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성체성사에 대하여

제 1장 공경을 다하여 그리스도를 영할 것

1. 제자의 말: 영원한 진리신 그리스도여, 이는 한때에 말씀 하신 것도 아니요, 어느 한 곳에만 기록된 것도 아니오나 당신의 말씀이옵니다. 이 말씀이 당신의 말씀이요, 또 진실한 말씀이므로 다 즐겨 또 착실히 받아야 하나이다. 이 말씀은 당신의 말씀이오며, 정말 당신이 그 말씀을 하셨나이다. 또 내 마리알 하여도 좋사오니, 이는 나를 위하여 하신 말씀이기 때문이옵니다. 당신의 입에서 나온 그 말씀을 내가 달갑게 받아 내 마음에 깊이 새기려 하나이다. 이렇게 인자한 당신 말씀, 사랑과 신락이 가득한 이 말씀은 과연 나를 감동케 하오나 내 지은 죄악을 생각할 때 떨리며, 당신의 이위대한 신비를 받기에 불결한 나의 양심이 나를 꾸짖나이다. 당신 말씀은 자애로이 나를 이끌지만, 나의 많은 죄악이나를 누르나이다.

2. 당신과 더불어 나도 한몫을 얻으려면 신뢰하는 마음으로 당신께 가까이 오라고 명하시고 또 영원한 생명과 영광을 누리려면 불사 불멸의 양식을 영하라 명하시나이다. 당신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 하시나이다. 오! 죄인의 귀에는 이 말씀이 얼마나 인자하고 얼마나 친절하게 들리나이까?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극히 거룩하신 당신의 몸을 영하라고, 궁핍하고 가난한 자를 청하시나이다. 그러하오나 주여, 내가 누구이기에 당신 대전에 감히 나아가리이까? 보옵소서! 천산 하늘이 당신을 용납치 못하거늘, 당신은 "너희는 다 나에게로 오너라." 하시나이까?

3. 이 지극한 인자는 무슨 의미 옵니까? 이렇듯 친절히 나를 초대하심은 무슨 의미 옵니까? 당신의 부르심에 응할 만한 아무런 자격도 없음을 아오니 어떻게 감히 갈 수 있겠나이까? 당신의 그렇게 자애로운 마음을 상해 드린 나로서, 어찌 당신을 내 집에 모실 수 있겠나이까? "저 하늘, 저 꼭대기 하늘도 주를 모시지 못할 터인데"(1열왕 8,27), "너희는 다 나에게로 오너라." 하시나이까? 주여 당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누가 참말이라고 하겠나이까? 또 이것이 당신의 명령이 아니면 누가 감히 나아가리이까? 노아는 의인이면서도 몇 사람을 살릴 배를 만드는 데 백 년을 노력 하였거늘, 나는 세상을 창조하신 분을 영하기 위하여 한 시간을 준비한다면 어찌 되겠나이까?

4. 당신의 위대한 종이요, 특별한 벗이었던 모세는 십계판을 넣어 둘 궤를 썩지 않은 나무로 만들고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금으로 입히었는데 부패한 조물인 나는 어찌 법률을 내신 입법자(立法者)시오, 생명을 주시는 당신을 쉽사리 영할 마음을 감히 둘 수 있겠나이까? 지혜가 출중하였던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은 당신의 이름을 현양하기 위하여 칠년 동안을 두고 웅대한 성전을 지었고 팔일 동안 헌 당식(獻堂式)을 지내며 수천의 희생을 바치고 음악과 노래를 부르면서, 계약의 궤를 이미 예비하여 놓았던 장소에 모셨나이다. 극히 비천하고 불행한 나는 겨우 반시간을 신심 있게 준비하는 그것도 합당히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좋겠나이다. 그러면 어떻게 당신을 내 집에 영접할 수 있겠나이까?

5. 오 내 하느님이여, 저들은 당신 마음에 맞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나이까? 슬프게도 내가 하는 준비는 얼마나 적사옵니까? 영성체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적은 시간을 사용하나이까? 완전히 신심을 수습한 때가 드물고 모든 분심을 아주 없앤 때는 아주 적사옵니다. 그러나 당신의 존엄함 천주성을 대할 때 부당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도 안 되오며 무슨 조물을 생각해 두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의심 없사오니, 나는 내 집에 천사를 영접하려는 것이 아니요, 천사들의 주를 영접하려 함이옵니다.

6. 그리고 유물(遺物)을 넣어둔 계약의 궤와 말할 수 없는 권능을 가지신 당신 정결한 육신과 비긴다면 그 차이는 너무나 심하오며, 장차 할 제사를 상징함에 불과한 저 모세 교법 제사와 모든 구약(舊約)제사를 보충하는 당신 성체의 참된 제물을 서로 비기면 역시 차이가 너무 심하옵니다. 그런데 어찌해서 당신의 존엄한 대전에 나온 내 마음에는 사랑의 불이 더 치열하지 않나이까? 저 옛 성조와 예언자들이, 왕들과 군주들이 온 백성과 더불어 당신을 공경하는 예식에 그렇게도 신심의 정을 드러내었는데, 나는 어찌 당신 성체를 영하려 더 많은 열정으로 예비하지 아니하나이까?

7. 신심이 지극한 다윗 왕은, 전에 성조들에게 베푸신 은혜를 생각하여 하느님의 계약의 궤 잎에서 전력으로 춤추었으며 여러 가지 종류의 악기를 만들고 시를 짓고 즐겁게 노래하기를 명하였으며 성령의 총우로 신광(神光)을 받아 자주 거문고를 탔고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쳐 전심으로 하느님의 찬미하는 소리를 같이 하여 매일 찬미하고 찬송하게 하였나이다. 계약의 궤를 모시고도 이렇게 신심이 있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정이 깊었거늘, 나와 또 모든 그리스도 신자는 존엄한 그리스도의 성체 앞에서나, 이 지극히 고귀하신 성사를 영할 때에 얼마만한 공경과 정성을 다하여야 하겠나이까?

8. 많은 사람들은 사방으로 순례(巡禮)하여 성인들의 성해(聖骸)를 참배하고 그들의 생적을 듣고 기묘히 생각하며 그들의 웅장한 성전을 참배하고 비단과 금으로 장식한 그들의 성해를 친구하나이다. 그러나 내 하느님이시오, 성인들 중에 가장 거룩하신 분이시오, 사람을 조성하신 분이시오, 천사를 주재(主宰)하시는 당신은 내 앞의 제대 위에 계시나이다. 흔히는 이러한 순례에는 새것을 보는 호기심이 많고 실상 개과천선의 결과가 적으며 특히 참통회가 없이 경솔히 돌아다시는 데도 그러하옵니다. 이곳 성체 성사에는 내 하느님이시오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전히 계시오니 합당하게 신심 있게 영하면 영원한 구원(救援)의 결과를 풍성히 얻게 되나이다. 이 성체를 모시는 데는 무슨 경솔한 마음이나 혹은 호기심이나 무슨 사욕이 이끌지 아니하고, 다만 굳은 신앙과 열절한 바람과 성실한 사랑이 이끄나이다.

9. 우주의 무형한 창조자이신 하느님이여, 우리에게 얼마나 기묘히 행하시나이까? 당신의 뽑힌 사람들과는 얼마나 자애롭고 친밀히 하시나이까? 성체 성사로써 그들에게 당신자신을 양식으로 주시나이다. 이것은 과연 우리의 모든 지력을 초월하여 신심 있는 자들의 마음을 특별히 끌며 열정을 왕성케 하나이다. 그들은 당신의 충실한 종들로서 일생을 허물 고치기에 힘쓰오니, 이 지극히 존엄한 성사에서 신심의 은총을 얻고 덕행을 사랑하는 은혜를 자주 받나이다.

10. 오! 성체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은총이여! 이는 그리스도 신자들만이 아는 것이요, 외교인들과 죄의 종 된 자들은 체험 해 볼 수 없는 것이옵니다. 이 성사는 신령한 은총을 주시고 잃은 덕행을 영혼에 도로 주고 죄악으로 더러워진 것을 아름답게 하나이다. 이 은총의 힘은 어떤 때에 어떻게 위대한지 풍성히 받는 신심으로 인하여 영혼뿐만이 아니라 연약한 육체도 힘을 더 많이 받는 것을 깨닫게 되나이다.

11. 그러나 그리스도를 영하기에 우리는 열정이 없고 열심히 없고 경솔히 함을 생각하면, 실로 애통할 일이요, 가련한 사정이옵니다. 구령할 자들의 모든 희망과 공로가 그리스도께 있는 까닭이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거룩하심이요, 우리의 구속이시오, 나그네의 안위시오, 성인들의 영원한 행복이시옵니다. 천국을 즐겁게 하고 온 세상을 구원하는 이 기묘 한 성사를 많은 사람이 별로 알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통한(痛恨)할 일이옵니다. 슬프다! 어둡고 완악한 인간의 마음으로, 이 기막힌 은혜에 별로 주의를 아니하고 또 날마다 모시는 관계로 도리어 심상히 여기나이다.

