룩한 생활이여! 오! 항상 품에 안고 항상 원함직한 주님을 섬기는 일이여! 이로써 가장 고귀한 선을 얻게 되고 끝없이 누릴 즐거움을 얻게 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아직도 네가 모르는 것이 많으니 다 배워야 한다.
2. 제자의 말: 주여, 그것이 무엇이오니까?
3. 주의 말씀: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오로지 나의 원의를 따라 두어야 할 것이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나의 원의를 채우는 데 힘써라. 자주 네가 무슨 원이 있어 맹렬히 너를 이끌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는 자세히 살펴 이 원의가 나의 영광을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혹 오히려 네 편의를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보라. 그 원의가 나에 관한 것이면 내가 어떻게 배치하든지 네가 만족해 할 것이요, 만일 네 편의를 보아 된 것이라면 이는 네게 방해가 될 것이요, 괴로움이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네가 무슨 원의를 품은 것이 있더라도, 내게 먼저 묻지 않고는 너무 거기다 미쁨을 두지 말아라. 처음에 네가 좋아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한 것이 후에 네가 후회하게 되고 네 뜻에 맞지 않을까 두렵다. 무엇이 뜻에 맞는다고 즉시 좋은 것이 아니요, 무엇이 뜻에 맞지 않는다고 즉시 피할 것도 아니다. 무슨 좋은 일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나 무슨 좋은 원에 있어서나 어떤 때 얼마큼 제재함이 좋다. 혹시 정신이 태만함으로 분심이 생길까, 혹 분수 없이 하다가 남에게 악한 표양이 될까, 혹 다른 사람이 반대하여 네가 갑자기 산란해지고 실패할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5. 때로는 육정의 욕구를 누르고 육신의 사욕의 싫고 좋아하는 것도 관계치 않고 도리어 육정을 강제로라도 이성에 굴복시키는 대 사내답게 힘 쓸 것이다. 육정이 모든 일에서 이성에 굴복하는 그때까지 사소한 것으로써 만족할 줄을 알고 순박한 것을 즐겨 하며 제게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원망을 발하지 않을 그 때까지 책찍질하고 종과같이 다스려야 한다.
1.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내가 보기에 참는 덕이 내게 매우 필요할 줄로 아오니 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데는 거리끼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됨을 알았나이다. 내가 아무리 처리하여 평화를 잘 보존하려 하여도 나의 생활은 싸움과 괴로움이 없이는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사옵니다.
2. 주의 말씀: 아들아, 과연 그렇다.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시련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그러한 평화를 찾음이 아니다. 도리어 네가 여러 가지 괴로움으로 단련되고 많은 거리낌는 일로 단련될 때에도 네가 평화를 잃지 않을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괴로움을 많이 참을 수 없다 하면 연옥에 가서는 어떻게 그 불을 참겠느냐? 두 자기 재앙이 있으면 둘중에 가벼운 것을 가리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영원한 벌을 면하려거든 현세의 여러 가지 괴로움을 하느님을 위하여 태연히 참는 법을 배워라. 너는 이 세속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는 줄러 생각하느냐? 아무리 호화스러운 사람을 만나 보아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3. 그러나 너는 말하기를 그 사람들은 많은 쾌락이 있고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여간 고통이 있다 하여도 가볍게 여긴다고 하리라. 그것은 그렇다 하자.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네 생각에는 그것이 얼마나 계속될 줄 믿느냐? "야훼를 등진 악인들은 목장을 덮었던 풀처럼 시들고 연기처럼 사라지리라"(시편 37,20). 지나간 즐거움은 자취도 남지 않을 것이다. 또 세상에 살아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이라 할지라도 고통이 없고 염증이 없이 또는 두려움이 없이 편히 있을 때가 없다. 사람이 괘악을 누리를 바로 거기서 흔히 고통을 당하여 벌을 받는다. 이는 마땅한 일이니 저들이 부질없이 즐거움을 찾고 그 쾌락을 따르므로 부끄로움과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4. 오! 모든 쾌락은 얼마나 짧으며 헛되며 얼마나 부질없으며 얼마나 더러우냐? 그렇지만 그것에 취하고 눈이 멀어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이성이 없는 동물과 같이 썩어 없어질 생활의 작은 쾌락을 도모하려고 영혼의 죽음을 당한다. 아들아, 그러니까 "네 정욕을 따라가지 말고네 욕망을 억제하여라"(집회 18,30). "네 즐거움을 야훼에게서 찾아라. 네 마음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시편 37,4).
5. 네가 참으로 즐거움을 누리려 하고 나의 위로를 풍족히 누리려거든, 새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저급한 쾌학을 없애라. 그러면 축복이 내릴 것이요, 위로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조물의 위로를 배척할수록 그만큼 내 안에서 마음에 들고 힘이 있는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이르자면 처음에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근심이 없지 못할 것이요, 싸우는 수고도 없지 못할 것이다. 습관을 기름으로 이를 이긴다. 육체는 원망하겠지만 영신의 열심히 육정을 제어하리라. 옛 뱀 마귀는 너를 충동하여 괴롭게 하겠지만, 기도함으로써 그를 물리치고 그리고 유익한 일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원수의 공격을 막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명하기를 피하는 것이 은총을 피하는 것이다. 또 사사로운 것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공동의 것을 잃어버린다. 제 으뜸에게 순명하기를 꺼리고 또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육체가 완전히 순종하지 않는 증거이며 자주 반항하고 거스르는 표다. 그러니 네가 육체를 굴복시킬 마음이 있거든 부지런히 네 으뜸에게 순명하는 법을 배워라. 네 안에서 되는 일이 타락이되지 않는다면 바깥 원수를 손쉽게 이길 것이다. 영신과 타협할 줄 모르는 너 자신이 다른 무슨 원수보다도 네 영혼에 대하여 더 몹쓸 원수요, 더 성가신 원수다. 살과 피를 거슬러 싸워 이길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이 옳은 줄로 생각해야 한다.
2. 아직도 네가 너 자신을 절제 없이 사랑하는 관계로 남의 뜻을 맞추어 네 뜻을 희생하기를 어려워한다. 나는 허무에서 모든 것을 만든 전능하고 한없이 높은 하느님으로서 너를 위하여 겸손되이 굴복하였거늘, 먼지요 아무 것도 아닌 네가 하느님을 위하는 뜻으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우냐? 나의 겸손으로 네가 네 교오를 이기게 하기 위하여 나는 모든 이 가운데 제일 천하고 제일 낮은 이가 되었다. 먼지야, 복종하는 법을 배워라. 흙아, 또 이토(泥土)야, 너를 천히 보고 모든 이 앞에 굽히는 법을 배워라. 네 뜻을 꺾고 또 모든 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기를 배워라.
3. 너를 거슬러 분개하여 일어나고, 조금만이라도 교오한 마음이 네 안에 남아 있기를 허락치 말아라. 그리고 모든 사람이 네 위에 지나가고 길거리에 밟히는 흙과같이 너를 밟을 만큼 너를 낮추고 너를 작게 보아라. 아주 쓸데없는 사람아, 네가 무엇 때문에 그리 불평을 말하느냐? 더러운 죄인아, 너를 책망하는 자들에게 네가 반대할 것이 무엇이냐? 하느님께 이처럼 득죄하고 가끔 지옥벌에 해당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네 영혼이 내게 귀여워 나의 눈이 너를 용서해 주었으니 이는 네가 나의 사랑을 알고 항상 나의 은혜를 아는자 되기 위함이고 또 네가 진정으로 너를 굴복시키고 참다운 겸손을 항상 좇기 위함이요, 또 너를 스스로 업신여김을 잘 참아 나가기 위함이다.
1. 제자의 말: 내게 당신 판결의 언도를 우레와같이 내리시니, 무섭고 두려워 내 모든 뼈가 울리고 내 영혼이 몹시 놀라나이다. 주님 대전에는 하늘도 깨끗치 못함을 생각하오니, 놀라 서 있나이다. 당신은 천사 가운데도 죄악을 찾아내어 용서 없이 벌하셨거든 내게 대하여서는 어떻게 되리이까? 하늘의 별도 떨어졌거든 먼지 같은 나로서 주제넘게 생각할수 있겠나이까? 훌륭한 일을 하는 것같이 뵈던 자들이 깊은 구렁으로 떨어졌고 천사의 면병을 먹던 자들이 돼지가 먹는 깍지를 즐겨 먹는 것을 내가 보았나이다.
2. 그러하오니 주여, 당신이 도우시는 손을 거두시면 성덕이라 할 것이 도무지 없겠나이다. 당신이 지배하여 주시기를 그치시면 지혜라 할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이 보존하여 주시지 않으면 아무 용기도 남아 있지 않겠나이다. 당신의 보호가 없으면 전혀 정덕을 위험 없이 닦아 나갈 수도 없겠나이다. 당신이 거룩히 보살펴 주시지 않으시면 아무리 우리가 지킨다 하여도 무익하리이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시면 빠져 망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를 찾아 주시면 일어나 살겠나이다. 우리가 항구히 서 있지 못하지만 당신의 힘을 빌리면 견고하여지며 우리가 게을러지지만 당신이 도우시면 열렬하여지나이다.
3. 오! 나는 나를 얼마 천히 보아야 하고, 얼마나 낮게 생각하여야 하겠나이까! 무슨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얼마나 이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야 되겠나이까? 허무 외에는 다른 무엇이 없사오니, 주여 당신의 심연(深淵)같은 심판 아래 얼마나 깊이 순복하여야 하오리이까? 오!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오! 헤엄쳐 건너갈 수 없는 바다! 그 안에는 허무 외에 아무 것도 내 것이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어디 스스로 영광을 취할 데가 있겠나이까? 내 위에 내리시는 당신 깊은 심판 속에 내 모든 헛된 영광은 사라졌나이다.
4. 당신 대전에 사람이란 그 무엇이옵니까? "진흙이 어찌 저를 만든 자를 거슬러 스스로 영광을 취하겠나이까." 참으로 하느님께 복종할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어찌 헛된 말로써 교오를 발할 수 있겠나이까? 진리의 명을 일심으로 듣는 사람은 온 세상이 떠들어도 교오치 않을 것이요,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찬미한다 해도 움직이지 않으리이다. 말을 하는 그 사람들 역시 누구나 다 같은 허무이고, 그 말의 음파(音波)와 같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분의 진실하심 영원하시다"(시편 117,2).
1. 주의 말씀: 아들아, 모든 일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것이 당신께 의합하면 이렇게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당신의 영광이라면 당신의 이름으로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내게 좋다고 보시고 유익하다고 아시거든 당신 영광을 위하여 이것을 내게 주소서." "만일 내게 해롭다고 보시고 내 영혼을 구하는 데 유익이 없다고 보시거든 이러한 원의를 없애 주소서." 무슨 원이 있어 사람의 생각에 바르고 좋다고 보일지라도 그렇다고 다 성령께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러저러한 원의가 참으로 착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악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혹은 또 네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착한 신의 지배를 받는 줄로 생각하였다가 나중에는 속은 줄로 깨닫게 되었다.
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원함직한 줄로 생각하거든 항상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정과 마음에 겸손을 다하여 원하고 구할 것이며 그리고 특히 네 뜻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게 맡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 일이 당신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그대로 이렇게나 저렇게나 당신 뜻대로 되어지이다. 당신이 원하시는 그것을 주시고, 뜻에 맞는 그 정도로 주시고, 뜻에 맞는 그 때에 주소서. 당신이 아시는 대로 당신께 더 의합하고 당신 영광에 더 도움이 되는 그대로 내게 행하여 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그곳에 나를 두어 주시고 모든 일에 나를 마음대로 하여 주소서. 나는 당신의 손안에 있사오니 나를 돌리시고 이리저리 굴리소서. 나는 당신의 종이오니 무엇이든지 순명하려고 준비하고 있나이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자 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만 살고자 하나이다. 원하오니 타당히 또는 완전히 그렇게 되어지이다."
3. 제자의 말(하느님의 성의가 이루어지기를 위한 기도): 극히 인자하신 예수여, 은총을 내려 주시어 내게 머무르고 나의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또 끝까지 내게서 떠나지 말게 해주소서. 당신의 뜻에 더 맞고 당신께 의향은 곧 나의 의향이 되며 내 뜻은 항상 잘 맞추게 하여 주소서. 당신과 나 사이에 원하고 원하지 않음이 도무지 하나가 되게 해주시고, 당신이 원하시고 싫어하시는 그것 밖에는 내가 다른 것을 원하거나 싫어할 수 없게 해주소서.
4.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내가 죽게 해주시고, 당신을 위하여 남에게 천대받기를 좋아하고 이 세상에서 남이나를 모르기를 원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모든 원함직한 것을 지나 당신 안에 안온히 머물게 하시고 내 마음이 당신 안에 평화를 누리게 해주소서. 당신은 마음의 참된 평화시요, 당신은 홀로 하나인 나의 위안(慰安)이시오, 당신 외에는 모든 것이 재미없고 불안스러운 것 뿐이옵니다. "누운즉 마음 편하고 단잠에 잠기오니, 야훼여, 내가 이렇듯 안심하는 것은 다만 당신 덕이옵니다"(시편 4,8). 아멘
1. 제자의 말: 내가 무엇이든지 자신의 위로를 보아 원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세상에서 바라지 않고 후세에 바라나이다. 내가 혼자서 세상의 모든 위로를 다 가지고 모든 쾌락을 다 누릴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모든 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 조금도 의심 없나이다. 그러나 내 영혼아, 아무리 해도 가난한 자들을 위로하시고 겸손한 자들을 거두어 들이시는 하느님 안에서가 아니면 원만한 위로를 누릴 수가 없고 완전히 쉴 수도 없다. 내 영혼아, 조금만 참아라. 하느님이 허락하신 바를 기다려라. 천당에서 만선 만복을 풍성히 누릴 것이다. 너무 과도히 현세의 것을 탐하면 영원한 천상의 것을 잃으리라. 세상 것은 필요히 쓰는 데 네 마음이 그칠 것이요, 영원한 것을 항상 갈망하고 있어라. 너는 현세의 어떠한 선으로도 만족할 수 없으니 이것을 누리기 위하여 네가 조성되지 않은 까닭이다.
2. 모든 조성된 선한 것을 네가 다 가졌다 할지라도 다행하고 복될 수가 없고, 오직 모든 것을 조성하신 하느님 안에 너의 모든 복이 있고 모든 낙이 있다. 세상을 사랑하는 미련한 자들이 무엇이라 하고 어떻다고 찬미한다고 그것이 행복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착한 신자들이 희망하는 그것, 천상적 생활을 하는, 마음이 조촐하고 경건한 영혼들이 어떤 때에 맛보는 것, 그것이 참된 행복이다. 인간의 위로란 그 무엇이나 다 헛되고 다 짧은 것이다. 진리에서 출발한 마음의 위로는 행복이며 또 참다운 것이다. 신심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자기 위로자이신 예수를 모시고 다니며 이렇게 말한다. 주 예수여,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나와 함께 하소서. 인간의 모든 위로를 즐겨 사양하는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되게 하여 주소서. 만일 당신의 위로가 없게 되면 그 때는 당신의 뜻이요, 또한 당신이 하시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없는 위로가 되게하여 주소서. "주님은 끝까지 따지지 아니하시고 앙심을 오래 품지 않으시기"(시편 103,9) 때문입니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가 네게 행하고자 하는 대로 맡겨 두어라. 나는 네게 무엇이 유익한지 안다. 네 생각은 사람의 생각에 지나지 않고 네가 느끼는 것도 보통 사람의 정에 지나지 않는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내가 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걱정보다 나에 대한 당신의 염려가 더 크옵니다. 자신에 대한 모든 염려를 당신께 맡겨 두지 않는 자는 너무 떨어지기가 쉽사옵니다. 주여, 내 마음이 바르고 당신께 굳이 머물러 있게한 한 후에는 무엇이든지 당신께 의합한 대로 내게 해주소서. 당신이 내게 행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나와 더불어 길을 가려면 이렇게 서 있어야 한다. 즐거운 일을 만날 때나 좋아함과 같이 괴로운 일을 당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모든 일이 원만하고 풍족하게 될 때에 좋아함과 같이 궁하고 가난하게 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이 내게 되기를 원하시는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하여 기꺼이 참겠나이다. 좋거나, 싫거나, 달거나, 쓰거나, 즐겁거나, 슬픈 모든 것을 가림 없이 다 당신 손에서 받고자 하오며 내가 당하는 모든 일에 감사하고자 하나이다. 모든 죄악에서 나를 지켜 주시면 지옥이나 죽음이나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나를 영원히 내치지 않으시고 생명의 책에서 내 이름을 지우시지만 않으면 아무리 어떤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해 될 것이 없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구하기 위하여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 내가 당할 곤욕을 당하였다. 그러나 억지로 당한 것이 아니요, 사랑에 끌려 받았다. 인내하는 불을 네게 가르치고 현세의 곤궁을 원망 없이 참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참았다. 탄생하는 그 때로부터 십자가 위에서 죽을 때까지 괴로움을 참아 견디지 않은 때가 없었다. 세상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당하였고 나를 거슬러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부끄러움과 욕을 너그러이 받았으며 은혜를 베풀고도 배은(背恩)을 당하고 기적을 행하고도 욕을 먹었으며, 진리를 가르치고도 책망을 들었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은 성부의 명을 지킬 뜻으로 일생을 두고 괴로움을 인내로이 받으셨으니, 극히 불쌍한 나 같은 죄인도 당신 성의를 따라 나를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당신이 원하시는 그때까지 내 영생을 위하여 파멸할 이 생명의 짐을 지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현세의 생명은 괴롭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으로 말미암아 공로 될 자료가 되오며 당신의 표양과 성인들이 남기고 가신 유적을 따라 연약한 우리도 참아 나갈 수 있고 어둠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나이다. 그 외에 천국 문이 닫혀 있고 천국에 가는 길이 애매하고 천국을 찾으려고 힘쓰던 사람들이 매우 적던 옛적 고교(古敎)시대보다 더욱 많은 위로가 있나이다. 또 그 때의 의인과 구원될 사람들도 당신이 수난 하시고 거룩히 죽으시기 전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였나이다. 오! 당신이 나와 모든 신자들에게 영원한 당신 나라로 인도하는, 바르고 좋은 길을 가르치셨으니, 나는 얼마나 감사하여야 하겠나이까? 당신의 일생은 곧 우리의 길이오니, 거룩히 인내함으로써 우리 영관이신 당신께로 나아갈 수 있겠나이다. 당신이 먼저 가시지 않았다면, 또 가르치시지 않았다면 누가 따라갈 수 있겠나이까? 오호! 당신의 탁월한 표양을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멀리 뒤떨어져 있겠나이까? 이렇듯 당신의 기적과 교훈을 들어도 아직도 이렇게 게으르온데, 당신을 따르는 데에 그만한 신광(神光)이 없다면 어떻게 되리이까?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말이 무슨 말이냐? 나의 수난과 다른 성인들의 수난을 생각하고 불평하기를 그쳐라. 너는 "죄와 맞서 싸우면서 아직까지 피를 흘린 일은 없다."(히브 12, 4). 많은 수난을 당하고 맹렬한 시련을 받고, 대단히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가지로 시험을 당하고 단련을 받는 자들에게 너를 비긴다면 네가 당하는 괴로움은 매우 작다. 그러므로 남들이 당하는 보다 큰 괴로움을 자주 생각하여 네가 당하는 작은 괴로움을 잘 참아 나갈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다고 생각되지 않거든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인내의 부족으로 그렇지나 않은지 살펴보아라.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든지 크든지 무엇이든지 다 인내로이 참는 법을 배워라.
