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자의 말: 주여, 어떤 사람이든지 조물이든지, 나를 방해하지 못할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어야 한다면 내게는 많은 은총이 아직 필요하옵니다. 내가 어느 조물에 얽혀 있게 되는 때는 반드시 당신께로 자유로이 나아갈 수 없나이다. "비둘기처럼 날개라도 있다면 안식처를 찾아 날아가련만."(시편 55,6)하고 부르짓던 그는 자유로이 주께 향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나이다. 순직한 눈보다 더 고요한 것이 무엇이며, 세상의 것을 조금도 탐하지 않는 그 사람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이 다시 있겠나이까? 그러므로 모든 조물을 초월하고 자아(自我)를 완전히 떠나 탈혼 상태에 이르러, 만물의 창조주이신 당신은 조물과 같은 점이 없는 줄을 깨달아야 되나이다. 어느 조물에 아직도 얽혀 있는 이는 하느님의 사정에 자유롭게 착심하지 못하나이다. 그로므로 조물을 전혀 떠나고, 헛된 사물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관상(觀想)적생활을 하는 사람이 매우 드무옵나이다.
2. 여기에서 영혼을 울리고 자기 자신을 초월케 하는 많은 은총이 필요하나이다. 사람이 영신으로 높이 오르고 모든 조물을 떠나 완전히 하느님과 화합치 아니하면, 그 안다는 것이나 그 가진 모든 것이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옵나이다. 홀로 하나이시오 무한하시고 여원하신 선(善)외에 다른 무엇을 귀하게 보는 그 사람은 오랫동안 약한 사람이 될 것이요, 땅으로 기울어져 있나이다. 하느님이 아닌 그 모든 것은 다 헛것이오며, 또 헛것으로 여겨야 하나이다. 천상의 빛을 받으며 신심 있는 사람의 지혜가, 유식한 학구적(學究的)인 성직자의 지식과 매우 다르다 하겠나이다. 하늘로부터 하느님 친히 영혼에게 내리시는 그 지식은, 사람의 지력으로 얻은 그 지식보다 더 존귀하나이다.
3. 많은 이는 관상 기도를 사모하지만, 그에 필요한 것은 아니하려드나이다. 여기에 제일 크게 방해되는 것은 표적과 감각물(感覺物)에만 정신을 몰두하고, 자기를 완전히 이기는 일에 진실히 마음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옵니다. 우리는 잠시 있다가 없어질 천한 세상 사물을 위하여 수고를 많이 하고 더 많은 걱정을 하면서, 우리 내적 행동을 겨우 생각하고, 혹 생각할지라도 매우 드물게 오관을 완전히 수습하여 생각하니, 이는 무슨 일인지, 어떠한 신으로 우리가 인도되는지, 영신적 인간이라는 우리가 무엇을 주장 하는지 나는 모르나이다.
4. 슬프게도 정신을 조금 집중하다가 외적 일로 쏘다지고, 또 우리 행동을 세밀히 살펴보아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나이다. 우리 정이 어디로 향하는지 우리가 살피지 않고, 또 모든 것이 어떻게 더러 운지 생각하고 탄식하지 아니하나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땅위에 냄세를 피우고 있었다"(창세 6,12). 그래서 큰 홍수가 왔나이다. 내적 감정이 썩었으니 자연히 여기서 나오는 행동이 썩은 것이었나이다. 이는 내적 능력이 없는 것을 드러나게 하나이다. 깨끗한 마음에서 착한 생활의 열매가 나오나이다.
5. 사람들은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나, 어떠한 덕을 가지고 하였는지 별로 상관치 아니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개가 용맹한지, 재산이 있는지, 아름다운지, 재주가 있는지, 글을 잘 쓰는지, 노래를 잘하는지, 일을 잘하는지 알려고 하나, 마음으로 어떻게 가난하지, 어떻게 잘 참는지, 어떻게 온순한지, 신심이 얼마나 있는지, 내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그런 일에 대해서는 침묵하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면 외적 것만 상관하고, 은총대로 행하면 내적 것으로 생각을 돌리나이다. 본성대로 행하는 자는 가끔 속고, 은총대로 행하는 자는 속음을 면하기 위하여 하느님께 바라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완전히 이기기 전에는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재물을 가진 자와, 자애심이 많은 자와, 탐욕이 많은 자와, 호기심이 많은 자와, 방랑 생활을 하는자와, 예수 그리스도께 관한 것을 찾지 않고 오직 항상 재미스러운 것만 찾으며, 항구히 서 있지 못한 것만 꾸미며 계획하는 자들은, 누구나 다 차꼬에 채워져 있는 자들이다. 하느님께로부터 나지 아니 한 그 모든 것이 다 없어질 것이다. 너는 이 짧고도 완전한 말을 명심하라. 즉 "모든 것을 버려라. 그러면 모든 것을 얻을 것이다. 원욕을 없이하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이것을 마음으로 연구하라. 이 말을 실행하게 되면 모든 것을 알아들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이 일은 하루의 일이 아니오며, 어린 아이들의 장난도 아니옵니다. 이 짧은 말에는 수도자들의 모든 완덕이 포함되어 있나이다.
3. 주의 말씀: 아들아, 완덕에 나아간 자들의 길에 대하여 듣고 나서 돌아서며 실망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이로써 분발하여 더 고상한 것으로 나아가야 하고, 적오도 더 고상한 것을 갈망하여야 한다. 네가 이런 상태를 얻는다면, 너는 사랑하는 자가 아니고 오직 내 뜻과 내가 네게 소개한 성부의 뜻대로 순종하는 지위에 이를 것 같으면, 그 때에 너는 내 마음에 매우 맞고, 또 네 일생이 즐거움과 평화 중에 지나가게 되리라. 아직도 너는 버릴 것이 많다. 네가 이 모든 것을 내게 맡기지 않으면 네가 구하는 바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너에게 권고한다. 너는 나에게서 불로 단련된 금을 사서 부자가 되어라"(묵시록 3,18). 즉 세상의 모든 것을 멸시할 만한 천상 지혜를 사거라. 세상의 지혜를 버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버려라.
4. 내가 네게 소개하는 것은, 세상에서 귀하고 높다 하는 것 대신에 천한 것을 살 것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지혜롭다 아니하고, 세상에서 칭찬받기를 구하지 않는 참된 천상 지혜는 매우 천하고 작고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혜를 선전하지만 말에 불과하고 그 생활은 대단히 다르다. 그러나 이 천상 지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묻혀 있는 값진 진주(眞珠)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지금 느낀 바가 있다고 그것을 너무 믿지 말라. 지금은 이러하거니와, 오래지 아니하여 그 심정이 변하리라. 네사 사는 동안에는 네가 싫어도 어찌할 수 없이 이런 변천을 당하게 될 것이니,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하고, 고요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신심이 나다가도 냉담하여지기도 하고, 활발하다가도 게을러지며, 신중하다가도 경솔하여질 것이다. 그렇지만 지혜가 있고 영신적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이 모든 변화를 초월하여 자기 안에 무엇을 느끼는지 혹 방향을 잡지 못하는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상관하지 않고 다만 온 마음의 의향은 적당하고 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진보하는 것만 상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화 중에도 지제 없이 순진한 의향으로 내게 향하여 항상 한결같이 하나인 같은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2. 영혼의 지향이 깨끗할수록 더욱 항심 있게 여러 가지 풍하 중에 나아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깨끗한 지향의 눈이 어두어졌으니 무슨 유쾌한 일이 있으면 그리로 눈을 돌이킨다. 자기의 편리를 도모하는 타고난 성질의 하자(瑕疵)없는 자가 썩 드물다. 전에 유다인들이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으로 온 것도 "예수뿐만 아니라 예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신 라자로도"(요한 12,9)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므로 네 지향을 순진케 함으로써 순전하고 정직하게 하며 또 만물을 지나서 내게로 향하게 할 것이다.