12. 이 거룩한 성사를 세상의 어느 한 곳에서만 지낸다 하고, 또 세상의 한 사제만이 성체를 이루게 된다면 신성한 신비를 거행하는 것을 보려고 그곳으로 가서 참례할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겠으며 이러한 사제를 얼마나 사모하겠나이까! 그런데 사제도 많고 사방에서 그리스도를 제헌하는 것은 세상에 영성체가 아무쪼록 많아지고 그럴수록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의 위대함이 더욱 드러나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영원하신 목자, 착하신 예수여, 귀양살이하는 불쌍한 우리를 어여삐 여겨 보배로운 당신의 성체와 성혈을 주시어 우리를 기르심을 감사하나이다. 또 이 성사를 영하기 위하여 당신은 당신의 거룩하신 입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이르시기를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하셨사오니 감사하나이다.

제 2장 성체에 드러나는 하느님의 위대한 어지심과 사랑

1. 제자의 말: 주여, 내가 당신의 어지심과 인자에 의지하여 당신께로 나아가나이다. 병자가 구세주한테로, 배고프고 목마른 자가 생명의 샘으로, 가난한 자가 천국의 왕한테로 종이 주인에게로, 조물이 조물주께로 위로가 없는 자가 진실한 위로자에게로 나아가나이다. 그러나 당신이 내게 임하신다는 것은 그 어찌 된 일이옵니까? 내가 누구이온데 당신을 내게 주시나이까? 죄인이 어떻게 당신 대전에 나타날 수 있나이까? 또 당신은 어떻게 죄인에게 임하실 수 있나이까? 당신은 당신 종을 잘 아시오니 당신께 드릴 만한 아무런 좋은 것도 없는 줄을 잘 아시나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천함을 자백하옵고 당신의 착하심을 승복하오며, 그 착하신 마음을 찬미하옵고 그 지극한 사랑을 감사하나이다. 이렇게 하심은 내게 공고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하여 하시는 것이오니, 당신의 착하심이 우리에게 더 드러나고, 당신의 사랑이 더 인식되고 겸손히 더 완전히 나타나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당신이 이렇게 되기를 원하시고 또 명하셨사오니 나도 당신의 이 후의(厚意)를 즐겨 받나이다. 다만 내 죄악이 이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옵니다.

2. 오, 지극히 착하시고 인자하신 예수여, 당신의 품위는 아무도 능히 헤아릴 수 없사오니, 당신의 성체를 영하기에는 얼마만한 공경과 감사하는 정과 그침 없는 찬미를 당신께 드릴 것이겠나이까? 그러나 성체를 영하러 내 주께 나아갈 때 신심 있게 영할 마음은 간절하오나 합당하게 존경할 수 없사오니 무엇을 생각하리이까? 나를 당신 대전에 전혀 겸손되이 생각하고 당신의 무한한 인자를 내 위에 들어 높이는 그 생각 외에, 더 낫고 더 유익한 생각이 어디 있으리니까? 내 하느님이여, 당신을 찬미하고 영원히 들어 높이나이다. 나를 천히 보고 나 자신의 비천함을 생각하고 당신 대전에 나를 낮추나이다.

3. 보소서! 당신은 성인 중에 가장 거룩하신 분이시온데, 나는 더러운 죄인이옵니다. 그런데 당신을 뵈옵기도 부당한 나를 당신은 굽어보시나이다. 그런데 당신은 나에게 임하시고, 나와 더불어 계시고자 하시고 나를 당신 잔치에 청하시나이다. 당신은 나에게 천상의 양식,"천사들의 양식"(시편 78,25)을 주시고자 하시오니,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주는"(요한 6,33)당신의 살을 우리에게 내어 주심이옵니다.

4. 오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의 인자는 어떻게 빛나나이까!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찬송하여야 하리이까! 오! 성사를 세우신 당신의 계획은 그 얼마나 좋고 유익하나이까! 당신 자체를 양식으로 주시는 그 잔치는 그 얼마나 좋고 즐겁사옵니까? 주여, 당신의 업적은 그 얼마나 기묘하나이까! 당신의 능은 그 얼마나 크나이까! 당신의 진리는 그 얼마나 오묘하나이까! 당신이 말씀하시매 모든 것이 이루어졌고 당신이 명하시매 모든 것이 그대로 되었나이다.

5. 참하느님이시오 참사람이신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작은 면병과 술의 형상 안에 온전히 계시오며 영하여도 진(盡)하지 아니하고 이 사실은 과연 기막힌 일이요 인간의 지력을 넘고 신앙으로써 믿을 일이옵니다. 우주 만물의 하느님이여, 당신은 아무 부족한 것이 없으시면 서도 성체 성사로써 우리와 더불어 사시고자 하셨나이다. 내 마음과 몸을 조촐히 보존케 해주시어 특히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또 영원한 기념을 위하여 결정하시고 세우신 성사를, 즐겁게 깨끗한 양심으로 자주 영하고 또 영원한 구원을 위하여 영하게 하소서.

6. 내 영혼아, 이 눈물의 골짜기에 있는 네게 남겨 주신 고귀한 예물과 특수한 위로를 생각하고 즐기며 하느님께 감사하라. 네가 이 성사를 거듭할 때와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할 때마다 구속의 사업을 거듭함이요, 그리스도의 모든 공로에 참례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조금도 줄어드는 때가 없고 그분의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은 조금도 진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항상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이 성사를 잘 영하도록 준비하고 정신을 차려 이 구원의 신비를 묵상할 필요가 있다. 미사를 드리거나 혹 참례하거나 할 때마다 그 날에는 그리스도께서 처음으로 사람이 되시어 동정녀의 복중에 내려 임하시는 것처럼 혹 십자가에 달려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고난받아 죽으시는 것처럼, 그만큼 중대하고 새로우며 즐거운 일로 여겨야 한다.

제 3장 자주 영성체함은 매우 유익함

1.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당신께 나아가오니, 당신의 선물을 받아 나의 일이 잘되고 또 "당신의 어지심으로써 굶주린 자에게 마련해 주신"(시편 68,10)당신의 거룩한 잔치를 즐기기 위함이로소이다. 나의 모든 희망을 둘 수 있고 또 두어야 할 그 모든 것은 전혀 당신께만 있나이다. 당신은 나의 구원이시오, 구속이시오, 희망이시오, 용기시오, 명예시오, 영광이로소이다. 그러므로 주 예수여, "내 마음 주를 향하여 올리오니 당신 종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우소서"(시편 86,4). 나는 지금 당신을 신심 있게 공경을 다하여 영하기를 사모하오며 또 자캐오와같이 당신께 강복을 받고 아브라함의 자손들 중에 들기에 합당하면 당신을 내 집으로 인도하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내 영혼은 당신 성체를 원하고, 내 마음은 당신과 결합하기를 사모하나이다.

2. 당신을 내게 주소서. 그만하면 나는 만족하오니, 당신외에는 나에게 아무 다른 위로가 쓸데없나이다. 당신이 없이는 나는 지낼 수가 없고 당신이 나를 방문해 주시지 않으면 나는 살수가 없나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주 당신께 나아가 내 구원의 약이 되시는 당신을 영할 필요가 있사오니, 천상 양식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에 길에서 혹 기진 할까 두려워하는 까닭이옵니다. 극히 인자하신 예수여, 백성에게 강론하시며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해주실 때에 말씀하시기를 "이 많은 사람들이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나와 함께 지내면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였으니 참 보기에 안되었구나. 가다가 길에 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 보내서야 되겠느냐?"(마태 15,32)라고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이미 당신은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체 성사에 머물러 계시니 내게도 이렇게 해주소서. 당신은 영혼의 맛있는 양식이시오, 또 당신을 적당히 영하는 자는 영원한 영광에 참석하고 또 그의 상속자가 되리라. 이렇게 자주 넘어지고 범죄하며, 이렇게 급히 나태해지고 핍진하는 나에게는, 자주 기도하고 고해 성사를 받으며 당신 성체를 영함으로써 나를 새롭게 하고 깨끗하게 하며 열렬케 할 필요가 있나이다. 이는 너무 오래이 양식을 안먹어 거룩히 뜻한 바에 어긋날까 함이옵니다.

3. 사람의 마음은 그 어릴 때부터 악으로 기울어지며 하느님의 약이 없으면 사람은 곧 더 큰 악으로 떨어지니이다. 그러므로 영성체하는 것은 죄를 멀리하고 선을 행함에 견고케 하나이다. 성체를 영하며 미사를 지내는 데도 이렇게 자주 경솔하고 내 마음이 차갑거든, 만일 이 약을 쓰지 아니하고 이 큰 도움을 찾지 아니한다면 어찌 되겠나이까? 내가 비록 어떤 날에 적당히 준비하지 못하여 미사를 지내기에 합당치 못 할지라도 그래도 적당한 때를 이용하여 천상 은혜를 영하고 이만한 은총을 얻기로 힘쓰겠나이다. 당신을 멀리 떠나 이 죽을 육신을 끌고 다니며 사는 동안, 충실한 영혼에게 특별히 위로되는 것은, 자주 자기 하느님을 생각하여 신심 있는 마음으로 자기 사랑하는 분을 영함이옵니다.