2. 네가 괴로움을 당하는 데 인내할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럴수록 더 지혜롭게 행하는 것이요, 공로도 더 얻을 것이다. 괴로움을 참겠다는 활발한 생각과 또 습관이 있으면 괴로움을 참기가 퍽 쉬워지는 것이다. "나는 이거을 이런 사람에게는 참을 수도 없고 참을 필요도 없으니, 왜냐하면 그는 큰 손해를 내게 끼쳤고 또 내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을 나무라는 까닭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기꺼이 참고 또 참아야 되는 정도로 아는대로 참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아라. 이는 인내의 덕이 무엇인지 생각지도 않고 또 누구에게 상을 받을지 생각지도 않는 미련한 소견이요, 오로지 자기가 당한 모욕과 그 모욕에 관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데서 온다.
3. 자기가 원하는 대로 또 자기 뜻에 맞는 자한테서만 괴로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참다운 인내의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인내하는 덕이 있는 사람은 누구한데 괴로움을 당하든지, 자기 으뜸인지, 동무인지, 아랫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성인인지, 악한 사람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인지 그것을 상관치 않는다. 어떤 조물에서든지 분별없이 아무리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번 고생 하여도 이 모든 것을 다 하느님의 손에서 감사로이 받고 큰 유익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하느님을 위하여 참는 것이라면 하느님 대전에는 공로가 되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너도 승전을 희망하거든, 싸움을 잘 준비하고 있어라. 싸움이 없이는 인내의 영관을 받지 못한다. 괴로움을 참을 마음이 없다는 것은 곧 영관을 사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관을 받고자 하면 용맹히 싸우고 참아 견뎌라. 수고 없이는 안정한 데 이를 수 없고, 싸움 없이는 승전할 수 없다.
5. 제자의 말: 주여, 본성으로 내게 될 수 없는 이것을 당신의 은총으로써 이루어지게 하여 주소서. 주여, 당신이 아시는 바와같이 나는 많이 참을 수 없는 자요, 조그마한 곤란을 당하여도 곧 번민하나이다. 어떠한 괴로움에 시달리든지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마음 내키고 원함직한 것이 되게 해 주소서. 당신을 위하여 참고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내 영혼에 매우 유익하옵니다.
1. 제자의 말: 주여, 나를 거슬러 나의 불의함을 고하고 나의 약점 늘 당신께 말하고자 하나이다. 나는 가끔 조그마한 일을 당해도 번민하고 근심하나이다. 뜻을 정할 때에는 용맹히 행하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시련만 있어도 큰 걱정거리가 되나이다. 흔히 매우 변변치 않은 일에서 큰 유혹이 생기나이다. 아무 유혹이 없어 좀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틈에 조그마한 욕망으로 거의 패하게 됨을 깨닫게 되나이다.
2. 그러므로 주여, 나의 천함을 보시고, 당신이 모든 방면에서 잘 아시는 나의 연약함을 살펴보소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내가 빠져 드는 이 수렁에서 건져 주소서"(시편 69,14). 내가 이처럼 약한 것을 볼 때, 자주 마음이 울렁거리고 당신 대전에 부끄러워하나이다. 내가 무슨 시련에 동의(同意)하기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사욕이 이처럼 나를 귀찮게 하여 성가시고 괴롭사오니, 이렇게 날마다 싸움 중에 지내는 것이 매우 어렵사옵니다. 여기에서 나는 연약함을 알았으니 즉 지겨운 여러 가지 환상(幻想)이 항상 더디 물러 가고 쉽게 또다시 들어오는 까닭이옵니다.
3. 극히 용맹하신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며, 신자들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여, 원컨대 당신 종의 수고와 고통을 굽어보시고, 어떤 환경에 있든지 모든 일에서 돌보아 주소서. 천상의 용기를 내려 내 힘을 더 주어, 영혼에 아직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가련한 육체가, 즉 묵은 사람이 다시는 일어나 거스르지 말게 하여 주소서. 이 육체를 거슬러 반드시 이 가련한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싸워야 하나이다. 오! 곤란과 곤궁이 없지 못한 이 현세의 생활은, 모든 것에 올가미가 가득하고 원수가 많은 이 현세의 생활은 그무엇이라 하여야 옳게사옵니까! 한가지 괴로움이니 시련이 물러가면 다른 것이 닥쳐오고, 또 이미 들어온 시련과 싸워 아직도 끝을 못 낸 동안에, 뜻밖에 다른 여러 가지 시련이 들어오나이다.
4. 이렇게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 생활을, 이렇듯 많은 재앙과 가난에 구속을 받는 이 생활을 어찌 사랑할 수 있나이까? 이러한 여러 가지 죽음과 벼을 낳는 이 생활을 어찌 생명이라고 하겠나이까! 그러나 이 생활을 사랑하는자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생활에서 만족을 구하려 하나이다. 세속이 거짓되고 헛됨을 자주 사람이 깨달으나, 육체의 사욕이 너무 세력을 잡앗으므로 그리 쉽게 세속을 떠나지도 못하나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세속을 사랑케 하는 것도 있지만, 또 세속을 경천히 보게 하는 것도 있나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괘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을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1요한 2,16). 세속을 미워하고 세속에 대해 염증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원욕의 결과가 되는 모든 벌과 괴로움이옵니다.
5. 그러나 슬프게도 세속에 젖은 그 마음은, 나쁜 쾌락에 이끌리고 사욕을 채우는 것을 복락으로 생각하나이다. 이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덕의 참된 가치를 깨닫지도 못하고 체험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세속을 전혀 천히 보고, 거룩한 규율 아래 하느님을 향해 거룩히 살려고 힘쓰는 자는 모든 쾌락을 참으로 거절하는 자들에게 허락하신 천상적 복락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또 세속은 그 얼마나 심히 그르치고 여러 가지로 속는지 자세히 보게 되나이다.
1. 제자의 말: 내 영혼아,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일에서 주님 안에 평안히 쉴 것이니, 주님은 성인들의 영원한 안위이신 까닭이다. 지극히 착하시고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여, 모든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평안히 쉬게 하여 주소서. 어떠한 건강이든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든지 다 초월하여, 영광과 명예를 초월하여, 어떠한 권세나 지위를 초월하여 당신 안에만 쉬게 하시고, 모든 학문과 정밀한 연구보다도, 모든 재물과 예술보다도, 모든 환희와 쾌락보다도,모든 평판과 찬미보다도, 모든 낙과 위로보다도, 모든 희망과 약속보다도, 모든 공로와 원의보다도, 당신 안에 쉬게 하여 주소서. 당신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모든 은혜와 선물을 초월하여, 정신이 깨달을 수 있고 또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과 쾌락을 초월하여, 또다시 모든 천사와 대천사를 초월하여, 모든 천상 군대를 초월하여, 또 유형 무형한 모든 것을 초월하여, 마침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쉬게 하여 주소서.
2.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모든 것 위에 제일 좋으시고 당신 홀로 전능하시고, 당신 홀로 풍족하시고 완전하시고 당신 홀로 인자하시고 극히 위로하시는 분이시며, 당신 홀로 극히 아름다우시고 극히 사랑스러우신 분이시며, 당신 홀로 모든 것 위에 극히 높으시고 극히 영광스로우시니, 선이라는 것은 무엇이나 당신 안에 항상 완전히 있고, 이전에 있었고 또 이후에도 있겠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내게 주시지 않고 다른 무엇을 주신다면, 그것은 다 내게 부족하고 내 원을 채워 줄스 없겠사오며, 당신을 뵈옵지 못하고 또 당신은 얻지 못한다면, 당신께 대한 것을 나타내 주시고 혹 허락하신다 할지라도 만족치 못하겠나이다. 내 마음이 모든 은혜와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 쉬지 않으면 참으로 안정하여 있지 못하고 또 모든 방면으로 만족할 수도 없겠나이다.
3. 나의 극히 사랑하는 정배 예수 그리스도여, 극히 정결하신 애자여, 우주 만물의 지배자여, 누가 내게 참된 자유의 날개를 주어, 당신께로 날아가서 당신 안에 쉬게 하리이까? 오! 내 주 하느님이여, 언제나 나는 완전히 자유로이 당신의 사랑스러우심을 보게 되겠나이까? 나는 언제나 완전히 나를 당신께로만 모아서 당신을 사랑하여 나 자신을 잊고 모든 감각과 모든 방법을 초월하여 다는 알지 못하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 당신만을 따르게 되겠나이까? 이제 나는 자주 탄식하여 애통 중에 내 불행을 참나이다. 괴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 골짜기에서 많은 악이 나를 엄습하여 나를 자주 혼란케 하고 괴롭히며 또한 어둡게 하고 당신께 자유스러이 나아가서 항상 복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 품에 즐겁게 안기는 데 자주 방해하고 산란케 하며, 유인하고 가로 막나이다. 나의 탄식하는 이 소리를 들으시고 또 이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불행을 보시고 나를 측은히 여겨 주소서.
4. 오! 예수, 영원한 영광의 빛이여, 방랑하는 영혼들의 위로여, 내 입은 당신 대전에 말없이 있고, 나의 침묵은 당신께 말하나이다. 내 주님은 언제까지 오시기를 지체하시려 하나이까? 당신의 가난한 종 내게로 오사 즐겁게 하소서. 당신 손을 펴 모든 괴로움에서 불쌍한 자를 구하소서. 오소서! 오소서! 당신이 없으시면 즐거운 날도 없고 즐거운 시간도 없나이다. 당신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니, 당신이 없이는 나의 상(床)이 빈 상이 되나이다. 나는 당신이 오셔서 빛을 내려 나를 다시 일으키시고 자유를 주시며 사랑하는 얼굴을 드러내 보여주실 때까지는, 불쌍하게 감옥에 갇혀 차꼬로 채워진 것 같으리이다.
5. 다른 사람들은 당신 대신으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찾을지라도, 내 하느님이시오 내 희망이시오 영원한 생명이신 당신밖에는 다른 것이 내 마음에 맞지 아니하오며, 이 후에도 맞지 아니하겠나이다. 당신 은총이 내게 돌아올 때까지, 또 당신이 내게 말씀하실 때까지 묵묵하지 않을 터이오며, 간구하기를 그치지 않겠나이다.
6. 주의 말씀: 나는 여기 있다. 네가 나를 부르기에 네게로 나왔다. 네 눈물과 네 영혼의 갈망을 보고 네 겸손과 진정의 통회를 보고 감동하여 너를 찾아오게 되었다.
7. 제자의 말: 그 때 나는 다음과같이 말하였나이다. "주여, 당신을 누릴 생각으로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하였나이다." 당신은 당신을 찾으리고 나를 먼저 충동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은 한없이 관후하신 그대로 당신 종에게 착하게 대하시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 대전에 이르게 된 이 불쌍한 종은 그 앞에 부복하여, 내 죄악과 천함을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나이까? 하늘과 땅의 모든 기묘한 것 중에 당신과 같은 분은 없나이다. 당신 사업은 극히 좋으며, 그 판단도 참되오며, 당신의 안배에 따라 모든 것이 지배되나이다. 그러므로 성부의 지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이 있어지이다. 내 입과 내 영혼과 모든 조물은 다 함께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께 축복하리이다.
1.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법률에 대하여 내 마음을 열어주시고, 당신 계명을 따라 행하게 하여 주소서. 당신의 성의를 알아듣게 하여 주시고, 당신 은혜를 다 합해서나 혹 하나씩 가장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생각하여, 이제부타 타당히 감사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잘 알고 자백하는 바는 제일 작은 은혜를 위하여도 합당한 감사를 드리지 못함이옵니다. 나는 당신이 주신 은혜보다 매우 작은 자이오며, 당신의 숭고(崇高) 하심을 생각할 때, 너무나 당신은 위대하시어 정신이 아득해지나이다.
2. 내 영혼이나 육신이 가진 그 모든 것은, 또 밖으로나 안으로나, 본성(本性)으로나 초성으로나 가진 모든 것은 다 당신의 은혜이오며, 또 이 모든 좋은 것이 다 당신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할때, 당신은 너무나 후하시고 인자하시고 착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았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오며, 당신이 없이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사람이 가질 수 없나이다. 많이 받았다고 그것을 제 공로로 된 줄로 생각하여 영광을 삼을 것도 아니요, 다른 이보다 높은 줄로 자랑할 것도 아니요, 적게 받은 자를 경히 볼 것도 아니오니, 이는 자기에게 무슨 큰 것이 있는 줄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겸손을 더하고 신심을 배가(倍加)하여 감사하는 사람이 더 크고 더 좋은 사람인 까닭이옵나이다. 또 자기가 제일 천한 줄로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제일 부당한 줄로 생각하는 그는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이옵니다.
3. 적게 받았다고 섭섭히 생각할 것도 아니요, 원망스러이 생각할 것도 아니요, 많이 받은 자를 보고 질투할 것도 아니오며, 다만 당신께 대한 주의를 더하고 또 사람에게 편벽됨이 없이 당신 은총을 풍성히 또는 공으로 즐겨 주시는 그 착하신 마음을 깊이 찬미할 따름이옵나이다. 모든 것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니, 당신은 모든 일에 찬미를 받을실 분이시옵니다. 당신은 각 사람이 무엇을 가져야 좋을는지 아시고, 이 사람은 왜 적개 받고 저 사람은 어째서 많이 받았는지 아시나이다. 각 사람의 공로는 다 당신이 한정(限定)하셨사오니, 이 모든 것을 분간하는 것도 우리가 할 것이 아니요, 당신이 하시는 것이옵나이다.
4. 그러므로 주 하느님이여, 많이 가지기 때문에 겉으로 사람들에게 찬미와 영광을 받는 것보다 적게 받는 것을 큰 은혜로 생각하나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가난한 처지와 천함을 생각하고, 그렇다고 재미없이 생각하거나 근심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위로로 알고 즐거움으로 생각하게 되나이다. 이는, 하느님이여, 당신이 가난하고 천하고 세속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자들을 친구로 삼으시고 집안 사람으로 삼아 주시기 때문이옵니다. 이의 정확한 증인은 당신 사도들이오니, "그들이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되리라."(시편 45,16)하셨나이다. 저들은 그럴지라도 세상에 사는 동안 원망이 없이 지냈고, 악의와 간사함이 없이 겸손하고 순직하고, 당신 이름을 위하여는 모욕을 당하는 것도 즐거워할 만큼 되었고(사도 5,14), 또 세상이 싫어하는 그것을 즐겨 받게 되었나이다.
5.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은혜를 아는 사람으로서는 당신의 그에 대한 원의와 영원한 당신의 배치와같이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의 성의에만 만족하여 다른 사람들이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그만큼 자기를 극히 작은 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여야 하나이다.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자는 첫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마지막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불평 없이 또 불만 없이 다 좋아하며, 또 천히 여김과 남의 아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세속에서 사람들이 존경을 받고 남보다 낫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무슨 이름이나 명예를 희망치 아니하나이다. 당신의 성의와 당신의 영광을 사랑하는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야 하며, 받은 은혜나 혹 받을 모든 은혜보다도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것을 더 위로로 삼아야 할 것이요, 더 좋아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제 평화와 참된 자유의 길을 가르쳐 주겠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을 듣기가 좋으니,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을 들려 주소서.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뜻을 따르는 것보다 남의 뜻을 받들기를 힘써라. 항상 많이 가지는 것보다도 적게 가지기를 원하라. 항상 낮은 자리를 취하고 모든 이에게 복종하기를 도모하라. 항상 하느님의 성의가 완전히 네게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구하라. 이런 사람은 평화와 안정의 경계 안에 들어 가리라.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은 짧으오나 완덕에 대한 의미를 깊사옵니다. 말씀은 적으나 뜻은 가득하오며, 결과가 풍성하옵니다. 내가 그를 충실히 지킨다면 내 안에 그처럼 쉽게 혼란이 일어날 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불안하고 괴롭게 될 때마다 모두 다 이 도리에서 물러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은 모든 것을 하실 만하고 항상 영혼의 진보를 원하시니, 많은 은총을 더하시어 당신 말씀을 채우게 하시고 내 구령을 실행하게 하소서.
5. 제자의 말 (악한 생각을 면하게 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네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하느님, 멀리 서 계시지 마시고 빨리 오시어 도와 주소서"(시편 71,12). 여러 가지 생각과 큰 겁이 내 안에서 일어나 내 영혼을 괴롭게 하나이다. 어찌 손상이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어찌 그를 무너뜨릴 수 있겠나이까?