제 34장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사물에 하느님만을 맛들임
1. 제자의 말: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성 프란치스꼬), 나는 무엇을 더 원하오며, 또 무슨 더 행복스러운 것을 원할 수 있으리이까? 오! 이 말씀은 얼마나 맛이 있고 유익한 말씀이옵니까? 그러나 세속과 세속에 있는 것을 사랑치 아니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그러하옵니다.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 이 말 한마디가 알아듣는 자에게는 넉넉하고 사랑이 있는 자에게는 자주 되풀이하는 것이 재미있나이다. 당신이 계시면 모든 것이 유쾌하나 당신이 없으시면 모든 것이 싫증이 나나이다. 당신이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깊은 평화와 즐거움과 기쁨을 주시나이다. 당신이 모든 것에 대하여 정당히 생각하게 하여 주시고, 모든 것에 당신을 찬미하게 하시며, 당신 없이는 아무 것도 오랫동안 만족을 주지 못하나이다. 그리고 무엇이 마음에 들고 좋은 재미가 있으려면 당신의 은총이 있고 당신 지혜의 양념이 있어야 되겠나이다.
2. 당신께 맛을 들인 자는 무엇에 정당치 맛을 들이지 아니하겠나이까? 당신께 맛을 들이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유쾌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이까? 그러나 세속의 지혜롭다 하는 자와 육체에 맛들이는 자들은 당신의 지혜에서 떨어지고 마오니, 세속 지혜가 대부분 허무하고 육체에는 죽음이 있는 까닭이로소이다. 속사(俗事)를 천히 보고 육체를 괴롭게 하여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인 줄을 아오니, 즉 헛된 사물에서 진리로, 육체로부터 영신으로 옳겨 가는 까닭이로소이다. 저들은 하느님께 맛을 들렸나이다. 무엇이든지 조물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이것은 다 그 조물주를 찬미하는 데 쓰나이다. 사실 조물주와 조물에 대한 맛이 크게 다르니, 영원한 것과 잠시 것의 맛이요, 조성되지 않은 광명과 빛을 받는 광명의 맛이옵나이다.
3. 오! 영원한 빛이여, 모든 조성된 광명을 초월하는 빛이여! 지존한 곳으로부터 내 속마음에 사무치는 광명을 보내소서. 내 영신과 그 모든 관능을 조촐케 해주시고 즐겁게 해 주시며 비추어 주시고 생활케 하시어 용약하는 탈혼으로 당신께 애착하게 하소서. 오! 언제나 복되고 사모하는 이 시간이 이르겠나이까? 주께서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써 나를 만족케 하시고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되실 이 시간이 언제나 이르겠나이까? 이것을 억기 전에는 완전한 즐거움이 없겠나이다. 슬프게도 아직 내 속에 묵은 사람이 살아 있어 완전히 십자가에 못박히지 아니하였고 완전히 죽지도 아니하였나이다. 아직도 영신을 거슬러 맹렬히 탐하고 내란을 일으켜 영혼의 나라가 평화을 얻지 못하게 하나이다.
4. 그러나 "뒤끊는 바다를 다스리시며 파도치는 물결을 걷 잡으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해 주소서"(시편 89,6; 44,26). "싸움을 좋아하는 저 백성들을 쫓아 버리시고, 당신 힘으로 흩으시고 치소서"(시편 68,30;59,11). 구하오니 당신의 덕능을 드러내시어, 당신의 전능을 찬송케 하소서.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는 당신 하나밖에 다른 희망이 없고, 아무 피난처도 없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이 세상에서는 네가 도무지 안심하고 살 수 없다. 네사 사는 동안에 항상 영신적 무기(武器)가 네게 필요하다. 원수 중에 살게 되니 좌우편으로 침입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인내의 방패로 사방으로 너를 막지 아니하면 오랫 동안 상처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 외에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참겠다는 순전한 뜻을 가지고 네 마음을 내 안에 견고히 세우지 아니하면, 그 맹렬한 싸움을 참을 수가 없고, 성인들의 승리의 팔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답게 만난을 돌파하며 굳센 팔로 적(敵)을 다하여야 한다.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감추어 둔 만나를 주겠고"(묵시 2,17),게으른 자는 여러 가지 괴로움을 당하리라.
2. 이 세상에서 평안을 구하면 어떻게 영원한 평안을 얻을 수 있으랴? 이 세상에서는 아주 평안히 쉬려고 힘쓰지 말고 괴로움을 잘 참으려 힘써라. 참된 평화는 세상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천국에서 구할 것이니, 사람들이나 다른 조물에서 구할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 안에서만 구할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모든 것을 다 달갑게 참아야 하니, 즉 수고나, 고통이나, 시련, 괴로움, 근심, 궁핍, 질병, 모욕, 비평, 책망, 천대, 수치, 징계, 멸시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덕행에 유조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에게 시련의 재료가 되며 천상 화관을 만든다. 나는 너의 잠시 수고를 영원한 상으로 갚아 주고 잠깐 동안 당하는 수치를 무한한 영광으로 갚아 주리라.
3. 너는 생각하기에 영신적 위로를 네 뜻대로 항상 받게 될 줄로 여기느냐? 나의 성인들은 이런 위로를 항상 가진 것이 아니요, 많은 노고(勞苦)와 여러 가지 시련과 혹독한 비애(悲哀)를 당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경우에 인내로이 참아 견디고 자신보다도 하느님께 더욱 위탁하였으니 이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함이다" (로마 8,18).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많이 흘리고 수고를 많이 한 후에 간신히 얻는 것을, 너는 잠깐 사이에 얻으려 하느냐? "야훼 기다려라. 마음 굳게 먹고"(시편 27,14), 용감하여라. 의심하지 말고 떠나지도 말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항구히 영육을 바쳐라. 내가 후히 갚을 것이며 네 모든 고난중에 너와 더불어 있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마음을 주께 모두 맡긴 후, 네 양심이 너를 경건(敬虔)하고 무죄하다고 증명해 주거든 사람들의 판단을 두려워 말라. 이렇게 괴로움을 당하는 것은 좋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겸손하고 자기보다도 하느님을 믿는 자에게는 이것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 그리 믿음직한 것이 못 된다. 그리고 모든 이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성바오로도 역시 주안에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그들처럼 되었지만(1고린 9,22),세상 법정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것에 조금도 마음을 쓰지 않았다(1고린 4,3).
2. 성 바오로는 자기의 힘대로 있는 재주를 다하여 다른 사람들의 구령과 건설과 구원에 힘썼으나. 다른 이의 비난을 당하고 혹 경천히 여김을 받지 않도록 은 하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어 잘못 말하는 자들이나 헛되고 거짓된 것을 생각하는 자들이나 제 마음대로 무엇이나 자랑하는 자들에 대하여 인내와 겸손으로써 자기를 보호하였다. 그렇지만 간혹 자기가 말하지 않음으로 유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까 하여 어떤 때는 대답하였다.