4. 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신을 조성하시고 생활케 하시는 하느님이신 당신이 나의 주린 것을 풀어 주시기 위하여 천주성과 인성을 다하여 이 불쌍한 영혼 위에 내리고자 하시니, 당신의 우리에 대한 인자는 실로 기묘하옵나이다. 주 하느님이신 당신을 신심 있게 영하고 또 당신을 영함으로써 신령한 즐거움을 가득히 누리는 그 정신은 얼마나 행복스러우며, 그 영혼은 얼마나 복되옵니까? 그 영혼이 영하는 주님은 그 얼마나 위대하시옵니까? 맞아들이는 그 손님은 얼마나 사랑하는 분이시옵니까? 환영하는 친구는 얼마나 미쁨이 있나이까! 그가 안아 모시는 정배(淨配)는 얼마나 아름다우시고 높으신 분이옵니까! 모든 사랑함직한 자들보다도 모든 원함직한 것보다도 얼마나 더 사랑할 분이옵니까! 극히 착하신 나의 사랑하올 이여, 당신 대전에는 하늘과 땅과 그 만물이 묵묵해야 할 것이오니, 거기에 무슨 아름다운 것이 있고 찬미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 당신이 자애롭게 주신 것에 지나지 않고 또 측량할 수 없이 지혜가 있는 당신의 영광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옵니다.

제 4장 신심 있게 영성체 하는 사람은 많은 선을 받음

1. 제자의 말: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 미리 자애로운 강복을 내려 주시어 당신의 그 위대한 성사를 신심 있게 타당히 영하게 하여 주소서. 내 마음을 분발시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나의 심한 쇠약을 없애 주소서. 이 성사에 마치 샘과 같이 가득히 흐르는 당신의 자애에 영혼이 맛들이게 하기 위하여 나를 당신 구원의 은총으로 방문하소서. 이렇게 기묘한 신비를 깨닫도록 내 눈을 밝혀 주시고 의심 없는 신 덕으로 믿게 나를 견고케 해주시어. 이는 당신 업적이요, 인간의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발명한 것도 아니요, 당신이 거룩히 세우신 것이옵니다. 천사의 명석한 지력이라도 다 초월하는 이 사실을 알아듣고 투시(透視)할 만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흙과 먼지에 불과한 부당한 죄인인 내가 이렇게 고상하고 거룩한 신비(神秘)를 어찌 연구하고 알아들을 수 있겠나이까?

2. 주여, 내 순진한 마음과 참되고 견고한 신앙과 당신 명에 복종하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희망을 품고 당신께 나아가오니, 확실히 믿나이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당신을 영하여 사랑으로 당신과 결합하기를 원하시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인자를 구하고 이에 마땅한 특별한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오니, 내가 당신 안에 완전히 녹고 사랑에 깊이 잠기며, 또한 다른 무슨 위로를 조금도 찾지 않게 되고자 하나이다. 이 극히 높고 극히 존귀한 성사는 영혼과 육신의 구원이요, 모든 영혼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오니, 이 성사로써 내 악습(惡習)을 고치고 욕망을 제어하며, 시련을 이기거나 혹 시련이 적어지며, 은총을 더 풍성히 받고 시작된 덕행이 더 커지며, 신적이 견고해지고 희망이 두터워지고, 사랑이 열렬하여지고 넓어지나이다.

3. 내 마음을 붙들어 주시고 인간의 약함을 건지시며 모든 내적(內的)위로를 주시는 내 하느님이여! 당신이 신심 있게 성체를 영하는 당신의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고 또 더 자주 베푸시나이다. 그들에게는 여러 가지 곤란을 잘 참아 나가게 하기 위하여 많은 위로를 내려 주시고, 또 극히 낮은 번민에서 일으키시어 당신의 두호하심을 바라게 해주시며 어떠한 새로운 은총으로 그들의 마음을 건장케 하시고 비추어 주시어 성체를 영하기 전에는 근심스럽고 아무 정이 없던 그들이, 천상의 양식을 받고서는 훌륭하게 변하였음을 깨닫게 하시나이다. 당신의 뽑힌 이들에게 이렇게 하시는 것은, 사람이 자기 혼자서는 얼마나 약하다는 것을 참으로 인정하고 밝히 체험해 보게 하시기 위함이옵니다. 그들이 자신으로서는 냉정하고 무정하고 신심이 없사오나, 당신의 도우심을 입으면 열정이 있고 쾌활하고 신심이 있게 되나이다. 이 극히 선하신 샘으로 겸손하게 향하여 가는 사람으로서, 어찌 작은 즐거움이라도 누리지 못하겠나이까? 혹 큰 불 옆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거기서 작은 더위라도 감각하지 못하겠나이까? 당신은 항상 가득하고 항상 넘치는 샘이시며 항상 타고 도무지 식지 않는 불이로소이다.

4. 그러므로 만일 내가 이 가득한 샘에서 물을 긷지 못하게 되고, 또 배부르도록 마시지 못하게 되면, 적어도 내 입을 천상의 그 관(管)에 대고 적어도 몇 방울 물이나마 마시어 갈증을 풀어, 말라죽지 않고자 하나이다. 또 내가 비록 완전히 천상 인간이 되지 못하고, 또 케루빔과 세라핌과 같이 불 타듯하게 되지 못할지라도, 신심을 내고 내 마음을 준비시키려 힘쓰겠사오니, 생활케 하는 성사를 겸손 되이 영하여 하느님의 화염의 조그마한 불덩어리라도 받으려 하나이다. 거룩하신 구세주, 착하신 예수여, 내게 부족한 그 모든 것은 인자하고 착하신 마음으로 보충해 주소서. 당신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하시고 모든 사람을 다 당신께로 불러들이셨나이다.

5. 나는 얼굴에 땀을 흘리며 수고하오며, 마음의 고통으로 괴롭고 내 죄가 무거운 짐과 같고, 시련이 있어 평안히 있지 못하오며, 여러 가지 악한 사욕이 있어 이끌리고 눌리는데 나를 도와 줄 분은, 나의 구세주 하느님이여, 당신밖에 아무도 없사와 당신께 나와 나의 모든 것을 맡기오니, 나를 보호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 주소서. 당신은 성체와 성혈을 나를 위하여 양식으로 준비해 주셨으니 당신의 거룩한 이름의 영광과 찬미를 위하여 나를 받아 주소서. 나의 구원이신 주 하느님이여, 당신 성체를 자주 영함으로써 내 신심의 열정이 더욱 자라게 하여 주소서.

제 5장 성체 성사의 고귀함과 사제의 지위

1. 예수의 말씀: 네가 천사처럼 깨끗하고 요한 세자처럼 거룩하다 할지라도 이 성사를 영하기에나 거행하기에 부당하리라.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성체를 축성하고 만지며 천상의 떡을 양식으로 받는 것이 사람에게 무슨 공로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 사제들은 얼마나 고귀한 직무와 얼마나 위대한 품위를 가졌는고! 천사들에게 주지 않은 것을 사제에게 준 것이다. 성교회 안에 법대로 신품 성사를 받은 사제들만이 미사를 거행하고 그리스도의 성체를 축성할 권능이 있다. 사제는 하느님의 명과 그의 설정하심을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사용하는 하느님의 시종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근본 되는 집권자(執權者)시오, 무형한 주례자(主禮子)시니, 원하시는 바가 다 그분에게 속하고, 그분이 명하시면 무엇이든지 다 복종한다.

2. 그러므로 이 지극한 존엄한 성사에 있어 자기의 오관이나 유형한 표적보다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더욱 믿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성사에 나아갈 때는 두려운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너는 주교의 안수(按手)를 받음으로써 누구의 직무를 맡았는지 삼가 반성하라. 보라, 너는 사제가 되고, 미사를 거행하기 위하여 신품을 받았으니, 삼가 살펴 충실을 다하여 신심 있게 제때에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네가 비난받지 않는 자로 그 분 앞에 있도록 삼가라. 너는 네 짐을 가볍게 한 것이 아니요, 도리어 더 엄한 규율의 사슬로 너를 얽었고, 또 더 완전한 성덕을 닦을 의무가 있다. 사제는 모든 덕행으로 꾸민 자가 되고, 남에게 좋은 생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는 사람들의 보통 길로 다니지 말고, 천국에 있는 천사들이나 완덕에 도달한 지상의 사람들과 같이 행할 것이다.

3. 제의를 입은 사제는 자기와 모든 백성을 위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겸손되이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기 위한 그리스도의 대리자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항상 기억하리 위하여 십자가는 제의의 앞쪽과 뒤쪽에 있다. 제의 앞쪽에 십자가가 있음을, 그리스도의 자취를 삼가 살펴 열심히 따르기로 힘쓰기 위함이다. 제의 뒤쪽에 십자가를 짐은, 무슨 곤란을 당하든지 하느님을 위하여 잘 참아 받기 위함이다. 제의 앞쪽에 십자가가 있음은, 자기 죄를 울기 위함이요, 제의 뒤쪽에 십자가를 짐은, 남의 범한 죄도 동정하여 울어 하느님과 죄인 사이에 중재자 된 것을 생각하여 인자하심과 은총을 구하여 얻을 때까지 기도함과 또 성제 드림에 게으르지 않기 위함이다. 사제가 미사를 지내면, 하느님을 존경하고 천사들을 즐겁게 하며 성교회를 건설하고 살아 있는 자들을 도우며 죽은 자들을 평안히 쉬게 하고 저 자신을 모든 선에 참섭하게 한다.