6. 주의 말씀: 내가 네게 이르노니, "내가 이끌고 앞장서서"(이사 45,2) 세상의 모든 영광스러운 자들을 천히 볼것이요, 감옥의 문을 열고 비밀하고 은밀한 것을 네게 보여주마.
7.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과같이 되게 하여 주시고, 모든 악한 생각이 당신 면전에서 물러가게 하여 주서서. 나의 유일한 희망과 위로는 모든 곤란 중에 당신께로 나아가는 것이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진정으로 당신께 부르짖고, 당신의 위로를 인내로이 기다리는 것이옵니다.
8. (정신을 밝혀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
착하신 예수여, 내적(內的) 빛을 내려 나를 밝혀 주소서. 그리고 내 마음의 집에서 모든 어둠을 없애 주소서. 내 정신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을 제어해 주시고, 나를 몹시 강박하는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나를 위하여 용맹히 싸워 주시고, 포악한 짐승과 같은 유인하는 사욕을 파괴하여 당신의 힘으로 평화하게 하시고, 거룩한 궁전, 즉 조촐한 양심에 당신 찬미의 노래가 넘쳐 들리게 하서서. 바람과 파도에게 명령하소서. 바다에게 이르시되, "잔잔하라." 하시고 바람을 보고 "불지 말라." 하소서. 그렇게 하시면 크게 고요해지리이다.
9. "당신의 빛, 당신의 진실을 보내시어"(시편 43,3) 땅을 비추어 주소서. 당신이 나를 비추시지 않으면 나는 쓸데없고 황무한 땅이 옵니다. 위로부처 은총을 내려 천상적 이슬로 내 마음을 축여 주시고, 이 땅에 물을 대어 좋고 훌륭한 열매를 맺도록 신심의 물을 부어 주소서. 죄악의 무게에 눌린 내 마음을 들어 올리시고 나의 모든 원의를 하늘로 들어 올리시어 나로 하여금 천국 행복의 맛을 보고소는 다시는 세상의 것을 생각지 않게 하소서.
10. 나를 잡아 쥐고, 모든 항구하지 않은 조물의 위로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조물은 그 어느 것이나 내 원의를 완전히 채울 수도 없고 나를 위로할 수도 없나이다. 사랑의 끊어질질 수 없는 사슬로 나를 당신과 결합시켜 주소서. 사랑하는 자에게는 당신이 홀로 넉넉하고 당신 없이는 모든 것이 어리석은 것이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호기심을 가지지 말아라. 그리고 헛된 걱정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나 저것이나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요한 21,22). 저 사람이 이러하고 혹 저러하고 또 이사람은 이렇게 혹 저렇게 행하거나 말하는 것이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심판당하는데 남을 위하여 대답할 필요가 없다. 너 자신에 대해서만 대답하면 되지 않느냐? 왜 쓸데없는 일에 걱정하느냐? 보라, 나는 모든 사람들을 다 안다. 그리고 하늘 밑에 되어 나가는 모든 사람을 보며 각각 다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고 그 뜻이 어디로 가는지도 안다. 그러니 너는 내게 무엇이든지 맡길 것이요, 항상 참다운 평화 중에 머무를 것이며, 요동하는 사람은 아무렇게 하든지 그대로 내버려 두라. 이는 무엇이든지 행하거나 말한 것이 그 위에 떨어질 것이니, 나를 아무도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너는 무슨 위대한 이름의 그림자를 상관치 말고 많은 사람들과 친밀히 지내는 것을 상관치도 말고, 어느 누구하고든지 사사로운 정을 주고받는 데 또한 관심(關心)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분심거리가 되고 마음에 큰 어둠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네가 내심방하는 것을 삼가 살피고 마음의 문을 내게 열어 준다면, 네게 즐겨 내 말을 들려주고, 그리고 내 비밀을 알려 주리라. 삼가 주의하고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라.
제 25장 굳이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고, 완덕에 그리침 없이 나아가는 방법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 14,27)고 나는 이미 말하였다. 누구나 다 평화를 갈망하지만, 모두 참다운 평화가 어디에 있는지 주의하지 않는다. 마음이 겸손하고 순량한 사람에게 내 평화가 있으니, 네 평화는 많은 인내에 있으리라. 네가 내 말을 듣고 내 말을 따르면 평화를 풍성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모든 일에 네가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살피고, 네 의향을 다만 내 뜻에 따른다는 그 한가지에로만 모으고 나밖에는 무엇이든지 원하거나 찾지도 말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이나 말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 하지도 말고, 네게 맡기지 않은 일에 상관치 말라. 그러면 마음이 사란해진다 할지라도 잠깐에 불과할 것이요, 그것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4. 도무지 마음이 혼란하지도 않고, 마음이나 육신이나 괴롭움을 조금도 받지 않는 그런 생활은 현세의 것이 아니요, 영원한 평화의 상태에만 있다. 그러므로 아무런 거북함을 깨닫지 못한다고 참된 평화를 얻은 줄로 생각지 말라. 또 아무도 너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다 잘되는 줄로 생각지 말라. 네 원의대로 모든 것이 다 된다 할지라도 다 완던히 된 줄로 믿지 말라. 신심이 많고 신락도 많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네게 무슨 위대한 무엇이 있는 줄로 생각지 말고, 특히 사랑을 받는줄로 생각지도 말라. 이러하다고 덕행을 사랑하는 증거가 이니요, 또 사랑의 진보와 완성도 아니다.
제자의 말 : 그러면 주여, 참된 평화는 어디 있나이까?
5. 주의 말씀: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현세에서나 영원한 나라에서나. 네 것을 찾지 않고 너를 완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성의에 맡기는 데 사람의 진보와 완성이 있다. 그러므로 순경이나 역경 중에 모든 것을 한 저울로 헤아려 한결같이 감사를 드리며 지낼 것이다. 내적 위로가 없이도 더 큰 곤란을 받으려고 마음을 준비 하고 있을 만큼, 네가 용감하고 희망이 굳고, 또 이러한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 주장하지 않고 오직 나의 모든 안배하는 일에 나를 신임(信任)하고 나를 거룩하다고 찬미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네 평화의 참되고 바른 길을 걷고, 의심없이 용약 중에 다시 나의 얼굴을 볼 굳은 희망이 있으리라. 네가 너 자신을 전혀 경천히 보게 되면, 네 생활의 처지에서 될 수 있는 대로 평화를 충만히 누릴 줄로 알아라.
1. 제자의 말: 주여, 천상의 것을 사모하는 마음을 한 번도 늦추지 않고, 많은 걱정 중에라도 걱정 없는 것처럼 지내고, 또 둔한 자의 습관대로 이것을 행하지 않고 오직 자유로운 영신의 특권으로 하고, 또 어떤 조물에도 절제 없는 애착심을 가지지 않고 행하면, 이는 완전한 사람의 일이옵니다.
2. 지극히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현세 생활의 걱정을 면케 하시어, 너무 번잡하게 지내지 말게 하시고, 육신의 많은 요구를 면케 하시어 쾌락에 잡히지 않게 하시며, 영혼의 모든 장애를 면케 하시어 괴로움으로 계속 번민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세속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온전한 마음으로 몰두(沒頭)하는 것을 면케 하시기를 청하지 않고, 다만 죽음의 공통적 저주로 인한 벌로 당신 종의 영혼을 괴롭게 하고 방해하여, 원하는 대로 영신적 자유에 들어가기에 장애 되는, 이런 곤경을 면케 하여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3. 오! 형언할 수 없이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영원한 것을 사랑치 못하게 방해하고 현세의 잠깐 쾌락을 누리라고 악하게 꾀는 모든 육체의 위로를 내게는 쓴 괴로움으로 변케 해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살과 피는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시고 나를 구속(拘束)치 못하게 하소서. 세속과 세속의 잠시 영화가 나를 속이지 못하게 하시며, 마귀와 마귀의 흉계는 나를 넘어뜨리지 못하게 하소서. 대항할 용기를 주시고, 참아 나갈 인내를 주시고, 꾸준히 나아갈 항지심을 주소서. 세상의 모든 위로 대신에 당신 성령의 단 위안(慰安)을 주시며, 육체적 사랑 대신에 당신 생명의 사랑을 내려주소서.
4. 보소서, 먹고 마시며 입고, 그 외에 육신을 기르는 데 관계되는 모든 것은 다 열심한 영혼에게는 짐이 되나이다. 이러한 육신을 기르는 것을 절제 있게 쓰도록 하시고, 너무 탐하여 혼잡해지지 말게 하여 주소서. 육신도 기를 것이요, 그 모든 것을 다 버린 것도 아니오나, 필요치 않은 것을 찾고 쾌락을 구하는 것은 거룩한 법률이 금하는 바이옵니다. 그렇게 아니하면 육신은 영혼을 거스르나이다. 나의 간절한 원은 모든 것을 쓰는 데 정도를 넘지 않도록 당신 친히 나를 인도하시고 가르쳐 주심이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모든 것을 완전히 얻기 위하여 너를 완전히 내게 맡겨야 할 것이요, 도무지 아무 것도 네것으로 남겨 주지 말아야 한다. 세속의 어떤 것보다도 너 자신에 대한 사랑이 제일 너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라. 무엇이든지 네가 그것에 대하여 사랑과 정이 많고 적은 그만큼 비례하여 그것으로 이끌린다. 네 사랑이 순결하고 단순하고 또 절조가 있다면, 너는 아무 것에도 잡혀 있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가지지 못할 것은 탐하지 말라. 네게 방해되고 내적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가지지 말라. 네가 사모하고 네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자신을 내게 전심으로 맡기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2. 왜 헛된 근심으로 몸과 마음을 소모하느냐? 왜 쓸데없는 걱정으로 번뇌하느냐? 나의 뜻을 따라라. 그러면 아무 해도 없을 것이다. 편함을 취하고 무엇보다도 너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고 이런 것 저런 것을 찾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도무지 평안할 수 없을 것이요, 걱정도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어떤 것이든지 부족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요, 어느 것에서든지 너를 반대할 사람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3. 그러므로 무엇을 얻었다고 혹은 겉으로 많았졌다고 너를 만족케 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모든 것을 천히 여겨 뿌리까지 뽑아 버려야 네게 유익할 것이다. 이는 다만 금전이나 재산을 가지고만 말하는 게 아니요, 그 외에 영예(榮譽)를 탐함도 그렇고, 헛된 찬미를 탐함도 그러하니 이 모든 것은 세상과 더불어 지나간다. 열심한 마음이 없으면 어떤 곳에 있다 해도 별로 안전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태는 참된 기초가 없으면, 겉에서 찾았던 평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즉 네가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변할 수는 있어도 나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기회가 생겨 당해 보면 네가 피하려 한 것을 다시 만날 것이요, 전의 것보다도 더한 것을 만날 것이다.
4. (마음과 정결과 천상 지혜를 청하는 기도)
하느님 이여, 성령의 은총으로 나를 견고케 하소서.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하여 주시고(에페 3,16), 내 마음에서 모든 쓸데 없는 걱정과 근심을 없애게 하는 힘을 주시어 무슨 천하거나 귀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의로 이끌리지 말게 하시고, 오직 다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게 하소서. "하늘 아래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니 모든 일은 바람을 잡듯 헛된 일어었다"(전도 1,14). 이렇게 관찰하는 자는 얼마나 지혜로운 자이옵니까!
5. 주여, 천상적 지혜를 내게 주시어 만유 위에 당신을 찾고 얻어 만나게 해주시며, 만유 위에 당신께 맛들이고 사랑하게 해주시며, 그 외에 다른 것은 당신 지혜의 배정(配定)을 따라 그대로 알아보게 해주소서. 아첨하는 자를 지혜롭게 피하고, 거스르는 자를 인내로이 참게 해주소서. 바람과 같은 모든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악하게 아첨하는 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큰 지혜이옵나이다. 이렇게 하면 시작한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이 너를 들어 잘못 생각하고, 네가 즐겨 듣지 않을 말을 한다고 어려워 말라.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 그 보다 나쁘게 생각하여야 하고, 또 아무도 너보다 더 약한 사람은 없는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내적 생활을 하는 것 같으면 떠돌아 다니는 풍설에 크게 관계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는 때를 당하는 경우에 잠잠하여 있고, 속속들이 내게로 향하고, 도무지 남이 이렇다저렇다 한다고 혼란하지 않는 것은 큰 지혜다.
2. 네 평화를 사람들의 입에 맡기지 말라. 그들이 너를 잘 이해하든지 잘못 이해하든지, 그 때문에 네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참된 평화와 참된 영광은 어디 있느냐? 네게 있지 않느냐? 사람의 뜻에 맞추려고도 않고, 남에게 불합하는 것도 무서워 않는 사람은 평화를 많이 누릴 것이다. 절제 없이 무엇을 사랑하고 헛되이 무엇을 무서워함으로 인하여 마음의 모든 불안과 오관의 산란이 생긴다.
1. 제자의 말: 주여, 내게 이러한 괴로움을 주시고 이런 시련을 당하게 하셨으니,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토비 3,11). 그것을 내가 면할 수는 없사오니 당신의 도움을 간구할 필요가 있나이다. 나를 도와 주시어 이 모든 괴로움이 선으로 변하게 하여 주소서. 주여, 나는 지금 곤란 중에 있고, 내 마음은 불안하고 현재 당하는 시련이 몹시 괴롭나이다. 선하신 성부여, 이제 무엇이라 하오리까? 괴로움 중에 잡혀 있나이다. "이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요한 12,27). 그러나 내가 이 시간에 당하여 온 것은, 내가 낮아진 후에 당신께 해방됨으로 당신이 현양되시기 위함이옵나이다. "야훼여, 너그러니 보시어 건져 주소서"(시편 40,13). 나같이 가난한 자가 당신 없이는 무엇을 행할 수 있고 어디로 가오리까? 주여, 또다시 참는 덕을 내려 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그러하오면 어떠한 괴로움으로 눌리든지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2. 이제 다시 무슨 말씀을 드리리이까? "아버지,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42). 내가 괴로움을 당하여 눌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옵나이다. 그러니 풍파가 끝나고 안정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반드시 참아야 하겠나이다. 원컨대 인내로이 참게 하소서. 당신의 전능하신 손은 내게서 이런 시련이라도 물리치실 수가 있고, 내가 완전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맹렬한 공격을 꺾어 누르실 수 있나이다. "하느님은 나의 사랑"(시편 59,17),이전 여러 번 이와같이 내게 하셨나이다. 이것이 내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지존하신분께서 그 오른손을 거두심"(시편 77,10)이 더욱 쉽사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야훼께서는 당신을 바라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잘 보살펴 주신다"(나훔 1,7). 네가 괴로울 때는 내게 오너라. 네가 천상적 위로를 빨리 받지 못하는 것은 특히 네가 기도하기를 너무 지체하는 까닭이다. 네가 힘써 내게 기도하기 전에 벌써 많은 위로를 찾고 조물에서 위안을 누리려 한다. 그러므로 네가, 내게 바라는 자를 구하는 이가 나인 줄을 깨닫기 전에는 이 모든 것이 별로 유익이 없다. 또 나를 떠나서는 유력한 도움이 없고, 유익한 의견도 없고, 오래가는 무슨 방침도 없다. 이제는 풍파가 지나 갔으니, 정신을 회복하여 내 인자의 빛으로 기운을 차려라. 나는 모든 것을 다 온전케 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또 넘치게 소생케 하려고 네게 가까이 있다.
2. 내게 무슨 어려운 것이 있으며, 내가 말만 하고 실행치 않는 자와 같다고 하랴? 네 신덕은 어디 있느냐? 굳세게 또 항구하게 서 있어라! 참는 마음을 발하라! 용감하라! 때가오면 위로가 있을 것이다. 나를 고대하라! 나를 고대하라! 내가 다시 와서 너를 낫게 하리라. 너를 요동케 하는 것은 하나의 시련에 불과하고, 너를 겁내게 하는 것도 하나의 헛된 공포(恐怖)에 불과하다. 장차 올 일에 대하여 걱정함은 무슨 유익이 있느냐? 근심에 근심을 더할 뿐이지.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 6,34). 분명히 있을지 모르는 장래 일에 대하여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일이다.
3. 이러한 상상에 속음은 사람의 짓이며, 원수의 이런 충동에 쉽사리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영혼이 아직도 약한 증거다. 원수는 사람을 속여 유인하는 데 사실을 가지고 하거나, 헛된 환상(幻像)을 가지고 하거나, 현세 것에 대한 사랑으로나 혹 장래 것에 대한 공포로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상관치 않는다. 그러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 말라(요한 14,27). 나를 믿고 내 인자를 바라고 의지하라. 네가 나를 멀리 떠나 있는 줄로 생각하는 그런 때에도, 흔히 내가 네 옆에 아주 가까이 있다. 네가 모든 일에 실패한 줄로 생각할 때가 흔히는 많은 공로를 세울 기회다. 네 원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전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네가 현재 느끼는 대로 무엇을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그원인이 어떠하든지 너무 그 곤란에 몰두하여 다시는 희망이 없는 것처럼 근심 걱정에 싸여 있지 말 일이다.
4. 내가 잠시 너를 괴롭게 한다고, 혹 위로를 주지 않는다고, 내가 너를 전혀 버린 줄로 생각지 말라. 천국에 가는 길은 이러한 법이다. 또 사실 너를 위해서나 나를 섬기는 모든이를 위해서나, 모든 일이 원의대로 되는 것보다는 괴로운 시련을 당하는 것이 더 낫다. 나는 마음의 비밀한 생각을 안다. 좋은 성공이 있을 때에 자손심이 생기고, 또 네가 하찮은 일에 만족을 얻으려 하기에, 어떤 때에 너를 신락 없이 버려 두는 것이 네 구원에 매우 유익한 줄로 나는 안다.
5. 내가 준 것은 다 내 것이요, 내가 도로 찾아가는 것도 네 것이 아니니,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이다"(야고 1,17). 내가 네게 무슨 걱정거리나 어떠한 반대되는 일을 당하게 한다 할지라도, 원망치 말고 낙심하여 용기를 잃지 말라. 나는 순식간에 네게서 이짐을 벗길 수가 있고, 네 근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가지고 이렇게 하여도 나는 의로운 자요, 온전히 찬미를 받을 자다.
