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듣나니, 야훼께서 무슨 말씀 하셨는가?"(시편 85,8).주께서 안으로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주님의 입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받는 영혼은 복되다. 하느님의 말씀의 비결을 알아 이 세상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기울이지 않는 귀는 복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상관치 않고 안에서 가르쳐 주는 진리에 주의를 모아듣는 귀는 복되다. 밖에 있는 물건에는 뜨지 않고 안의 사정만을 살펴보는 눈은 복되다. 안의 사정을 통달하여 보고, 매일 수업으로 더욱 천상의 신비를 알려 힘쓰는 이는 복되다. 하느님과 상종하기만 좋아하고 세속의 모든 거리끼는 것을 다 없애려 하는 이는 복되다.
2. 내 영혼아. 너는 이 세상을 멀리하고 네 육정의 문을 잠자라. 이는 네 안에서 말씀하시는 네 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기 위함이다. 사랑하시는 분의 말씀이 "나 너를 살리리라.(시편 35,3). 나는 네 평화요, 나는 네 생명이다. 내게 너를 온전히 맡겨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잠세의 지나가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원한 것을 구하라. 잠세의 모든 것은 유혹이 아니고 무엇이며 조물주께 버림을 받는다면 모든 조물이 네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므로 세상 만사를 뒤로 제쳐놓고 조물주를 충실히 섬겨 그의 뜻에 맞춰라. 이에 참된 복을 얻으리라." 하신다.
1. 제자의 말: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 이 몸은 당신의 종이오니 나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의 언약을 알아 차리리이다"(시편 119, 125). 주의 말씀에 내 마음을 기울여 주시고 주의 말씀을 이슬과 같이 내리소서. 전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잘 듣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출애 20,19)하였사오나, 주여, 나는 이렇게 안하나이다. 이런 기도를 안하나이다. 나는 도리어 사무엘 선지자와같이 겸손과 열정을 다하여 간구하기를,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하나이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선지자를 감도하시고 비추어 주신 분이시여, 내게는 모세도 말고 어느 선지자도 말고 주님 친히 말씀해 주소서. 주께서 혼자서라도 그들 없이 나를 완전히 가르쳐 주실 주 있사오나 그들은 주님 없이는 무슨 효험이 있는 말을 들려주지 못하나이다.
2. 과연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있으나 정신은 주지 못하나이다. 그들의 말이 아름답다 하여도 주께서 묵묵하시면 마음을 감동케 못하고, 그들은 오묘한 도리를 말하지만 주께서는 이지를 밝혀 알아듣게 하시나이다. 그들은 계명을 가르쳐 주지만 주께서는 수계하도록 도와 주시며, 그들은 길을 가리키나 주께서는 다닐 힘을 주시고, 드들의 활동은 바깥 일에 지나지 않지만 주께서는 마음을 지도하시고 비추어 주시며, 그들은 말로 소리를 지르지만 주께서는 말을 들어 이해하게 하시나이다.
3. 그러므로 영원한 진리이신 내 주여, 내게는 모세가 아니라 주께서 말씀해 주소서. 혹시 다만 밖에서 훈계를 들어도 안으로는 아무런 감화가 없으면 죽고 아무 결과도 못 볼까 두려워하나이다. 말씀을 듣고도 행치 않고 알고도 사랑치 않고, 믿고도 준행치 않아 엄한 심판을 당할까 두려워하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내 영혼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나의 모든 생활을 고치고 주의 찬미와 영광과 끝 없는 존경을 이루기 위하여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제 3장 하느님의 말씀은 겸손을 다하여 들을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중히 여기지 아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자애가 넘치는 말이요, 모든 철학자와 이 세싱의 모든 지혜로운 자들의 학문을 멀리 초월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그러니 사람이 주견대로 헤아릴 바가 아니다. 내 말은 무슨 헛된 만족을 위하여 들을 것이 아니요, 잠잠히 들을 것이며 겸손을 다하고 애정을 다하여 받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야훼여, 당신의 교훈을 받아 당신의 법을 배우는 사람은 복됩니다(시편 94,12). 그리고 당신께 당신의 법률을 배워 재앙의 날에 그 괴로움이 감소되어 세상의 버린 자 되지 않는 사람은 복되도소이다." 라고 나는 말하였나이다.
3. 주의 말씀: 시초부터 내가 선지가를 가르쳤고 또 지끔까지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많고 고집하여 내 말을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보다 세속의 말을 좇는 사람이 더 많고 하느님의 성의를 따르는 사람보다 자기 육체의 욕망을 쉽게 좇는 사람이 많다. 세속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미소한 것을 허락하건만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 섬기고, 나는 말할 수 없이 크고 영원한 것을 허락하건만 죽을 인생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나를 섬기는 데 있어 세속과 그 권력자들을 섬기는 그만한 정성으로 모든 일에 나를 섬기며 그만큼 나의 명을 지키는가? "시돈아,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이사 23,4)하고 바다는 말한다. 그 까닭을 알려거든 들어라. 변변치 않은 이익을 구하러 먼 글을 가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자국을 땅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 천한 報酬를 찾으며, 어떤 때는 돈 한푼을 가지고 추하게 싸우며, 헛된 일을 뜻하고, 변변치 않은 희망을 가지고 밤낮 수고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4. 그러나 부끄럽다. 비할 데 없는 행복을 위하여, 한없는 상급을 위하여, 위 없는 榮譽와 끝없는 영광을 위하여 조금 수고하기를 어려워하는구나! 그러므로 게으르고 원망이 잦은 종아, 네가 생명을 얻으려고 힘쓰는 것보다. 저들이 죽음의 길을 가려고 힘쓰는 것이 더 대단한 것을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라. 네가 진리를 얻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저들은 홋된 일을 얻고서 더 즐거워하니 너는 부끄러워하라. 사실 저들의 희망은 자주 허무로 돌아가지만, 나의 약속은 아무에게도 홋되이 되는 일이 없고, 네게 의탁하는 사람을 빈손으로 떠나게 하는 적이 없다. 내가 허락한 바는 줄 것이요, 내가 말한 바는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하는 데 끝까지 충실한 사람에 한하여 그렇다. 나는 모든 착한 사람에게 갚아주고, 모든 신심 있는 사람들을 몹시 시험한다.
5. 너는 네 마음에 나의 말을 써 두고 삼가 연구하라. 시험을 당하는 때가 이르면 이 말씀이 네게 필요할 것이다. 네가 읽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너를 찾을 때에 네가 깨달으리라. 내게는 간선한 사람들을 찾는 법이 두가지 있으니, 즉 시련과 위로다. 또 날마다 저들에게 두 가지 講和를 하니, 하나는 그들의 악한 습관을 책망하는 강화요, 하나는 덕행을 더하기 위한 勸誘의 강화다. 내 말을 듣고도 그 말을 경히 보는 사람은 끝 날에 이를 심판할 이가 있으리라.
6. 제자의 말(신심을 구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주님은 나의 모든 행복이로소이다. 나는 누구인데 감히 주님 대전에 말씀을 드리나이까? 나는 극히 가난하고 변변치 못한 종이오며 천한 벌레로소이다. 나는 내가 알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불쌍하고 더 천한 자로소이다. 그러나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사오며, 아무 것도 행하지 못함을 생각해 주소서. 주님은 홀로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시도소이다.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고 무엇이든지 주시며 모든 것을 채워 주시고 다만 죄인을 빈손으로 버려 주시나이다. 주님은 당신이 친히 만드신 것이 비어 쓸데없는 것이 되기를 원치 않으시니 "주의 자비를 기억하시고"(시편 25,6) 은총을 내려 내 마음을 채우소서.
7. 이처럼 가련한 생활에서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덕을 입지 않고 은총의 도움을 입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나아갈 수 있으리이까? 주의 얼굴을 내게서 돌이키지 마시고 나를 찾아 주시는 때를 너무 오래 미루지 말아 주시고 위로 없이 나를 버려 두지 마소서. "내 영혼, 마른 땅처럼"(시편143,6)될까 두려워하나이다. 주여,"당신 뜻대로 사는 법 가르쳐 주시고"(시편 144,10), 당신 대전에 타당히 또는 겸손되이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내 지혜는 곧 주님이시나이다. 주께서 나를 틀림없이 진실히 아시고, 세상이 있기 전에도 나를 아셨으며, 내가 나기 전에도 나를 아셨던 까닭이로소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진실하게 내 앞에서 거닐고,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서 행하는 사람은 아무런 공격에도 염려 없을 것이요, 악인들이 유인하고 비방한다 할지라도 진리가 그를 구원해 줄 것이다. 진리가 너를 구하여 준다면 너는 참으로 자유스로울 것이요, 사람들이 말하는 헛된 소리를 상관치도 않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이 옳도소이다. 내게도 이렇게 되기를 비나이다. 주의 진리가 나를 가르치고 나를 지켜 주고 행복스로운 끝까지 나를 보호하시기를 비나이다. 진리가 악한 모든 정과 절제 없는 모든 사랑을 네게서 없애준다면 나는 마음의 큰 자유를 누리면서 주님과 함께 길을 다니리이다.
3. 주의 말씀: 나는 네게 무엇이 바른 길이요, 무엇이 내게 맞는 것인지 가르쳐 주겠다. 너는 네 죄를 생각하고 그 잘못됨을 깨닫고 극히 슬퍼하라. 그리고 무슨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을 가지고 네가 도무지 무엇인 체 생각지 말아라. 너는 과연 죄인이니 많은 사욕이 있고 많은 사욕에 잡힌 사람이다. 너로서는 항상 허무한 데로 기울어지고 쉽게 떨어지며, 쉽게 번민하며, 쉽게 실망한다. 너는 스스로 영광을 삼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도리어 너를 천히 보게 될 자료만 많으니 네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더 연약한 사람이다.
4. 그러므로 네가 행하는 모든 일에 훌륭한 것이 있다 생각지 말아라. 영원한 것이 아니면 큰 것도 없고, 기묘한 것도 없고, 무슨 가치를 줄 만한 것도 없는 줄로 생각하라. 또 고상한 것도 없고 참으로 찬미할 만한 것이나 부러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네가 모든 것을 제쳐놓고 사랑할 것은 다만 영원한 진리요, 네가 항상 불만히 생각할 것은 너의 말 할 수 없이 천한 처지다. 네 악습과 죄악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 없고 더 책망할 것이 없고 더 피할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그리고 세상에는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큼 원통히 여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어떤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이 없이 내 앞에 드나드니, 자신의 일과 자기 구령에 대한 일은 소홀히 하면서 어떠한 호기심과 교오한 마음으로 나의 비밀을 알려 하고, 하느님의 고상한 사정을 알아들으려 한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제 교오와 호기심으로 인하여 자주 큰 시련을 당하고 큰 죄에 떨어진다.
5. 너는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무서워하라. 지존하신 분의 일을 변론하지 말고 네 죄악을 두루 살펴 얼마나 크게 범죄하고, 행할 수 있는 선공을 얼마나 경홀히 여겼 는지 헤아려 보라. 어떤 사람은 책을 가지는 데 신심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상본이나 무슨 표나 겉모양에 신심이 있는 줄로 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는 나를 모신다 하나 그 마음에는 내게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지력에 광명을 받고 情緖가 정돈되어 항상 영원한 데로 이끌리고 세속의 것을 거북하게 여기며 자연의 필요한 요구라도 간신히 돌아본다. 이런 사람은 진리의 신이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잘 깨닫는다. 성령은 세상의 것을 천히 보고 천상의 것은 사랑하라 가르치고, 세상은 소홀히 보고 천국의 주야로 사모하라 가르친다.