제 6장 영성체 하기 전에 수업에 대한 질문

1.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고귀한 품위를 생각하고 또 나희 천함을 헤아리면, 대단히 두렵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나이다. 나아가지 않으면 생명을 피하는 것이 되고 만일 부당하게 나아가면 당신 마음을 상하는 것이 되나이다. 나를 도와주시고, 곤란 중에 나를 충고하시는 내 하느님이여, 그러면 나는 어찌하오리까?

2. 당신은 내게 바른 길을 가르쳐 주시고, 성체를 영하는데 필요한 무슨 적당하고 간단한 수업(修業)을 가르쳐 주소서. 당신 성체를 효과 있게 영하는 데나, 이처럼 위대하고 신성(神聖)한 제사를 지내는 데 있어, 내 마음을 어떻게 즉 얼마만한 신심과 공경으로 준비하여야 하는지 아는 것이 유익하옵나이다.

제 7장 자기 양심을 살피고 죄를 고치기로 결심함

1. 예수의 말씀: 하느님의 사제로서는 이 성사를 거행하고 만지며 영하려 할 때는 특별히 겸손한 마음과 간절한 공경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경건한 지향이 었어야 한다. 삼가 네 양심을 성찰하고 네 힘대로 참된 통회와 겸손한 고해로써 깨끗이 하고 빛나게 하여, 마음에 거리껴 자유로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큰 관계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혹 적어도 없는 줄을 알도록 하라. 모든 죄를 전반적으로 통회하고, 또 날마다 잘못하는 일에 대하여는 특별히 통회하고 탄식할 것이다. 또 시간이 있거든 네 마음의 은밀한 곳에서 네 사욕의 모든 가련함을 하느님께 고하라.

2. 너는 아직도 이렇게 육체에 속하여 세속을 따르고 사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욕망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탄식하고 원통히 여겨라. 또 너는 이처럼 오관을 잘못 지키고 이렇게 자주 여러 가지 잡념에 걸려 있으며, 이렇게 바깥일에는 몰두하고 내적 일에는 소홀하며, 그렇게 쉽게 웃고 방탕하나, 울고 통회하는 데는 그렇게 완고하며, 좀 헐하고 육신이 편한 데는 그렇게 민첩하면서도, 좀 엄하고 열심하는 데는 그렇게 느리며, 새것을 듣고 아름다운 것을 보는 데는 그렇게 호기심이 많으나, 천하고 낮은 것을 만나는 데는 그렇게 게으르고, 받는 데는 그렇게 욕심을 내어 많이 가지려 하고 주는 데는 그렇게 인색하고, 머물러 두는 데는 그처럼 악착스러우며, 말에 그처럼 조심이 없고, 침묵을 지키는 데는 그처럼 참지 못하며, 행실에는 그처럼 단정하지 못하고 동작(動作)에 그처럼 염치없으며, 먹는 데는 그렇게 팔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데는 그처럼 귀가 먹으며, 쉬는 데는 그처럼 빠르고, 일함에는 그렇게 느릿느릿하며, 고담(古談)을 듣는 데는 그처럼 정신을 차리고 거룩히 밤새움에는 그처럼 졸며, 일을 얼른 마치려고만 하고, 주의할 데는 이렇게 산란하며,성무 일도를 보는 데는 그처럼 소홀하고 미사를 거행하는 데는 그렇게 열심히 없고, 성체를 영하는데 그렇게 냉랭하며, 이렇게 급히 마음이 산란하고 정신을 온전히 수렴하는 때는 극히 드물며, 갑자기 감정을 품어 분노 하기를 잘하고, 남의 마음을 그렇게 쉽게 상해 주며, 남을 판단하는 데 그처럼 쉽게 기울어지고, 남을 책망하는 데 그렇게 엄혹하며, 순경에는 그렇게 좋아하고 역경에는 그렇게 연약하며, 그렇게 자주 좋은 뜻을 두지만 적게 실행하는 것을 탄식하고 원통히 여겨라.

3. 이런 또 다른 많은 결심을 아파하고, 또 자신이 이처럼 연약함을 크게 슬퍼하는 마음으로 고백하고 통곡한 후에, 항상 행동을 고치고 선에 진보할 굳은 결심을 가져라. 그 다음에는 네 육신과 영혼을 미쁨을 있게 내게 맡기면서, 나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너 자신을 완전히 내게 부탁하여, 온전한 마음으로 전혀 너를 제헌하되, 나의 마음의 제단 위에 영원한 희생으로 바쳐라. 이 방법으로 합당하게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나아가며, 또 내 성체를 유효하게 영할 은혜를 받으리라.

4. 미사를 거행하고 성체를 영할 때, 그리스도의 성체를 드리면서 자기를 순전히 또 완전히 봉헌하는 것보다 더 나은 봉헌이 없고, 씻을 죄를 위하여 더 큰 보속이 없다. 사람이 제 힘을 다하고 참으로 제 죄를 통회하여 죄의 사함과 은총을 얻으러 내게로 나올 때마다, "죄인이라고 해도 죽는 것을 나는 기뻐하지 않는다. 죄인이라도 마음을 바로 잡아 버릇을 고치고 사는 것을 나는 기뻐한다"(에제 33,11)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결코 그들이 죄와 잘못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히브 10,17)이기 때문이며, 그 사람이 모든 죄의 사함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 8장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와...

제 8장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와,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맡겨 버림

1. 예수의 말씀: 나는 네 죄를 위하여, 벗은 몸으로 두손을 집자가 위에 펴고 자기를 온전히 하느님 성부께 자유로이 바쳐, 내게는 아무 것도 남겨 놓은 것이 없이, 전혀 하느님의 마음과 화해시키는 제사가 되게 하였음과 같이, 너도 그렇게 매일 미사 때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여 너 자신을 모든 능력과 정과 더불어 결정하고 거룩한 제물로 삼아 나에게 바쳐라. 너를 온전히 내게 맡겨 두는 일에 힘쓰는 것밖에 내가 네게서 무엇을 더 구하랴? 네가 너 자신이 아닌 그 모든 것을 다 바친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상관치 않는다. 네 선물을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요, 너 자신을 구하기 때문이다.

2. 너도 너 자신이 아닌 것을 다 차자한다. 할지라도 만족하지 않을 것과같이 너 자신을 내게 바치지 않는다면 무엇을 주든지 그것이 내게 흡족할 수 없다. 너를 내게 바치고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라. 이것이 곧 합당한 희생이 되리라. 보라, 나는 너를 위하여 성부께 나를 온전히 바쳤으며 또 나의 몸과 피를 양식으로 주어 온전히 네 것이 되고 너도 나의 것이 되게 하고자 하였다. 너는 아직도 네 안에 서 있고, 즐겨 너를 나의 뜻에 맡기지 아니하면 완전한 희생이 못 되고 나와 너 사이엔 완전한 결합이 없다. 그러므로 자유와 은총을 얻고자 하면 무슨 사업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손에 너 자신을 즐겨 바칠 것이다. 마음의 광명을 받고 자유를 얻는 사람의 수가 그처럼 적은 것은 자신을 온전히 희생할 줄 모르는 까닭이다.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루가 14,33) 한 말을 확실한 말이니, 네가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너 자신을 네 모든 정과 더불어 나에게 바쳐라.

제 9장 우리 자신과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

제 9장 우리 자신과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고 모든 이를 위하여 기도할 것

1. 제자의 말: 주여,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나는 자유로이 나를 당신께 제물로 바치기를 원하오며, 영원히 당신의 것으로 머물러 있기를 원하나이다. 주여, 나는 오늘 순진한 마음으로 나를 당신의 영원한 종으로 바치오며, 순명의 희생과 영원한 찬미와 제사로 나를 당신께 바치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들이 두루 모시는 대전에 내가 드리는 당신의 존귀한 성체의 제사와 더불어 나를 받아 주시어, 나와 모든 백성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2. 주여, 나는 내 모든 죄악과 모든 과실을, 즉 내가 처음으로 죄를 범할 줄 알게 된 때로부터 이 시간까지 당신과 천사들 대전에 범한 모든 잘못을 속죄하는 이 당신 제대 위에 바치오니, 당신 사랑의 불로 이 모든 것을 다 불질러 태우시고 내 죄의 모든 더러움을 없이 하시며, 내 양심을 모든 죄악에서 씻어 주시고, 완전히 사하시어, 범죄 함으로써 잃어버린 은총을 회복케 해지시며, 자애로이 나를 받아 평화의 친구로 삼아 주소서.

3. 내 죄악을 겸손 되이 자백하고 울며, 그침 없이 당신의 너그러우신 속죄를 간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행할 수 있나이까? 내 하느님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당신 대전에 서 있는 나를 관대히 들어 허락하소서. 나의 모든 죄악을 극히 원통히 생각하오며, 다시는 범하지 않으려 하오며 그 죄를 울고, 또 내가 사는 동안까지 울며 회개하고자 하오며 될 수 있는 대로 보속하려 하나이다. 하느님이여, 나를 사하여 주소서.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을 위하여 내 죄악을 사하여 주소서. 당신의 보배로운 피로 구속하신 내 영혼을 구해 주소서. 보소서, 당신 인자에 나를 맡기오며, 당신 손에 나를 부탁하나이다. 나의 악과 내 죄대로 내게 하시지 마시고, 당신 인자대로 하소서.