6. 네가 바로 생각하고 진리대로 본다면, 무슨 괴로움이 있다고 그렇게 마음을 번거로이 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즐거워하고 내게 감사할 것이다. 또 그보다도 내가 너를 아끼지 않고 너를 고통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으로 생각하라. 나는 사랑하는 내 제자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요한 15,9) 하였으나,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기보다도 큰 싸움을 당하고, 무슨 명예를 취하기보다도 모욕을 참아 받고, 한가로이 지내기보다도 수고로리 일하며 지내고, 쉬기보다도 인내함으로 많은 열매를 내게 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것이었다. 내 아들아, 너는 이말을 명심하라.
1. 제자의 말: 주여, 어떤 사람이든지 조물이든지, 나를 방해하지 못할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어야 한다면 내게는 많은 은총이 아직 필요하옵니다. 내가 어느 조물에 얽혀 있게 되는 때는 반드시 당신께로 자유로이 나아갈 수 없나이다. "비둘기처럼 날개라도 있다면 안식처를 찾아 날아가련만."(시편 55,6)하고 부르짓던 그는 자유로이 주께 향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나이다. 순직한 눈보다 더 고요한 것이 무엇이며, 세상의 것을 조금도 탐하지 않는 그 사람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이 다시 있겠나이까? 그러므로 모든 조물을 초월하고 자아(自我)를 완전히 떠나 탈혼 상태에 이르러, 만물의 창조주이신 당신은 조물과 같은 점이 없는 줄을 깨달아야 되나이다. 어느 조물에 아직도 얽혀 있는 이는 하느님의 사정에 자유롭게 착심하지 못하나이다. 그로므로 조물을 전혀 떠나고, 헛된 사물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관상(觀想)적생활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무옵나이다.
2. 여기에서 영혼을 울리고 자기 자신을 초월케 하는 많은 은총이 필요하나이다. 사람이 영신으로 높이 오르고 모든 조물을 떠나 완전히 하느님과 화합치 아니하면, 그 안다는 것이나 그 가진 모든 것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옵나이다. 홀로 하나이시오 무한하시고 여원하신 선(善)외에 다른 무엇을 귀하게 보는 그 사람은 오랫동안 약한 사람이 될 것이요, 땅으로 기울어져 있나이다. 하느님이 아닌 그 모든 것은 다 헛것이오며, 또 헛것으로 여겨야 하나이다. 천상의 빛을 받으며 신심 있는 사람의 지혜가, 유식한 학구적(學究的)인 성직자의 지식과 매우 다르다 하겠나이다. 하늘로부터 하느님 친히 영혼에게 내리시는 그 지식은, 사람의 지력으로 얻은 그 지식보다 더 존귀하나이다.
3. 많은 이는 관상 기도를 사모하지만, 그에 필요한 것은 아니하려드나이다. 여기에 제일 크게 방해되는 것은 표적과 감각물(感覺物)에만 정신을 몰두하고, 자기를 완전히 이기는 일에 진실히 마음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옵니다. 우리는 잠시 있다가 없어질 천한 세상 사물을 위하여 수고를 많이 하고 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우리 내적 행동을 겨우 생각하고, 혹 생각할지라도 매우 드물게 오관을 완전히 수습하여 생각하니, 이는 무슨 일인지, 어떠한 신으로 우리가 인도되는지, 영신적 인간이라는 우리가 무엇을 주장 하는지 나는 모르나이다.
4. 슬프게도 정신을 조금 집중하다가 외적 일로 쏘다지고, 또 우리 행동을 세밀히 살펴보아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우리 정이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가 살피지 않고, 또 모든 것이 어떻게 더러 운지 생각하고 탄식하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위에 냄세를 피우고 있었다"(창세 6,12). 그래서 큰 홍수가 왔나이다. 내적 감정이 썩었으니 자연히 여기서 나오는 행동이 썩은 것이었나이다. 이는 내적 능력이 없는 것을 드러나게 하나이다. 깨끗한 마음에서 착한 생활의 열매가 나오나이다.
5. 사람들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나, 어떠한 덕을 가지고 하였는지 별로 상관치 아니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개가 용맹한지, 재산이 있는지, 아름다운지, 재주가 있는지, 글을 잘 쓰는지, 노래를 잘하는지, 일을 잘하는지 알려고 하나, 마음으로 어떻게 가난하지, 어떻게 잘 참는지, 어떻게 온순한지, 신심이 얼마나 있는지, 내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면 외적 것만 상관하고, 은총대로 행하면 내적 것으로 생각을 돌리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는 자는 가끔 속고, 은총대로 행하는 자는 속음을 면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바라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완전히 이기기 전에는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재물을 가진 자와, 자애심이 많은 자와, 탐욕이 많은 자와, 호기심이 많은 자와, 방랑 생활을 하는자와,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찾지 않고 오직 항상 재미스러운 것만 찾으며, 항구히 서 있지 못한 것만 꾸미며 계획하는 자들은, 누구나 다 차꼬에 채워져 있는 자들이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지 아니 한 그 모든 것이 다 없어질 것이다. 너는 이 짧고도 완전한 말을 명심하라. 즉 "모든 것을 버려라. 그러면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원욕을 없이하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이것을 마음으로 연구하라. 이 말을 실행하게 되면 모든 것을 알아들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이 일은 하루의 일이 아니오며, 어린 아이들의 장난도 아니옵니다. 이 짧은 말에는 수도자들의 모든 완덕이 포함되어 있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완덕에 나아간 자들의 길에 대하여 듣고 나서 돌아서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로써 분발하여 더 고상한 것으로 나아가야 하고, 적오도 더 고상한 것을 갈망하여야 한다. 네가 이런 상태를 얻는다면, 너는 사랑하는 자가 아니고 오직 내 뜻과 내가 네게 소개한 성부의 뜻대로 순종하는 지위에 이를 것 같으면, 그 때에 너는 내 마음에 매우 맞고, 또 네 일생이 즐거움과 평화 중에 지나가게 되리라. 아직도 너는 버릴 것이 많다. 네가 이 모든 것을 내게 맡기지 않으면 네가 구하는 바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권고한다. 너는 나에게서 불로 단련된 금을 사서 부자가 되어라"(묵시록 3,18). 즉 세상의 모든 것을 멸시할 만한 천상 지혜를 사거라. 세상의 지혜를 버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버려라.
4. 내가 네게 소개하는 것은, 세상에서 귀하고 높다 하는 것 대신에 천한 것을 살 것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지혜롭다 아니하고, 세상에서 칭찬받기를 구하지 않는 참된 천상 지혜는 매우 천하고 작고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혜를 선전하지만 말에 불과하고 그 생활은 대단히 다르다. 그러나 이 천상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묻혀 있는 값진 진주(眞珠)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지금 느낀 바가 있다고 그것을 너무 믿지 말라. 지금은 이러하거니와, 오래지 아니하여 그 심정이 변하리라. 네사 사는 동안에는 네가 싫어도 어찌할 수 없이 이런 변천을 당하게 될 것이니,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신심이 나다가도 냉담하여지기도 하고, 활발하다가도 게을러지며, 신중하다가도 경솔하여질 것이다. 그렇지만 지혜가 있고 영신적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이 모든 변화를 초월하여 자기 안에 무엇을 느끼는지 혹 방향을 잡지 못하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상관하지 않고 다만 온 마음의 의향은 적당하고 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진보하는 것만 상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화 중에도 지제 없이 순진한 의향으로 내게 향하여 항상 한결같이 하나인 같은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2. 영혼의 지향이 깨끗할수록 더욱 항심 있게 여러 가지 풍하 중에 나아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깨끗한 지향의 눈이 어두어졌으니 무슨 유쾌한 일이 있으면 그리로 눈을 돌이킨다. 자기의 편리를 도모하는 타고난 성질의 하자(瑕疵)없는 자가 썩 드물다. 전에 유다인들이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으로 온 것도 "예수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신 라자로도"(요한 12,9)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므로 네 지향을 순진케 함으로써 순전하고 정직하게 하며 또 만물을 지나서 내게로 향하게 할 것이다.
제 34장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사물에 하느님만을 맛들임
1. 제자의 말: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성 프란치스꼬), 나는 무엇을 더 원하오며, 또 무슨 더 행복스러운 것을 원할 수 있으리이까? 오! 이 말씀은 얼마나 맛이 있고 유익한 말씀이옵니까? 그러나 세속과 세속에 있는 것을 사랑치 아니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그러하옵니다.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 이 말 한마디가 알아듣는 자에게는 넉넉하고 사랑이 있는 자에게는 자주 되풀이하는 것이 재미있나이다. 당신이 계시면 모든 것이 유쾌하나 당신이 없으시면 모든 것이 싫증이 나나이다. 당신이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깊은 평화와 즐거움과 기쁨을 주시나이다. 당신이 모든 것에 대하여 정당히 생각하게 하여 주시고, 모든 것에 당신을 찬미하게 하시며, 당신 없이는 아무 것도 오랫동안 만족을 주지 못하나이다. 그리고 무엇이 마음에 들고 좋은 재미가 있으려면 당신의 은총이 있고 당신 지혜의 양념이 있어야 되겠나이다.
2. 당신께 맛을 들인 자는 무엇에 정당치 맛을 들이지 아니하겠나이까? 당신께 맛을 들이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유쾌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이까? 그러나 세속의 지혜롭다 하는 자와 육체에 맛들이는 자들은 당신의 지혜에서 떨어지고 마오니, 세속 지혜가 대부분 허무하고 육체에는 죽음이 있는 까닭이로소이다. 속사(俗事)를 천히 보고 육체를 괴롭게 하여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인 줄을 아오니, 즉 헛된 사물에서 진리로, 육체로부터 영신으로 옳겨 가는 까닭이로소이다. 저들은 하느님께 맛을 들렸나이다. 무엇이든지 조물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이것은 다 그 조물주를 찬미하는 데 쓰나이다. 사실 조물주와 조물에 대한 맛이 크게 다르니, 영원한 것과 잠시 것의 맛이요, 조성되지 않은 광명과 빛을 받는 광명의 맛이옵나이다.
3. 오! 영원한 빛이여, 모든 조성된 광명을 초월하는 빛이여! 지존한 곳으로부터 내 속마음에 사무치는 광명을 보내소서. 내 영신과 그 모든 관능을 조촐케 해주시고 즐겁게 해 주시며 비추어 주시고 생활케 하시어 용약하는 탈혼으로 당신께 애착하게 하소서. 오! 언제나 복되고 사모하는 이 시간이 이르겠나이까? 주께서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써 나를 만족케 하시고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되실 이 시간이 언제나 이르겠나이까? 이것을 억기 전에는 완전한 즐거움이 없겠나이다. 슬프게도 아직 내 속에 묵은 사람이 살아 있어 완전히 십자가에 못박히지 아니하였고 완전히 죽지도 아니하였나이다. 아직도 영신을 거슬러 맹렬히 탐하고 내란을 일으켜 영혼의 나라가 평화을 얻지 못하게 하나이다.
4. 그러나 "뒤끊는 바다를 다스리시며 파도치는 물결을 걷 잡으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해 주소서"(시편 89,6; 44,26). "싸움을 좋아하는 저 백성들을 쫓아 버리시고, 당신 힘으로 흩으시고 치소서"(시편 68,30;59,11). 구하오니 당신의 덕능을 드러내시어, 당신의 전능을 찬송케 하소서.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는 당신 하나밖에 다른 희망이 없고, 아무 피난처도 없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 세상에서는 네가 도무지 안심하고 살 수 없다. 네사 사는 동안에 항상 영신적 무기(武器)가 네게 필요하다. 원수 중에 살게 되니 좌우편으로 침입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내의 방패로 사방으로 너를 막지 아니하면 오랫 동안 상처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참겠다는 순전한 뜻을 가지고 네 마음을 내 안에 견고히 세우지 아니하면, 그 맹렬한 싸움을 참을 수가 없고, 성인들의 승리의 팔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답게 만난을 돌파하며 굳센 팔로 적(敵)을 다하여야 한다.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감추어 둔 만나를 주겠고"(묵시 2,17),게으른 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당하리라.
2. 이 세상에서 평안을 구하면 어떻게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으랴? 이 세상에서는 아주 평안히 쉬려고 힘쓰지 말고 괴로움을 잘 참으려 힘써라. 참된 평화는 세상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천국에서 구할 것이니, 사람들이나 다른 조물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 안에서만 구할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모든 것을 다 달갑게 참아야 하니, 즉 수고나, 고통이나, 시련, 괴로움, 근심, 궁핍, 질병, 모욕, 비평, 책망, 천대, 수치, 징계, 멸시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덕행에 유조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에게 시련의 재료가 되며 천상 화관을 만든다. 나는 너의 잠시 수고를 영원한 상으로 갚아 주고 잠깐 동안 당하는 수치를 무한한 영광으로 갚아 주리라.
3. 너는 생각하기에 영신적 위로를 네 뜻대로 항상 받게 될 줄로 여기느냐? 나의 성인들은 이런 위로를 항상 가진 것이 아니요, 많은 노고(勞苦)와 여러 가지 시련과 혹독한 비애(悲哀)를 당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경우에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자신보다도 하느님께 더욱 위탁하였으니 이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함이다" (로마 8,18).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고 수고를 많이 한 후에 간신히 얻는 것을, 너는 잠깐 사이에 얻으려 하느냐? "야훼 기다려라. 마음 굳게 먹고"(시편 27,14), 용감하여라. 의심하지 말고 떠나지도 말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항구히 영육을 바쳐라. 내가 후히 갚을 것이며 네 모든 고난중에 너와 더불어 있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마음을 주께 모두 맡긴 후, 네 양심이 너를 경건(敬虔)하고 무죄하다고 증명해 주거든 사람들의 판단을 두려워 말라. 이렇게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좋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겸손하고 자기보다도 하느님을 믿는 자에게는 이것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리 믿음직한 것이 못 된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성바오로도 역시 주안에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그들처럼 되었지만(1고린 9,22),세상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것에 조금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1고린 4,3).
2. 성 바오로는 자기의 힘대로 있는 재주를 다하여 다른 사람들의 구령과 건설과 구원에 힘썼으나. 다른 이의 비난을 당하고 혹 경천히 여김을 받지 않도록 은 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어 잘못 말하는 자들이나 헛되고 거짓된 것을 생각하는 자들이나 제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랑하는 자들에 대하여 인내와 겸손으로써 자기를 보호하였다. 그렇지만 간혹 자기가 말하지 않음으로 유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까 하여 어떤 때는 대답하였다.
3. "어찌하여 너희는 죽을 인생을 겁내느냐?"(이사 51,12).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질 것이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끼치려 하는 공포를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어떤 사람이 너를 거슬러 말을 하고 모욕을 한다고 네게 무슨 해를 끼치겠느냐? 네게보다도 자기에게 더 해로우니 그가 어떤 사람이든지 하느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네 눈앞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원망하는 말로 싸우지 말라. 네가 당시에는 실패하고 당하지 않을 수치를 당하는 듯할지라도 그렇다고 분개하지 말고 또 참지 못함으로 네 영광에 손실을 주지 말라. 그보다도 하늘로 향하여 주를 바라보라. 나는 모든 모욕과 수치를 면해 줄 수 있고 각 사람에게 그 행위대로 갚아 줄 수 있는 자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떠나라. 그러면 나를 얻으리라. 아무 것도 가리지 말고 아무 것도 네 것으로 삼지 말아라. 그러면 항상 이익을 얻으리라. 너를 끊어 버렸다가 다시 도로 취하지 않으면 그 즉시 더 풍성한 은총을 받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몇번이나 나를 끊어 버리고 무슨 일에 나를 떠나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항상, 시간마다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너 자신을 끊어 버려야 한다. 아무 것도 제외하지 않고 모든 일에다 너를 벗어난 자 되기를 나는 원한다. 그렇지 않고 네가 안팎의 모든 뜻을 버리지 않으면 어찌 너는 내 것이 되고 나는 어찌 네 것이 되랴? 네가 이렇게 행하면 급히 행할수록 그 만큼 더 나아질 것이요, 이것을 완전히 하고 진실하게 할수록 더 내 마음에 들 것이며, 더 많이 얻으리라.
4. 어떤 사람은 자기를 끊어 버리지만 몇 가지만은 제외한다. 이렇게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하지 않는 까닭에 자기가 자기를 돌보려고 힘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바치나 그 후에 시련으로 인하여 자기 뜻으로 돌아감으로 조금도 덕행에 나아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완전히 끊고 매일 매일 가지를 희생하지 아니하면 조촐한 마음의 참된 자유와 또한 나와 친밀하게 지내게 하는 은총을 받지 못하리라. 자신의 희생이 없이는 결실이 있는 결합이 성립될 수 없고 계속될 수도 없는 것이다.
5. 내가 자주 네게 말한 바와같이 지금 또다시 말하노니, 너를 떠나고 너를 끊어 버려라. 그렇게 행하면 마음의 평화를 많이 누리리라.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어라. 아무 것도 찾지 말고 아무 것도 다시 구하지 말고, 내 안에만 순전하게 주저 없이 서 있어라. 그렇게 행하면 나를 얻고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어둠이 너를 엄습하지 않으리라. 너를 모든 것을 끊어 버리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예수 자신만을 따르며 네가 죽어 내게 영원히 살 수 있게, 그것을 힘쓰고 구하며 고대하라. 그렇게 되면 모든 헛된 환상과 고약한 혼잡과 쓸데없는 걱정이 없어지리라. 그 때에는 과도한 두려움이 물러가고 절제 없는 사랑이 죽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어디서나 어느 행동에나, 혹 바깥일에든지 네 마음이 자유로워 네가 너 자신을 다스릴 힘이 있고, 또 네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들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삼가 주의하여야 한다. 네가 네 행동의 주인과 관리자가 되어 행동의 종이나 팔린 자가 된지 말고, 오직 노예 지위를 벗어나서 하느님 아들의 몫과 자유를 얻은 참 히브리인이 되어라. 이런 자는 현세에 있지만, 영원한 것을 동경하며, 무상한 현세를 왼 눈으로 바라보고, 천상적인 것을 오른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자는 물욕(物慾)에 이끌리지 않고 오히려 세상 것을 이끌어, 모든 조물에 정돈치 않은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으신 하느님께서 정돈하시고, 지존하신 창조자가 설정하신 그대로 잘 복종하게 한다.