1. 제자의 말: 하늘에 계신 성부여, 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여, 가난한 나를 생각해 주시니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근원이 되시는 하느님으로서(2고린 1,3)부당한 죄 인인 나를 여러 가지로 위로해 주시고 어떤 때에 친히 위로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당신 독생 성자와 안위하시는 성령과 더불어 세세(世世)에 당신을 찬미하고 끝없이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리이다. 오! 주 하느님이여, 나를 사랑하시는 거룩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 마음에 이르시게 되면 나의 모든 내장(內臟)은 즐겨 뛰리이다. "주님은 나의 영광, 내 마음의 기쁨, 나의 희망, 어려움을 당할 적마다 나의 피난처"(시편 3,3; 119,11; 59,16)로소이다.
2.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에 연약한 자요, 덕행이 변변치 못한 자이오니, 주의 격려를 받고 주의 위로를 받을 필요를 느끼나이다. 그러므로 나를 자주 찾아 주시고 거룩한 훈계로써 나를 지도해 주소서. 악한 사욕에서 나를 구해 주시고 내 마음의 모든 절제 없는 정을 없애 주소서. 그리하여 내 안의 병을 고치고 나를 조촐케 하시어 사랑할 자격을 얻고, 괴로움 당하는 데 용맹하고, 시작할 일에 항구하게 해 주소서.
3. 주의 말씀: 사랑이란 위대한 것이요, 극히 좋은 보배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짐이 가벼워지고 모든 고르지 않은 것도 고르게 되어 잘 참게 된다. 사랑은 짐을 무게 없이 지게 하고 쓴 것을 달고 맛있게 만든다. 예수의 고귀한 사랑은 위대한 일을 하고 일을 항상 더 완전히 하기를 사모하게 한다. 사랑은 위로 오르려 하고 세상의 무엇에 잡히려 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유스러우려 하고 세상 일에 도무지 정을 들이지 않는다. 그는 안으로 자기를 살피는 일에 장애가 될까, 세상의 무슨 편익으로 인하여 거리낌을 당할까, 무슨 괴로움을 좀 당한다고 탈락할까 염려한다. 사랑보다 더 유쾌한 것이 없고 더 힘있는 것이 없고 더 고상하고 더 관대한 것도 없고 더 재미있고 더 원만한 것도 없고 하늘과 땅에 더 좋은 것도 없으니,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요, 조물에는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하느님께만 안정하여 있는 까닭이다.
4. 사랑이 있는 자는 날아가고 달음질하고 즐거워하며, 자유스럽고 또 거리낌에 붙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고 모든 일에 모든 것을 얻으니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지존하신 분에게 모든 것을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헤아리지 않고 모든 좋은 것을 초월하여 주시는 분을 향한다. 사랑은 가끔 한계(限界)를 모르고 모든 계량을 넘쳐 이루어진다. 사랑은 짐을 져도 무게를 모르고 수고를 헤아리지 않고, 자기 힘에 넘치는 것도 하려 하고, 할 수 없다는 핑계를 안하니 못할 것이 없고, 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무슨 일에든지 적당하고, 무슨 의무든지 다채우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 기진 하여 넘어지는 그러한 일에도 좋은 결과를 낸다.
5. 사랑은 깨어 있고, 자면서도 숙면은 안한다. 곤하여도 게으르지 않고 무서운 일을 보아도 요동치 않고, 오직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위로 솟아오르며 무사히 지나간다. 누구든지 사랑이 있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을 것이다. 하느님께 말하기를 "내 주시여, 내 사랑이시여,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요,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라고 하는 영혼의 뜨거운 사랑이 하느님의 귀를 크게 올리는 소리이다.
6. 제자의말(하느님의 사랑을 청하는 기도): 내 사랑의 품을 넓혀 주사. 내 마음의 입으로써 사랑에 맛들이고 또 사랑에 녹고 사랑에 목욕하게 하여 주소서. 크나큰 열정과 경이로써 나 자신을 초탈하고 사랑에 잡히게 하여 주소서. 사랑의 노래를 내가 부르면서 나의 사랑하는 주님을 높은 곳까지 따르려 하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고 사랑의 노래를 읊음으로써 맞도록 하소서. 나는 주님을 나보다 더 사랑하려 하며, 나 자신은 주님을 위하여만 사랑하려 하고, 주님을 진실히 사랑하는 모든 일을 주님 안에서만 사랑하려 하나이다. 이렇게 함은 주께로부터 발원(發源)하는 계명이 명하는 까닭이로소이다.
7. 사랑은 신속하고 참다우며, 또 경건하고 쾌활하며, 온화하고 용감하며, 인내성이 있고, 성실하고 지혜로우며, 너그럽고 사내다우며 자기를 찾지 않는다. 누구든지 자기를 찾게 되면 그는 벌써 사랑에서 멀리 떨어지는 사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두루 살피고 겸손하고 정직하며, 또 유익함이 없고, 경솔함이 없고, 헛된 일에 관심하는 바 없고, 담박하고 정결하며 한 번 세운 뜻을 바꾸지 않고, 고요하고, 모든 오관을 다 지킨다. 사랑은 웃어른에게 순명하며 지배를 잘 받고, 자기를 천히 보고 얕보고 하느님께 대하여는 신심 있고 은혜를 갚으려 하고 하느님을 사랑할 것이 안날 지라도 괴로움이 없이는 사랑의 생활을 할 수가 없음을 아는 만큼, 항상 하느님만 믿고 바란다.
8. 모든 것을 참아 나갈 준비가 없고, 사랑하는 이의 뜻을 따를 준비가 없다면,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마땅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험하고 어려운 것을 다 달갑게 받아야 되고, 무슨 역경을 당하든지 그를 떠나서는 안 된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아직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랑하는 자가 못 되었다.
제자의 말: 주여, 왜 그러하옵니까?
주 의 말씀: 그는 다름 아니라. 네가 조그마한 역경을 당하여도 시작한 바를 그치고 위로를 찾는 데 너무 열중하는 까닭이다. 용감히 사랑하는 사람은 시련을 당하여도 굳게 서 있고 원수에 간교한 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순경을 당할 때에 나를 좋아함같이 또 역경을 당할 때에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2. 지혜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주는 예물을 헤아리지 않고 그 주는 이의 사랑을 헤아린다. 겉에 드러나는 것보다 그 속의 정을 헤아리며 어떠한 예물이든지 사랑하는 이만 못하게 여긴다. 고상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예물에 만족치 않고 나에 대한 정이나 내 성인들에 대한 정이 네 뜻대로 느껴지지 못한다고 모든 것에 다 실패한 줄로 생각지 말아라. 현존해 있는 결과요, 천국에 낙을 미리 좀 맛보이지만, 그러한 정은 오다가 가니 그것에 너무 마음을 붙이지 말 것이다. 마음에 악한 정이 일어나는 것을 물리치고 악마의 유인을 경멸하여 물리친다면 이는 덕행이 있고 큰 공로를 세운 증거일 것이다.
3. 그러므로 너는 무슨 일에 대해서든지 환상이 난다고 번민하지 말아라. 용감히 세운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 바른 지향을 두어라. 혹시 갑자기 탈혼 상태에 이를 만큼 나의 위로를 받다가 즉시 네 마음의 본처지로 돌아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속은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네가 한다는 것보다 네가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그런 생각을 합당치 않게 생각하고 없애려 힘쓰는 그만큼 공로가 되는 것이요, 무슨 실패가 아니다.
4. 예로부터 원수인 마귀는 전혀 네 마음에서 선에 대한 원을 없애려 힘쓰며 모든 신심적 수업의 정신을 없애려 도모하였다. 즉 성인들을 공경하는 정이나 나의 수난을 기억하는 정성이나 범죄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는 일과 자신의 마음을 지켜 나가는 일과 덕행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는 뜻을 없애고자 애쓴다. 마귀가 좋지 못한 생각을 많이 일으켜 네 마음에 불안과 염증을 끼치고 기도의 정신을 빼 버리고 성서 읽을 마음을 없애려 한다. 겸손 되이 고해 성사를 받는 것을 몹시 싫게 만들고 또 할 수 있으면 영성체를 안하게 한다. 마귀가 자주 네게 올가미를 쳐 속이려 할지라도 그를 믿지 말고 또 그를 상관치도 말아라. 나쁘고 부정한 생각이 들거든 이것을 마귀에게 돌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가련하고 부정한 신아, 가라. 너는 이런 것을 내 귀에 들리게 하니 참으로 퍽 부정하다. 고약한 유인자야, 내게서 물러가라. 내게는 네가 간섭할 것이 도무지 없다. 예수께서 용맹한 전사같이 나와 함께 계실 것이니, 너는 부끄럽게 서 있을 것이다. 너의 말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죽기가 원이요, 모든 형벌을 당하기가 원이다.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어라. 아무리 네가 나를 괴롭게 하여도 다시는 네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야훼께서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시편 27, 3).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시편 19,14).
5. 충성된 군사와 같이 싸워라. 그러다가 혹시 연약한 마음에 떨어지는 때 있더라도 용기를 전보다 배가하고 나의 더 많은 은총에 의지하여 다시 일어나라. 그리고 항상 특히 헛된 자만과 교오한 마음을 주의하라. 이로써 그르치는 사람이 많고 거의 고칠 수 없는 소경이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교오한 사람들과 미련하게 자기 힘을 믿어 오던 사람들의 무서운 실패가 네게는 경계가 되어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신심의 은총을 감추고 그런 은총을 받았다고 자만치 말며 그런 일을 가지고 말을 많이 말며 또 너무 과장하여 훌륭하게 생각지도 말고, 도리어 너 자신을 천히 보고, 네가 그런 은혜를 받은 것이 부당한 줄로 생각하여 두려워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고 더 완전한 것이다. 네 마음에 느끼는 그러한 감정을 너무 믿지 말아라. 이는 오래지 않아 아주 반대되는 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 있을 때에는 은총이 없으며 얼마나 불쌍하고 궁하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 네가 은총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고 영신적 생활이 진보하는 것이 아니요, 위로 없이 지내게 되는 때라도 겸손과 극기를 다하여 참고 신공범절에 게으르지 않고 보통 행하여 오는 일과를 궐하지 않음에 특히 영혼의 진보가 있다. 네가 아는 대로 네가 할 수 있는 데로 네 힘이 자라는 대로 무엇이나 잘 행하라. 마음이 건조하고 괴롭다고 네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라.