4. 나의 모든 좋은 것은 비록 극히 작고 불완전하오나, 다 당신께 바치오니, 씻어 주시고 거룩케 하여 주소서. 내가 드리는 것을 당신 마음에 흡족하고 당신이 즐기시는 것이 되게 하시며 항상 더 나은데로 이끌어 주시며, 게으르고 쓸데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행복스럽고 찬송하올 목적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5. 또한 신심 있는 자들의 정성된 원의를 다 당신께 바치오며 부모와 친구와 형제와 자매와 나의 모든 사랑하는 자들과 또 당신 사랑을 위하여, 나와 또 다른 사람들, 은혜를 입은 그 모든 사람들의 요구를 품달하오며, 또 자기와 자기 모든 친척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고 미사 지내 주기를 내게 원하고 청한 자들을, 아직 살아 있든지 이미 죽어 세상을 떠났든지 당신께 추천하오니, 다 당신 성령의 도움을 받고 위로의 보존을 받고 위험 중에 보호되고 벌을 면하게 되는 것을 깨닫게 하여 주시며, 모든 불행에서 구원되어 당신께 즐겨 장엄한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6. 또한 내 마음을 어느 방면으로든지 상하게 하고 근심을 끼쳐 주고 나를 비난하고 혹 무슨 해나 괴로움을 끼쳐 준 자들을 위하여서도, 화해의 제물과 기도를 바치나이다. 또한 내가 전에 말로나 행실로나, 또 알고 모르고 근심을 끼쳐 준 자와 걱정을 시킨 자와 괴롭게 한 자와 좋지 못한 표양을 준 자들을 위하여도 이 제사와 기도를 당신께 바치오니, 우리의 모든 죄악과 서로서로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를 구하나이다. 주여, 우리 마음에서는 모든 의심과 원한과 분노와 쟁론과 그 외에 무엇이든지 애덕을 거스르오 형제적 사랑을 더는 그 모든 것을 다 없이해 주소서. 주여, 당신의 인자를 구하는 우리를 너그러이, 불쌍히 여겨 주시고 긍련히 여겨 주소서. 모든 것이 궁한 우리에게 은총을 주소서. 또 우리가 당신 은총을 누리고 영원한 생명에 이를 자격이 될만한 그러한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아멘

제 10장 영성체를 함부로 궐하지 말 것

1. 예수의 말씀: 네 사욕과 악습을 고치고 또 모든 시련과 마귀에 꾐에 대항하는 데 힘을 더 얻고 주의를 더 깊게 하려면 은총의 샘으로, 하느님의 인자의 샘으로, 모든 선과 정결함의 샘으로 자주 달아가야 할 것이다. 원수는 성체를 영하는 것이 효과와 보양이 가장 큰 것을 알므로, 온갖 방법을 다하고 모든 기회를 타 열심 있는 신자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영성체를 못하게 방해한다.

2. 어떤 사람은 성체를 영하려고 잘 준비할 때 사탄의 맹렬한 유혹을 당한다. 저 악신은(욥기에 기록된 것같이) 하느님의 아들들 중에 와서 흔히 악한 계교를 써 그들의 마음을 산란케 하여 그 마음의 정을 덜거나, 위협을 주어 신앙을 없이하려고 힘써, 혹은 전혀 영성체를 않게 하거나, 영한다 해도 아무 열심 없이 하게 한다. 그러나 그 계교와 환상에 대하여 아무리 더럽고 흉측하다 할지라도 조금도 걱정할 바 아니요, 오직 그 모든 환상을 전부 마귀에게 돌려보내고 말 것이다. 가련한 그 신을 경천히 보고 업신여길 것이요, 그의 충동하는 공박이나 발동이 있을지라도 영성체를 궐할 바 아니다.

3. 또는 흔히 너무 열정을 얻으려는 사람의 노력이나, 또는 고해 성사에 대한 걱정이 성체를 영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지혜로운 자들의 훈계를 따라 행하여 걱정을 말고 세심(細心)을 가지지 말 것이니,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은총에 장애가 되고 마음의 신심을 감하는 까닭이다. 무슨 작은 걱정이 있고 마음이 좀 산란하다고 영성체를 궐하지 말라. 오직 더 급히 나아가 고해 성사를 받고 남이 네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다 즐겨 용서해 주어라. 그러나 네가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일이 있거든 겸손되이 용서를 구하라. 그렇게 하면 하느님께서 너를 즐거이 사해 주시리라.

4. 오랫동안 고백을 아니하고 성체를 영하지 않으면 네게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 급히 너를 조촐히 하고 빨리 독을 토해버리며 급히 약을 써라. 오래도록 성체 영하기를 미루는 것보다 더 나으리라. 오늘 이런 일이 있다고 영성체하기를 궐하면 내일은 아마 더 큰 장애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성체를 영하는 데 장애가 있을 것이여, 너는 더 부당하게 되리라. 할 수 있는 대로 빨리 현재의 네 무거운 짐과 태만을 버려라. 오랫동안 근심 걱정하고 혼란한 상태로 지내고 매일매일의 장애 때문에 하느님의 성체를 받지 아니하는 것이 유익할 점이 없다. 오랫동안 영성체룰 미루는 것은 대개는 매우 해로우니, 그렇게 하게 되면 흔히 열정이 줄어든다. 오! 슬프다. 냉담하고 방탕한 자들은 고해 성사받기를 미루며 또 영성체하기를 미루려 하니 이는 성체를 자주 영하게 되면 제게 대한 주의를 더하여야 할까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5. 슬프다, 영성체를 이렇게 쉽게 미루는 자는 그 사랑이 얼마나 적고 그 열정이 얼마나 미약한가! 할 수만 있고 또 주목을 끌지 않고 행할 수 있다면, 날마다 라도 영성체할 마음이 있고 또 그렇게 할 준비가 될 만큼 살고 제 양심을 조촐하게 지키는 자는 얼마나 복되고 얼마나 하느님의 마음에 맞는 자인가! 만일 누가 겸덕을 닦을 생각으로 혹 정당한 까닭이 있어 어떤 때는 영성체를 못하게 된다면 이런 자는 그 성체 께 대한 존경심 때문에 칭송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나태에 있다면 이런 자는 바삐 자기가 자기를 격려하여 자기 역량이 미치는 데까지는 힘 쓸 것이니, 그리하면 하느님께 착한 지향을 특별히 돌아보시고 그 착한 지향을 살펴 주시리라.

6. 정당한 까닭이 있어 성체를 못 영하게 될 때에는 항상 성체를 영하고자 하는 착한 원의와 경건한 지향을 가질 것이니, 성체 성사의 효과가 없지 않으리라. 열정 있는 자는 누구든지 언제를 막론하고 유익하게 신령성체할 수 있으니, 이를 금하는 것은 없다. 그래도 일정한 날과 정한 때에 구세주의 성체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사적으로 영할 것이니, 그런 때에 자기 위로보다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더 간절히 도모하여야 한다. 그리스도의 강생 구속의 신비와 수고 수난을 정성껏 묵상하여 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 하여질 때마다 이것이 곧 신령성체함이요, 그 영혼을 무형하게 길러감이다.

7. 축일이 임박할 때나 혹 영성체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만 이 성사를 받기로 예비하는 사람은, 이 성사를 받을 준비가 부족할 수 있다. 미사를 드리거나, 혹 영성체할 때마다 제 몸을 주께 희생으로 드리는 사람은 복되다. 미사를 지낼 때에는 너무 느리게 하지 말며 너무 빨리도 하지 말고, 오직 너와 생활을 같이하는 좋은 풍속대로 하라. 미사 드릴 때에 참례하는 이들에게 불쾌한 느낌이나 혹 싫증을 일으키게 하지 말고, 선조들이 작정한 보통 길을 따라가라. 자기 정성이나 감정대로 행하지 말고, 다른 이들에게 유익을 주기로 힘써라.

제 11장 우리 주의 성체와 성서가 충실한...

제 11장 우리 주의 성체와 성서가 충실한 영혼에게 크게 필요함

1. 제자의 말: 지극히 다신 주 예수여! 당신 잔치에서 당신과 더불어 참례하는 신심 있는 영혼의 신락이 얼마나 크오리까? 이 잔치에서 먹을 음식은 다른 것이 아니라 곧 이 세상의 모든 희망과 원의의 목표요, 과녁이 되시는 당신이옵나이다. 당신과 더불어 있어 정열의 눈물을 흘리어 그 눈물로써 막달라 여인 마리아같이 당신 발을 씻겨 드리기가 나의 유일한 원의옵나이다. 그러나 이런 열정이 어디 있나이까? 이런 거룩한 눈물이 어디 있나이까? 참으로 당신과 당신의 거룩한 천사들 앞에서 나의 온 마음이 타야 될 것이요, 기쁨의 눈물을 흘려야 될 것이옵나이다. 당신은 비록 떡과 술의 형상으로 감추어 계시오나, 이 성사에 참으로 나와 더불어 계시나이다.