3. "어찌하여 너희는 죽을 인생을 겁내느냐?"(이사 51,12).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질 것이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라. 그러면 사람들이 끼치려 하는 공포를 무서워하지 않으리라. 어떤 사람이 너를 거슬러 말을 하고 모욕을 한다고 네게 무슨 해를 끼치겠느냐? 네게보다도 자기에게 더 해로우니 그가 어떤 사람이든지 하느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네 눈앞에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원망하는 말로 싸우지 말라. 네가 당시에는 실패하고 당하지 않을 수치를 당하는 듯할지라도 그렇다고 분개하지 말고 또 참지 못함으로 네 영광에 손실을 주지 말라. 그보다도 하늘로 향하여 주를 바라보라. 나는 모든 모욕과 수치를 면해 줄 수 있고 각 사람에게 그 행위대로 갚아 줄 수 있는 자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를 떠나라. 그러면 나를 얻으리라. 아무 것도 가리지 말고 아무 것도 네 것으로 삼지 말아라. 그러면 항상 이익을 얻으리라. 너를 끊어 버렸다가 다시 도로 취하지 않으면 그 즉시 더 풍성한 은총을 받으리라.
2.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몇번이나 나를 끊어 버리고 무슨 일에 나를 떠나야 하겠나이까?
3. 주의 말씀: 항상, 시간마다 작은 일에나 큰 일에나 너 자신을 끊어 버려야 한다. 아무 것도 제외하지 않고 모든 일에다 너를 벗어난 자 되기를 나는 원한다. 그렇지 않고 네가 안팎의 모든 뜻을 버리지 않으면 어찌 너는 내 것이 되고 나는 어찌 네 것이 되랴? 네가 이렇게 행하면 급히 행할수록 그 만큼 더 나아질 것이요, 이것을 완전히 하고 진실하게 할수록 더 내 마음에 들 것이며, 더 많이 얻으리라.
4. 어떤 사람은 자기를 끊어 버리지만 몇 가지만은 제외한다. 이렇게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하지 않는 까닭에 자기가 자기를 돌보려고 힘쓴다.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을 바치나 그 후에 시련으로 인하여 자기 뜻으로 돌아감으로 조금도 덕행에 나아가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를 완전히 끊고 매일 매일 가지를 희생하지 아니하면 조촐한 마음의 참된 자유와 또한 나와 친밀하게 지내게 하는 은총을 받지 못하리라. 자신의 희생이 없이는 결실이 있는 결합이 성립될 수 없고 계속될 수도 없는 것이다.
5. 내가 자주 네게 말한 바와같이 지금 또다시 말하노니, 너를 떠나고 너를 끊어 버려라. 그렇게 행하면 마음의 평화를 많이 누리리라.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어라. 아무 것도 찾지 말고 아무 것도 다시 구하지 말고, 내 안에만 순전하게 주저 없이 서 있어라. 그렇게 행하면 나를 얻고 마음의 자유를 누리고 어둠이 너를 엄습하지 않으리라. 너를 모든 것을 끊어 버리고 모든 것을 버린 채 예수 자신만을 따르며 네가 죽어 내게 영원히 살 수 있게, 그것을 힘쓰고 구하며 고대하라. 그렇게 되면 모든 헛된 환상과 고약한 혼잡과 쓸데없는 걱정이 없어지리라. 그 때에는 과도한 두려움이 물러가고 절제 없는 사랑이 죽으리라.
1. 주의 말씀: 아들아, 어디서나 어느 행동에나, 혹 바깥일에든지 네 마음이 자유로워 네가 너 자신을 다스릴 힘이 있고, 또 네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들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삼가 주의하여야 한다. 네가 네 행동의 주인과 관리자가 되어 행동의 종이나 팔린 자가 된지 말고, 오직 노예 지위를 벗어나서 하느님 아들의 몫과 자유를 얻은 참 히브리인이 되어라. 이런 자는 현세에 있지만, 영원한 것을 동경하며, 무상한 현세를 왼 눈으로 바라보고, 천상적인 것을 오른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자는 물욕(物慾)에 이끌리지 않고 오히려 세상 것을 이끌어, 모든 조물에 정돈치 않은 것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않으신 하느님께서 정돈하시고, 지존하신 창조자가 설정하신 그대로 잘 복종하게 한다.
2. 또 네가 모든 일에서 겉에 드러나는 것을 상관치 않고, 보고 들은 것을 육신적 눈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직 무슨 일에든지 곧 모세와 함께 하느님께 문의하러 장막 안으로 들어가면, 너 어떤 때에 하느님이 대답하시는 말씀을 들어 현재와 장래의 많은 일에 대해서 교훈을 받고 돌아오리라. 모세는 무슨 의심이나, 어려운 문제를 풀고자 할 때 항상 장막 안으로 들어갔으며, 또 무슨 위험이나 혹 사람들의 악행을 면케 하려고 할 때에도 장막으로 피신하여 기도로 도움을 청하였다. 너도 이와같이 네 마음의 비밀한 곳으로 피신하여 더욱 열심히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할 것이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인들이, 성경의 말씀대로 기브온인들에게 속았으니, 이는 먼저 하느님께 의논하지 않고 거짓 경건(敬虔)으로 미혹되어 감언이설(甘言梨雪)을 너무 쉽게 믿은 까닭이다.(여호 9).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게 네 일을 항상 맡겨라. 적당한 때에 내가 잘 처리해 주마. 나의 안배를 기다려라. 그러면 진보가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달갑게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오니, 내 생각은 별로 유익치 못한 까닭이옵니다. 내가 장래의 일에 대하여 너무 생각지 않고 당신의 뜻대로 나를 지체 없이 당신께 맡긴다면 오죽이나 좋겠나이까?
3. 주의 말씀: 아들아, 사람은 무슨 원하는 일이 있으면 가끔 그 일에 열중하지만, 그것을 얻어 누리게 되면 달리 생각하기를 시작한 다. 무릇 애착심은 같은 일에 오래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변덕스러운 까닭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일에 자기를 끊어 버리는 것도 실상 작은 일이 아니다.
4. 사람의 참된 진보는 자기를 끊어 버리는 데 있고, 또 자기를 끊어버린 사람은 대단히 자유스럽고 완전하다. 그러나 옛날 원수는 모든 착한 자를 거슬러 싸우며 끊임없이 유혹하여, 혹시나 방심하고 있는 자가 있으면 속여 그물에 넣으려고 밤낮 중대한 음모를 계획한다. 나는 말하노니,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태 26,41).
제 40장 사람에게 본래 아무 선도 없고, 어느 방면으로 보든지 영광으로 삼을 것이 없음
1. 제자의 말: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시편 8,4). 사람이 무슨 공이 있어 당신이 저에게 은총을 주시나이까? 주여, 당신이 나를 버리신들 어찌 나는 원망할 수 있겠사오며, 나의 청하는 바를 안 들어주신들 어찌 감히 반항할 수 있겠나이까? 참으로 내가 진실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나이다. 내가 가진 좋은 것은 스스로 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방면에 부족하여 허무한 그곳으로 그침 없이 향하여 가나이다."라는 말뿐이옵니다. 당신이 나를 도와 주시지 않고 또 안으로 나를 건강케 하여 주시지 않으면, 나는 완전히 냉담하여지고 쇠약하여지겠나이다.
2. 주여, 당신은 항상 여전히 머물러 계시고 영원히 변함이 없이 항상 선하시고 의로우시며 거룩하시고, 모든 것을 잘 의롭게 또 거룩하게 행하시며 지혜롭게 안배하시나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하기보다도 잘못을 거듭하는 데 기울어져 항상 같은 상태에 있지 못하게 되오니, 나는 "하루에 일곱 번씩 변하나이다"(다니 4,13 참조). 그렇지만 주께서 원하시고 손을 펴 나를 도우시면 즉시 나아지겠나이다. 당신 홀로 사람의 조력이 없이 도와 주실 수 있고, 내 얼굴을 다시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항상 당신께 내 마음이 향하고 당신 안에 안정하여 있을 수 있도록 든든하게 하여 주실 수 있나이다.