2. 많은 이가 자기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즉시 참지 못하고 혹 게을러진다. 인생 행로는 항상 사람의 권한에 있지는 않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그 거룩하신 뜻대로 주시고 위로하시니, 그 원하시는 때에 그 원하시는 정도로 그 원하시는 사람에게 당신께 합한 대로 하시고 더는 하시지 않는다. 어떤 이는 경솔하기 때문에 신심이 좀 있다고 자기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였다.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마음의 정을 믿었으므로 실패하였다.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분수 없이 더 하려다가 급히 은총을 잃었다. 그들은 하늘에 자리를 두었더니 자신이 힘이 없음과 천한 지위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힘이 없고 궁핍함을 알게 되면 제 날개를 가지고 날지 못할 줄 깨닫게 함이요, 내 깃 밑에 안겨 날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함이다. 아직도 주의 길을 밟는 데 익숙치 못하고 능하지도 못한 사람은 지혜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나아가지 않으면 속기 쉽고 상하기가 쉽다.
3.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한 바를 다 믿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견만을 따르고자 하면 그 장래가 몹시 위태하리라. 그 생각을 고칠 마음이 끝까지 없다면 그 장래가 몹시 위험하리라. 자기가 스스로 지혜로운 줄 생각하는 사람은 흔히 남의 지도를 겸손 되이 받기를 몹시 꺼린다. 지식의 보배를 많이 가졌다고 헛된 자만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는 것은 별로 없어도 마음이 겸손하여 자기를 천히 보는 것이 더 낫다. 네가 무엇을 많이 가져 교오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적게 가지는 것이 낫다. 전에 자기의 궁하던 처지를 생각지 못하고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지나치게 즐거워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또, 어떠한 역경을 당하든지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너무 실망하는 기분이 있어 나를 의뢰하는 마음이 분수없이 줄어들고 나를 믿는 마음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덕성스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4. 평화를 누릴 때 너무 안심하고 있는 사람은 싸움이 일어날 때에는 자주 너무 실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가 항상 겸손하고 너를 미소한 자로 여기며 또 네 생각을 잘 조절하고 지배할 줄을 알 면 그렇게 쉽게 위험을 당할 리가 없고 상처를 받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열심히 날 때에 신광이 없어지게 되면 어떠할까 하는 일을 생각해 두는 것은 지혜로은 생각이다. 만일 그대로 신광이 없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기 있으리라. 그 신광을 잠깐 없게 한 것은 네게는 주의를 일으키기 위함이요, 내게는 영광이 되기 위함에 지니지 않는 줄을 생각하라.
5. 네 뜻대로 항상 잘 되어 나가는 것이 유익하지 않고, 자주 이런 시험이 있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다. 무슨 묵시를 받거나 신락이 많거나 성서를 잘 깨닫거나 무슨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바 아니요, 참된 겸손에 뿌리를 박고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며 항상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고 자기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참으로 천히 보며 남한테도 찬사를 듣는 것보다 천대를 받고 변변치 않게 여김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것이다.
1. 제자의 말: "티끌이나 재만도 못한 주제에 감히 아룁니다"(창세 18,27). 내가 과연 먼지보다 재보다 더 크게 나를 헤아리게 되면 주님은 즉시 나의 이런 생각의 잘못을 밝혀 주시고 그리고 내 죄악도 이 사실의 참된 증거가 되어 나서리니 그러면 나는 반대할 도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나 자신을 천히 보고 허무한 것같이 보며 또 나를 도무지 위하는 마음이 없고 나를 먼지와 같이 보아야 비로소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이요, 내 마음에 광명을 내려 주실 것이옵니다. 그 때는 나를 위하는 생각이 비록 묻혀 버릴 것이옵니다. 그런 지위에 있게 되면 주께서는 내게 현재의 나의 처지가 어떠하며 전에는 어떠하였으며 어떤 처지에서 지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리니, 즉시 용기를 얻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겠나이다. 나는 나 자신의 무게로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데도 이렇게 갑자기 올라가게 되고 자애롭게도 주께서 나를 품어 주시는 것은 과연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2. 이는 당신 사랑의 작용이오니, 내가 잘한 것이 없어도 나를 찾아 주시는 것이나. 여러 가지 긴급한 사정에 돌보아 주시는 것이나. 큰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시는 것이나 또 실상 말하자면 그 무수한 재앙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는 것은 과연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내가 나를 잘못 사랑함으로 나를 잃었더니, 내가 당신 하나만 찾고 당신만 순전히 사랑함으로 나도 얻고 당신도 겸하여 얻었사오며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를 더 허무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나이다. 오! 극히 선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게 하시는 일은 다 나의 공로를 초월하는 것이오며, 당신은 내가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구하지도 못하는 것을 주시나이다.
3. 내 주여, 찬미를 받으소서. 나는 무슨 은혜를 받기에 부당하오나 당신은 고상하시고 한없이 착하시므로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당신을 싫다고 멀리 달아나는 사람 들도 돌보아주시니 당신은 찬미를 받으심이 마땅하도소이다. 우리를 돌이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은혜를 갚고 겸손하고 신심 있게 하소서. 우리의 생명은 당신이요, 우리의 힘과 용맹도 당신 밖에 없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참으로 복되려면, 내가 너희 제일 높고 제일 마지막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뜻을 두게 되면 자주 너와 조물을 나쁜 데로 기울어지게 하는 정이 조찰 하여지리라. 만일 네가 무슨 일에 너를 찾는다면 그 즉시 너는 쇠약하여질 것이요, 메마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준 이는 주님 밖에 다시없으니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내게로 돌려라. 이렇게 모든 것이 무한한 선으로부터 옴을 생각하고 따라서 모든 것을 그 근본인 내게로 돌릴 것이다.
2. 작은 자나 큰 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다 마치 신선한 샘에서와 같이 내게서 생명의 물을 마신다. 또한 나를 즐겨 또 자유로이 섬기는 사람은 은총 위에 은총을 받으리라. 나를 떠나 다른데서 무슨 영광을 취하려는 사람은, 또 무슨 사사로운 선악에서 낙을 취하려는 사람은 참즐거움을 항구히 못 누릴 것이요, 그 마음에 즐거움이 충만치 못할 것이요, 많은 거리낌을 당하고 여러 가지 역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네게 돌리지 말고 또 무슨 덕을 어떤 사람에게 돌리지도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라. 하느님 없이는 사람이 무엇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주었으니 모든 것을 다 다시 가지려 하며 내게 감사하기를 엄히 요구한다.
3. 이는 헛된 영광을 물리치는 진리다. 천상적 은총과 참다운 사랑이 들어간 그곳에는 아무런 시기나 마음의 좁음이 없을 것이요, 사사로운 애정이 그 마음을 점령치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영혼의 모든 힘을 긴장시킨다.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나 하나로 말미암아서 밖에서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요, 나 하나밖에는 희망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선하신 분은 하느님 한 분뿐"(루가 18,19)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홀로 모든 것 위에 찬미받으실 분이시오, 모든 일에 존경받으실 분이시다.
1. 제자의 말: 주여, 이제 내가 다시 침묵을 깨뜨려 말씀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주시여, 나의 왕이신 주의 귀에 내 말씀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자, 당신을 전심으로 섬기는 자에게는 또 얼마나 선하시나이까?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신묘한 관상의 취미는 참으로 말로써 그려 낼 수 없이 좋사옵니다. 특히 당신이 내게 사랑의 표를 드러내 주신 것은 나를 없는 데로부터 조성하여 있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 멀리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이끄사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신 것이옵니다.
2. 오! 끝없는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께 대하여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어찌 내가 쇠진하여 망하였을 때도 나를 생각해 주신 당신을 잊으리이까" 당신은 당신 종에 대하여 모든 희망밖에 인자를 베푸시고 모든 공로에 넘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총을 어떻게 갚아야 옳으리이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도 생활을 하게 되는 이러한 은총은 모든 이가 받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느 조물이거나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사오니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이 무슨 장한 일이 되겠나이까? 나는 과연 당신을 섬기는 것을 장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나이다. 도리어 이렇게 가난하고 부당한 자를 종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 사랑하는 종들 중의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니 이것을 내가 찬미하여야 마땅할 것이요, 크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3. 내게 있는 모든 것이나 또 당신을 섬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순서는 바뀌어서,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섬기나이다. 사람을 돕기 위하여 당신이 만드신 하늘과 땅은, 당신 면전에 있어 당신이 명하시는 그 모든 것을 매일 이행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천사들에게까지 명하시어 사람에게 시중들게 하셨나이다. 이것보다 기막힌 것은 당신이 사람을 섬기시고, 당신을 사람에게 주실 약속을 하신 것이나이다.
4. 이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써 갚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일생을 두고 매일같이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마땅히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참으로 누구나 다 당신을 섬겨야 옳고 당신을 찬미하여야 옳으며, 당신을 영원히 존경하여야 옳겠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내 주시오, 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이오니,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고 당신을 찬미함에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는 안되겠나이다. 내가 이것을 원하고, 내가 이렇게 되기를 사모하오니,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은 당신이 채워 주소서.
5.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천히 보는 것은 큰 영광이요, 큰 명예로소이다.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스스로 즐겨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막대한 은총을 받을 것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육체의 낙을 희생하는 사람은 성령이 주시는 극히 마음에 드는 위로를 누릴 것이옵니다. 당신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험한 길을 자신하여 걷고 모든 세상의 걱정을 상관치 않는 사람은 마음에 큰 자유를 얻겠나이다.
6. 오! 하느님을 섬김은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일이며 기꺼운 일이겠나이까? 이로써 사람이 참으로 자유로워지고 거룩하여지나이다. 오! 오로지 당신을 섬기는 데 힘쓰는 거룩한 수도 생활이여, 사람을 천사와 같이 만들고,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해주고 마귀에게는 무섭게 뵈게 하여 주고 모든 교우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큼 해주는 거룩한 생활이여! 오! 항상 품에 안고 항상 원함직한 주님을 섬기는 일이여! 이로써 가장 고귀한 선을 얻게 되고 끝없이 누릴 즐거움을 얻게 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아직도 네가 모르는 것이 많으니 다 배워야 한다.
2. 제자의 말: 주여, 그것이 무엇이오니까?
3. 주의 말씀: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오로지 나의 원의를 따라 두어야 할 것이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나의 원의를 채우는 데 힘써라. 자주 네가 무슨 원이 있어 맹렬히 너를 이끌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는 자세히 살펴 이 원의가 나의 영광을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혹 오히려 네 편의를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보라. 그 원의가 나에 관한 것이면 내가 어떻게 배치하든지 네가 만족해 할 것이요, 만일 네 편의를 보아 된 것이라면 이는 네게 방해가 될 것이요, 괴로움이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네가 무슨 원의를 품은 것이 있더라도, 내게 먼저 묻지 않고는 너무 거기다 미쁨을 두지 말아라. 처음에 네가 좋아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한 것이 후에 네가 후회하게 되고 네 뜻에 맞지 않을까 두렵다. 무엇이 뜻에 맞는다고 즉시 좋은 것이 아니요, 무엇이 뜻에 맞지 않는다고 즉시 피할 것도 아니다. 무슨 좋은 일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나 무슨 좋은 원에 있어서나 어떤 때 얼마큼 제재함이 좋다. 혹시 정신이 태만함으로 분심이 생길까, 혹 분수 없이 하다가 남에게 악한 표양이 될까, 혹 다른 사람이 반대하여 네가 갑자기 산란해지고 실패할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5. 때로는 육정의 욕구를 누르고 육신의 사욕의 싫고 좋아하는 것도 관계치 않고 도리어 육정을 강제로라도 이성에 굴복시키는 대 사내답게 힘 쓸 것이다. 육정이 모든 일에서 이성에 굴복하는 그때까지 사소한 것으로써 만족할 줄을 알고 순박한 것을 즐겨 하며 제게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원망을 발하지 않을 그 때까지 책찍질하고 종과같이 다스려야 한다.