2. 만일 당신이 면주의 형상에 감추어 계시지 않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 같으면 나의 눈은 감당치 못할 것이요, 나뿐이니라. 온 세상이 당신의 존엄의 영광을 감당치 못하리이다. 그러므로 나의 연약함을 생각하시어 당신의 본체를 드러내시지 않고 성체 성사 안에 감추어 계시나이다. 천사들이 천국에서 흠숭하는 분을 나도 모시고 흠숭하나이다. 그러나 천사들은 가리움이 없이 본체로 흠숭하는 당신을 나는 아직 신덕의 눈으로 뵈어 흠숭하나이다. 나는 영원한 광명의 날이 와서 표상(表象)의 그림자가 지나갈 때까지는 당신의 신덕의 빛으로 뵈옵는 것으로 만족히 여겨야 하고 이 빛을 거닐 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완전한 것이 오면"(1고린 13,10)성사를 영하는 법이 없어지겠사오니 천상 영광 중의 성인들에게는 성사적 신약(神藥)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옵나이다. 그때에는 주의 영광을 직접 대면하여 끝없이 주님 앞에 즐기고, 또 항상 더욱 영화롭게 무량하신 하느님 안의 그 광명으로 화하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을 누리되 처음부터 계시고 영원토록 계신 그 상태로 누리겠사옵니다.

3. 이 신가한 것을 생각하오 매 다른 모든 것이 영신적 위로까지도 내게 싫증이 나오니, 이는 내 주를 그 영광 중에 명백히 보기전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듣는 것이 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는 까닭이옵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내가 영원토록 뵈옵기를 갈망하는 당신 외에 아무것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고 아무 조물도 내게 평화를 주지 못할 줄을 당신이 잘 아시나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죽음의 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될 수 없는 일이옵나이다. 그러하오니, 아직은 인내지덕으로 참아야 하겠사옵고, 모든 원의에 있어서 당신에게 복종할 따름이옵나이다. 주여, 지금 벌써 천국에서 당신과 더불어 용약하는 성인들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 신앙과 큰 인내 덕으로써 당신 영광이 오는 것을 고대하였나이다. 그들이 믿은 것을 나도 믿고, 그들이 바란 것도 바라오며, 그들이 도착한 곳에 나도 당신 은총의 도움을 받아 도락할 줄을 바라나이다. 지금은 저 성인들의 표양으로 견고케 되어 당분간 신앙의 길을 걸으리이다. 성서도 내게 위로와 생활의 거울이 되고 또 이모든 것 위에 당신 성체가 내게 유일 무이한 신약과 피난처가 되시리이다.

4. 이 세상에서는 특별히 두 가지 것이 내게 필요한 줄을 생각하오니, 이것이 없으면 이 생활을 견딜 수 없나이다. 즉 이 육신의 옥에 갇힌 내가 두 가지 것을 요구하오니, 곧 음식과 빛이옵나이다. 당신은 연약한 내게 당신 성체를 영신과 육신의 양식으로 주시고, 또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옵니다."(시편 119,105). 이 두 가지 없이는 내가 살 수 없사오니, 하느님의 말씀이 내 영혼의 빛이요, 또 당신 성사는 생명의 덕이옵나이다. 이것은 성교회의 보고(寶庫)양편에 둔 두 가지 상(床)이라고 할 수 있사온데 한 가지 상은 제대이오니, 그 위에 거룩한 면병, 즉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셨고 다른 상은 하느님의 법의 상이오니, 그 안에 거룩한 교리가 있어 옳은 신앙을 가르쳐 휘장 뒤에 있는 지성소에까지 안전히 인도하나이다. 영원한 빛의 빛이신 주 예수여, 당신종인 선지자들과 사도들과 다른 학자들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신 이 성서의 상을 위하여 당신께 감사를 올리나이다.

5. 인류를 조성하시고 구속하신 이여, 당신의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드러내시기 위하여 큰 잔치를 차리셨사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다만 상징(象徵)의 어린양을 주시지 않고 오직 당신 성체와 성혈을 양식으로 주시나이다. 이 잔치에서는 당신이 모든 신자들을 즐겁게 하시고 만복소의 모든 희락을 가진 구원의 잔으로 취하게 하시나이다. 여기에는 천사들이 우리와 함께 잔치에 참례하나 우리보다 더 행복스럽게 참례하나이다.

6. 오! 사제의 직무가 어떻게 위대하고 명예스러우니 이니까! 사자들은 존엄하신 주를 거룩한 말씀으로 축성하고 입술로 찬미하며 손으로 들고 자기 입으로 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해 줄 권리를 받았나이다. 오! 그 손은 얼마나 조촐하여야 하고 그 입은 얼마나 깨끗하여야 하며 그 육신은 얼마나 거룩하여야 되겠나이까! 정결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 이렇게 가끔 들어가시는 사제의 마음은 얼마나 정결해야 하리이까? 이렇게 자주 그리스도의 성사를 영 하는 사제의 입에서는 거룩한 말씀, 정직한 말씀, 유익한 말씀만 나와야 하리이다.

7. 그리스도의 성체를 자주 보는 그 눈은 순직하고 정결하여야 되며, 천상이 창조주를 자주 만지는 그 손은 순결하여야 되며, 하늘로 올린 것이 될 것이 없나이다. 특별히 사제들에게 교법에 이르기를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 19,2)하셨나이다.

8. 전능하신 하느님, 사제의 직무를 받은 우리를 당신 은총으로 도우시어, 우리로 하여금 합당하게 정성껏, 완전히 조촐해져 순결한 양심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또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무죄한 생활을 못하오면 범한 죄나 합당하게 뉘우쳐 울 은혜를 주시며, 또 겸손한 영신으로 좋은 뜻을 결심하여 이후에는 더욱 열심히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제 12장 성체를 영하는 사람은 착실한 예비를 할 것

1. 예수의 말씀: 나는 정덕을 사랑하는 자요, 모든 성덕의 근원이다. 나는 정결한 마음을 찾으며, 그러한 마음에서만 나의 안위를 처소를 얻어 만난다.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기에다 준비해 놓아라"(마르 14,15). 이에 내가 내 제자들과 더불어 네게서 파스카를 행하겠다. 내가 너한테 가서 네게 머물기를 원하면 묵은 누룩을 없애고 네 마음의 처소를 깨끗이 하라. 세속과 모든 악습의 요란함을 물리치고 "지붕 위의 외로운 새와도 같이"(시편 102,7)앉아서 서러워하는 마음으로 네 죄악을 생각하라.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의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는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리를 예비해 주니, 사랑하는 자를 대접하는 자의 정이 여기에 드러나는 까닭이다.

2. 그러나 네 공로만 가지고서 이런 예비를 넉넉히 할 수 없는 줄을 알아라. 비록 일 년 동안 다른 것을 생각지 않고 예비만 하더라도 부족하다. 네가 내 잔칫상에 나오게 됨은 전혀 나의 인자요 나의 특허인 줄을 알아라. 이는 마치 걸인이 어떤 부자의 초대를 받았다 하면 그 걸인은 부자에게 겸손하게 감사를 드리는 것밖에 아무 다른 갚을 방법이 없음과 같다. 너는 네 힘대로 삼가 예비할 것이니 단순히 습관적으로 혹 억지로 할 것이 아니라, 나를 은혜로이 방문하러 오시는 네 사랑하는 주 하느님의 성체를 두려워 하고 공경하며 사랑하는 정으로 받아라. 너를 부른 이는 곧 나요, 하라고 명한 이도 곧 나니, 네게 부족한 것을 내가 보충하여 주리니 마음놓고 와서 나를 영하라.

3. 내가 정성의 은혜를 주거든 네 하느님께 감사하라. 이는 네가 그런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자 된 까닭이 아니라. 전혀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기는 까닭이다. 만일 신심이 없어서 영혼이 건조할 것 같으면, 기도하고 탄식하며 문을 두드려라. 또는 구원의 은총의 부스러기나 혹 몇 방울을 은혜로이 받기 전에는 그만두지 말라. 네가 나를 거룩케 하려고 오지 않고 내가 너를 거룩케 하고 낫게 하려고 간다. 네가 내게 옴은 나로 말미암아 거룩한 한 되고 나와 결합하며 내 은총을 얻어 다시 네 허물을 고치기에 분발하기 위함이다. 이 은혜를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네 전력을 다하여 네 마음을 예비한 후에 네 사랑하는 이를 네게로 모셔라.

4. 다만 나를 영하기 전에만 예비하여 신심을 발할 뿐 아니라 이 성사를 영한 후에도 이 신심을 보전하기로 극진히 힘 쓸 것이다. 나를 영하기 전에 신심이 있게 예비하기보다, 영한 후에 못지 않게 신심을 보존하는데 힘 쓸 것이다. 성체를 영한 후에 자기를 수호하는 것이 다시 더 훌륭한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예비하는 방법이 되는 까닭이다. 영성체 한 후에 즉시 너무 세속 위로로 이끌리는 자는, 더 훌륭한 은총을 받기에 준비가 매우 부족한 자 되리라. 너무 말을 수다히 하지 말고, 고요한 곳에 있어 네 친구를 즐거움으로 삼아라. 네게 오신 이는 온 세상이라도 네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이다. 네게 너를 완전히 바친 이는 나다. 그렇게 되면 네가 네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아무 걱정도 없이 네게 사는 것이 되리라.