2. 또 네가 모든 일에서 겉에 드러나는 것을 상관치 않고, 보고 들은 것을 육신적 눈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직 무슨 일에든지 곧 모세와 함께 하느님께 문의하러 장막 안으로 들어가면, 너 어떤 때에 하느님이 대답하시는 말씀을 들어 현재와 장래의 많은 일에 대해서 교훈을 받고 돌아오리라. 모세는 무슨 의심이나, 어려운 문제를 풀고자 할 때 항상 장막 안으로 들어갔으며, 또 무슨 위험이나 혹 사람들의 악행을 면케 하려고 할 때에도 장막으로 피신하여 기도로 도움을 청하였다. 너도 이와같이 네 마음의 비밀한 곳으로 피신하여 더욱 열심히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할 것이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인들이, 성경의 말씀대로 기브온인들에게 속았으니, 이는 먼저 하느님께 의논하지 않고 거짓 경건(敬虔)으로 미혹되어 감언이설(甘言梨雪)을 너무 쉽게 믿은 까닭이다.(여호 9).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게 네 일을 항상 맡겨라. 적당한 때에 내가 잘 처리해 주마. 나의 안배를 기다려라. 그러면 진보가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달갑게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오니, 내 생각은 별로 유익치 못한 까닭이옵니다. 내가 장래의 일에 대하여 너무 생각지 않고 당신의 뜻대로 나를 지체 없이 당신께 맡긴다면 오죽이나 좋겠나이까?
3. 주의 말씀: 아들아, 사람은 무슨 원하는 일이 있으면 가끔 그 일에 열중하지만, 그것을 얻어 누리게 되면 달리 생각하기를 시작한 다. 무릇 애착심은 같은 일에 오래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까닭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일에 자기를 끊어 버리는 것도 실상 작은 일이 아니다.
4. 사람의 참된 진보는 자기를 끊어 버리는 데 있고, 또 자기를 끊어버린 사람은 대단히 자유스럽고 완전하다. 그러나 옛날 원수는 모든 착한 자를 거슬러 싸우며 끊임없이 유혹하여, 혹시나 방심하고 있는 자가 있으면 속여 그물에 넣으려고 밤낮 중대한 음모를 계획한다. 나는 말하노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
제 40장 사람에게 본래 아무 선도 없고, 어느 방면으로 보든지 영광으로 삼을 것이 없음
1. 제자의 말: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4). 사람이 무슨 공이 있어 당신이 저에게 은총을 주시나이까? 주여, 당신이 나를 버리신들 어찌 나는 원망할 수 있겠사오며, 나의 청하는 바를 안 들어주신들 어찌 감히 반항할 수 있겠나이까? 참으로 내가 진실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나이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은 스스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방면에 부족하여 허무한 그곳으로 그침 없이 향하여 가나이다."라는 말뿐이옵니다. 당신이 나를 도와 주시지 않고 또 안으로 나를 건강케 하여 주시지 않으면, 나는 완전히 냉담하여지고 쇠약하여지겠나이다.
2. 주여, 당신은 항상 여전히 머물러 계시고 영원히 변함이 없이 항상 선하시고 의로우시며 거룩하시고, 모든 것을 잘 의롭게 또 거룩하게 행하시며 지혜롭게 안배하시나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하기보다도 잘못을 거듭하는 데 기울어져 항상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하게 되오니, 나는 "하루에 일곱 번씩 변하나이다"(다니 4,13 참조). 그렇지만 주께서 원하시고 손을 펴 나를 도우시면 즉시 나아지겠나이다. 당신 홀로 사람의 조력이 없이 도와 주실 수 있고, 내 얼굴을 다시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항상 당신께 내 마음이 향하고 당신 안에 안정하여 있을 수 있도록 든든하게 하여 주실 수 있나이다.
3. 그러므로 내가 만일 신심을 얻기 위하여서거나, 나를 위로해 줄 분 당신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찾아야 할 필요로서거나, 모든 인간적 위로를 끊어 버릴 줄 안다면, 이런 경우에 당연히 당신 은총을 바라고 새로운 위로의 예물에 대하여 즐거워할 수가 있겠나이다.
4. 내게 이루어지는 모든 성공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나는 헛것이오며,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오며"(시편 39,5),항심이 없고 나약한 사람이옵나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영광을 삼고 남 앞에 명예를 얻으려 하오리이까? 허무한 그것으로써 영광을 삼겠나이까? 이는 가장 헛된 일이옵니다. 과연 헛된 영광이 나쁜 흑사병(黑死病)같고 심히 허무한 것이오니, 참된 영광에서 떨어지게 하고 천상 은총을 빼앗나이다. 사람이 스스로 만족하면 당신 마음에 맞지 못하오며, 인간적 칭찬을 즐겨 듣고자 하면 참덕행을 잃고 말 것이옵니다.
5. 참다운 영광과 거룩한 용약은 자기를 자랑함에 있지 않고 당신을 자랑함에 있사오며 자기 덕행에 있지 않고 당신 이름으로 인하여 즐거워하는 데 있사오며, 또 당신을 위하여만 어떤 조물에 기뻐하는 데 있나이다. 찬미를 받을 것은 내 이름이 아니고 당신 이름이오며, 찬송을 받을 것은 내 업적이 아니요, 당신 업적이옵나이다. 당신 거룩한 이름은 현양되오며, 사람들이 드러내는 찬미는 조금도 내게 돌려보내지 마소서. 당신은 나의 영광이시오, 당신은 내 마음의 즐거움이시옵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 종일 자랑하고 용약 하오니, "나 자신에 관해서는 나의 약점밖에 자랑하지 않겠나이다."(2고린 12,5)
6. 유다인들은 자기들끼리 영광을 구하나, 나는 하느님께만 있는 영광을 구하겠나이다. 인간의 모든 영화와 잠세의 모든 명예와 현세의 모든 작위(爵位)는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비하여 보면 헛된 것이요 어리석은 것이옵니다. 오! 나의 진리시오, 나의 인자시오, 나의 하느님이여! 복되신 성삼이여! 당신께 홀로 찬미와 존경과 권능과 영광이 무궁세에 있어지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은 존경을 받고 높은 지위에 오르건만 너는 멸시를 당하고 천대를 받는다고 상관하지 말라. 너를 하늘로 네 마음을 돌려 내게로 향하라. 그러면 땅에서 사람들이 너를 경멸한다고 슬퍼할 것이 없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우리는 소경이 되어 살아가므로 허영심에 유인 되기가 몹시 쉽사옵니다. 내가 나를 바로 바라본다면 무슨 조물이 나를 모욕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어떤 욕을 당하였다고 정당하게 당신을 원망할 아무런 이유도 없겠나이다. 내가 당신께 자주 크게 범죄한 관계로 당연히 모든 조물은 나를 거슬러 일어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수치와 멸시를 당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며 당신은 찬미와 존경과 영광을 받으심이 마땅하옵나이다. 나는 모든 조물이 나를 멸시하고 떠나기를 달갑게 원하지 않고, 또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김을 받을 각오가 없다면, 마음에 평화를 얻지도 못하고, 견고해지지도 못하며, 영신적 빛도 받지 못하고 당신과 완전히 결합도 되지 못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와 뜻이 같고, 같이 산다고 해서 네 평화를 어떤 사람에게 둔다면, 너는 항구치 못하고 또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의뢰하는 것이 불사 불멸하고 불변하는 진리라면 친구가 떠나거나 죽는다고 근심하지 않으리라. 동무를 사랑함도 내 안에서 해야 하며, 네가 착하다고 여기고 이 세상에서 극히 친한 사람도 나를 위하여 사랑하여야 한다. 나 없이는 우애의 가치도 없고 오래가지도 못하며, 내가 맺어 놓은 사랑이 아니면 참되고 깨끗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를 따르는 정에 너는 죽어 있어야 하리니, 네가 네 편에서는 아무도 교제함이 없이 살기를 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모든 인간의 위로를 멀리 피할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가까워진다. 또 가지 스스로 깊이 낮추고 자기를 천히 볼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올라간다.
2. 자기가 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을 막는 사람이니, 성령의 은총이 항상 겸손한 마음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네가 너를 완전히 허무한 것으로 여기고 또 조물적 사랑을 끊어 버릴 줄을 안다면, 나는 풍성한 은총과 더불어 네 안으로 흘러올 것이다. 네가 조물을 바라보면 조물주를 못 보게 되리라. 모든 일에 다 조물주를 위하여 너를 이기는 법을 배워라. 그렇게 행하면 하느님을 알게 되리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절제 없이 사랑하여 바라보면, 제일 높은 것에서 멀어지게 하고 해를 끼치는 것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름답고 현철하다고 이끌리지 말라. "하느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1고린 4,20). 마음을 뜨겁게 하고 정신을 밝혀 주는 내 말을 삼가 들을 것이니, 마음에 통회를 발하게 하고 여러 가지 위로를 주는 말이다. 남보다 박학하고 지혜롭다는 말을 들을 마음으로 아무 글도 읽지 말라. 너는 악습을 고치는 데 힘써라. 이 일은 어려운 많은 문제를 해득함보다 네게 더 유익한 까닭이다.
2. 많이 일고 많이 인식하였으면 항상 한 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자는 나이며, 사람한테서 배워 알 수 있는 이상으로 명석한 이해력을 어린이들에게 준다. 내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오래지 아니하여 지혜로울 것이며 영신적 진보가 많으리라. 사람에게 헛된 것을 많이 물으면서 나를 섬기는 길엔 별로 관심치 않는 사람에게는 과연 화 있으리라. 모든 선생의 선생이요 천사들의 주인 그리스도가 나타날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강을 받으러, 즉 각 사람의 양심을 살피러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불을 켜 들고 예루살렘을 뒤지리니"(스바 1,12), 모든 암흑에 감추인 것이 드러날 것이며, 혀는 변론을 그치고 잠잠하리라.
3. 나는 겸손한 자의 정신을 잠세에서 들어 올려 학업을 십 년간 학교에서 연구한 것보다도 더 많은 영원한 진리의 이치를 삽시간에 통달케 하리라. 나는 음성의 요란한 진동이 없이, 여러 의견의 복잡함도 없이, 허영의 외식도 없이, 논쟁도 없이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세상 것을 천히 보고, 잠세의 것을 싫어하고 영원한 것을 찾고 영원한 것에 맛을 붙이고 명예를 피하고, 악표를 참아 견디고, 모든 희망을 나에게 두고, 나 외에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나를 열절히 사랑하라는 것이다.
4. 어떤 사람은 나를 친근히 사랑하는 데서 천상적 사정을 배워 기묘한 말을 하였다. 세밀한 연구에서보다도 모든 것을 버리는 데서 진보하였다. 그러나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보통 것을 말하여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것을 말하여 주며,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신광 중에 오묘한 도리를 계시해 준다. 책은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감화시키는 것은 아니니, 그 까닭은 내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마음을 살피고, 생각을 통달하고, 행위를 장려하며, 나의 공정한 판단을 따라 각 사람에게 은혜를 내려 주는 자이기 때문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많은 일에 모르는 자가 되어야 하며, 너를 지상에서 죽은 자와같이 여기고, 또 세상이 네게는 온전히 못 박혀 있게 된 것처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물에 귀를 막고 지나가야 할 것이며, 네 평화에 관한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서 눈을 돌이키는 것이 네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여 공격하는 것보다는, 각각 생각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 너 항상 하느님을 잘 모시고 있고, 그분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으면, 남에게 지게 된 것을 쉽게 참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오! 주여, 우리는 어느 상태에 있나이까? 무슨 세속적 손해를 보았다고 울고, 조그마한 이익을 바라 수고하며 동분서주하나, 영신적 해는 잊어버리고 겨우 늦게야 생각하나이다. 별소용이 없고 혹 전혀 유익치 않은 일에는 주의가 깊으나, 극히 필요한 것은 소홀히 해버리오니, 사람은 전체로 바깥일로만 흐르기 때문이옵니다. 급히 이를 깨닫지 못하면 바깥일에 스스로 즐겨 있고자 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많은 일에 모르는 자가 되어야 하며, 너를 지상에서 죽은 자와같이 여기고, 또 세상이 네게는 온전히 못 박혀 있게 된 것처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물에 귀를 막고 지나가야 할 것이며, 네 평화에 관한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서 눈을 돌이키는 것이 네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여 공격하는 것보다는, 각각 생각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 너 항상 하느님을 잘 모시고 있고, 그분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으면, 남에게 지게 된 것을 쉽게 참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오! 주여, 우리는 어느 상태에 있나이까? 무슨 세속적 손해를 보았다고 울고, 조그마한 이익을 바라 수고하며 동분서주하나, 영신적 해는 잊어버리고 겨우 늦게야 생각하나이다. 별소용이 없고 혹 전혀 유익치 않은 일에는 주의가 깊으나, 극히 필요한 것은 소홀히 해버리오니, 사람은 전체로 바깥일로만 흐르기 때문이옵니다. 급히 이를 깨닫지 못하면 바깥일에 스스로 즐겨 있고자 하나이다.
1. 제자의 말: 주여, 어서 이 곤경에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사람의 도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시편 60,11). 몇 번이나 나는 신뢰한다고 믿던 일에서 미쁨을 보지 못하였사옵니까! 몇 번이나 나는 별로 바라지 않던 곳에서 신뢰를 발견하였나이까! 그러므로 사람을 믿는 것은 헛된 일이옵나이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여, 당신께 있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에 찬미를 받으소서. 우리는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하오며 쉽게 속고 변하기를 잘하나이다.
2. 누가 그리 모든 일에 주의가 깊고 삼감이 많아, 한 번도 무슨 일에 속아넘어가지 아니하고 혼란한 경우를 당하지 아니하였다 할 만한 사람이 있겠나이까? 그러하오나, 주여, 당신을 믿고 또 순진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는 자는 그리 쉽게 넘어지지 아니하나이다. 또 무슨 곤란을 당하여 아무리 복잡한 경우를 당한다 할지라도, 급히 당신으로 말미암아 빠져 나올 것이여, 당신께 위로를 받을 것이오니, 당신은 당신을 믿는 자를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시나이다. 자기 벗이 어려운 중에 있을 때에도 우정을 지켜 나가는 진실한 벗은 드무나, 주여, 당신 홀로 모든 벗 중에 제일 미쁨 있는 벗이오며, 당신 외에는 당신과 같은 이가 없나이다.
3. "내 마음은 견고해졌고 그리스도 안에 확고한 기초를 두었다."고 부르짖은 저 거룩한 영혼은 얼마나 잘 생각하였나이까? 나도 이러하다면 사람이 무서워 스스로 번거로울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말이 무서워 움직일 필요도 없겠나이다. 누가 모든 것을 다 미리 보며, 누가 장래에 당할 모든 재앙을 미리 조심하여 피할 수 있으리이까? 미리 안 것도 가끔 잘못되어 영혼을 상하거든, 미리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당하여 중상을 받는 것은 무엇이 이상하다 하겠나이까? 그러나 나는 왜 가련한 나를 미리 더 잘 돌아보지 아니하고 있으며 어찌 다른 사람을 그리 쉽게 믿었나이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천사와 같이 여기고 천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며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옵니다. 주여,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밖에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은 속이지도 아니하시고 속지도 않으시는 진리이옵니다. 또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며"(시편 116,11), 약하고 항구성이 없고 떨어지기 쉬우며, 특히 말에 그러하여, 겉으로 바른 말과같이 보이는 것도 즉시 믿기가 어렵사옵니다.
4.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마태 10,17) 하신 당신의 말씀은 얼마나 지혜롭게 하신 말씀이옵니까?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이며"(마태 10,36),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더라도"(마태 24,23) 믿을 바 못 되나이다. 내가 해로운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았사오니, 이후에 이것이더 주의하는 원인이 되고 또 미련한 짓을 하지 않게 되면 다행하리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나서 "주의하고 주의하여 비밀을 지켜 달라."도 하여, 나는 말을 내지 아니하고 또 어느 때까지든지 비밀 중에 있는 줄로 알았더니, 내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청하던 그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즉시 나와 저 자신을 팔고 갔나이다. 주여, 나를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되게 하지 마시고, 조심 없는 사람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말게 하시고 그와 같은 일을 한 번도 행하지 말게 하소서. 내 원의는 참말을 말하고 확실한 말을 하게 하시며, 간사한 말을 내게서 멀리해 주소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행할까, 모든 힘을 다써서 주의할 것이옵니다.
5. 남의 말을 아니하고 모든 것을 분간 없이 다 믿지 아니하고, 들은 것을 가벼이 다시 말하지 아니하며, 몇 사람에게만 자기를 드러내고, 항상 마음을 관찰해 주시는 당신을 찾으며, 바람과 같은 이러저러한 말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안팎의 모든 일이 당신 의향대로 되기를 원하게 되면, 그 얼마나 좋으며, 얼마나 평화를 주는 것이겠나이까!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겉으로 자랑이 될 만한 것을 원하지 아니하며, 다만 개과천선 생활에 필요하고 열심을 분발케 하는 것을 삼가 찾아 행함은 천상 은총을 보존하는데 그 얼마나 안전한 방법이옵니까! 덕이 남에게 드러나고 너무 급하게 찬미를 받게 되어 해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많으옵니까! 모든 것이 유혹이요 전쟁인 이 위험한 세상에서 은총을 비밀히 보존하는 것은 그 얼마나 유익하옵니까!