3. 그러므로 내가 만일 신심을 얻기 위하여서거나, 나를 위로해 줄 분 당신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찾아야 할 필요로서거나, 모든 인간적 위로를 끊어 버릴 줄 안다면, 이런 경우에 당연히 당신 은총을 바라고 새로운 위로의 예물에 대하여 즐거워할 수가 있겠나이다.
4. 내게 이루어지는 모든 성공은 다 당신께로부터 오오니, 당신께 감사하나이다. 나는 헛것이오며, "당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오며"(시편 39,5),항심이 없고 나약한 사람이옵나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영광을 삼고 남 앞에 명예를 얻으려 하오리이까? 허무한 그것으로써 영광을 삼겠나이까? 이는 가장 헛된 일이옵니다. 과연 헛된 영광이 나쁜 흑사병(黑死病)같고 심히 허무한 것이오니, 참된 영광에서 떨어지게 하고 천상 은총을 빼앗나이다. 사람이 스스로 만족하면 당신 마음에 맞지 못하오며, 인간적 칭찬을 즐겨 듣고자 하면 참덕행을 잃고 말 것이옵니다.
5. 참다운 영광과 거룩한 용약은 자기를 자랑함에 있지 않고 당신을 자랑함에 있사오며 자기 덕행에 있지 않고 당신 이름으로 인하여 즐거워하는 데 있사오며, 또 당신을 위하여만 어떤 조물에 기뻐하는 데 있나이다. 찬미를 받을 것은 내 이름이 아니고 당신 이름이오며, 찬송을 받을 것은 내 업적이 아니요, 당신 업적이옵나이다. 당신 거룩한 이름은 현양되오며, 사람들이 드러내는 찬미는 조금도 내게 돌려보내지 마소서. 당신은 나의 영광이시오, 당신은 내 마음의 즐거움이시옵니다. 나는 당신 안에서 종일 자랑하고 용약 하오니, "나 자신에 관해서는 나의 약점밖에 자랑하지 않겠나이다."(2고린 12,5)
6. 유다인들은 자기들끼리 영광을 구하나, 나는 하느님께만 있는 영광을 구하겠나이다. 인간의 모든 영화와 잠세의 모든 명예와 현세의 모든 작위(爵位)는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비하여 보면 헛된 것이요 어리석은 것이옵니다. 오! 나의 진리시오, 나의 인자시오, 나의 하느님이여! 복되신 성삼이여! 당신께 홀로 찬미와 존경과 권능과 영광이 무궁세에 있어지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남은 존경을 받고 높은 지위에 오르건만 너는 멸시를 당하고 천대를 받는다고 상관하지 말라. 너를 하늘로 네 마음을 돌려 내게로 향하라. 그러면 땅에서 사람들이 너를 경멸한다고 슬퍼할 것이 없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우리는 소경이 되어 살아가므로 허영심에 유인 되기가 몹시 쉽사옵니다. 내가 나를 바로 바라본다면 무슨 조물이 나를 모욕했다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어떤 욕을 당하였다고 정당하게 당신을 원망할 아무런 이유도 없겠나이다. 내가 당신께 자주 크게 범죄한 관계로 당연히 모든 조물은 나를 거슬러 일어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수치와 멸시를 당하는 것은 지당한 일이오며 당신은 찬미와 존경과 영광을 받으심이 마땅하옵나이다. 나는 모든 조물이 나를 멸시하고 떠나기를 달갑게 원하지 않고, 또 전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김을 받을 각오가 없다면, 마음에 평화를 얻지도 못하고, 견고해지지도 못하며, 영신적 빛도 받지 못하고 당신과 완전히 결합도 되지 못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와 뜻이 같고, 같이 산다고 해서 네 평화를 어떤 사람에게 둔다면, 너는 항구치 못하고 또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의뢰하는 것이 불사 불멸하고 불변하는 진리라면 친구가 떠나거나 죽는다고 근심하지 않으리라. 동무를 사랑함도 내 안에서 해야 하며, 네가 착하다고 여기고 이 세상에서 극히 친한 사람도 나를 위하여 사랑하여야 한다. 나 없이는 우애의 가치도 없고 오래가지도 못하며, 내가 맺어 놓은 사랑이 아니면 참되고 깨끗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자를 따르는 정에 너는 죽어 있어야 하리니, 네가 네 편에서는 아무도 교제함이 없이 살기를 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모든 인간의 위로를 멀리 피할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가까워진다. 또 가지 스스로 깊이 낮추고 자기를 천히 볼수록 그만큼 하느님께 올라간다.
2. 자기가 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은총을 막는 사람이니, 성령의 은총이 항상 겸손한 마음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네가 너를 완전히 허무한 것으로 여기고 또 조물적 사랑을 끊어 버릴 줄을 안다면, 나는 풍성한 은총과 더불어 네 안으로 흘러올 것이다. 네가 조물을 바라보면 조물주를 못 보게 되리라. 모든 일에 다 조물주를 위하여 너를 이기는 법을 배워라. 그렇게 행하면 하느님을 알게 되리라.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절제 없이 사랑하여 바라보면, 제일 높은 것에서 멀어지게 하고 해를 끼치는 것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름답고 현철하다고 이끌리지 말라. "하느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않고 능력에 있다"(1고린 4,20). 마음을 뜨겁게 하고 정신을 밝혀 주는 내 말을 삼가 들을 것이니, 마음에 통회를 발하게 하고 여러 가지 위로를 주는 말이다. 남보다 박학하고 지혜롭다는 말을 들을 마음으로 아무 글도 읽지 말라. 너는 악습을 고치는 데 힘써라. 이 일은 어려운 많은 문제를 해득함보다 네게 더 유익한 까닭이다.
2. 많이 일고 많이 인식하였으면 항상 한 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자는 나이며, 사람한테서 배워 알 수 있는 이상으로 명석한 이해력을 어린이들에게 준다. 내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오래지 아니하여 지혜로울 것이며 영신적 진보가 많으리라. 사람에게 헛된 것을 많이 물으면서 나를 섬기는 길엔 별로 관심치 않는 사람에게는 과연 화 있으리라. 모든 선생의 선생이요 천사들의 주인 그리스도가 나타날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강을 받으러, 즉 각 사람의 양심을 살피러 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불을 켜 들고 예루살렘을 뒤지리니"(스바 1,12), 모든 암흑에 감추인 것이 드러날 것이며, 혀는 변론을 그치고 잠잠하리라.
3. 나는 겸손한 자의 정신을 잠세에서 들어 올려 학업을 십 년간 학교에서 연구한 것보다도 더 많은 영원한 진리의 이치를 삽시간에 통달케 하리라. 나는 음성의 요란한 진동이 없이, 여러 의견의 복잡함도 없이, 허영의 외식도 없이, 논쟁도 없이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세상 것을 천히 보고, 잠세의 것을 싫어하고 영원한 것을 찾고 영원한 것에 맛을 붙이고 명예를 피하고, 악표를 참아 견디고, 모든 희망을 나에게 두고, 나 외에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초월하여 나를 열절히 사랑하라는 것이다.