1.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내가 보기에 참는 덕이 내게 매우 필요할 줄로 아오니 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데는 거리끼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됨을 알았나이다. 내가 아무리 처리하여 평화를 잘 보존하려 하여도 나의 생활은 싸움과 괴로움이 없이는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사옵니다.
2. 주의 말씀: 아들아, 과연 그렇다.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시련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그러한 평화를 찾음이 아니다. 도리어 네가 여러 가지 괴로움으로 단련되고 많은 거리낌는 일로 단련될 때에도 네가 평화를 잃지 않을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괴로움을 많이 참을 수 없다 하면 연옥에 가서는 어떻게 그 불을 참겠느냐? 두 자기 재앙이 있으면 둘중에 가벼운 것을 가리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영원한 벌을 면하려거든 현세의 여러 가지 괴로움을 하느님을 위하여 태연히 참는 법을 배워라. 너는 이 세속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는 줄러 생각하느냐? 아무리 호화스러운 사람을 만나 보아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3. 그러나 너는 말하기를 그 사람들은 많은 쾌락이 있고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여간 고통이 있다 하여도 가볍게 여긴다고 하리라. 그것은 그렇다 하자.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네 생각에는 그것이 얼마나 계속될 줄 믿느냐? "야훼를 등진 악인들은 목장을 덮었던 풀처럼 시들고 연기처럼 사라지리라"(시편 37,20). 지나간 즐거움은 자취도 남지 않을 것이다. 또 세상에 살아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이라 할지라도 고통이 없고 염증이 없이 또는 두려움이 없이 편히 있을 때가 없다. 사람이 괘악을 누리를 바로 거기서 흔히 고통을 당하여 벌을 받는다. 이는 마땅한 일이니 저들이 부질없이 즐거움을 찾고 그 쾌락을 따르므로 부끄로움과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4. 오! 모든 쾌락은 얼마나 짧으며 헛되며 얼마나 부질없으며 얼마나 더러우냐? 그렇지만 그것에 취하고 눈이 멀어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이성이 없는 동물과 같이 썩어 없어질 생활의 작은 쾌락을 도모하려고 영혼의 죽음을 당한다. 아들아, 그러니까 "네 정욕을 따라가지 말고네 욕망을 억제하여라"(집회 18,30). "네 즐거움을 야훼에게서 찾아라. 네 마음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시편 37,4).
5. 네가 참으로 즐거움을 누리려 하고 나의 위로를 풍족히 누리려거든, 새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저급한 쾌학을 없애라. 그러면 축복이 내릴 것이요, 위로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조물의 위로를 배척할수록 그만큼 내 안에서 마음에 들고 힘이 있는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이르자면 처음에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근심이 없지 못할 것이요, 싸우는 수고도 없지 못할 것이다. 습관을 기름으로 이를 이긴다. 육체는 원망하겠지만 영신의 열심히 육정을 제어하리라. 옛 뱀 마귀는 너를 충동하여 괴롭게 하겠지만, 기도함으로써 그를 물리치고 그리고 유익한 일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원수의 공격을 막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명하기를 피하는 것이 은총을 피하는 것이다. 또 사사로운 것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은 공동의 것을 잃어버린다. 제 으뜸에게 순명하기를 꺼리고 또 좋아하지 않는 것은 그 육체가 완전히 순종하지 않는 증거이며 자주 반항하고 거스르는 표다. 그러니 네가 육체를 굴복시킬 마음이 있거든 부지런히 네 으뜸에게 순명하는 법을 배워라. 네 안에서 되는 일이 타락이되지 않는다면 바깥 원수를 손쉽게 이길 것이다. 영신과 타협할 줄 모르는 너 자신이 다른 무슨 원수보다도 네 영혼에 대하여 더 몹쓸 원수요, 더 성가신 원수다. 살과 피를 거슬러 싸워 이길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이 옳은 줄로 생각해야 한다.
2. 아직도 네가 너 자신을 절제 없이 사랑하는 관계로 남의 뜻을 맞추어 네 뜻을 희생하기를 어려워한다. 나는 허무에서 모든 것을 만든 전능하고 한없이 높은 하느님으로서 너를 위하여 겸손되이 굴복하였거늘, 먼지요 아무 것도 아닌 네가 하느님을 위하는 뜻으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우냐? 나의 겸손으로 네가 네 교오를 이기게 하기 위하여 나는 모든 이 가운데 제일 천하고 제일 낮은 이가 되었다. 먼지야, 복종하는 법을 배워라. 흙아, 또 이토(泥土)야, 너를 천히 보고 모든 이 앞에 굽히는 법을 배워라. 네 뜻을 꺾고 또 모든 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기를 배워라.
3. 너를 거슬러 분개하여 일어나고, 조금만이라도 교오한 마음이 네 안에 남아 있기를 허락치 말아라. 그리고 모든 사람이 네 위에 지나가고 길거리에 밟히는 흙과같이 너를 밟을 만큼 너를 낮추고 너를 작게 보아라. 아주 쓸데없는 사람아, 네가 무엇 때문에 그리 불평을 말하느냐? 더러운 죄인아, 너를 책망하는 자들에게 네가 반대할 것이 무엇이냐? 하느님께 이처럼 득죄하고 가끔 지옥벌에 해당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네 영혼이 내게 귀여워 나의 눈이 너를 용서해 주었으니 이는 네가 나의 사랑을 알고 항상 나의 은혜를 아는자 되기 위함이고 또 네가 진정으로 너를 굴복시키고 참다운 겸손을 항상 좇기 위함이요, 또 너를 스스로 업신여김을 잘 참아 나가기 위함이다.
1. 제자의 말: 내게 당신 판결의 언도를 우레와같이 내리시니, 무섭고 두려워 내 모든 뼈가 울리고 내 영혼이 몹시 놀라나이다. 주님 대전에는 하늘도 깨끗치 못함을 생각하오니, 놀라 서 있나이다. 당신은 천사 가운데도 죄악을 찾아내어 용서 없이 벌하셨거든 내게 대하여서는 어떻게 되리이까? 하늘의 별도 떨어졌거든 먼지 같은 나로서 주제넘게 생각할수 있겠나이까? 훌륭한 일을 하는 것같이 뵈던 자들이 깊은 구렁으로 떨어졌고 천사의 면병을 먹던 자들이 돼지가 먹는 깍지를 즐겨 먹는 것을 내가 보았나이다.
2. 그러하오니 주여, 당신이 도우시는 손을 거두시면 성덕이라 할 것이 도무지 없겠나이다. 당신이 지배하여 주시기를 그치시면 지혜라 할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이 보존하여 주시지 않으면 아무 용기도 남아 있지 않겠나이다. 당신의 보호가 없으면 전혀 정덕을 위험 없이 닦아 나갈 수도 없겠나이다. 당신이 거룩히 보살펴 주시지 않으시면 아무리 우리가 지킨다 하여도 무익하리이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시면 빠져 망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를 찾아 주시면 일어나 살겠나이다. 우리가 항구히 서 있지 못하지만 당신의 힘을 빌리면 견고하여지며 우리가 게을러지지만 당신이 도우시면 열렬하여지나이다.
3. 오! 나는 나를 얼마 천히 보아야 하고, 얼마나 낮게 생각하여야 하겠나이까! 무슨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얼마나 이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야 되겠나이까? 허무 외에는 다른 무엇이 없사오니, 주여 당신의 심연(深淵)같은 심판 아래 얼마나 깊이 순복하여야 하오리이까? 오!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오! 헤엄쳐 건너갈 수 없는 바다! 그 안에는 허무 외에 아무 것도 내 것이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어디 스스로 영광을 취할 데가 있겠나이까? 내 위에 내리시는 당신 깊은 심판 속에 내 모든 헛된 영광은 사라졌나이다.
4. 당신 대전에 사람이란 그 무엇이옵니까? "진흙이 어찌 저를 만든 자를 거슬러 스스로 영광을 취하겠나이까." 참으로 하느님께 복종할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어찌 헛된 말로써 교오를 발할 수 있겠나이까? 진리의 명을 일심으로 듣는 사람은 온 세상이 떠들어도 교오치 않을 것이요,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찬미한다 해도 움직이지 않으리이다. 말을 하는 그 사람들 역시 누구나 다 같은 허무이고, 그 말의 음파(音波)와 같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분의 진실하심 영원하시다"(시편 117,2).
1. 주의 말씀: 아들아, 모든 일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것이 당신께 의합하면 이렇게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당신의 영광이라면 당신의 이름으로 되어지이다." "주여, 이것이 내게 좋다고 보시고 유익하다고 아시거든 당신 영광을 위하여 이것을 내게 주소서." "만일 내게 해롭다고 보시고 내 영혼을 구하는 데 유익이 없다고 보시거든 이러한 원의를 없애 주소서." 무슨 원이 있어 사람의 생각에 바르고 좋다고 보일지라도 그렇다고 다 성령께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러저러한 원의가 참으로 착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악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혹은 또 네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착한 신의 지배를 받는 줄로 생각하였다가 나중에는 속은 줄로 깨닫게 되었다.
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원함직한 줄로 생각하거든 항상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정과 마음에 겸손을 다하여 원하고 구할 것이며 그리고 특히 네 뜻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게 맡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라. "주여, 이 일이 당신이 낫다고 생각하시는 그대로 이렇게나 저렇게나 당신 뜻대로 되어지이다. 당신이 원하시는 그것을 주시고, 뜻에 맞는 그 정도로 주시고, 뜻에 맞는 그 때에 주소서. 당신이 아시는 대로 당신께 더 의합하고 당신 영광에 더 도움이 되는 그대로 내게 행하여 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그곳에 나를 두어 주시고 모든 일에 나를 마음대로 하여 주소서. 나는 당신의 손안에 있사오니 나를 돌리시고 이리저리 굴리소서. 나는 당신의 종이오니 무엇이든지 순명하려고 준비하고 있나이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자 하지 않고 당신을 위해서만 살고자 하나이다. 원하오니 타당히 또는 완전히 그렇게 되어지이다."
3. 제자의 말(하느님의 성의가 이루어지기를 위한 기도): 극히 인자하신 예수여, 은총을 내려 주시어 내게 머무르고 나의 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또 끝까지 내게서 떠나지 말게 해주소서. 당신의 뜻에 더 맞고 당신께 의향은 곧 나의 의향이 되며 내 뜻은 항상 잘 맞추게 하여 주소서. 당신과 나 사이에 원하고 원하지 않음이 도무지 하나가 되게 해주시고, 당신이 원하시고 싫어하시는 그것 밖에는 내가 다른 것을 원하거나 싫어할 수 없게 해주소서.