1. 주의 말씀: 아들아, 굳세게 서 있고 나를 믿고 있어라. 말은 무엇이냐? 말은 말에 지나지 아니하고, 공중에 날 뿐이지 돌을 상하지 못한다. 만일 네가 죄를 지었거든 달갑게 고쳐야 할 줄로 생각하라. 만일 잘못한 것이 도무지 생각에 떠오르지 않거든, 하느님을 위하여 달갑게 이러한 비난을 참아 나가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너는 아직도 큰 곤란을 당할 힘이 없으니, 어떤 때에 남의 말이라도 들어 참을 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작은 일이라도 네 마음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도 네가 육체를 따라 살고 체면을 과도히 보는 데서가 아니고 무엇이냐? 네가 경천히 여김을 받을까 두려워하니, 잘못으로 인한 책망을 당하기를 싫어하고, 또 핑계하여 가리고자 한다.
2. 그러나 너를 잘 살펴보라. 아직도 네 안에 세속이 살아 있고, 사람들의 뜻을 맞추겠다는 헛된 사랑이 살아 있음을 알리라. 네가 천대받는 것을 피하고, 과실이 있어도 부끄러움 당하는 것을 싫어하니 네가 참으로 겸손치 아니한 것이 분명하고, 세속에 대하여 전혀 죽고, 세속도 네게 못박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수다한 말을 상관하지 아니하리라. 너를 거슬러 악한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한다 할지라도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티끌처럼만 헤아리면 네게 해로울 것이 없겠으며, 네게서 머리털 하나라도 뽑혀질 리가 없으리라.
3.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항상 하느님을 목전에 모시지 아니하는 사람은, 비난을 들으면 곧 흔들린다. 그러나 나를 믿고 제 판단대로 행하고자 않는 자는 사람을 두려워 아니한다. 나는 판관이요 또 모든 비밀을 아는 자이니, 내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욕하는 사람도 알고, 욕당하는 사람도 안다. 이것은 내가 한 말이니,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하기 위하여"(루가 2,35) 내가 허락함으로 이 일이 되었다. 나는 죄인과 무죄한 자를 판단하겠다. 그러나 비밀한 판단으로 둘 다 먼저 시험해 보고자 한다.
4. 사람이 증거해 주는 것은 흔히 속이지만, 내 판단은 참되며 영구성이 있고 또 무너지지 아니한다. 이것이 흔히는 숨어 있어 매사에 그 판단을 보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한번도 그르침이 없고 비록 미련한 사람들의 눈에 바르지 않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르칠 수가 없다. 그러니 모든 판단에 나를 따를 것이지 네 주견을 따라 행하지 말라. 의로운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무슨 일을 당하든지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잠언 12,3). 불의하게 저를 거슬러 무슨 말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별로 상관치 아니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이치에 맞게 변명된다. 하여도 헛되이 즐거워도 아니하리라. "내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 보고"(묵시 2,23), 얼굴이나 인간의 드러나는 것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흔히 내 눈에는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5.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의로우시고 용맹하시고 참을성이 많으신 판관(判官)이시여! 당신은 사람의 연약하고 악함을 아시니, 내 힘이 되어 주시고, 나의 모든 미쁨이 되어 주소서. 내게는 내 양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당신이 아시니, 내가 무슨 책망을 듣든지 스스로 겸손할 필요가 있고 순량하게 참을 필요가 있었나이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아니한 모든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더 잘 참을 만한 은총을 다시 내려주소서. 내 억측한 의덕이 은밀한 양심을 변호함에 유조하기보다, 당신의 풍성한 인자로 용서를 얻기 위하여 더 유조한 것이옵니다. "나는 양심에 조금도 거리끼는 일이 없으나"(1고린 4,4),그렇다고 이미 의로운 자라고 할 수 없사오니, "이 종을 재판에 붙이지 말아 주소서. 살아 있는 사람치고 당신 앞에서 무죄한 자 없사옵니다"(시편 143,2).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를 위하여 맡은 직업으로 말미암아 용기를 잃지 말고,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조금도 실망하지 말라. 내가 허락한 바는 모든 일에 너를 견고체하고 위로할 것이다. 나는 모든 계량과 모든 한계를 초과하여 넉넉히 갚아 줄 수가 있다. 너는 여기서 오랫동안 수고하지 않을 것이며 또 항상 고통으로 눌리지 않으리라. 잠깐만 기다리면 곤란의 빠른 끝을 보리라. 모든 수고와 번잡한 것이 그칠 시간이 오리라. 세월과 더불어 지나가는 것이 다 짧고 작으리라.
2. 네가 행하는 것을 향하라. 나의 포도밭에서 충실히 일하라. 나는 네 품값이 되리라. 써라, 읽어라, 노래하라, 탄식하라, 묵묵하라, 기도하라, 사내답게 대립되는 일을 참아라. 영생에는 이 모든 것을, 아니 이보다도 더 큰 싸움을 참을 가치가 있다. 하느님께서만 아시는 어느 날에 평화가 있을 것이니, 그 때는 이 세상 시절의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닐 것이요, 오직 영원한 빛과 한없는 영광과 견실한 평화와 안전한 쉼이 있을 것이다. 저 때에는 네가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로마 7,24)하지 않고, 또 "케달인들 천막에서의 더부살이, 이 괴로움이여."(시편 120,5)하고 소리 지르지도 아니하리라. 죽음은 파멸을 당할 것이요, 구원에는 결점이 없을 것이며, 아무 근심도 없고, 재미있는 복락과 사랑스럽고 안락한 모임이 있으리라. 성인들이 전에는 이 세상에서 극히 천대를 받고 현세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당한 것같이 생각 되었으나, 그들이 이제는 얼마만한 영광 중에 즐거워하여, 그 영원한 면류관은 얼마나 빛나는지. 아! 네가 한 번 본다면, 참으로 너는 즉시 땅에까지 스스로 낮출 것이요, 또한 사람 위에라도 있기를 원함보다도 모든 이 아래 있기를 차라리 원할 것이요, 또 이 세상의 즐거운 날을 원하지 아니하고 오직 하느님을 위하여 곤란 당하기를 더 좋아할 것이요, 또 사람들 중에서 극히 작은 자로 여겨지는 것을 큰 유익으로 생각할 것이다.
3. 오! 만일 네가 이것을 깨닫고 깊이 네 마음에 사무치게 된다면 어찌 한 번이나 감히 원망할 수 있으랴?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모든 수고를 참을 것이 아니냐? 하느님의 나라를 잃고 얻는 것은 응당 소용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로 네 얼굴을 들어 보라. 이 세상에서 큰 싸움을 겪은 나의 모든 성인들이 나와 더불어 즐거워하고, 위로를 받고 안심하고 쉬며, 또 끝없이 성부의 나라에 머물러 있다.
1. 제자의 말: 오! 천상 국가의 극히 복된 처소여! 밤도 어둡게 할 수 없는 영원한 진리가 항상 빛나는 영원한 날이여! 항상 즐겁고 항상 안전하고 한 번도 처지가 반대로 변하지 않는 날이여. 오! 얼른 그 날이 밝아지고 이 모든 현세의 것이 끝났으면! 영원한 광채에 환한 그 날은 성인들에게는 빛나나, 나그네에게는 멀리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1고린 13,12)보일 뿐이다.
2. 천국의 주민들은 저 날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지만 귀양살이하는 하와이 후손들이 이 세상 날의 괴롭고 지루한 것을 탄식하나이다. 현세의 날은 짧고 악하며 고통과 난감(難堪)이 가득하옵니다. 여기는 사람이 많은 죄에 물들어 더러워지고, 많은 사욕에 얽히며, 많은 두려움에 싸여 있고, 많은 걱정으로 시달리며, 많은 호기심으로 분심케 되고, 많은 허영심으로 이끌리고, 많은 미혹에 방황하며, 많은 수고로 쇠퇴하여지고, 시련에 눌리며, 괘락으로 허약해지고, 가난으로 들볶이나이다.
3. 오! 언제나 이 모든 불행이 끝나겠나이까? 언제나 악습의 가련한 구속을 벗어나겠나이까? 주여, 언제나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겠나이까? 언제나 당신 안에 완전히 즐거워하리이까? 언제나 참된 자유가 있어 아무 거리낌이 없이 지내며, 마음과 몸의 불편이 없이 지내겠나이까? 언제나 든든한 평화가 있고, 흔들리지 아니하고 완전한 평화가 있겠으며, 안과 밖으로 또 모든 방면에 견실한 평화가 있겠나이까? 착하신 예수여, 언제나 당신을 뵈오러 당신 대전에 나아가리이까? 언제나 당신은 내게 대하여 모든 것이 되겠나이까? 오!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생각하시어 영원으로부터 준비하신 당신 나라에 있겠나이까? 나는 원수의 땅에 귀양살이하며 가난하게 지내오니, 여기는 날마다 전쟁이요, 불행이 가득하나이다.
4. 나의 귀양살이를 위로해 주시고 내 고통을 가볍게 해주소서. 내 모든 원은 당신께로만 향하여 가나이다. 이 세상이 내게 주는 그 모든 위로는 내게 도무지 짐이 되나이다. 당신을 친밀히 누리고 싶지만 얻을 수 없나이다. 천상 사정에만 마음을 붙이려고 원하나, 이 세상 사물과 이기지 못한 사욕이 나를 누르나이다.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자 하나, 육신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그 밑에 있게 강박을 당하나이다. 이렇게 나 지신과 싸우는 불행한 자인지라, 정신은 위로 오르려 하고 육신은 아래로 내리려하므로 "나는 내게 무거운 짐이 되었나이다"(욥기 7,20참조).
5. 오! 어찌 나는 이렇게 안의 괴로움이 심하옵니까? 정신으로 천상의 것을 묵상하고 있으면, 즉시 기도하는 중에 세상 것의 무리가 덤벼드나이다. 내 하느님이여, "내게서 멀리 서 계시지 마소서. 진노하지 마시고 물리치지 마소서"(시편 70,12; 27,9). "번개를 치시고 화살을 쏘아 대시면"(시편 144,6)원수의 모든 환상은 사라지리이다. 내 모든 관능을 당신께로 모아 주시고, 세상 모든 것을 잊게 해주시며, 악습의 모든 환상을 빨리 멸시하고 배척하게 해 주소서. 영원한 진리시여, 아무 허영도 나를 요동하지 못 하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천상의 아름다운 맛이여, 임하소서. 당신 대전에서는 모든 불결한 것이 물러가게 하소서. 또한 기도 중에 당신 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거든 그 때마다 용서해 주시고, 인자로이 용서하옵소서. 내가 흔히 분심이 많음을 솔직하게 자백하나이다. 내 육신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곳에 흔히 내가 있지 않고, 도리어 생각이 머무는 것에 더욱 있게 되나이다. 내 생각이 있는 그것에 내가 있고,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는 그곳에 흔히 내 생각이 있나이다. 본성으로 좋고 관습이 되어 즐거워하는 것은 곧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옵니다.
6. 그러므로 진리이신 당신은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마태 6,21)고 똑똑히 말씀하셨나이다. 내가 천국을 사랑하면 즐겨 천국 일을 생각하고, 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의 행복을 즐거워하고, 그 역경을 보고 슬퍼하나이다. 내가 육신을 사랑하면 육신의 것을 자주 생각하고 내가 영혼을 사랑하면 영신의 일에 대하여 생각 하기를 좋아하나이다. 무엇이든지 사랑하는 그것을 즐겨 말하고 들으며, 또 이런 것의 환상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을 위하여 모든 조물이 떠나기를 버려 두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깨끗한 양심으로 당신께 조촐한 기도를 바치고 안팎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완전히 떠나 천사들의 반열(班列)에 참여하기 위하여, 본성을 힘써 누르고 육신의 사욕을 영신의 열심히 복종시키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천상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시는 것을 깨달아 변화의 그림자 없이 내 광명을 보려고 육체의 장막에서 나올 원의가 생기거든, 네 마음을 넓혀 이 거룩한 영감(靈感)을 간절한 원의로 받아라. 너를 이와 같이 돌보시고 인자로이 찾으시며, 뜨겁게 격려해 주시고, 네가 자기 무게로 세속 것에 떨어질까 힘있게 거두어 주시는 지극히 어지신 이에게 정성껏 감사하라. 이런 원의는 네 생각으로나 네 노력으로 얻는 바가인고, 천상 은총의 힘과 하느님이 돌보시는 데서만 얻는 것이다. 이러한 원의를 주심은 덕행에 진보하고 겸손하는데 더 힘쓰며, 장래에 할 싸움을 위하여 너를 준비하고, 또한 온전한 정으로 내게 애착하며, 열심을 다하여 나를 섬기는 데 애를 쓰라 하는 것이다.
2. 아들아, 흔히 불이 붙지만 연기 없이는 불꽃이 오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들의 원의가 하늘로 오르나, 육신 욕정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저들이 그렇게 간절히 구하는 것이라도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휘하여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급급하게 드러낸 네 원의도 흔히 그러한 종류의 것이다. 자기의 이해를 위하는 마음이 섞인 그런 것은 깨끗하고 완전한 것이 아니다.
3. 네게 재미있고 편한 것을 구하지 말고, 내 뜻에 맞고 내게 영광이 될 것을 구하라.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네 원이라 네가 희망하는 모든 것보다도 나의 안배를 더 중히 여기고 따라야 한다. 나는 네 원도 알고, 가끔 네 탄식도 들었다. 너는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광의 자유를 얻기 원하고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원한 가정을 그리워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천상 고향을 사모하나,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다른 때이니, 즉 싸울 때이며 수고와 시험을 당할 때다. 너는 지금 지극히 높은 선을 누리고자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내가 바로 그 지극히 높은 선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나를 기다려라.
4. 너는 아직 세상에서 시험을 당하여야 하고많은 일에 단련을 받아야 한다. 어떤 때에 네게 위로를 주겠지만, 아주 흡족하게는 주지 않으리라. 그러니 본성에 반대되는 것을 참는 일과 행하는 일에도 굳세고 용감하라. 너는 반드시 새 사람을 입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야 한다. 너는 가끔 네가 싫어하는 일도 하여야 하고, 좋아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잘되고 네가 좋아하는 것은 발전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잘 듣지만, 네가 말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구하면 받겠으나, 너는 구해도 얻지 못하리라.
5. 다른 사람들은 남의 칭송을 받겠으나. 네게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 저런 일을 맡기겠지만, 너는 마치 아무 데도 쓸데없는 사람처럼 버림을 받으리라. 이런 관계로 본성은 어떤 때에 슬퍼하겠으나, 아무 소리 없이 이것을 참아 받으면 이것은 위대한 일이리라. 이렇게 또는 이와 비슷한 많은 일에 나의 충실한 종은 시험을 보통으로 당한다. 그것은 얼마나 자기를 억제하고 모든 일에 자기를 이기는 힘이 있는가 함을 보려 함이다. 네 뜻에 맞지 않는 일을 하거나. 혹 네게 특히 재미없고, 또 유익이 좀 없게 보이는 일을 하라고 명령을 받는 때처럼 네가 너를 극복할 필요가 있는 때는 다시없을 것이다. 너는 남의 권하에 있어 감히 높은 권리를 항거하지 못하므로, 네 주견을 버려 다른 사람의 뜻을 따라 행하는 것이 그처럼 어렵게 보인다.
6. 그러나 아들아, 이 수고의 결과를 생각하고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고 그 상급은 극히 후할 것을 생각하라. 그렇게 행하면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요, 인내의 극히 힘있는 위로가 있으리라. 네가 지금 자원으로 버리는 작은 원의 대신으로 천국에서는 항상 네 원의 대로 되리라. 저쪽에서는 네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다 가질 것이요, 네가 사모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얻으리라. 저 곳에서는 잃어버릴 염려가 조금도 없이 모든 선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으리라. 저곳에서는 네 뜻이 항상 나의 뜻과 일치하여 다른 것이나 사사로운 것을 원치 않으리라. 저곳에서는 아무도 네게 반항하지 않을 것이요, 아무 것도 거리끼지 않을 것이며, 네 모든 욕망을 흡족케 하고 절정까지 채워 주리라. 나는 저곳에서 네가 모욕을 당한 대신에 영광을 주고, 근심한 대신에 찬미의 의복을 입혀 주고, 마지막 자리를 택한 대신에 영원한 나라의 자리를 정하여 주리라.
7. 거기서 순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요, 고신 극기하던 수고는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요, 겸손 되이 복종한 상으로 영광스러운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모든 이의 수하에 겸손 되이 너를 낮추어라. 누가 이런 말을 하고 누가 이런 것을 명했는가 캐지 말라. 누가 네게 어떠한 것을 하라고 하였거나, 하기를 바라는 듯하거든 그가 어른이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동무거나 상관할 것 없이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성의껏 그 뜻을 채우려고만 많이 힘써라.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저 사람은 저런 것을 찾게 내버려두어라. 이 사람은 이러한데, 저 사람은 저러한데 자랑을 삼아 천만 번 찬미를 받는대도 너는 이런 것도 말고 저런 것도 말고,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과 , 내 뜻만을 맞추고 나를 찬미하기에 즐거워하라. 네가 오로지 원할 것은 , 사나 죽으나 하느님께서 항상 네 안에서 영광을 받으시기를 원할 것뿐이다.
1. 제자의 말: 성부이신 주 하느님이여, 이제와 또 영원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되었나이다. 또 당신이 하시는 일은 다 좋사옵니다. 당신 종은 당신 안에 즐거워할 것이오며, 자기 안에나 다른 무엇에 즐거워하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홀로 참즐거움 이시며, 당신만이 내 희망이시오, 내 화관이시오, 내 기쁨 이시여, 내 영광이신 까닭이로소이다. 당신 종은 공로 없이 당신께로부터 받은 외에 가진 것이 무엇이옵니까? 당신이 주시고 행하신 그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어려서부터 기를 못 펴고 고통에 눌린 이 몸, 당신 앞에서 두려워 몸둘 바를 모르옵니다"(시편 88,15). 내 영혼이 어떤 때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슬퍼하나이다. 또 어떤 때는 달려드는 사욕으로 인하여 스스로 혼란 되어 있나이다.