4. 어떤 사람은 나를 친근히 사랑하는 데서 천상적 사정을 배워 기묘한 말을 하였다. 세밀한 연구에서보다도 모든 것을 버리는 데서 진보하였다. 그러나 나는 어떤 사람에게는 보통 것을 말하여 주고, 어떤 사람에게는 특별한 것을 말하여 주며,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신광 중에 오묘한 도리를 계시해 준다. 책은 모든 사람에게 다 같은 말을 하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감화시키는 것은 아니니, 그 까닭은 내가 사람의 마음속에서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이요, 마음을 살피고, 생각을 통달하고, 행위를 장려하며, 나의 공정한 판단을 따라 각 사람에게 은혜를 내려 주는 자이기 때문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많은 일에 모르는 자가 되어야 하며, 너를 지상에서 죽은 자와같이 여기고, 또 세상이 네게는 온전히 못 박혀 있게 된 것처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물에 귀를 막고 지나가야 할 것이며, 네 평화에 관한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서 눈을 돌이키는 것이 네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여 공격하는 것보다는, 각각 생각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 너 항상 하느님을 잘 모시고 있고, 그분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으면, 남에게 지게 된 것을 쉽게 참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오! 주여, 우리는 어느 상태에 있나이까? 무슨 세속적 손해를 보았다고 울고, 조그마한 이익을 바라 수고하며 동분서주하나, 영신적 해는 잊어버리고 겨우 늦게야 생각하나이다. 별소용이 없고 혹 전혀 유익치 않은 일에는 주의가 깊으나, 극히 필요한 것은 소홀히 해버리오니, 사람은 전체로 바깥일로만 흐르기 때문이옵니다. 급히 이를 깨닫지 못하면 바깥일에 스스로 즐겨 있고자 하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많은 일에 모르는 자가 되어야 하며, 너를 지상에서 죽은 자와같이 여기고, 또 세상이 네게는 온전히 못 박혀 있게 된 것처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많은 사물에 귀를 막고 지나가야 할 것이며, 네 평화에 관한 것만을 생각하여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서 눈을 돌이키는 것이 네게 유익하고, 다른 사람과 논쟁하여 공격하는 것보다는, 각각 생각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낫다. 너 항상 하느님을 잘 모시고 있고, 그분의 판단에 의지하고 있으면, 남에게 지게 된 것을 쉽게 참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오! 주여, 우리는 어느 상태에 있나이까? 무슨 세속적 손해를 보았다고 울고, 조그마한 이익을 바라 수고하며 동분서주하나, 영신적 해는 잊어버리고 겨우 늦게야 생각하나이다. 별소용이 없고 혹 전혀 유익치 않은 일에는 주의가 깊으나, 극히 필요한 것은 소홀히 해버리오니, 사람은 전체로 바깥일로만 흐르기 때문이옵니다. 급히 이를 깨닫지 못하면 바깥일에 스스로 즐겨 있고자 하나이다.
1. 제자의 말: 주여, 어서 이 곤경에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사람의 도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시편 60,11). 몇 번이나 나는 신뢰한다고 믿던 일에서 미쁨을 보지 못하였사옵니까! 몇 번이나 나는 별로 바라지 않던 곳에서 신뢰를 발견하였나이까! 그러므로 사람을 믿는 것은 헛된 일이옵나이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여, 당신께 있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에 찬미를 받으소서. 우리는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하오며 쉽게 속고 변하기를 잘하나이다.
2. 누가 그리 모든 일에 주의가 깊고 삼감이 많아, 한 번도 무슨 일에 속아넘어가지 아니하고 혼란한 경우를 당하지 아니하였다 할 만한 사람이 있겠나이까? 그러하오나, 주여, 당신을 믿고 또 순진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는 자는 그리 쉽게 넘어지지 아니하나이다. 또 무슨 곤란을 당하여 아무리 복잡한 경우를 당한다 할지라도, 급히 당신으로 말미암아 빠져 나올 것이여, 당신께 위로를 받을 것이오니, 당신은 당신을 믿는 자를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시나이다. 자기 벗이 어려운 중에 있을 때에도 우정을 지켜 나가는 진실한 벗은 드무나, 주여, 당신 홀로 모든 벗 중에 제일 미쁨 있는 벗이오며, 당신 외에는 당신과 같은 이가 없나이다.
3. "내 마음은 견고해졌고 그리스도 안에 확고한 기초를 두었다."고 부르짖은 저 거룩한 영혼은 얼마나 잘 생각하였나이까? 나도 이러하다면 사람이 무서워 스스로 번거로울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말이 무서워 움직일 필요도 없겠나이다. 누가 모든 것을 다 미리 보며, 누가 장래에 당할 모든 재앙을 미리 조심하여 피할 수 있으리이까? 미리 안 것도 가끔 잘못되어 영혼을 상하거든, 미리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당하여 중상을 받는 것은 무엇이 이상하다 하겠나이까? 그러나 나는 왜 가련한 나를 미리 더 잘 돌아보지 아니하고 있으며 어찌 다른 사람을 그리 쉽게 믿었나이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천사와 같이 여기고 천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며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옵니다. 주여,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밖에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은 속이지도 아니하시고 속지도 않으시는 진리이옵니다. 또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며"(시편 116,11), 약하고 항구성이 없고 떨어지기 쉬우며, 특히 말에 그러하여, 겉으로 바른 말과같이 보이는 것도 즉시 믿기가 어렵사옵니다.
4.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마태 10,17) 하신 당신의 말씀은 얼마나 지혜롭게 하신 말씀이옵니까?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이며"(마태 10,36),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더라도"(마태 24,23) 믿을 바 못 되나이다. 내가 해로운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았사오니, 이후에 이것이더 주의하는 원인이 되고 또 미련한 짓을 하지 않게 되면 다행하리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나서 "주의하고 주의하여 비밀을 지켜 달라."도 하여, 나는 말을 내지 아니하고 또 어느 때까지든지 비밀 중에 있는 줄로 알았더니, 내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청하던 그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즉시 나와 저 자신을 팔고 갔나이다. 주여, 나를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되게 하지 마시고, 조심 없는 사람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말게 하시고 그와 같은 일을 한 번도 행하지 말게 하소서. 내 원의는 참말을 말하고 확실한 말을 하게 하시며, 간사한 말을 내게서 멀리해 주소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행할까, 모든 힘을 다써서 주의할 것이옵니다.
5. 남의 말을 아니하고 모든 것을 분간 없이 다 믿지 아니하고, 들은 것을 가벼이 다시 말하지 아니하며, 몇 사람에게만 자기를 드러내고, 항상 마음을 관찰해 주시는 당신을 찾으며, 바람과 같은 이러저러한 말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안팎의 모든 일이 당신 의향대로 되기를 원하게 되면, 그 얼마나 좋으며, 얼마나 평화를 주는 것이겠나이까!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겉으로 자랑이 될 만한 것을 원하지 아니하며, 다만 개과천선 생활에 필요하고 열심을 분발케 하는 것을 삼가 찾아 행함은 천상 은총을 보존하는데 그 얼마나 안전한 방법이옵니까! 덕이 남에게 드러나고 너무 급하게 찬미를 받게 되어 해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많으옵니까! 모든 것이 유혹이요 전쟁인 이 위험한 세상에서 은총을 비밀히 보존하는 것은 그 얼마나 유익하옵니까!