제 13장 신심 있는 영혼은 그리스도와 결합하기를 사모할 것

1. 제자의 말: 주여, 어찌하면 내가 홀로 당신만을 찾아 모시게 되어 당신께 온 마음을 바쳐 내 영혼이 원하는 대로 당신을 내 즐거움으로 삼으리이까? 그리되면 아무도 나를 경멸하지 않고 아무 조물도 내 마음을 요동케 하지 아니하며 바라보지도 아니하오리니, 당신이 홀로 내게 말씀하시고 내가 당신께만 말할 것이오니, 이는 마치 사랑하는 자에게 말하고 친구가 친구와 잔치하는 것과 같은 것이옵니다. 주여, 나는 온전히 당신과 결합하여 내 마음이 조물을 끊어 버리고 또 더욱 영성체함과 가끔 미사를 드림으로써 천상의 것, 영원한 것에 맛들이게 되는 것을 빌고 또 바라나이다. 오! 주 하느님이여, 나는 언제나 완전히 당신과 결합하여 있고 당신께 흡수되어 나를 완전히 잊으리이까? 당신은 내 안에 계시고 나는 당신 안에 있게 하시어, 우리가 더불어 합하여 하나가 되어 머물기를 은혜로이 허락해 주소서.

2. 참으로 당신은 내 사랑하는 분이시오, "만인 위에 뛰어난 사람이시니"(아가 5,10), 내 영혼이 제 온 일생에 당신 안에 거처하고자 하나이다. 참으로 당신은 내게 평화를 주시는 분이시니 당신 안에 지극히 평화와 참된 안정이 있고, 당신밖에는 수고와 고통과 한없는 불행이 있나이다. "하느님께서 너도 몰래 너를 보살피시니" (이사 45,15), 당신은 악인들과 같이 상의하시지 않고, 당신이 겸손한 자들과 순직한 자들에게 말씀하시나이다. "주님의 불멸의 정기는 만물 안에 들어 있다!"(지혜 12,1). 당신이 자녀들에게 당신 즐거운 사랑을 보이시기 위하여 가장 단 면병을 하늘로부터 내리시어 그들을 은혜로이 기르시나이다. "우리 하느님 야훼께서는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분이시다. 그처럼 가까이 계셔 주시는 신을 모신 위대한 민족이 어디 또 있겠느냐?(신명 4,7). 당신은 모든 신자들에게 가까이 계셔 일용할 위로로 마음을 천당으로 향하게 하시기 위하여, 당신 자신을 주시어 먹고 누리게 하시나이다.

3. 우리 그리스도의 백성과 같이 훌륭한 백성이 어디 있나이까! 신심 있는 영혼과같이 사랑을 받는 조물이 이 세상 어디에 있나이까? 하느님께서 이런 영혼에게 임하시어 당신 영화로운 육신으로 그를 기르시나이다. 오! 형언할 수 없는 은혜여! 오! 신기한 어짐이여! 오! 사람에게만 베푸신 무한한 사랑이여! 이 은혜를 위하여, 이렇게 탁월한 사랑을 위하여 주께 무엇으로 갚으리이까? 내 마음을 내 하느님께 완전히 드려 서로 친밀하게 결합시키는 것보다 더 마음에 맞는 것을 드릴 수 없나이다. 내 영혼이 완전히 하느님과 결합하게 되면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용약하리이다. 그 때에 하느님께서 네게 이르시기를,"네가 나와 더불어 있고자 하면, 내가 너와 더불어 있으리라." 하시리이다. 내가 대답하기를, "주여, 내가 즐겨 당신과 더불어 있고자 하오니, 은혜로이 나와 더불어 머물러 계시옵소서. 내 마음이 당신과 결합되는 것이 나의 모든 원이옵나이다." 하리이다.

제 14장 신심 있는 사람들의 성체께 대한 열성

1. 제자의 말: "당신의 주시는 복은 어찌 이리 크시옵니까?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주여 신심 있는 이들이 지극한 신심과 사랑으로 영성체하는 것을 생각할 때에 내 마음은 산란해지고 부끄러워지오니, 이것은 내가 당신 제대나 영성체 난간에 나갈 때에 내 마음이 이렇게 미지근하고 냉랭하며 건조하고 사랑이 없으며 내 하느님이신 당신 대전에 완전히 타지 않는 까닭이옵니다. 많은 열정 있는 자들은 성체 영하기를 너무나 사모하고 마음에 관능적으러 사랑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나는 이렇게 열절하게 이끌리지 못하고 이런 정이 없나이다. 저들은 영혼과 육신의 입으로 생활한 샘이신 하느님 당신을 간절히 사모하면서, 당신 성체를 아주 재미스러움과 영신적 욕망으로 영하지 아니하고서는 제 기갈을 덜고 풀 방법이 없었나이다.

2. 오! 그들의 뜨거운 진실할 신앙이여! 이 신앙은 당신이 이 성사에 계신 것을 근사하게 증명하는 것이옵나이다. 그들은 "빵을 떼어 주실 때에야 비로소 그분이 예수시라는 것을 알아보고"(루가 24,35),그들과 더불어 길을 걸으시는 예수께 대하여 그들의 마음은 비상히 열절하옵니다. 이런 정과 신심, 이런 뜨거운 사랑과 열심히 내게서는 흔히 멀리 있나이다. 어지시고 다시고 인자하신 예수여, 내게 인자를 베푸소서! 이 불쌍한 걸인에게 영성체할 때 가끔이라도 마음의 열절한 사랑을 은혜로이 느끼게 하시어, 내 신덕을 견고케 하시고 당신 인자에 대한 망덕이 늘어가게 하시며, 한번 완전히 타 내 애덕은 천상 만나를 체험한 후에 다시 없어지지 못하게 하소서.

3. 당신은 인자하시니, 내가 사모하는 이 은혜를 내게 베풀어주소서. 또 당신이 좋아하시는 날이 오거든 나를 찾아 주옵소서. 나는 지극한 신심이 있는 자들과 같은 열절한 마음이 없어도 당신의 은총으로써 이 크고 열절한 사랑을 사모하며 당신을 간절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모든 이 가운데 풀고, 저들의 거룩한 반열에 들기를 빌고 바라나이다.

제 15장 신심의 은혜는 겸덕과 자기를 끊음으로 얻음

1. 예수의 말씀: 신심의 은혜는 항구히 찾고 간절히 청하며 인내와 의뢰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고, 또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겸손하게 보존하며, 전력하여 그와 협력하여야 한다. 또 하느님께서 오실 때까지 그에게 그 은혜의 기간과 정도를 맡겨 둘 것이다. 네 안에 신심을 조금만 느끼거나 혹 조금도 느끼지 아니하는 때에 특별히 겸손한 마음을 발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래도 너무 번민하거나 혹 절제 없이 근심하는 것은 마땅치 못하다. 하느님께서는 오랫동안 거절하신 것을 가끔 짧은 순간에 주시고, 기도를 시작할 때에 주시지 않은 것을 기도가 끝날 때에 주시기도 하신다.

2. 하느님께서 항상 지체 없이 은총을 베풀어주시고, 또 사람이 제 원의대로 받을 수 있다면 이런 것을 나약한 사람이 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희망과 겸손한 인내로 신심의 은혜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그 은혜를 하느님께서 안 주시거나 혹 가만히 빼앗으실 것 같으면, 너와 네 죄의 탓인 줄로 생각하라. 은총을 가로막거나 혹 숨기는 것은 어떤 때엔 사소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이런 막대한 선을 가로막는 것은 큰 사건이라 할 것이다. 또 네가 그것을 작은 것이든지 큰 것이든지 물리치고 완전히 이기면 구한 것을 얻으리라.

3. 너 자신을 온 마음으로 하느님께 맡겨, 이것이나 저것을 네 마음이나 혹 지향대로 원치 않고, 오직 너를 완전히 하느님께 바치면 곧 그분과 결합되어 안온하리라. 하느님의 성의와 같이 맛있고 마음에 맞는 것이 없다. 즉 누구든지 순직한 마음으로 제 지향을 위로 하느님께 향하게 하고 또 모든 절제 없는 사랑이나 혹 모든 조물들에 대한 불만을 끊어버린 자는, 은총을 받기에 합당한 자요, 신심의 은혜를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되리라. 그릇이 비면 하느님께서 당신 강복으로 채우시리라. 사람이 이 세상 사물을 끊어 버리고 자기를 업신여겨 자기에게 완전히 죽을수록 더욱 빨리 은총이 오고 더욱 풍성히 마음에 들어가며, 더욱 높이 자유스러운 마음을 위로 올린다.

4. 저 때에는 저 사람이 보고 크게 즐거워할 것이며,"너의 가슴은 벅차 올라 부풀리라"(이사 60,5). 주의 손이 너와 더불어 있고, 너는 영원토록 너 자신을 주의 손에 맡기리라. 보라,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는 자는 "이렇게 복을 받으리라"(시편 128,4). 이런 자는 쓸데없이 제 마음을 갖지 아니하였다. 이런 자는 영성체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함의 위대한 은혜를 받으니, 자기 신심과 위로를 사모하지 아니하고 모든 신심과 위로 위에 하느님의 영광과 영예를 생각하는 까닭이다.

제 16장 우리의 곤궁을 그리스도께 드러내어...