2. 평화의 즐거움을 나는 원하나이다. 주께서 위로의 빛으로 기르는 당신 자녀들의 평화를 내가 구하나이다. 내게 평화를 주시고 거룩한 즐거움을 내려 주시면, 당신 종의 영혼은 미묘한 음악 중에 잠겨 있을 것이요, 당신을 찬미하는 데 신심이 나리이다. 그러나 매우 흔히 행하시는 바와 같이, 당신이 얼굴을 돌이키시면 당신 계명의 길을 갈 수가 없고, 가슴을 치기 위하여 무릎을 꿇으리이다. 당신 종의 머리 위에는 당신 광명이 비치고 당신 깃의 그늘 밑에서 보호를 받아 닥쳐오는 시련을 피하던 어제와 그제와는 다른 까닭이옵나이다.
3. 공의로우시고 늘 찬미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시련을 당할 시기는 이르렀나이다. 사랑하올 성부여, 당신 종은 당신을 위하여 이 시간에 무슨 괴로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옵니다. 영원토록 공경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겉으로는 잠깐 동안 눌리고 안으로는 항상 당신과 살 그 때에 왔사오니, 당신이 무시로부터 이 때를 미리 아셨나이다. 당신 종이 다시 당신과 더불어 새로운 광채 속에 부활하여 천상에서 영광을 받기 위하여, 천대를 받고 멸시를 당하고 사람 앞에서 면목을 잃고, 사욕과 고통으로 눌려 부서져도 관계치 않으리이다. 성부여, 당신이 이렇게 원하셨사오니, 당신이 친히 명하신 대로 그렇게 되었나이다.
4. 세상에서 당신 사랑을 위하여 괴로움과 역경을 당하게 되는 것은 다 그 몇 번이든지 또 누구에게서 받게 되든지, 당신 벗에게 주시는 은혜이옵니다. 당신의 계획과 안배가 없고, 또 원인이 없이는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되지 못하나이다. 주여, "고생도 나에겐 유익한 일, 그것이 당신 뜻을 알려 줍니다"(시편 119,71). 모든 교만한 마음과 주제넘은 마음을 없애시는 데는 나를 낮추신 것이 좋사옵니다. 부끄러움으로 내 얼굴을 가리옴은 내게 유익하오니, 그로 인하여 사람에게보다도 당신께 위로를 구하게 된 까닭이옵나이다. 당신이 의인을 죄인과 다름없이 괴롭게 하시오나, 공평과 정의가 없어서 그러시는 바는 아니오니, 이로써도 당신의 통달할 수 없는 심판을 두려워하기를 배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덕행에 대한 열성이 항상 열렬할 없을 것이요, 또 항상 고상한 관상 기도를 계속해 나갈 수도 없을 터이니 원죄로부터 오는 부패한 인성으로 말미암아, 어떤 때에는 낮은 데로 내려가서, 싫고 또 염증이 나더라도 부패한 생활의 짐을 질 것이다. 죽을 육신을 지니고 있는 동안 염증을 느끼고 마음의 괴로움을 느끼리라. 그러므로 네가 육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에는 자주 육신의 짐을 생각하고 탄식할 것이니, 영신 사정과 천상적 관상 기도에 끊임없이 힘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2. 그런 때에는 천한 바깥일을 하고, 좋은 행위를 하여 스스로 휴양하면서, 내가 올 때와 하늘로부터 방문을 굳이 고대함이 좋고 또 내가 너를 다시 찾아 모든 근심 걱정을 면하게 할 때까지 네 귀양살이와 마음의 건조함을 인내로이 참아 견딤이 좋다. 나는 네게 모든 수고를 잊어버리게 해줄 것이며,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도록 해줄 것이다. 내가 네 앞에 성경의 풀밭을 내놓아 주어, 마음껏 내 계명의 길을 걷게 해주리라. 그 때 너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 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하리라.
제 52장 사람은 자기가 무슨 위로보다도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 줄로 생각하여야 함
1.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당신의 위로를 받기에 부당하고, 또 당신이 내 영혼을 찾아 주심도 너무 죄송하옵니다. 그러므로 불쌍하게 또 위로 없이 나를 버려두셔도 마땅하옵니다. 내가 바닷물만큼 눈물을 흘릴 수 있다 하여도 당신 위로를 받기에 합당치 못하리이다. 나는 당신을 크게 모욕하였고 많은 일에 잘못하였사오니, 매를 맞고 벌을 받을 것밖에 다른 것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공정하게만 해주시면 미소한 위로마저 받을 자격이 없나이다. 그러나 인자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이여, 당신 사업이 멸망하는 것을 원치 아니하시어 자비의 그릇에 베푸실 당신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이기 위하여(로마 9,23), 자신의 공로가 조금도 없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당신의 종을 은혜로이 위로하여 주시나이다. 당신의 위로는 사람의 담화와는 아주 다르나이다.
2. 주여, 내가 천상적 위로를 받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나이까? 나는 아무 것도 잘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오며, 오직 어느 때나 악습에 기울어지고 회개하는 데 항상 게을렀나이다. 이는 사실이오니 내가 부인할 수 없나이다. 달리 내가 말한다면, 당신은 즉시 거슬러 일어나실 것이며 나를 변호할 사람이 없겠나이다. 나는 내 죄악으로 말미암아 지옥과 영원한 불 외에 무엇을 벌었나이까? 진실로 고백하오니, 나는 온갖 조롱과 능멸을 받음이 마땅하오며, 나를 당신의 경건한 자들 중의 하나로 생각하시기 에도 부당하옵니다. 비록 이것이 내 귀에 거슬리지마는 나를 거슬러 진실히 내 죄악을 고백하오니 이는 당신의 인자로우심을 더 쉽게 얻기 위함이로소이다.
3. 온갖 부끄러움에 싸인 범죄자인 나는 무슨 말을 아뢰리이까? "주여, 죄를 지었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용서해 주소서." 이 말밖에는 내 입이 당신께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암흑의 나라, 죽음의 어둠이 덮인 저 땅으로 가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밝은 날을 보게 하여 주소서"(욥기 10,20). 당신은 죄인에게 불쌍한 죄인에게 제 죄를 알고 통회하며 스스로 겸손해지는 것 외에 무엇을 구하시니까? 진실한 통회와 진정한 겸손으로 용서를 받을 희망이 생각과 산란한 양심이 화평하여지며, 잃은 은총을 얻게 되고, 장차 당할 하느님의 의노를 면하게 되오며, 통회하는 영혼은 하느님과 포옹하며 만나리이다.
4. 죄인의 겸손한 통회는, 주여, 당신 의향에는 맞는 제사이오며, 당신 대전에 유향보다도 더 유쾌한 향기가 되나이다. 이는 또한 당신의 거룩한 발에 부어 드리기를 원하신 좋은 향액이오니, 당신은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얕보지 아니하셨나이다"(시편 51,17). 그곳은 성낸 원수의 얼굴을 피하는 피난처이오며, 그곳은 다른 곳에서 더러워지고 악하게 된 모든 것을 씻고 고치는 곳이옵나이다.
제 53장 세상의 것을 맛들이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지 않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은총은 귀중한 것이다. 딴 것과 세상의 위로와 섞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은총이 내리기를 원하거든 은총에 장애 되는 모든 것을 없앨 필요가 있다. 고요한 곳을 찾아 혼자 너와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담화하기를 원치 말고 오직 하느님께 신심 있게 기도를 드려 통회하는 마음과 조촐한 양심을 보존하도록 힘써라. 온 세상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모든 세상 사물보다도 하느님과 사귀는 것을 중히 생각하라. 네가 나와 가까이 지냄과 동시에 또한 지나가는 세상의 것을 즐겨 누릴 수는 없다. 너를 아는 자들과 네 친우들을 멀리하며 세상의 모든 위로 없이 네 마음을 보존하여야 된다. 성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신자들이 이 세상에서 나그네와 행인같이 자기를 절제하라고 권고하였다(1베드로 2,1).
2. 세상의 것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아니한 사람이라면 죽을 때에 이르러, 오, 얼마나 자신이 있을까! 그러나 자기 마음을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하여야 된다는 것을 병든 정신은 깨닫지 못하고, 또 자연적 인간은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이 참으로 영신적 생활을 하자면, 먼 것이나 가까운 것이나, 다 버려야 할 것이요, 또 무엇보다도 자기를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너 자신을 완전히 이기게 되면 다른 것은 어렵지 않게 굴복시키리라. 완전한 승리는 너 자신을 이기는 데 있다. 무슨 일에든지 육정은 이성(理性)에, 또 이성은 내게 복종하도록, 자기를 정복한 그 사람은 참으로 자기를 이긴 자요, 세상의 주권을 잡은 자다.
3. 네가 이 완덕의 절정에 오르려 하거든, 사내답게 시작하여 너와 모든 사사로운 이익과 물질에 대한 숨은 절제 없는 경향을 뽑고 멸하기 위하여, 도끼를 뿌리에 댈 필요가 있다. 뿌리째 없애 버릴 모든 악습이 대개 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악습에 달렸다. 그러므로 이 악습을 처 이겨 이기면 평화가 가득할 것이요, 항상 평화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에 대하여 완전히 죽고 또 자기를 완전히 초월하여 나아가려는 자의 수가 적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얽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를 돌파하여 영계로 오르지 못한다. 나와 더불어 자유롭게 가려는 사람은 악하고 절제 없는 모든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또 어떠한 조물에든지 사사로운 사랑으로써 집착치 말아야 한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본성과 은총의 작용을 잘 관찰하라. 사로 퍽 반대되지만 기묘하게 작용하니 영신적 생활을 하는 사람, 또 속마음에 신광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분별하기 어렵다. 누구든지 다 선을 원하고 그 말이나 행위가 선을 빙자한다. 그러므로 선이란 가면(假面)으로 많이 속는다. 본성은 매우 교활해서 많은 사람을 이끌고 옭고 속이고 또 항상 저 자신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은총은 순직하게 행하고, 죄의 그림자도 다 피하며, 속이려 하는 일이 없고, 모든 것을 하느님을 위하여만 하며, 하느님을 최후 목적으로 삼아 그 안에 쉰다.
2. 본성은 극복되거나 압제를 받거나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고, 또 남의 밑에서 복종하고 스스로 굴복하기를 원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은총은 고신 극기에 힘쓰며 육욕에 저항하고, 남의 밑에 처하기를 구하여, 남에게 지기를 바라며, 자기 뜻을 따라 하려 하지 않고 규칙에 매여 있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을 다스리지를 원하지 않으며, 항상 하느님의 수중에 살고 거처하기를 원하며,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사람 아래에 자기를 겸손하게 낮추려고 준비하고 있다. 본성은 자기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올는지를 주의하고 있다. 은총은 자기에게 무슨 유익할 것이나 편할 것을 찾지 아니하고, 오직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을 도모한다. 본성은 명예를 얻고 공경 받는 것을 극히 좋아하나, 은총은 명예와 존경을 충실히 하느님께 돌려보낸다.
3. 본성은 수치와 천대를 무서워하나 은총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하게 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고 기뻐한다"(사도 5,41). 본성은 한가함과 육신의 편함을 좋아하나, 은총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 자원으로 일에 착수한다. 본성은 이상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찾고 천하고 거친 것을 싫어하나, 은총은 단순하고 비천한 것을 좋아하고 거친 것이라도 싫어하지 아니하고, 낡은 옷 입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본성은 현세 것을 돌보고 현세의 무슨 유익을 즐거워하며 손해를 슬퍼하고 무슨 좀 욕되는 말을 들으면 분노하지만, 은총은 영원한 것에 착심하여 현세 것에 애착하지 않고, 재물을 잃어도 혼란됨이 없고, 무슨 엄한 말을 들어도 노여워 아니한다. 이는 자기의 보배와 즐거움을 도무지 잃을 수 없는 천국에 간직해 두었기 때문이다.
4. 본성은 탐욕이 있어, 주기보다도 받기를 더 좋아하며 사사로운 것을 좋아하나, 은총은 경건하고 공동적으로 생각하여 개인적이기를 피라고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 본성은 조물과 자신의 육체와 허영과 방황에 기울어지나 은총은 사람을 하느님과 덕행으로 이끌고 조물을 끊어 버리며 세속을 피하고 육체의 바람을 미워하여, 출입을 적게 하며 공중 앞에 나가기를 부끄러워한다. 본성은 오관을 즐겁게 하는 바깥 위로를 좋아하나 은총은 하느님 안에만 위로 받기를 원하고 모든 유형한 것을 지나 최고선(最高善)을 즐기기를 원하다.
5. 본성은 무엇을 하든지 무슨 유익이나 무슨 편리를 자라고 하며, 거저 공으로 하는 일이 없이 자기가 한 일에 그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보수를 희망하며, 혹은 찬미나 혹은 총애를 바라고 하며, 자기가 한 일이나 자기가 준 것은 크게 여겨 선물을 희망하나, 은총은 잠세의 것은 도무지 찾지 않고, 자신의 보수를 위하여 하느님 외에 다른 무슨 상급을 구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 데 요구되는 필요한 것 외에는 세상의 재물에 대하여 더 원하는 바가 없다.
6. 본성은 친구가 많고 친척이 번족한 것을 즐거워하며, 높은 지위와 문벌이 귀함을 영광으로 삼으며, 권세 있는 자에게 호감을 사려 애쓰고 부호에게 아첨하며, 자기편의 사람을 찬양한다. 그러나 은총은 원수도 사랑하며, 친구가 많다고 하여 교만을 부리지 않고, 덕행이 많지 않은 이는 지위가 높고 문벌이 장하다 하여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며, 부호에게보다도 가난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세력가보다도 무죄한 사람을 동정하며, 신용 없는 사람과 친하지 않고 진실한 사람을 좋아하며, 착한 사람을 항상 권하여"더 큰 은총의 선물을 간절히 권하고"(1고린 12,31)덕행을 닦아 하느님의 성자와 비슷한 자 되기를 힘쓰라고 권면하다. 본성은 곤궁한 경우를 당하고 무슨 귀찮은 것을 당하면 즉시 원망하지만, 은총은 곤궁한 것이 있어도 잘 참아 나간다.
7. 본성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이끌고 자기를 위하여 싸우며 변명한다. 그러나 은총은 만물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모든 것을 돌려보내고 자기는 무슨 좋은 것을 했다고 하지 않고, 오만하게 주제넘게 행하지 아니하며, 쟁론치 않고, 자기 의견을 영원한 지혜와 하느님의 판단에 굴복시킨다. 본성은 비밀을 알려 하고 새로운 소식을 듣고자 하며, 밖에 나서서 자기를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많은 것을 오관으로 체험하고자 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사모하고, 감탄과 찬미를 일으킬 만한 것을 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은총은 새로운 것과 신기한 것을 찾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예로부터 부패한 데서 나오는 것이요, 또 땅 위에는 새 것도 없고 장구한 것도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은총이 가르치되 오관을 잘 제어하고 헛된 자만심과 감추고 무슨 일에든지 무슨 학문에든지 유익한 것과 하느님의 찬미와 영광을 도모하라고 한다. 은총은 자기와 자기 것으로 찬미 받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순전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후히 주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선물로 말미암아 찬송 받으시기를 원한다.
8. 이 은총은 초자연적 광명이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며, 원래 뽑힌 사람들의 기호(記號)요 영광의 증거다. 은총이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것을 떠나 천상의 것을 사랑케 하고, 육체적 인간이 영신적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을 누르고 이길수록 더 많은 은총을 받게 되고, 또 날마다 새로운 내적 심방(尋訪)으로 사람이 변하여, 더욱 하느님의 모습대로 되는 것이다.
1. 제자의 말: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나를 당신 모습과 용모대로 조성하셨나이다. 그렇게 위대하고 구원에 필요하다고 가르치신 이 은총을 내게 내리시고 나를 죄와 멸망으로 이끌어 가는 이 퍽 괴악한 본성을 이기게 하소서.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을 깨닫사오니,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로마 7,23). 그러므로 열렬하게 내 마음에 내리신 당신의 가장 거룩한 은총이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 사욕을 저항할 수 없나이다. 젊어서부터 항상 악으로 기울어지는 내 본성을 이기기 위하여 당신 은총이 필요하고 또 많은 은총이 필요하옵니다. 본성은 원조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고 부패하여 그 죄의 벌을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하게 되었나이다. 이로 인하여 당신이 만드실 때에는 좋고 바르던 본성이, 그냥 부패한 본성의 악습과 나약함에 잠기게 되어, 그 발동(發動)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악하고 낮은 것으로 기울어지나이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작은 힘은 마치 재 속에 파묻힌 불티와도 같사옵니다. 이는 짙은 암흑 속에 싸여 있는 본성적 이성이오니,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실행하지 못하고 또 진리의 원만한 광명을 받지 못하며 또 그 모든 감정이 건전하지 못하여도 아직 선과 악을 분별할 줄을 알고 또 진실한 것과 그른 것이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아나이다.
2. 내 하느님이여, "나는 내 마음속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반기지만"(로마 7,22), 당신 계명이 좋고 공정하며 거룩한 줄을 알고, 또 육정을 따르므로 육체로 죄의 법률에 복종 하나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다"(로마 7,18). 그러기에 선한 것을 많이 행하기로 자주 결심하나, 나의 약함을 돕는 은총이 없이는 조그마한 장애로 인하여 물러나고 낙망하나이다. 그러기에 내가 완덕의 길을 인정하고 또 어떻게 행하여야 된다는 것도 밝히 보오나, 부패한 본성의 무게에 눌려 완덕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이다.
3. 오! 주여, 선행을 시작하는 데나 계속하는 데나 또 마치는 데나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내게 필요하나이까? 은총 없이는 아무 것도 행할 수 없고 당신 은총이나를 견고케 하면 당신 안에 모든 것을 다 행할 수 있게 되나이다. 오! 참으로 천상적 은총이여! 이 은총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 공로라 하지 못하고, 본성의 아무 은혜도 값이 없나이다. 주여, 은총이 없으면 당신 대전에 예술도, 재산도 미(美)도, 용맹도, 재주도, 웅변도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이 본성의 은혜는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다 같이 있사오나, 은총, 즉 사랑은 뽑힌 사람들만이 가진 특은(特恩)이오니, 이 은총의 표를 가진 자는 영생을 받을 자격이 있나이다. 이 은총은 가장 귀한 것이오니, 예언할 특은이나 기적을 행할 특은이나 아무리 고상한 명상(瞑想)이라도, 은총이 없으면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그뿐 아니라 신덕이나 망덕이나 다른 무슨 덕행이라도 사랑과 은총이 없으면 당신 뜻에 맞지 않나이다.