1. 주의 말씀: 아들아, 굳세게 서 있고 나를 믿고 있어라. 말은 무엇이냐? 말은 말에 지나지 아니하고, 공중에 날 뿐이지 돌을 상하지 못한다. 만일 네가 죄를 지었거든 달갑게 고쳐야 할 줄로 생각하라. 만일 잘못한 것이 도무지 생각에 떠오르지 않거든, 하느님을 위하여 달갑게 이러한 비난을 참아 나가야 된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한다. 너는 아직도 큰 곤란을 당할 힘이 없으니, 어떤 때에 남의 말이라도 들어 참을 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작은 일이라도 네 마음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도 네가 육체를 따라 살고 체면을 과도히 보는 데서가 아니고 무엇이냐? 네가 경천히 여김을 받을까 두려워하니, 잘못으로 인한 책망을 당하기를 싫어하고, 또 핑계하여 가리고자 한다.
2. 그러나 너를 잘 살펴보라. 아직도 네 안에 세속이 살아 있고, 사람들의 뜻을 맞추겠다는 헛된 사랑이 살아 있음을 알리라. 네가 천대받는 것을 피하고, 과실이 있어도 부끄러움 당하는 것을 싫어하니 네가 참으로 겸손치 아니한 것이 분명하고, 세속에 대하여 전혀 죽고, 세속도 네게 못박히지 아니하였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의 수다한 말을 상관하지 아니하리라. 너를 거슬러 악한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한다 할지라도 그저 지나가게 내버려두고 티끌처럼만 헤아리면 네게 해로울 것이 없겠으며, 네게서 머리털 하나라도 뽑혀질 리가 없으리라.
3. 그러나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항상 하느님을 목전에 모시지 아니하는 사람은, 비난을 들으면 곧 흔들린다. 그러나 나를 믿고 제 판단대로 행하고자 않는 자는 사람을 두려워 아니한다. 나는 판관이요 또 모든 비밀을 아는 자이니, 내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욕하는 사람도 알고, 욕당하는 사람도 안다. 이것은 내가 한 말이니, "반대자들의 숨은 생각을 드러나게 하기 위하여"(루가 2,35) 내가 허락함으로 이 일이 되었다. 나는 죄인과 무죄한 자를 판단하겠다. 그러나 비밀한 판단으로 둘 다 먼저 시험해 보고자 한다.
4. 사람이 증거해 주는 것은 흔히 속이지만, 내 판단은 참되며 영구성이 있고 또 무너지지 아니한다. 이것이 흔히는 숨어 있어 매사에 그 판단을 보는 사람은 적다. 그러나 한번도 그르침이 없고 비록 미련한 사람들의 눈에 바르지 않게 보인다 할지라도 그르칠 수가 없다. 그러니 모든 판단에 나를 따를 것이지 네 주견을 따라 행하지 말라. 의로운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무슨 일을 당하든지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다."(잠언 12,3). 불의하게 저를 거슬러 무슨 말을 하였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별로 상관치 아니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이치에 맞게 변명된다. 하여도 헛되이 즐거워도 아니하리라. "내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꿰뚫어 보고"(묵시 2,23), 얼굴이나 인간의 드러나는 것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흔히 내 눈에는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5.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의로우시고 용맹하시고 참을성이 많으신 판관(判官)이시여! 당신은 사람의 연약하고 악함을 아시니, 내 힘이 되어 주시고, 나의 모든 미쁨이 되어 주소서. 내게는 내 양심 하나만으로는 부족하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당신이 아시니, 내가 무슨 책망을 듣든지 스스로 겸손할 필요가 있고 순량하게 참을 필요가 있었나이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아니한 모든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더 잘 참을 만한 은총을 다시 내려주소서. 내 억측한 의덕이 은밀한 양심을 변호함에 유조하기보다, 당신의 풍성한 인자로 용서를 얻기 위하여 더 유조한 것이옵니다. "나는 양심에 조금도 거리끼는 일이 없으나"(1고린 4,4),그렇다고 이미 의로운 자라고 할 수 없사오니, "이 종을 재판에 붙이지 말아 주소서. 살아 있는 사람치고 당신 앞에서 무죄한 자 없사옵니다"(시편 143,2).
1. 주의 말씀: 아들아, 나를 위하여 맡은 직업으로 말미암아 용기를 잃지 말고, 또 무슨 곤란이 있다 해도 조금도 실망하지 말라. 내가 허락한 바는 모든 일에 너를 견고체하고 위로할 것이다. 나는 모든 계량과 모든 한계를 초과하여 넉넉히 갚아 줄 수가 있다. 너는 여기서 오랫동안 수고하지 않을 것이며 또 항상 고통으로 눌리지 않으리라. 잠깐만 기다리면 곤란의 빠른 끝을 보리라. 모든 수고와 번잡한 것이 그칠 시간이 오리라. 세월과 더불어 지나가는 것이 다 짧고 작으리라.
2. 네가 행하는 것을 향하라. 나의 포도밭에서 충실히 일하라. 나는 네 품값이 되리라. 써라, 읽어라, 노래하라, 탄식하라, 묵묵하라, 기도하라, 사내답게 대립되는 일을 참아라. 영생에는 이 모든 것을, 아니 이보다도 더 큰 싸움을 참을 가치가 있다. 하느님께서만 아시는 어느 날에 평화가 있을 것이니, 그 때는 이 세상 시절의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닐 것이요, 오직 영원한 빛과 한없는 영광과 견실한 평화와 안전한 쉼이 있을 것이다. 저 때에는 네가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로마 7,24)하지 않고, 또 "케달인들 천막에서의 더부살이, 이 괴로움이여."(시편 120,5)하고 소리 지르지도 아니하리라. 죽음은 파멸을 당할 것이요, 구원에는 결점이 없을 것이며, 아무 근심도 없고, 재미있는 복락과 사랑스럽고 안락한 모임이 있으리라. 성인들이 전에는 이 세상에서 극히 천대를 받고 현세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당한 것같이 생각 되었으나, 그들이 이제는 얼마만한 영광 중에 즐거워하여, 그 영원한 면류관은 얼마나 빛나는지. 아! 네가 한 번 본다면, 참으로 너는 즉시 땅에까지 스스로 낮출 것이요, 또한 사람 위에라도 있기를 원함보다도 모든 이 아래 있기를 차라리 원할 것이요, 또 이 세상의 즐거운 날을 원하지 아니하고 오직 하느님을 위하여 곤란 당하기를 더 좋아할 것이요, 또 사람들 중에서 극히 작은 자로 여겨지는 것을 큰 유익으로 생각할 것이다.
3. 오! 만일 네가 이것을 깨닫고 깊이 네 마음에 사무치게 된다면 어찌 한 번이나 감히 원망할 수 있으랴?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모든 수고를 참을 것이 아니냐? 하느님의 나라를 잃고 얻는 것은 응당 소용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로 네 얼굴을 들어 보라. 이 세상에서 큰 싸움을 겪은 나의 모든 성인들이 나와 더불어 즐거워하고, 위로를 받고 안심하고 쉬며, 또 끝없이 성부의 나라에 머물러 있다.
1. 제자의 말: 오! 천상 국가의 극히 복된 처소여! 밤도 어둡게 할 수 없는 영원한 진리가 항상 빛나는 영원한 날이여! 항상 즐겁고 항상 안전하고 한 번도 처지가 반대로 변하지 않는 날이여. 오! 얼른 그 날이 밝아지고 이 모든 현세의 것이 끝났으면! 영원한 광채에 환한 그 날은 성인들에게는 빛나나, 나그네에게는 멀리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1고린 13,12)보일 뿐이다.