4. 세상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내가 죽게 해주시고, 당신을 위하여 남에게 천대받기를 좋아하고 이 세상에서 남이나를 모르기를 원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모든 원함직한 것을 지나 당신 안에 안온히 머물게 하시고 내 마음이 당신 안에 평화를 누리게 해주소서. 당신은 마음의 참된 평화시요, 당신은 홀로 하나인 나의 위안(慰安)이시오, 당신 외에는 모든 것이 재미없고 불안스러운 것 뿐이옵니다. "누운즉 마음 편하고 단잠에 잠기오니, 야훼여, 내가 이렇듯 안심하는 것은 다만 당신 덕이옵니다"(시편 4,8). 아멘
1. 제자의 말: 내가 무엇이든지 자신의 위로를 보아 원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세상에서 바라지 않고 후세에 바라나이다. 내가 혼자서 세상의 모든 위로를 다 가지고 모든 쾌락을 다 누릴 수 있다 할지라도 이 모든 것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 조금도 의심 없나이다. 그러나 내 영혼아, 아무리 해도 가난한 자들을 위로하시고 겸손한 자들을 거두어 들이시는 하느님 안에서가 아니면 원만한 위로를 누릴 수가 없고 완전히 쉴 수도 없다. 내 영혼아, 조금만 참아라. 하느님이 허락하신 바를 기다려라. 천당에서 만선 만복을 풍성히 누릴 것이다. 너무 과도히 현세의 것을 탐하면 영원한 천상의 것을 잃으리라. 세상 것은 필요히 쓰는 데 네 마음이 그칠 것이요, 영원한 것을 항상 갈망하고 있어라. 너는 현세의 어떠한 선으로도 만족할 수 없으니 이것을 누리기 위하여 네가 조성되지 않은 까닭이다.
2. 모든 조성된 선한 것을 네가 다 가졌다 할지라도 다행하고 복될 수가 없고, 오직 모든 것을 조성하신 하느님 안에 너의 모든 복이 있고 모든 낙이 있다. 세상을 사랑하는 미련한 자들이 무엇이라 하고 어떻다고 찬미한다고 그것이 행복이 아니요, 그리스도의 착한 신자들이 희망하는 그것, 천상적 생활을 하는, 마음이 조촐하고 경건한 영혼들이 어떤 때에 맛보는 것, 그것이 참된 행복이다. 인간의 위로란 그 무엇이나 다 헛되고 다 짧은 것이다. 진리에서 출발한 마음의 위로는 행복이며 또 참다운 것이다. 신심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지 자기 위로자이신 예수를 모시고 다니며 이렇게 말한다. 주 예수여,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에 나와 함께 하소서. 인간의 모든 위로를 즐겨 사양하는 그것이 내게 위로가 되게 하여 주소서. 만일 당신의 위로가 없게 되면 그 때는 당신의 뜻이요, 또한 당신이 하시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없는 위로가 되게하여 주소서. "주님은 끝까지 따지지 아니하시고 앙심을 오래 품지 않으시기"(시편 103,9) 때문입니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가 네게 행하고자 하는 대로 맡겨 두어라. 나는 네게 무엇이 유익한지 안다. 네 생각은 사람의 생각에 지나지 않고 네가 느끼는 것도 보통 사람의 정에 지나지 않는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과연 그러하옵니다. 내가 나를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걱정보다 나에 대한 당신의 염려가 더 크옵니다. 자신에 대한 모든 염려를 당신께 맡겨 두지 않는 자는 너무 떨어지기가 쉽사옵니다. 주여, 내 마음이 바르고 당신께 굳이 머물러 있게한 한 후에는 무엇이든지 당신께 의합한 대로 내게 해주소서. 당신이 내게 행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지 않을 수가 없겠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나와 더불어 길을 가려면 이렇게 서 있어야 한다. 즐거운 일을 만날 때나 좋아함과 같이 괴로운 일을 당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모든 일이 원만하고 풍족하게 될 때에 좋아함과 같이 궁하고 가난하게 될 때에도 좋아할 것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이 내게 되기를 원하시는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하여 기꺼이 참겠나이다. 좋거나, 싫거나, 달거나, 쓰거나, 즐겁거나, 슬픈 모든 것을 가림 없이 다 당신 손에서 받고자 하오며 내가 당하는 모든 일에 감사하고자 하나이다. 모든 죄악에서 나를 지켜 주시면 지옥이나 죽음이나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나를 영원히 내치지 않으시고 생명의 책에서 내 이름을 지우시지만 않으면 아무리 어떤 괴로움을 당한다 할지라도 해 될 것이 없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구하기 위하여 나는 하늘에서 내려와 내가 당할 곤욕을 당하였다. 그러나 억지로 당한 것이 아니요, 사랑에 끌려 받았다. 인내하는 불을 네게 가르치고 현세의 곤궁을 원망 없이 참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참았다. 탄생하는 그 때로부터 십자가 위에서 죽을 때까지 괴로움을 참아 견디지 않은 때가 없었다. 세상 것이 없기 때문에 많은 괴로움을 당하였고 나를 거슬러 원망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부끄러움과 욕을 너그러이 받았으며 은혜를 베풀고도 배은(背恩)을 당하고 기적을 행하고도 욕을 먹었으며, 진리를 가르치고도 책망을 들었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은 성부의 명을 지킬 뜻으로 일생을 두고 괴로움을 인내로이 받으셨으니, 극히 불쌍한 나 같은 죄인도 당신 성의를 따라 나를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당신이 원하시는 그때까지 내 영생을 위하여 파멸할 이 생명의 짐을 지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현세의 생명은 괴롭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으로 말미암아 공로 될 자료가 되오며 당신의 표양과 성인들이 남기고 가신 유적을 따라 연약한 우리도 참아 나갈 수 있고 어둠 없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나이다. 그 외에 천국 문이 닫혀 있고 천국에 가는 길이 애매하고 천국을 찾으려고 힘쓰던 사람들이 매우 적던 옛적 고교(古敎)시대보다 더욱 많은 위로가 있나이다. 또 그 때의 의인과 구원될 사람들도 당신이 수난 하시고 거룩히 죽으시기 전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였나이다. 오! 당신이 나와 모든 신자들에게 영원한 당신 나라로 인도하는, 바르고 좋은 길을 가르치셨으니, 나는 얼마나 감사하여야 하겠나이까? 당신의 일생은 곧 우리의 길이오니, 거룩히 인내함으로써 우리 영관이신 당신께로 나아갈 수 있겠나이다. 당신이 먼저 가시지 않았다면, 또 가르치시지 않았다면 누가 따라갈 수 있겠나이까? 오호! 당신의 탁월한 표양을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멀리 뒤떨어져 있겠나이까? 이렇듯 당신의 기적과 교훈을 들어도 아직도 이렇게 게으르온데, 당신을 따르는 데에 그만한 신광(神光)이 없다면 어떻게 되리이까?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말이 무슨 말이냐? 나의 수난과 다른 성인들의 수난을 생각하고 불평하기를 그쳐라. 너는 "죄와 맞서 싸우면서 아직까지 피를 흘린 일은 없다."(히브 12, 4). 많은 수난을 당하고 맹렬한 시련을 받고, 대단히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가지로 시험을 당하고 단련을 받는 자들에게 너를 비긴다면 네가 당하는 괴로움은 매우 작다. 그러므로 남들이 당하는 보다 큰 괴로움을 자주 생각하여 네가 당하는 작은 괴로움을 잘 참아 나갈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다고 생각되지 않거든 이렇게 생각되는 이유가 인내의 부족으로 그렇지나 않은지 살펴보아라. 네가 당하는 괴로움이 작든지 크든지 무엇이든지 다 인내로이 참는 법을 배워라.
2. 네가 괴로움을 당하는 데 인내할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고 있으면 그럴수록 더 지혜롭게 행하는 것이요, 공로도 더 얻을 것이다. 괴로움을 참겠다는 활발한 생각과 또 습관이 있으면 괴로움을 참기가 퍽 쉬워지는 것이다. "나는 이거을 이런 사람에게는 참을 수도 없고 참을 필요도 없으니, 왜냐하면 그는 큰 손해를 내게 끼쳤고 또 내가 이전에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을 나무라는 까닭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는 기꺼이 참고 또 참아야 되는 정도로 아는대로 참겠다." 이렇게 말하지 말아라. 이는 인내의 덕이 무엇인지 생각지도 않고 또 누구에게 상을 받을지 생각지도 않는 미련한 소견이요, 오로지 자기가 당한 모욕과 그 모욕에 관한 사람만을 생각하는 데서 온다.
3. 자기가 원하는 대로 또 자기 뜻에 맞는 자한테서만 괴로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참다운 인내의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인내하는 덕이 있는 사람은 누구한데 괴로움을 당하든지, 자기 으뜸인지, 동무인지, 아랫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성인인지, 악한 사람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인지 그것을 상관치 않는다. 어떤 조물에서든지 분별없이 아무리 괴로움을 당하고 여러 번 고생 하여도 이 모든 것을 다 하느님의 손에서 감사로이 받고 큰 유익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하느님을 위하여 참는 것이라면 하느님 대전에는 공로가 되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4. 그러므로 너도 승전을 희망하거든, 싸움을 잘 준비하고 있어라. 싸움이 없이는 인내의 영관을 받지 못한다. 괴로움을 참을 마음이 없다는 것은 곧 영관을 사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관을 받고자 하면 용맹히 싸우고 참아 견뎌라. 수고 없이는 안정한 데 이를 수 없고, 싸움 없이는 승전할 수 없다.
5. 제자의 말: 주여, 본성으로 내게 될 수 없는 이것을 당신의 은총으로써 이루어지게 하여 주소서. 주여, 당신이 아시는 바와같이 나는 많이 참을 수 없는 자요, 조그마한 곤란을 당하여도 곧 번민하나이다. 어떠한 괴로움에 시달리든지 당신의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마음 내키고 원함직한 것이 되게 해 주소서. 당신을 위하여 참고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내 영혼에 매우 유익하옵니다.
1. 제자의 말: 주여, 나를 거슬러 나의 불의함을 고하고 나의 약점 늘 당신께 말하고자 하나이다. 나는 가끔 조그마한 일을 당해도 번민하고 근심하나이다. 뜻을 정할 때에는 용맹히 행하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시련만 있어도 큰 걱정거리가 되나이다. 흔히 매우 변변치 않은 일에서 큰 유혹이 생기나이다. 아무 유혹이 없어 좀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느 틈에 조그마한 욕망으로 거의 패하게 됨을 깨닫게 되나이다.
2. 그러므로 주여, 나의 천함을 보시고, 당신이 모든 방면에서 잘 아시는 나의 연약함을 살펴보소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내가 빠져 드는 이 수렁에서 건져 주소서"(시편 69,14). 내가 이처럼 약한 것을 볼 때, 자주 마음이 울렁거리고 당신 대전에 부끄러워하나이다. 내가 무슨 시련에 동의(同意)하기까지 이르지는 않지만, 사욕이 이처럼 나를 귀찮게 하여 성가시고 괴롭사오니, 이렇게 날마다 싸움 중에 지내는 것이 매우 어렵사옵니다. 여기에서 나는 연약함을 알았으니 즉 지겨운 여러 가지 환상(幻想)이 항상 더디 물러 가고 쉽게 또다시 들어오는 까닭이옵니다.