4. 오! 가장 행복스런 은총이여! 마음으로 가난한 이를 덕행으로 부요하게 하고, 많은 재산으로 부요한 이를 마음으로 겸손하게 하나이다. 오시옵소서! 내게 내리옵소서! 아침에 나를 위로로 충만히 채우시어, 마음이 피로하고 건조함으로 영혼이 기진 해지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대전에서 총애 받기를 간구하오니, 본성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은 하나도 못 얻는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을 충분히 받았습니다"(2고린 12,9). 당신 은총만 내게 있사오면, 시련이 잇고 곤란으로 괴로울지라도 내가 두려워할 악이 없겠나이다. 은총은 나의 용맹이요, 은총은 충고와 도움을 주나이다. 은총은 모든 원수보다도 더 능하고, 모든 지혜로운 자들보다도 더 지혜롭사옵니다.
5. 은총은 진리의 스승이요, 수계(守誡)의 지도자요, 마음의 빛이요, 환난의 위로며, 근심을 쫓아 버리고 공포를 막으며 신심을 더하고 눈물이 흐르게 하나이다. 은총이 없으면 나는 마른나무와 내버리기나 할 무익한 장대와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 은총이 항상 나를 인도하고 내 뒤에 따르게 하시어, 나로 하여금 길이 선공에 열심케 하시되,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소서. 아멘".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너 자신을 떠나면 떠나는 그만큼 내게로 넘어올 수 있으리라. 바깥 것을 도무지 탐하지 않게 되면 내적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내적으로 자기를 버리게 되면 하느님과 합하게 되리라. 네가 나의 뜻안에서 아무 반항과 원망이 없이 완전히 너를 끊어 버릴 줄 알기를 나는 원한다. "나를 따라 오라"(마태 9,9)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길이 없이는 다닐 수가 없고, 진리 없이는 인식할 수가 없고, 생명이 없이는 살수가 없다. 나는 네가 따라야 할 길이요, 네가 믿어야 할 진리요, 네가 바라야 할 생명이다. 나는 어긋날 수 없는 길이요, 그르칠 수 없는 진리요, 그침 없는 생명이다. 나는 가장 바른 길이요, 가장 높은 진리요, 참된 생명이요, 행복스러운 생명이요, 조성함을 받지 아니한 생명이다. 네가 나의 길에 머물러 행하면 진리를 알게 될 것이요, 진리가 너를 해방할 것이니, 영생을 얻게 되리라.
2.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마태 19,17). 네가 진리를 알고자 하거든 나의 말을 믿어라.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마태 19,21). 나의 제자가 되고자 하거든 너 자신을 끊어 버려라. 행복스러운 생활을 얻고자 하거든 현세의 생명을 천히 여겨라. 천국에서 높은 자리를 원하거든 세상에서 너를 낮추어라. 나와 더불어 다스릴 마음이 있거든 나와 더불어 십자가를 져라. 십자가의 종이 된 자만 행복의 길, 참광명의 길을 얻으리라.
3.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 길은 좁고 세속이 그를 천히 여겼사오니, 내가 세속을 천히 여겨 당신을 배울 은혜를 내게 베푸소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높을 수 없고, 종이 상전보다 더 높을 수 없나이다"(마태 10,24). 당신 종은 당신 행적에 익숙케 하소서. 거기에 내 구원이 있고 참성덕이 있나이다. 당신 행적 외에는 내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듣든지, 나를 편안케 하고 또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이 없나이다.
4.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이것을 알고 또 나의 행적에 대한 모든 것을 읽었으니, 그대로 행하면 복되리라.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도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고"(요한 14,21), 또 내 성부의 나라에서 나와 더불어 앉게 하리라.
5.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이 말씀하시고 허락하신 바와 같이 원컨대 이렇게 되어지이다. 또 내가 그 허락하신 바를 공로로 얻게 하소서. 내가 당신 손에서 십자가를 받고 받았사오니 당신이 내게 지워 주신 바와 같이 죽을 때까지 그를 지고 가리이다. 착한 수도자의 일생은 참으로 십자가로소이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나를 낙원으로 인도하리이다. 이미 시작하였사오니 뒤로 물러서서는 안되고 버려서도 못 쓰겠나이다.
6. 그러면 형제들아, 같이 나아가자! 예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리라.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이 십자가를 받았으니 예수를 위하여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자! 우리의 인도자요, 우리보다 앞서 가신 그분은 우리를 도우시리라. 보라, 우리를 위하여 싸워 주실 우리 주께서 우리 앞에 나아가신다. 용맹히 그분을 따르자! 아무도 공포를 두려워하지 말라! 싸움터에서 용감히 죽기를 각오하자. 십자가를 피함으로써 우리 영광을 더럽히지 말자.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경 중에서 위로와 신심이 많은 자보다는, 역경 중에서 참고 겸손한 자를 나는 더 기쁘게 생각한다. 남에게 좀 싫은 말을 들었다고 어찌 그리 걱정하느냐? 그보다 더한 것이 있어도 네 마음이 동요되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이제는 이것이 지나가게 내버려두어라. 이것이 처음 되는 것이 아니요, 새로운 것도 아니요, 또 오래 살면 마지막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역경도 없는 동안에는 너는 꽤 용감하다. 또 남을 잘 훈계하여 말로써 견고케 하면서도, 갑자기 네 눈앞에 무슨 곤란이 이르게 되면 그만 계획과 능력을 잃어버리는구나. 사소한 일로 자주 경험한 바와 같이 네가 대단히 연약하다는 것을 잘 관찰하라. 그런 일이 생기고 또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를 것은 다 네 구원을 위하여 되는 일이다.
2. 네가 남에게 싫은 말을 들었으면 잘 아는 대로 그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서 버려두어라. 그 말이 네 마음을 상하였을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또 오랫동안 얽혀 있지 말라. 즐겨 참을 수 없으면 적어도 인내로이 참아라. 어떤 말이 듣기 싫어서 분할지라도, 너를 억제하여 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 만한 절제 없는 말을 입밖에 내지 말아라. 격분한 마음이 빨리 평안해지고 또 돌아오는 은총으로 인하여 마음의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리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네가 내게 의탁하여 신심 있게 나의 도움을 청하면, 내가 너를 돕고, 또 보통 위로하는 것보다 더 잘 위로해 주고자 한다.
3. 마음의 공정(公正)을 기하라. 또 인내지덕을 다 완전히 입어라. 어떤 때에 곤란을 당하고 시련이 심하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실패가 된 것이 아니다. 너는 사람이고 하느님이 아니며, 육신이 있는 인간이고 천사가 아니다. 하늘에 있던 천사들과 낙원에 있던 원조들에게도 항상 덕행의 같은 상태가 없었는데, 너는 어떻게 항상 이런 것이 있으랴? 나는 근심하는 자들을 구원하여 일어나게 하는 이요, 또 자기 약함을 아는 자들을 천주성으로 올려 주는 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찬미를 받으소서. 내 입에는 꿀과 생청보다 더 다옵니다. 주께서 당신의 거룩한 말씀으로 나를 견고케 해주시지 않으면, 이렇게 큰 곤란과 곤궁 중에 나는 어찌하리이까? 마침내 구령의 항구(港口)로만 다다른다면, 어떠한 것을 당하고,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였을지라도 내게 무슨 관계가 있겠나이까? 끝을 잘 마치게 하시고 이 세상을 행복스러이 떠나게 하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생각하소서. 바른 길로 인도하시어 당신 나라로 데려다 주소서. 아멘.
1. 주의 말씀: 아들아, 심오한 문제와 하느님의 은밀한 판단에 대하여 변론함을 삼가라. 즉 하느님께서 왜 이 사람을 이렇게 버려 주시고 저 사람에게 어떻게 은총을 주시는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큰 괴로움을 당하고 저 사람이 왜 이런 높은 지위를 얻었을까 변론하지 말라. 이 모든 것을 깨닫기는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판단을 탐지하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변론도 당치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원수가 네게 이런 생각을 일으키던가 호기심이 많은 어떤 사람이 이런 문제를 내거든 선지자의 말씀을 빌려 대답하기를 "야훼여, 당신은 공정하시며 당신의 결정은 언제나 옳사옵니다."(시편 119,137)하고, 또 "야훼의 법령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다."(시편 19,9)하라. 나의 판단은 사람의 이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므로, 변론할 것이 못되고 다만 두려워할 것뿐이다.
2. 또 성인들의 공로에 대하여 연구하지 말고 변론하지도 말라. 즉 어느 성인이 어느 성인보다 더 거룩하다든지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였다든지 하는 문제를 취급하지 말라. 이런 모든 문제는 흔히 싸움과 쓸데없는 쟁론을 일으키고 또 교오와 허영심을 기를 따름이다. 이 사람은 이 성인이 낫다고 하고, 저 사람은 저 성인이 낫다고 하고 서로 교오하게 다투므로, 거기서는 질투와 분쟁이 난다. 이런 것을 알려고 하고 연구하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유익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성인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주는 불목의 하느님이 아니요 평화의 하느님이신 까닭이다. 이 평화는 자기를 높이는 데 있지 않고, 참된 겸손에 있는 것이다.
3. 어떤 사람들은 열정으로 인하여 이 성인이나 저 성인에게 더 뜨거운 정으로 이끌리나, 이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정이라기보다도 사람의 편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모든 성인들을 주성한 이는 나다. 내가 은총을 주고, 내가 영광을 주었다. 나는 각 성인의 공로를 알고, 자애로운 강복을 먼저 그들에게 주었다. 나는 천지 개벽 이전부터 나의 사랑하는 자들을 미리 알았고 그들을 세속에서 간선하였다. 그들이 나를 먼저 간선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저들을 은총으로써 불렀고 자비로써 이끌었고, 내가 저들을 여러 가지 시련으로써 단련시켜 끝까지 인도하였다. 내가 심대한 위로를 주었고 내가 항구한 마음을 베풀었으며 내가 저들의 인내지덕에 화관을 주었다.
4. 나는 첫째 성인도 알고 말째 성인도 안다. 나는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품어 준다. 나는 모든 성인들 때문에 찬송을 받을 것이요, 성인들을 이렇게 높은 품위에 이르게 하고, 아무런 자기의 공로 없이도 그들을 미리 간선하였으니, 각 성인 때문에 찬미와 영예를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성인이라도 경홀히 보는 사람은 큰 성인도 공경하지 아니하는 것이니, 이는 작은 성인이거나 큰 성인이거나 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성인 중 하나의 명예를 감소하는 이는 나의 명예와 천국에 있는 모든 이의 명예를 감소한다. 모든 성인들은 다 사랑의 연결로써 하나가 되어, 생각이 같고, 또 다 하나가 되도록 서로 사랑한다.
5. 또 그보다도 더 고상한 것은, 성인들이 자신보다도, 제 공로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를 초월하고 또 자기 사랑하기를 끊어서 오로지 나를 사랑하여 나아가며, 이 사랑을 누리면서 쉰다. 그들을 이 사랑에서 떼어 내거나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들 안에 영원한 진리가 충만히 있고, 멸하지 못하는 사랑의 불이 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즐거움만 좋아할 줄 아는 육체적 금수적 사람들은 성인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변론하지 말라. 제 생각대로 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할 뿐, 영원한 진리에 의합한 대로 생각하지는 못하는 까닭이다.
6. 많은 이 가운데, 특히 신광(神光)을 별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완전한 영적 사랑으로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드물다. 아직도 본성적 감정과 인간의 우정으로 이 사람에게나 혹 저 사람에게로 이끌리니 세상에서 되듯이 천당에서도 되는 줄만 안다. 그러나 불완전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신광을 받은 사람들이 천상적 묵시로 인하여 명상(冥想)하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
7. 그러므로 아들아, 네 지식을 넘는 이런 일에 대해서 부질 없이 호기심으로 변론할 생각을 말고, 오직 하느님의 나라에서 극히 작은 자나 되려고 힘쓰고 도모하라. 천국에서 누가 더 거룩하고 누가 더 높다는 것을 안다 해도, 이런 지식으로 인하여 내 앞에 자신이 더 겸손해지고 나의 이름을 더 찬미하는 것이 없다면, 그런 지식이 무슨 이익이 있느냐? 차라리 자기 죄가 크고 덕이 적다는 것, 또 자기가 성인들의 완덕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를 생각하는 자는, 성인 중에 누가 크고 누가 작다는 것을 변론하는 자보다 하느님께 더 의합한 일을 행한다. 쓸데없는 수고를 다하여 성인들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신심 있는 기도와 눈물로 간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의 영화로운 전달을 청하는 것이 낫다.
8. 사람들이 만일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쓸데없는 말을 억제할 줄 안다면, 성인들도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돌려보내지 아니하고, 다 내게로 돌려보내니, 자기의 무슨 공로가 있다고 스스로 무슨 영광을 취할 생각조차 없다. 이는 내가 끝없는 사랑으로 그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까닭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넘치는 즐거움이 충만하여, 영광에 부족한 게 없다. 행복에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성인들은 누구나 그 영광이 높을수록 그 만큼 겸손하여 내게 더 가깝고 더 사랑스러운 법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느님 앞에 제 월계관을 놓으며 어린양 앞에서 엎디어 "찬양과 영예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 무궁토록 받으소서."(묵시 5,14)라고 경배했다고 기록되었다.
9. 하느님의 나라에서 끝자리를 차지할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지 알려 한다. 위대한 자만 있는 천국에서 제일 천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여도 이것이 큰 것이니, 거기서는 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요"(마태 5,6). 또 사실 하느님의 아들들이 될 것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천 명으로 불어나고 가장 하잘것없는 자가 강대한 민족을 이루리라."(이사 60,22),또 같은 전지자의 "백세를 채우지 못하고 죽으면 벌을 받을 자라 할 것이다"(이사 65,20)하는 말씀이 죄인에 대해서 맞게 되리라. 천국에서 누가 높은 자가 되는지 서로 다투던 제 자들은 다음 대답을 들었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3). "그리고 하늘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마태 18,4).
10. 어린아이와 같이 자유로이 스스로 겸손하여 하지 않는 자 에게는 화 있으리라. 이는 천국의 낮은 문이 그를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세에 위로가 많은 부자들에게는 화 있으리라. 가난한 자들이 천국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은 밖에서 부르짖으며 서 있으리라. 겸손한 자들아, 즐거워하고 가난한 자들아, 용약하라. 진리의 길을 끝까지 걷기만 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것이니라.
1. 제자의 말: 주여, 현세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살리이까! 하늘 밑에 보이는 모든 것 중에 무엇을 제일 큰 위로로 삼으리이까?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의 인자는 한이 없사오니 당신밖에 내가 믿을 것이 또 있으리이까? 당신 없이도 나흘로 행복할 수 있겠나이까? 당신을 떠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 당신 때문에 가난하게 살기를 더 원하나이다. 당신을 떠나 하늘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당신과 더불어 이 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나이다. 당신이 계신 그곳이 곧 천당이요, 당신이 안 계신 그곳에 죽음과 지옥이 있나이다. 나는 주를 사모하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향하여 탄식하고 부르짖고 간구함이 당연하옵나이다. 또 마침내 내 하느님이신 당신 하나밖에는, 곤궁 중에 내가 의탁할 만큼 나를 정당히 도와 줄 이는 없나이다. 당신은 내 희망이시오, 내 의탁이시며, 당신은 나의 위로 자시오, 모든 일에 가장 성실한 벗이옵나이다.
2. 모든 사람이 다 제게 좋은 것만 찾으나 당신은 나의 구원과 나의 진보만 원하시고 모든 것을 내게 선으로 돌이켜 주시나이다. 설령 내가 여러 가지 시련과 역경을 당하게 하시더라도 이는 대 내 유익을 위하여 마련해 주실 따름이오니, 당신은 천 가지 모양으로 당신 사랑하시는 자들을 단련시키시나이다. 이렇게 나를 시험하시는 때에라도 천상적 위로를 충만히 내려 주시는 때와 다름없이 당신을 사랑하여야 하고 찬미하여야 하나이다.
3. 그러므로 내 주 하느님이여, 주께 내 모든 희망을 두고 피난처를 정하나이다. 나의 모든 곤란과 근심 걱정도 당신께 맡기오니, 당신 외에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이 다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할 것인 줄로 여기나이다. 당신이 계셔 도와 주시고 견고케 하시며, 위로하시고 가르치시며 지켜 주시지 않으면 친구가 많아도 소용이 없고 세력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도 쓸데없사오며 지혜로운 자들이 의견을 내어도 유익한 답안이 될 수없고, 학자들의 책도 위로를 주지 못하고 귀중한 보물이 있어도 나를 구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안온한 처소가 있다 할지라도 나를 안심케 하지 못하리이다.
4. 평화와 행복을 줄 것 같은 그 모든 것이 다 당신이 안 계시면 아무 것도 아니요, 또 아무런 행복도 참으로 줄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모든 선의 종극(終極)이요, 생명의 절정(絶頂)이오며, 웅변의 극치이옵니다. 또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 안에 희망을 두는 것이 당신 종들의 극히 힘있는 위로이옵니다. 내 하느님이시요,"인자하신 아버지"(2고린 1,3)시여, 내 눈은 당신께로 향하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있나이다. 천상 강복으로 내 영혼을 강복해 주시어 당신의 거룩한 거처가 되게 하시고 당신의 영원한 어좌가 되게 하시며, 당신의 엄위한 대전에 거스르는 것은 당신의 존귀한 성전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게 하소서. 당신의 막대한 선의(善意)와 무한한 인자를 따라 나를 돌보아주시고 죽음의 그늘진 이 땅에 귀양살이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죽을 인생의 많은 위험 중에서 당신 종의 영혼을 보호해 주시고 보존해 주시며 또 당신의 은총으로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어 영원히 빛나는 고향에 이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