2. 천국의 주민들은 저 날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지만 귀양살이하는 하와이 후손들이 이 세상 날의 괴롭고 지루한 것을 탄식하나이다. 현세의 날은 짧고 악하며 고통과 난감(難堪)이 가득하옵니다. 여기는 사람이 많은 죄에 물들어 더러워지고, 많은 사욕에 얽히며, 많은 두려움에 싸여 있고, 많은 걱정으로 시달리며, 많은 호기심으로 분심케 되고, 많은 허영심으로 이끌리고, 많은 미혹에 방황하며, 많은 수고로 쇠퇴하여지고, 시련에 눌리며, 괘락으로 허약해지고, 가난으로 들볶이나이다.
3. 오! 언제나 이 모든 불행이 끝나겠나이까? 언제나 악습의 가련한 구속을 벗어나겠나이까? 주여, 언제나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겠나이까? 언제나 당신 안에 완전히 즐거워하리이까? 언제나 참된 자유가 있어 아무 거리낌이 없이 지내며, 마음과 몸의 불편이 없이 지내겠나이까? 언제나 든든한 평화가 있고, 흔들리지 아니하고 완전한 평화가 있겠으며, 안과 밖으로 또 모든 방면에 견실한 평화가 있겠나이까? 착하신 예수여, 언제나 당신을 뵈오러 당신 대전에 나아가리이까? 언제나 당신은 내게 대하여 모든 것이 되겠나이까? 오!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생각하시어 영원으로부터 준비하신 당신 나라에 있겠나이까? 나는 원수의 땅에 귀양살이하며 가난하게 지내오니, 여기는 날마다 전쟁이요, 불행이 가득하나이다.
4. 나의 귀양살이를 위로해 주시고 내 고통을 가볍게 해주소서. 내 모든 원은 당신께로만 향하여 가나이다. 이 세상이 내게 주는 그 모든 위로는 내게 도무지 짐이 되나이다. 당신을 친밀히 누리고 싶지만 얻을 수 없나이다. 천상 사정에만 마음을 붙이려고 원하나, 이 세상 사물과 이기지 못한 사욕이 나를 누르나이다.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자 하나, 육신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그 밑에 있게 강박을 당하나이다. 이렇게 나 지신과 싸우는 불행한 자인지라, 정신은 위로 오르려 하고 육신은 아래로 내리려하므로 "나는 내게 무거운 짐이 되었나이다"(욥기 7,20참조).
5. 오! 어찌 나는 이렇게 안의 괴로움이 심하옵니까? 정신으로 천상의 것을 묵상하고 있으면, 즉시 기도하는 중에 세상 것의 무리가 덤벼드나이다. 내 하느님이여, "내게서 멀리 서 계시지 마소서. 진노하지 마시고 물리치지 마소서"(시편 70,12; 27,9). "번개를 치시고 화살을 쏘아 대시면"(시편 144,6)원수의 모든 환상은 사라지리이다. 내 모든 관능을 당신께로 모아 주시고, 세상 모든 것을 잊게 해주시며, 악습의 모든 환상을 빨리 멸시하고 배척하게 해 주소서. 영원한 진리시여, 아무 허영도 나를 요동하지 못 하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천상의 아름다운 맛이여, 임하소서. 당신 대전에서는 모든 불결한 것이 물러가게 하소서. 또한 기도 중에 당신 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거든 그 때마다 용서해 주시고, 인자로이 용서하옵소서. 내가 흔히 분심이 많음을 솔직하게 자백하나이다. 내 육신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곳에 흔히 내가 있지 않고, 도리어 생각이 머무는 것에 더욱 있게 되나이다. 내 생각이 있는 그것에 내가 있고,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는 그곳에 흔히 내 생각이 있나이다. 본성으로 좋고 관습이 되어 즐거워하는 것은 곧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옵니다.
6. 그러므로 진리이신 당신은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마태 6,21)고 똑똑히 말씀하셨나이다. 내가 천국을 사랑하면 즐겨 천국 일을 생각하고, 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의 행복을 즐거워하고, 그 역경을 보고 슬퍼하나이다. 내가 육신을 사랑하면 육신의 것을 자주 생각하고 내가 영혼을 사랑하면 영신의 일에 대하여 생각 하기를 좋아하나이다. 무엇이든지 사랑하는 그것을 즐겨 말하고 들으며, 또 이런 것의 환상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을 위하여 모든 조물이 떠나기를 버려 두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깨끗한 양심으로 당신께 조촐한 기도를 바치고 안팎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완전히 떠나 천사들의 반열(班列)에 참여하기 위하여, 본성을 힘써 누르고 육신의 사욕을 영신의 열심히 복종시키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천상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시는 것을 깨달아 변화의 그림자 없이 내 광명을 보려고 육체의 장막에서 나올 원의가 생기거든, 네 마음을 넓혀 이 거룩한 영감(靈感)을 간절한 원의로 받아라. 너를 이와 같이 돌보시고 인자로이 찾으시며, 뜨겁게 격려해 주시고, 네가 자기 무게로 세속 것에 떨어질까 힘있게 거두어 주시는 지극히 어지신 이에게 정성껏 감사하라. 이런 원의는 네 생각으로나 네 노력으로 얻는 바가인고, 천상 은총의 힘과 하느님이 돌보시는 데서만 얻는 것이다. 이러한 원의를 주심은 덕행에 진보하고 겸손하는데 더 힘쓰며, 장래에 할 싸움을 위하여 너를 준비하고, 또한 온전한 정으로 내게 애착하며, 열심을 다하여 나를 섬기는 데 애를 쓰라 하는 것이다.
2. 아들아, 흔히 불이 붙지만 연기 없이는 불꽃이 오르지 아니한다. 이와 같이 어떤 사람들의 원의가 하늘로 오르나, 육신 욕정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저들이 그렇게 간절히 구하는 것이라도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휘하여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급급하게 드러낸 네 원의도 흔히 그러한 종류의 것이다. 자기의 이해를 위하는 마음이 섞인 그런 것은 깨끗하고 완전한 것이 아니다.
3. 네게 재미있고 편한 것을 구하지 말고, 내 뜻에 맞고 내게 영광이 될 것을 구하라.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네 원이라 네가 희망하는 모든 것보다도 나의 안배를 더 중히 여기고 따라야 한다. 나는 네 원도 알고, 가끔 네 탄식도 들었다. 너는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광의 자유를 얻기 원하고 벌써 하느님의 자녀들이 가지는 영원한 가정을 그리워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천상 고향을 사모하나, 아직 그 때가 오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다른 때이니, 즉 싸울 때이며 수고와 시험을 당할 때다. 너는 지금 지극히 높은 선을 누리고자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내가 바로 그 지극히 높은 선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나를 기다려라.
4. 너는 아직 세상에서 시험을 당하여야 하고많은 일에 단련을 받아야 한다. 어떤 때에 네게 위로를 주겠지만, 아주 흡족하게는 주지 않으리라. 그러니 본성에 반대되는 것을 참는 일과 행하는 일에도 굳세고 용감하라. 너는 반드시 새 사람을 입고 나서 다른 사람으로 변하여야 한다. 너는 가끔 네가 싫어하는 일도 하여야 하고, 좋아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은 잘되고 네가 좋아하는 것은 발전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잘 듣지만, 네가 말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구하면 받겠으나, 너는 구해도 얻지 못하리라.