3. 극히 용맹하신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며, 신자들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시여, 원컨대 당신 종의 수고와 고통을 굽어보시고, 어떤 환경에 있든지 모든 일에서 돌보아 주소서. 천상의 용기를 내려 내 힘을 더 주어, 영혼에 아직도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가련한 육체가, 즉 묵은 사람이 다시는 일어나 거스르지 말게 하여 주소서. 이 육체를 거슬러 반드시 이 가련한 생명을 유지하는 동안 싸워야 하나이다. 오! 곤란과 곤궁이 없지 못한 이 현세의 생활은, 모든 것에 올가미가 가득하고 원수가 많은 이 현세의 생활은 그무엇이라 하여야 옳게사옵니까! 한가지 괴로움이니 시련이 물러가면 다른 것이 닥쳐오고, 또 이미 들어온 시련과 싸워 아직도 끝을 못 낸 동안에, 뜻밖에 다른 여러 가지 시련이 들어오나이다.
4. 이렇게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 생활을, 이렇듯 많은 재앙과 가난에 구속을 받는 이 생활을 어찌 사랑할 수 있나이까? 이러한 여러 가지 죽음과 벼을 낳는 이 생활을 어찌 생명이라고 하겠나이까! 그러나 이 생활을 사랑하는자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생활에서 만족을 구하려 하나이다. 세속이 거짓되고 헛됨을 자주 사람이 깨달으나, 육체의 사욕이 너무 세력을 잡앗으므로 그리 쉽게 세속을 떠나지도 못하나이다. 그러나 그중에는 세속을 사랑케 하는 것도 있지만, 또 세속을 경천히 보게 하는 것도 있나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체의 쾌락과 눈의 괘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을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고 세상에서 나온 것입니다"(1요한 2,16). 세속을 미워하고 세속에 대해 염증을 내게 하는 것은, 그 원욕의 결과가 되는 모든 벌과 괴로움이옵니다.
5. 그러나 슬프게도 세속에 젖은 그 마음은, 나쁜 쾌락에 이끌리고 사욕을 채우는 것을 복락으로 생각하나이다. 이는 하느님의 선하심과 덕의 참된 가치를 깨닫지도 못하고 체험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이옵니다. 세속을 전혀 천히 보고, 거룩한 규율 아래 하느님을 향해 거룩히 살려고 힘쓰는 자는 모든 쾌락을 참으로 거절하는 자들에게 허락하신 천상적 복락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또 세속은 그 얼마나 심히 그르치고 여러 가지로 속는지 자세히 보게 되나이다.
1. 제자의 말: 내 영혼아,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일에서 주님 안에 평안히 쉴 것이니, 주님은 성인들의 영원한 안위이신 까닭이다. 지극히 착하시고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여, 모든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평안히 쉬게 하여 주소서. 어떠한 건강이든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든지 다 초월하여, 영광과 명예를 초월하여, 어떠한 권세나 지위를 초월하여 당신 안에만 쉬게 하시고, 모든 학문과 정밀한 연구보다도, 모든 재물과 예술보다도, 모든 환희와 쾌락보다도,모든 평판과 찬미보다도, 모든 낙과 위로보다도, 모든 희망과 약속보다도, 모든 공로와 원의보다도, 당신 안에 쉬게 하여 주소서. 당신이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모든 은혜와 선물을 초월하여, 정신이 깨달을 수 있고 또 감각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과 쾌락을 초월하여, 또다시 모든 천사와 대천사를 초월하여, 모든 천상 군대를 초월하여, 또 유형 무형한 모든 것을 초월하여, 마침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께만 쉬게 하여 주소서.
2.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은 모든 것 위에 제일 좋으시고 당신 홀로 전능하시고, 당신 홀로 풍족하시고 완전하시고 당신 홀로 인자하시고 극히 위로하시는 분이시며, 당신 홀로 극히 아름다우시고 극히 사랑스러우신 분이시며, 당신 홀로 모든 것 위에 극히 높으시고 극히 영광스로우시니, 선이라는 것은 무엇이나 당신 안에 항상 완전히 있고, 이전에 있었고 또 이후에도 있겠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내게 주시지 않고 다른 무엇을 주신다면, 그것은 다 내게 부족하고 내 원을 채워 줄스 없겠사오며, 당신을 뵈옵지 못하고 또 당신은 얻지 못한다면, 당신께 대한 것을 나타내 주시고 혹 허락하신다 할지라도 만족치 못하겠나이다. 내 마음이 모든 은혜와 조물을 초월하여 당신께 쉬지 않으면 참으로 안정하여 있지 못하고 또 모든 방면으로 만족할 수도 없겠나이다.
3. 나의 극히 사랑하는 정배 예수 그리스도여, 극히 정결하신 애자여, 우주 만물의 지배자여, 누가 내게 참된 자유의 날개를 주어, 당신께로 날아가서 당신 안에 쉬게 하리이까? 오! 내 주 하느님이여, 언제나 나는 완전히 자유로이 당신의 사랑스러우심을 보게 되겠나이까? 나는 언제나 완전히 나를 당신께로만 모아서 당신을 사랑하여 나 자신을 잊고 모든 감각과 모든 방법을 초월하여 다는 알지 못하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 당신만을 따르게 되겠나이까? 이제 나는 자주 탄식하여 애통 중에 내 불행을 참나이다. 괴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 골짜기에서 많은 악이 나를 엄습하여 나를 자주 혼란케 하고 괴롭히며 또한 어둡게 하고 당신께 자유스러이 나아가서 항상 복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 품에 즐겁게 안기는 데 자주 방해하고 산란케 하며, 유인하고 가로 막나이다. 나의 탄식하는 이 소리를 들으시고 또 이 세상에 있는 여러 가지 불행을 보시고 나를 측은히 여겨 주소서.
4. 오! 예수, 영원한 영광의 빛이여, 방랑하는 영혼들의 위로여, 내 입은 당신 대전에 말없이 있고, 나의 침묵은 당신께 말하나이다. 내 주님은 언제까지 오시기를 지체하시려 하나이까? 당신의 가난한 종 내게로 오사 즐겁게 하소서. 당신 손을 펴 모든 괴로움에서 불쌍한 자를 구하소서. 오소서! 오소서! 당신이 없으시면 즐거운 날도 없고 즐거운 시간도 없나이다. 당신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니, 당신이 없이는 나의 상(床)이 빈 상이 되나이다. 나는 당신이 오셔서 빛을 내려 나를 다시 일으키시고 자유를 주시며 사랑하는 얼굴을 드러내 보여주실 때까지는, 불쌍하게 감옥에 갇혀 차꼬로 채워진 것 같으리이다.
5. 다른 사람들은 당신 대신으로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찾을지라도, 내 하느님이시오 내 희망이시오 영원한 생명이신 당신밖에는 다른 것이 내 마음에 맞지 아니하오며, 이 후에도 맞지 아니하겠나이다. 당신 은총이 내게 돌아올 때까지, 또 당신이 내게 말씀하실 때까지 묵묵하지 않을 터이오며, 간구하기를 그치지 않겠나이다.
6. 주의 말씀: 나는 여기 있다. 네가 나를 부르기에 네게로 나왔다. 네 눈물과 네 영혼의 갈망을 보고 네 겸손과 진정의 통회를 보고 감동하여 너를 찾아오게 되었다.
7. 제자의 말: 그 때 나는 다음과같이 말하였나이다. "주여, 당신을 누릴 생각으로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하였나이다." 당신은 당신을 찾으리고 나를 먼저 충동 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은 한없이 관후하신 그대로 당신 종에게 착하게 대하시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 대전에 이르게 된 이 불쌍한 종은 그 앞에 부복하여, 내 죄악과 천함을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나이까? 하늘과 땅의 모든 기묘한 것 중에 당신과 같은 분은 없나이다. 당신 사업은 극히 좋으며, 그 판단도 참되오며, 당신의 안배에 따라 모든 것이 지배되나이다. 그러므로 성부의 지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이 있어지이다. 내 입과 내 영혼과 모든 조물은 다 함께 당신을 찬미하고 당신께 축복하리이다.
1.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법률에 대하여 내 마음을 열어주시고, 당신 계명을 따라 행하게 하여 주소서. 당신의 성의를 알아듣게 하여 주시고, 당신 은혜를 다 합해서나 혹 하나씩 가장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세히 생각하여, 이제부타 타당히 감사하게 하여 주소서. 내가 잘 알고 자백하는 바는 제일 작은 은혜를 위하여도 합당한 감사를 드리지 못함이옵니다. 나는 당신이 주신 은혜보다 매우 작은 자이오며, 당신의 숭고(崇高) 하심을 생각할 때, 너무나 당신은 위대하시어 정신이 아득해지나이다.
2. 내 영혼이나 육신이 가진 그 모든 것은, 또 밖으로나 안으로나, 본성(本性)으로나 초성으로나 가진 모든 것은 다 당신의 은혜이오며, 또 이 모든 좋은 것이 다 당신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생각할때, 당신은 너무나 후하시고 인자하시고 착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았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오며, 당신이 없이는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사람이 가질 수 없나이다. 많이 받았다고 그것을 제 공로로 된 줄로 생각하여 영광을 삼을 것도 아니요, 다른 이보다 높은 줄로 자랑할 것도 아니요, 적게 받은 자를 경히 볼 것도 아니오니, 이는 자기에게 무슨 큰 것이 있는 줄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겸손을 더하고 신심을 배가(倍加)하여 감사하는 사람이 더 크고 더 좋은 사람인 까닭이옵나이다. 또 자기가 제일 천한 줄로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제일 부당한 줄로 생각하는 그는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 자이옵니다.
3. 적게 받았다고 섭섭히 생각할 것도 아니요, 원망스러이 생각할 것도 아니요, 많이 받은 자를 보고 질투할 것도 아니오며, 다만 당신께 대한 주의를 더하고 또 사람에게 편벽됨이 없이 당신 은총을 풍성히 또는 공으로 즐겨 주시는 그 착하신 마음을 깊이 찬미할 따름이옵나이다. 모든 것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니, 당신은 모든 일에 찬미를 받을실 분이시옵니다. 당신은 각 사람이 무엇을 가져야 좋을는지 아시고, 이 사람은 왜 적개 받고 저 사람은 어째서 많이 받았는지 아시나이다. 각 사람의 공로는 다 당신이 한정(限定)하셨사오니, 이 모든 것을 분간하는 것도 우리가 할 것이 아니요, 당신이 하시는 것이옵나이다.
4. 그러므로 주 하느님이여, 많이 가지기 때문에 겉으로 사람들에게 찬미와 영광을 받는 것보다 적게 받는 것을 큰 은혜로 생각하나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가난한 처지와 천함을 생각하고, 그렇다고 재미없이 생각하거나 근심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것을 위로로 알고 즐거움으로 생각하게 되나이다. 이는, 하느님이여, 당신이 가난하고 천하고 세속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자들을 친구로 삼으시고 집안 사람으로 삼아 주시기 때문이옵니다. 이의 정확한 증인은 당신 사도들이오니, "그들이 온 세상을 다스리게 되리라."(시편 45,16)하셨나이다. 저들은 그럴지라도 세상에 사는 동안 원망이 없이 지냈고, 악의와 간사함이 없이 겸손하고 순직하고, 당신 이름을 위하여는 모욕을 당하는 것도 즐거워할 만큼 되었고(사도 5,14), 또 세상이 싫어하는 그것을 즐겨 받게 되었나이다.