제 16장 우리의 곤궁을 그리스도께 드러내어 그분의 은총을 구함

1. 제자의 말: 지극히 다시고 사랑스러우신 주여, 나는 당신을 지금 열정껏 영하고자 하나이다. 당신이 보시는 바와 같이 나는 약함과 곤궁으로 신음하고, 많은 죄와 악습 중에 살고, 가끔 눌리며 시련을 당하고 번민하며 더러워지나이다. 나는 치료를 받으러 당신께 왔나이다. 위로와 구조를 구하나이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당신께 나는 아뢰나이다. 당신이 내 마음속을 다 명백히 통탄하시며 또 당신이 홀로 나를 완전히 위로하시고 도우실 수 있나이다. 내게 특별히 무슨 선이 필요하고 덕행이 얼마나 부족한지 당신은 아시나이다.

2. 보소서, 나는 가난하고 공이 없는 자로, 당신 대전에 서 있어 은총을 청하고 인자를 간구하나이다. 당신은 주리는 걸인을 먹이시고 내 찬 마음을 당신의 불로 타게 하시며 당신의 광명으로 나의 소경됨을 비추소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쓴 것이 되게 하시며, 모든 어렵고 반대되는 것을 인내지덕이 되게 하시며 모든 낮고 조성된 것을 업신여기고 잊어버리게 하소서. 내 마음을 위로 올리시어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땅에서 방황하지 말게 하소서. 당신만 홀로 이제부터 무궁지세에 흠모하려 하오니 이는 당신 홀로 내 양식이시오, 내 사랑이시며, 내 즐거움이시오, 내 일락이시며, 내 선이 되시는 까닭이옵나이다.

3. 원컨대 당신이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 나를 완전히 불사르시고 태우시며 당신으로 변화케 하시어 나로 하여금 결합시키는 은총과 왕성한 사랑의 녹임으로써 당신과 한 정신이 되게 하소서. 배부르고 건조한 채로 당신을 떠나지 말게 하시고 오직 당신이 가끔 당신 성인들에게 기묘하게 행하심과 같이 내게도 인자하게 행하소서. 당신은 항상 타고 한 번도 꺼지지 않는 불이시오, 마음을 조촐케 하시고 정신을 비추시는 사랑이시니, 나는 당신으로 말미암아 완전히 타서 스스로 사라져 없어진다 한들 무엇이 이상하리이까?

제 17장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하려는...

제 17장 그리스도의 성체를 영하려는 치성한 사랑과 간절한 원의

1. 제자의 말: 많은 성인들과 신심 있는 사람들이 성체 영하기를 간절히 원하였음과 같이, 주여, 나도 지극한 정성과 타는 사랑과 온전한 애정과 열정으로 당신을 영접하려 하나이다. 성인들은 거룩한 생애로써 당신을 매우 기쁘게 하였으며, 뜨거운 열정으로 살았나이다. 영원한 사랑이시오, 나의 온전한 선이시며 끝없는 행복하신 하느님이여, 허다한 성인들이 늘 품고 느끼신 가장 치성한 원의와 지극한 공경으로 당신을 영하려 하나이다.

2. 나는 비록 열렬한 신심을 느끼기에는 부당하오나, 내가 홀로 당신 마음에 맞는 치성한 윈의로써 내 마음의 모든 감격을 당신께 드리나이다. 그 외에 경건한 마음이 생각하고 사모할 수 있는 것을 지극한 공경과 친밀한 열정으로 당신께 드리고 바치나이다. 나는 내게 아무 것도 보류하여 두지 아니하고자 하오니 오직 나 자신과 내 모든 것을 당신께 자유로이 달갑게 희생하나이다. 내 조물주시오, 내 구세주시오, 내 주 하느님이여, 천사가 구속의 비사를 전할 때에 당신 성모, 영화로우신 동정 마리아께서 겸손하고 신심 있게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대답하시며 당신을 영접하고 사모하셨나이다. 나는 그런 애정과 찬미와 존경과 그런 감사와 합당한 예비와 사랑과 그런 신덕과 망덕과 정결로 당신을 영업하고자 하나이다.

3. 또 당신 복된 선구자시며 모든 성인 중에 가장 우월하신 성 요한 세자가, 오직 모친 복중에 있을 때에 주께서 임하신 것을 깨달아 성령의 즐거움 가운데 기뻐 용약하고 또 그 후에 예수께서 사람중에 다니시는 것을 보고 겸손을 다하여 뜨거운 정성으로 이르기를,"신랑의 친구도 옆에 서 있다가 신랑의 목소리가 들리면 기쁨에 넘친다."(요한 3,29)함과 같이, 나도 크고 거룩한 원의로 온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당신께 드리고자 하나이다. 그러므로 모든 열심 있는 영혼들의 용약함과, 열렬한 애정과 탈혼과, 초자연적 비추임과, 천상적 묵시와, 모든 조물이 천상과 천하에서 드리는 바와, 드릴 바 모든 덕행과 찬미를, 나를 위하고 또 내게 기도하여 주기를 부탁한 모든 이를 위하여 당신께 드리고 바치오니, 이는 당신이 모든 이에게 영원토록 합당한 찬미와 현양을 받기 위함이옵나이다.

4.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께 무한한 찬미와 무량한 찬양을 드리고자하는 내 정성과 소원을 받아 주옵소서. 이런 찬미와 찬양은 당신이 형언할 수 없이 광대무변(廣大無變)하시므로 지당하옵나이다. 이런 찬미는 당신께 날마다 각 순간에 드리고 또 드리고자 하오며 또 나와 더불어 감사와 찬미를 드리기 위하여 모든 천상 천사와 모든 신자들과 함께 말과 애정으로 청하고 간구하나이다.

5. 모든 민족과 종족과 언어가 당신을 찬미하고 또 당신 거룩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장 지극한 즐거움과 치성한 정성으로 높이게 하소서. 누구든지 공경하는 마음으로 신심있게 가장 높은 성체의 성사를 거행하거나 혹 굳은 신덕으로 영하여 그가 당신한테서 총애와 인자를 얻고 죄인인 나를 위하여도 간절히 기도하게 하옵소서. 그들이 간절한 소원을 채우고 즐겁게 결합되어 위로를 잘 받고 기묘하게 보양(保養)되어, 천상적 제대를 물러난 후에 불쌍한 나를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제 18장 성체 성사를 호기심으로 연구하려고 하지 말고...

제 18장 성체 성사를 호기심으로 연구하려고 하지 말고, 오직 오관을 신덕에 복종시켜 겸손하게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

1. 예수의 말씀: 네가 의심하는 구렁에 빠지지 않으려거든 이 가장 오묘한 성사를 호기심으로 쓸데없이 연구하는 것을 삼가라. 하느님의 위엄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 영광에 눌리리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행하실 수 있는 것이다. 진리를 경건하고 겸손하게 연구하는 것은 교훈을 받고 또 교부(敎父)들의 건전한 의견을 따라갈 마음을 두고 한다면 괜찮은 것이다.

2. 어려운 문제의 길을 버리고 하느님의 계명의 평범하고 안전한 길을 거니는 사람의 순진은 복되다. 많은 사람들이 높은 것을 연구 하려다가 신앙을 잃어버렸다. 네게 요구되는 것은 예민한 지력과 하느님의 비밀을 깊이 통달함이 아니요, 오직 신덕과 진실한 생활이다. 네가 네 밑에 있는 것도 깨닫지 못하면서 네 위에 있는 것을 어떻게 깨닫겠느냐? 하느님께 굴복하고 네 의견을 신앙에 복종시키면, 네게 유익하고 필요한 만큼 지식의 광명을 받으리라.

3. 어떤이는 신덕과 성체 성사로 인하여 큰 시련을 당하나, 이는 자기 탓으로 되는 일이 아니요 원수의 짓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나도 상관하지 말고 그들과 쟁론하지도 말며 또 마귀가 일으키는 의심에 대답하지도 말라. 오직 하느님의 말씀, 성인들과 예언자들의 말을 믿어라. 이런 경우에 괴악한 원수는 도망하리라. 이런 일을 참는 것이 가끔 하느님의 종에게 유익한 것이다. 마귀가 불신자들과 죄인들을 유혹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이미 수중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와 신심 있는 자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혹하고 괴롭힌다.

4. 그러므로 순진하고 든든한 신덕으로 나아가며 간절한 존경으로 성체 성사를 영하라. 네가 깨닫지 못하는 것을 그냥 전능하신 하느님께 맡겨라. 하느님께서는 너를 속이시지 않지만 자기를 너무 믿는 사람은 속으리라. 하느님께서는 순진한 사람들과 더불어 거니시며, 겸손한 사람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며, 미천한 사람들에게 지력을 주시며, 조촐한 사람들의 정신을 밝히시며, 호기심이 있고 교만한 사람들에게는 은총을 감추신다. 사람의 이해력이 약함으로 그르칠 수 있으나 신앙을 따르는 사람은 그르칠 수 없다.

5. 사람의 추론과 본성적 연구는 신덕을 앞서 가지도 말고 거스르지도 말며 오직 신덕을 따라갈 것이다. 성체 성사에서는 신덕과 사랑이 넘치고, 또 비밀한 방법으로 이 가장 거룩하고 가장 높으신 성사에 작용한다. 영원하시고 무량하시며 또 무한한 덕능을 가지신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에서 위대하고 또 통달할 수 없는 업적을 행하시니, 사람이 그 기묘한 일을 연구하여 풀어 낼 수 없는 것이다. 하느님이 행하시는 업적이 사람의 지능으로 쉽게 통당하여 풀 수 있을 것 같으면 기묘하다 할 수 없고, 또 형언할 수 없는 바라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