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자의 말: 주여, 이제 내가 다시 침묵을 깨뜨려 말씀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주시여, 나의 왕이신 주의 귀에 내 말씀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자, 당신을 전심으로 섬기는 자에게는 또 얼마나 선하시나이까?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신묘한 관상의 취미는 참으로 말로써 그려 낼 수 없이 좋사옵니다. 특히 당신이 내게 사랑의 표를 드러내 주신 것은 나를 없는 데로부터 조성하여 있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 멀리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이끄사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신 것이옵니다.
2. 오! 끝없는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께 대하여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어찌 내가 쇠진하여 망하였을 때도 나를 생각해 주신 당신을 잊으리이까" 당신은 당신 종에 대하여 모든 희망밖에 인자를 베푸시고 모든 공로에 넘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총을 어떻게 갚아야 옳으리이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도 생활을 하게 되는 이러한 은총은 모든 이가 받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느 조물이거나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사오니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이 무슨 장한 일이 되겠나이까? 나는 과연 당신을 섬기는 것을 장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나이다. 도리어 이렇게 가난하고 부당한 자를 종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 사랑하는 종들 중의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니 이것을 내가 찬미하여야 마땅할 것이요, 크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3. 내게 있는 모든 것이나 또 당신을 섬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순서는 바뀌어서,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섬기나이다. 사람을 돕기 위하여 당신이 만드신 하늘과 땅은, 당신 면전에 있어 당신이 명하시는 그 모든 것을 매일 이행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천사들에게까지 명하시어 사람에게 시중들게 하셨나이다. 이것보다 기막힌 것은 당신이 사람을 섬기시고, 당신을 사람에게 주실 약속을 하신 것이나이다.
4. 이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써 갚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일생을 두고 매일같이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마땅히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참으로 누구나 다 당신을 섬겨야 옳고 당신을 찬미하여야 옳으며, 당신을 영원히 존경하여야 옳겠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내 주시오, 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이오니,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고 당신을 찬미함에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는 안되겠나이다. 내가 이것을 원하고, 내가 이렇게 되기를 사모하오니,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은 당신이 채워 주소서.
5.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천히 보는 것은 큰 영광이요, 큰 명예로소이다.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스스로 즐겨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막대한 은총을 받을 것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육체의 낙을 희생하는 사람은 성령이 주시는 극히 마음에 드는 위로를 누릴 것이옵니다. 당신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험한 길을 자신하여 걷고 모든 세상의 걱정을 상관치 않는 사람은 마음에 큰 자유를 얻겠나이다.
6. 오! 하느님을 섬김은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일이며 기꺼운 일이겠나이까? 이로써 사람이 참으로 자유로워지고 거룩하여지나이다. 오! 오로지 당신을 섬기는 데 힘쓰는 거룩한 수도 생활이여, 사람을 천사와 같이 만들고,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해주고 마귀에게는 무섭게 뵈게 하여 주고 모든 교우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큼 해주는 거룩한 생활이여! 오! 항상 품에 안고 항상 원함직한 주님을 섬기는 일이여! 이로써 가장 고귀한 선을 얻게 되고 끝없이 누릴 즐거움을 얻게 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