5.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 은혜를 아는 사람으로서는 당신의 그에 대한 원의와 영원한 당신의 배치와같이 그를 즐겁게 하는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의 성의에만 만족하여 다른 사람들이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그만큼 자기를 극히 작은 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여야 하나이다.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자는 첫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마지막 자리를 점령하는 것이나 불평 없이 또 불만 없이 다 좋아하며, 또 천히 여김과 남의 아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세속에서 사람들이 존경을 받고 남보다 낫게 보이기를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무슨 이름이나 명예를 희망치 아니하나이다. 당신의 성의와 당신의 영광을 사랑하는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야 하며, 받은 은혜나 혹 받을 모든 은혜보다도 당신의 의향을 따르는 것을 더 위로로 삼아야 할 것이요, 더 좋아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제 평화와 참된 자유의 길을 가르쳐 주겠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을 듣기가 좋으니,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을 들려 주소서.
3.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뜻을 따르는 것보다 남의 뜻을 받들기를 힘써라. 항상 많이 가지는 것보다도 적게 가지기를 원하라. 항상 낮은 자리를 취하고 모든 이에게 복종하기를 도모하라. 항상 하느님의 성의가 완전히 네게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구하라. 이런 사람은 평화와 안정의 경계 안에 들어 가리라.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 말씀은 짧으오나 완덕에 대한 의미를 깊사옵니다. 말씀은 적으나 뜻은 가득하오며, 결과가 풍성하옵니다. 내가 그를 충실히 지킨다면 내 안에 그처럼 쉽게 혼란이 일어날 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불안하고 괴롭게 될 때마다 모두 다 이 도리에서 물러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은 모든 것을 하실 만하고 항상 영혼의 진보를 원하시니, 많은 은총을 더하시어 당신 말씀을 채우게 하시고 내 구령을 실행하게 하소서.
5. 제자의 말 (악한 생각을 면하게 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네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하느님, 멀리 서 계시지 마시고 빨리 오시어 도와 주소서"(시편 71,12). 여러 가지 생각과 큰 겁이 내 안에서 일어나 내 영혼을 괴롭게 하나이다. 어찌 손상이 없이 지낼 수 있으며, 어찌 그를 무너뜨릴 수 있겠나이까?
6. 주의 말씀: 내가 네게 이르노니, "내가 이끌고 앞장서서"(이사 45,2) 세상의 모든 영광스러운 자들을 천히 볼것이요, 감옥의 문을 열고 비밀하고 은밀한 것을 네게 보여주마.
7.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과같이 되게 하여 주시고, 모든 악한 생각이 당신 면전에서 물러가게 하여 주서서. 나의 유일한 희망과 위로는 모든 곤란 중에 당신께로 나아가는 것이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진정으로 당신께 부르짖고, 당신의 위로를 인내로이 기다리는 것이옵니다.
8. (정신을 밝혀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
착하신 예수여, 내적(內的) 빛을 내려 나를 밝혀 주소서. 그리고 내 마음의 집에서 모든 어둠을 없애 주소서. 내 정신이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을 제어해 주시고, 나를 몹시 강박하는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나를 위하여 용맹히 싸워 주시고, 포악한 짐승과 같은 유인하는 사욕을 파괴하여 당신의 힘으로 평화하게 하시고, 거룩한 궁전, 즉 조촐한 양심에 당신 찬미의 노래가 넘쳐 들리게 하서서. 바람과 파도에게 명령하소서. 바다에게 이르시되, "잔잔하라." 하시고 바람을 보고 "불지 말라." 하소서. 그렇게 하시면 크게 고요해지리이다.
9. "당신의 빛, 당신의 진실을 보내시어"(시편 43,3) 땅을 비추어 주소서. 당신이 나를 비추시지 않으면 나는 쓸데없고 황무한 땅이 옵니다. 위로부처 은총을 내려 천상적 이슬로 내 마음을 축여 주시고, 이 땅에 물을 대어 좋고 훌륭한 열매를 맺도록 신심의 물을 부어 주소서. 죄악의 무게에 눌린 내 마음을 들어 올리시고 나의 모든 원의를 하늘로 들어 올리시어 나로 하여금 천국 행복의 맛을 보고소는 다시는 세상의 것을 생각지 않게 하소서.
10. 나를 잡아 쥐고, 모든 항구하지 않은 조물의 위로에서 나를 건져 주소서. 조물은 그 어느 것이나 내 원의를 완전히 채울 수도 없고 나를 위로할 수도 없나이다. 사랑의 끊어질질 수 없는 사슬로 나를 당신과 결합시켜 주소서. 사랑하는 자에게는 당신이 홀로 넉넉하고 당신 없이는 모든 것이 어리석은 것이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호기심을 가지지 말아라. 그리고 헛된 걱정을 하지 말아라. 이것이나 저것이나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요한 21,22). 저 사람이 이러하고 혹 저러하고 또 이사람은 이렇게 혹 저렇게 행하거나 말하는 것이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심판당하는데 남을 위하여 대답할 필요가 없다. 너 자신에 대해서만 대답하면 되지 않느냐? 왜 쓸데없는 일에 걱정하느냐? 보라, 나는 모든 사람들을 다 안다. 그리고 하늘 밑에 되어 나가는 모든 사람을 보며 각각 다 어떻게 되는지도 알고 있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고 그 뜻이 어디로 가는지도 안다. 그러니 너는 내게 무엇이든지 맡길 것이요, 항상 참다운 평화 중에 머무를 것이며, 요동하는 사람은 아무렇게 하든지 그대로 내버려 두라. 이는 무엇이든지 행하거나 말한 것이 그 위에 떨어질 것이니, 나를 아무도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너는 무슨 위대한 이름의 그림자를 상관치 말고 많은 사람들과 친밀히 지내는 것을 상관치도 말고, 어느 누구하고든지 사사로운 정을 주고받는 데 또한 관심(關心)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분심거리가 되고 마음에 큰 어둠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네가 내심방하는 것을 삼가 살피고 마음의 문을 내게 열어 준다면, 네게 즐겨 내 말을 들려주고, 그리고 내 비밀을 알려 주리라. 삼가 주의하고 기도하면서 깨어 있으라.
제 25장 굳이 마음의 평화를 보존하고, 완덕에 그리침 없이 나아가는 방법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요한 14,27)고 나는 이미 말하였다. 누구나 다 평화를 갈망하지만, 모두 참다운 평화가 어디에 있는지 주의하지 않는다. 마음이 겸손하고 순량한 사람에게 내 평화가 있으니, 네 평화는 많은 인내에 있으리라. 네가 내 말을 듣고 내 말을 따르면 평화를 풍성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하여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모든 일에 네가 어떻게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살피고, 네 의향을 다만 내 뜻에 따른다는 그 한가지에로만 모으고 나밖에는 무엇이든지 원하거나 찾지도 말라.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이나 말을 가지고 함부로 판단 하지도 말고, 네게 맡기지 않은 일에 상관치 말라. 그러면 마음이 사란해진다 할지라도 잠깐에 불과할 것이요, 그것도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4. 도무지 마음이 혼란하지도 않고, 마음이나 육신이나 괴롭움을 조금도 받지 않는 그런 생활은 현세의 것이 아니요, 영원한 평화의 상태에만 있다. 그러므로 아무런 거북함을 깨닫지 못한다고 참된 평화를 얻은 줄로 생각지 말라. 또 아무도 너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다 잘되는 줄로 생각지 말라. 네 원의대로 모든 것이 다 된다 할지라도 다 완던히 된 줄로 믿지 말라. 신심이 많고 신락도 많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네게 무슨 위대한 무엇이 있는 줄로 생각지 말고, 특히 사랑을 받는줄로 생각지도 말라. 이러하다고 덕행을 사랑하는 증거가 이니요, 또 사랑의 진보와 완성도 아니다.
제자의 말 : 그러면 주여, 참된 평화는 어디 있나이까?
5. 주의 말씀: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현세에서나 영원한 나라에서나. 네 것을 찾지 않고 너를 완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성의에 맡기는 데 사람의 진보와 완성이 있다. 그러므로 순경이나 역경 중에 모든 것을 한 저울로 헤아려 한결같이 감사를 드리며 지낼 것이다. 내적 위로가 없이도 더 큰 곤란을 받으려고 마음을 준비 하고 있을 만큼, 네가 용감하고 희망이 굳고, 또 이러한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 옳지 않은 것이라 주장하지 않고 오직 나의 모든 안배하는 일에 나를 신임(信任)하고 나를 거룩하다고 찬미한다면 이런 경우에는 네 평화의 참되고 바른 길을 걷고, 의심없이 용약 중에 다시 나의 얼굴을 볼 굳은 희망이 있으리라. 네가 너 자신을 전혀 경천히 보게 되면, 네 생활의 처지에서 될 수 있는 대로 평화를 충만히 누릴 줄로 알아라.
1. 제자의 말: 주여, 천상의 것을 사모하는 마음을 한 번도 늦추지 않고, 많은 걱정 중에라도 걱정 없는 것처럼 지내고, 또 둔한 자의 습관대로 이것을 행하지 않고 오직 자유로운 영신의 특권으로 하고, 또 어떤 조물에도 절제 없는 애착심을 가지지 않고 행하면, 이는 완전한 사람의 일이옵니다.
2. 지극히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현세 생활의 걱정을 면케 하시어, 너무 번잡하게 지내지 말게 하시고, 육신의 많은 요구를 면케 하시어 쾌락에 잡히지 않게 하시며, 영혼의 모든 장애를 면케 하시어 괴로움으로 계속 번민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세속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 온전한 마음으로 몰두(沒頭)하는 것을 면케 하시기를 청하지 않고, 다만 죽음의 공통적 저주로 인한 벌로 당신 종의 영혼을 괴롭게 하고 방해하여, 원하는 대로 영신적 자유에 들어가기에 장애 되는, 이런 곤경을 면케 하여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3. 오! 형언할 수 없이 착하신 내 하느님이여, 영원한 것을 사랑치 못하게 방해하고 현세의 잠깐 쾌락을 누리라고 악하게 꾀는 모든 육체의 위로를 내게는 쓴 괴로움으로 변케 해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살과 피는 나를 이기지 못하게 하시고 나를 구속(拘束)치 못하게 하소서. 세속과 세속의 잠시 영화가 나를 속이지 못하게 하시며, 마귀와 마귀의 흉계는 나를 넘어뜨리지 못하게 하소서. 대항할 용기를 주시고, 참아 나갈 인내를 주시고, 꾸준히 나아갈 항지심을 주소서. 세상의 모든 위로 대신에 당신 성령의 단 위안(慰安)을 주시며, 육체적 사랑 대신에 당신 생명의 사랑을 내려주소서.
4. 보소서, 먹고 마시며 입고, 그 외에 육신을 기르는 데 관계되는 모든 것은 다 열심한 영혼에게는 짐이 되나이다. 이러한 육신을 기르는 것을 절제 있게 쓰도록 하시고, 너무 탐하여 혼잡해지지 말게 하여 주소서. 육신도 기를 것이요, 그 모든 것을 다 버린 것도 아니오나, 필요치 않은 것을 찾고 쾌락을 구하는 것은 거룩한 법률이 금하는 바이옵니다. 그렇게 아니하면 육신은 영혼을 거스르나이다. 나의 간절한 원은 모든 것을 쓰는 데 정도를 넘지 않도록 당신 친히 나를 인도하시고 가르쳐 주심이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모든 것을 완전히 얻기 위하여 너를 완전히 내게 맡겨야 할 것이요, 도무지 아무 것도 네것으로 남겨 주지 말아야 한다. 세속의 어떤 것보다도 너 자신에 대한 사랑이 제일 너를 방해한다는 것을 알아라. 무엇이든지 네가 그것에 대하여 사랑과 정이 많고 적은 그만큼 비례하여 그것으로 이끌린다. 네 사랑이 순결하고 단순하고 또 절조가 있다면, 너는 아무 것에도 잡혀 있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가지지 못할 것은 탐하지 말라. 네게 방해되고 내적 자유를 빼앗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가지지 말라. 네가 사모하고 네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자신을 내게 전심으로 맡기지 않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2. 왜 헛된 근심으로 몸과 마음을 소모하느냐? 왜 쓸데없는 걱정으로 번뇌하느냐? 나의 뜻을 따라라. 그러면 아무 해도 없을 것이다. 편함을 취하고 무엇보다도 너 좋아하는 것을 가지려고 이런 것 저런 것을 찾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도무지 평안할 수 없을 것이요, 걱정도 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어떤 것이든지 부족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요, 어느 것에서든지 너를 반대할 사람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3. 그러므로 무엇을 얻었다고 혹은 겉으로 많았졌다고 너를 만족케 하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모든 것을 천히 여겨 뿌리까지 뽑아 버려야 네게 유익할 것이다. 이는 다만 금전이나 재산을 가지고만 말하는 게 아니요, 그 외에 영예(榮譽)를 탐함도 그렇고, 헛된 찬미를 탐함도 그러하니 이 모든 것은 세상과 더불어 지나간다. 열심한 마음이 없으면 어떤 곳에 있다 해도 별로 안전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태는 참된 기초가 없으면, 겉에서 찾았던 평화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즉 네가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변할 수는 있어도 나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기회가 생겨 당해 보면 네가 피하려 한 것을 다시 만날 것이요, 전의 것보다도 더한 것을 만날 것이다.
4. (마음과 정결과 천상 지혜를 청하는 기도)
하느님 이여, 성령의 은총으로 나를 견고케 하소서. 내적 인간으로 굳세게 하여 주시고(에페 3,16), 내 마음에서 모든 쓸데 없는 걱정과 근심을 없애게 하는 힘을 주시어 무슨 천하거나 귀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의로 이끌리지 말게 하시고, 오직 다 지나가는 것으로 여기게 하소서. "하늘 아래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니 모든 일은 바람을 잡듯 헛된 일어었다"(전도 1,14). 이렇게 관찰하는 자는 얼마나 지혜로운 자이옵니까!
5. 주여, 천상적 지혜를 내게 주시어 만유 위에 당신을 찾고 얻어 만나게 해주시며, 만유 위에 당신께 맛들이고 사랑하게 해주시며, 그 외에 다른 것은 당신 지혜의 배정(配定)을 따라 그대로 알아보게 해주소서. 아첨하는 자를 지혜롭게 피하고, 거스르는 자를 인내로이 참게 해주소서. 바람과 같은 모든 말에 흔들리지 않고, 악하게 아첨하는 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큰 지혜이옵나이다. 이렇게 하면 시작한 길을 무사히 갈 수 있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이 너를 들어 잘못 생각하고, 네가 즐겨 듣지 않을 말을 한다고 어려워 말라. 너는 너 자신에 대해서 그 보다 나쁘게 생각하여야 하고, 또 아무도 너보다 더 약한 사람은 없는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내적 생활을 하는 것 같으면 떠돌아 다니는 풍설에 크게 관계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는 때를 당하는 경우에 잠잠하여 있고, 속속들이 내게로 향하고, 도무지 남이 이렇다저렇다 한다고 혼란하지 않는 것은 큰 지혜다.
2. 네 평화를 사람들의 입에 맡기지 말라. 그들이 너를 잘 이해하든지 잘못 이해하든지, 그 때문에 네가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참된 평화와 참된 영광은 어디 있느냐? 네게 있지 않느냐? 사람의 뜻에 맞추려고도 않고, 남에게 불합하는 것도 무서워 않는 사람은 평화를 많이 누릴 것이다. 절제 없이 무엇을 사랑하고 헛되이 무엇을 무서워함으로 인하여 마음의 모든 불안과 오관의 산란이 생긴다.
1. 제자의 말: 주여, 내게 이러한 괴로움을 주시고 이런 시련을 당하게 하셨으니,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토비 3,11). 그것을 내가 면할 수는 없사오니 당신의 도움을 간구할 필요가 있나이다. 나를 도와 주시어 이 모든 괴로움이 선으로 변하게 하여 주소서. 주여, 나는 지금 곤란 중에 있고, 내 마음은 불안하고 현재 당하는 시련이 몹시 괴롭나이다. 선하신 성부여, 이제 무엇이라 하오리까? 괴로움 중에 잡혀 있나이다. "이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요한 12,27). 그러나 내가 이 시간에 당하여 온 것은, 내가 낮아진 후에 당신께 해방됨으로 당신이 현양되시기 위함이옵나이다. "야훼여, 너그러니 보시어 건져 주소서"(시편 40,13). 나같이 가난한 자가 당신 없이는 무엇을 행할 수 있고 어디로 가오리까? 주여, 또다시 참는 덕을 내려 주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그러하오면 어떠한 괴로움으로 눌리든지 두려울 것이 없겠나이다.
2. 이제 다시 무슨 말씀을 드리리이까? "아버지,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42). 내가 괴로움을 당하여 눌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옵나이다. 그러니 풍파가 끝나고 안정이 돌아올 때까지 나는 반드시 참아야 하겠나이다. 원컨대 인내로이 참게 하소서. 당신의 전능하신 손은 내게서 이런 시련이라도 물리치실 수가 있고, 내가 완전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 맹렬한 공격을 꺾어 누르실 수 있나이다. "하느님은 나의 사랑"(시편 59,17),이전 여러 번 이와같이 내게 하셨나이다. 이것이 내게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지존하신분께서 그 오른손을 거두심"(시편 77,10)이 더욱 쉽사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야훼께서는 당신을 바라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잘 보살펴 주신다"(나훔 1,7). 네가 괴로울 때는 내게 오너라. 네가 천상적 위로를 빨리 받지 못하는 것은 특히 네가 기도하기를 너무 지체하는 까닭이다. 네가 힘써 내게 기도하기 전에 벌써 많은 위로를 찾고 조물에서 위안을 누리려 한다. 그러므로 네가, 내게 바라는 자를 구하는 이가 나인 줄을 깨닫기 전에는 이 모든 것이 별로 유익이 없다. 또 나를 떠나서는 유력한 도움이 없고, 유익한 의견도 없고, 오래가는 무슨 방침도 없다. 이제는 풍파가 지나 갔으니, 정신을 회복하여 내 인자의 빛으로 기운을 차려라. 나는 모든 것을 다 온전케 할 뿐 아니라, 풍성하게 또 넘치게 소생케 하려고 네게 가까이 있다.
2. 내게 무슨 어려운 것이 있으며, 내가 말만 하고 실행치 않는 자와 같다고 하랴? 네 신덕은 어디 있느냐? 굳세게 또 항구하게 서 있어라! 참는 마음을 발하라! 용감하라! 때가오면 위로가 있을 것이다. 나를 고대하라! 나를 고대하라! 내가 다시 와서 너를 낫게 하리라. 너를 요동케 하는 것은 하나의 시련에 불과하고, 너를 겁내게 하는 것도 하나의 헛된 공포(恐怖)에 불과하다. 장차 올 일에 대하여 걱정함은 무슨 유익이 있느냐? 근심에 근심을 더할 뿐이지. "하루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 6,34). 분명히 있을지 모르는 장래 일에 대하여 즐거워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일이다.
3. 이러한 상상에 속음은 사람의 짓이며, 원수의 이런 충동에 쉽사리 귀를 기울이는 것은 영혼이 아직도 약한 증거다. 원수는 사람을 속여 유인하는 데 사실을 가지고 하거나, 헛된 환상(幻像)을 가지고 하거나, 현세 것에 대한 사랑으로나 혹 장래 것에 대한 공포로 사람을 넘어뜨리거나 상관치 않는다. 그러므로 걱정하거나 두려워 말라(요한 14,27). 나를 믿고 내 인자를 바라고 의지하라. 네가 나를 멀리 떠나 있는 줄로 생각하는 그런 때에도, 흔히 내가 네 옆에 아주 가까이 있다. 네가 모든 일에 실패한 줄로 생각할 때가 흔히는 많은 공로를 세울 기회다. 네 원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전혀 실패한 것이 아니다. 네가 현재 느끼는 대로 무엇을 판단하여서는 안 된다.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그원인이 어떠하든지 너무 그 곤란에 몰두하여 다시는 희망이 없는 것처럼 근심 걱정에 싸여 있지 말 일이다.
4. 내가 잠시 너를 괴롭게 한다고, 혹 위로를 주지 않는다고, 내가 너를 전혀 버린 줄로 생각지 말라. 천국에 가는 길은 이러한 법이다. 또 사실 너를 위해서나 나를 섬기는 모든이를 위해서나, 모든 일이 원의대로 되는 것보다는 괴로운 시련을 당하는 것이 더 낫다. 나는 마음의 비밀한 생각을 안다. 좋은 성공이 있을 때에 자손심이 생기고, 또 네가 하찮은 일에 만족을 얻으려 하기에, 어떤 때에 너를 신락 없이 버려 두는 것이 네 구원에 매우 유익한 줄로 나는 안다.
5. 내가 준 것은 다 내 것이요, 내가 도로 찾아가는 것도 네 것이 아니니,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오는 것이다"(야고 1,17). 내가 네게 무슨 걱정거리나 어떠한 반대되는 일을 당하게 한다 할지라도, 원망치 말고 낙심하여 용기를 잃지 말라. 나는 순식간에 네게서 이짐을 벗길 수가 있고, 네 근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가지고 이렇게 하여도 나는 의로운 자요, 온전히 찬미를 받을 자다.
6. 네가 바로 생각하고 진리대로 본다면, 무슨 괴로움이 있다고 그렇게 마음을 번거로이 하지 않을 것이요, 도리어 즐거워하고 내게 감사할 것이다. 또 그보다도 내가 너를 아끼지 않고 너를 고통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유일한 즐거움으로 생각하라. 나는 사랑하는 내 제자들에게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요한 15,9) 하였으나, 세상의 즐거움을 맛보기보다도 큰 싸움을 당하고, 무슨 명예를 취하기보다도 모욕을 참아 받고, 한가로이 지내기보다도 수고로리 일하며 지내고, 쉬기보다도 인내함으로 많은 열매를 내게 하기 위하여 그들을 보낸 것이었다. 내 아들아, 너는 이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