5. 다른 사람들은 남의 칭송을 받겠으나. 네게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으리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 저런 일을 맡기겠지만, 너는 마치 아무 데도 쓸데없는 사람처럼 버림을 받으리라. 이런 관계로 본성은 어떤 때에 슬퍼하겠으나, 아무 소리 없이 이것을 참아 받으면 이것은 위대한 일이리라. 이렇게 또는 이와 비슷한 많은 일에 나의 충실한 종은 시험을 보통으로 당한다. 그것은 얼마나 자기를 억제하고 모든 일에 자기를 이기는 힘이 있는가 함을 보려 함이다. 네 뜻에 맞지 않는 일을 하거나. 혹 네게 특히 재미없고, 또 유익이 좀 없게 보이는 일을 하라고 명령을 받는 때처럼 네가 너를 극복할 필요가 있는 때는 다시없을 것이다. 너는 남의 권하에 있어 감히 높은 권리를 항거하지 못하므로, 네 주견을 버려 다른 사람의 뜻을 따라 행하는 것이 그처럼 어렵게 보인다.
6. 그러나 아들아, 이 수고의 결과를 생각하고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고 그 상급은 극히 후할 것을 생각하라. 그렇게 행하면 어려워하지 않을 것이요, 인내의 극히 힘있는 위로가 있으리라. 네가 지금 자원으로 버리는 작은 원의 대신으로 천국에서는 항상 네 원의 대로 되리라. 저쪽에서는 네가 원하는 그 모든 것을 다 가질 것이요, 네가 사모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다 얻으리라. 저 곳에서는 잃어버릴 염려가 조금도 없이 모든 선을 마음대로 사용할 권리가 있으리라. 저곳에서는 네 뜻이 항상 나의 뜻과 일치하여 다른 것이나 사사로운 것을 원치 않으리라. 저곳에서는 아무도 네게 반항하지 않을 것이요, 아무 것도 거리끼지 않을 것이며, 네 모든 욕망을 흡족케 하고 절정까지 채워 주리라. 나는 저곳에서 네가 모욕을 당한 대신에 영광을 주고, 근심한 대신에 찬미의 의복을 입혀 주고, 마지막 자리를 택한 대신에 영원한 나라의 자리를 정하여 주리라.
7. 거기서 순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요, 고신 극기하던 수고는 즐거움으로 변할 것이요, 겸손 되이 복종한 상으로 영광스러운 월계관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모든 이의 수하에 겸손 되이 너를 낮추어라. 누가 이런 말을 하고 누가 이런 것을 명했는가 캐지 말라. 누가 네게 어떠한 것을 하라고 하였거나, 하기를 바라는 듯하거든 그가 어른이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동무거나 상관할 것 없이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성의껏 그 뜻을 채우려고만 많이 힘써라.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저 사람은 저런 것을 찾게 내버려두어라. 이 사람은 이러한데, 저 사람은 저러한데 자랑을 삼아 천만 번 찬미를 받는대도 너는 이런 것도 말고 저런 것도 말고, 너 자신을 천히 보는 것과 , 내 뜻만을 맞추고 나를 찬미하기에 즐거워하라. 네가 오로지 원할 것은 , 사나 죽으나 하느님께서 항상 네 안에서 영광을 받으시기를 원할 것뿐이다.
1. 제자의 말: 성부이신 주 하느님이여, 이제와 또 영원히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이 원하시는 바와 같이 이렇게 되었나이다. 또 당신이 하시는 일은 다 좋사옵니다. 당신 종은 당신 안에 즐거워할 것이오며, 자기 안에나 다른 무엇에 즐거워하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홀로 참즐거움 이시며, 당신만이 내 희망이시오, 내 화관이시오, 내 기쁨 이시여, 내 영광이신 까닭이로소이다. 당신 종은 공로 없이 당신께로부터 받은 외에 가진 것이 무엇이옵니까? 당신이 주시고 행하신 그 모든 것은 다 당신의 것이옵니다. "어려서부터 기를 못 펴고 고통에 눌린 이 몸, 당신 앞에서 두려워 몸둘 바를 모르옵니다"(시편 88,15). 내 영혼이 어떤 때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슬퍼하나이다. 또 어떤 때는 달려드는 사욕으로 인하여 스스로 혼란 되어 있나이다.
2. 평화의 즐거움을 나는 원하나이다. 주께서 위로의 빛으로 기르는 당신 자녀들의 평화를 내가 구하나이다. 내게 평화를 주시고 거룩한 즐거움을 내려 주시면, 당신 종의 영혼은 미묘한 음악 중에 잠겨 있을 것이요, 당신을 찬미하는 데 신심이 나리이다. 그러나 매우 흔히 행하시는 바와 같이, 당신이 얼굴을 돌이키시면 당신 계명의 길을 갈 수가 없고, 가슴을 치기 위하여 무릎을 꿇으리이다. 당신 종의 머리 위에는 당신 광명이 비치고 당신 깃의 그늘 밑에서 보호를 받아 닥쳐오는 시련을 피하던 어제와 그제와는 다른 까닭이옵나이다.
3. 공의로우시고 늘 찬미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시련을 당할 시기는 이르렀나이다. 사랑하올 성부여, 당신 종은 당신을 위하여 이 시간에 무슨 괴로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옵니다. 영원토록 공경하올 성부여, 당신 종이 겉으로는 잠깐 동안 눌리고 안으로는 항상 당신과 살 그 때에 왔사오니, 당신이 무시로부터 이 때를 미리 아셨나이다. 당신 종이 다시 당신과 더불어 새로운 광채 속에 부활하여 천상에서 영광을 받기 위하여, 천대를 받고 멸시를 당하고 사람 앞에서 면목을 잃고, 사욕과 고통으로 눌려 부서져도 관계치 않으리이다. 성부여, 당신이 이렇게 원하셨사오니, 당신이 친히 명하신 대로 그렇게 되었나이다.
4. 세상에서 당신 사랑을 위하여 괴로움과 역경을 당하게 되는 것은 다 그 몇 번이든지 또 누구에게서 받게 되든지, 당신 벗에게 주시는 은혜이옵니다. 당신의 계획과 안배가 없고, 또 원인이 없이는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되지 못하나이다. 주여, "고생도 나에겐 유익한 일, 그것이 당신 뜻을 알려 줍니다"(시편 119,71). 모든 교만한 마음과 주제넘은 마음을 없애시는 데는 나를 낮추신 것이 좋사옵니다. 부끄러움으로 내 얼굴을 가리옴은 내게 유익하오니, 그로 인하여 사람에게보다도 당신께 위로를 구하게 된 까닭이옵나이다. 당신이 의인을 죄인과 다름없이 괴롭게 하시오나, 공평과 정의가 없어서 그러시는 바는 아니오니, 이로써도 당신의 통달할 수 없는 심판을 두려워하기를 배웠나이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덕행에 대한 열성이 항상 열렬할 없을 것이요, 또 항상 고상한 관상 기도를 계속해 나갈 수도 없을 터이니 원죄로부터 오는 부패한 인성으로 말미암아, 어떤 때에는 낮은 데로 내려가서, 싫고 또 염증이 나더라도 부패한 생활의 짐을 질 것이다. 죽을 육신을 지니고 있는 동안 염증을 느끼고 마음의 괴로움을 느끼리라. 그러므로 네가 육신을 가지고 사는 동안에는 자주 육신의 짐을 생각하고 탄식할 것이니, 영신 사정과 천상적 관상 기도에 끊임없이 힘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2. 그런 때에는 천한 바깥일을 하고, 좋은 행위를 하여 스스로 휴양하면서, 내가 올 때와 하늘로부터 방문을 굳이 고대함이 좋고 또 내가 너를 다시 찾아 모든 근심 걱정을 면하게 할 때까지 네 귀양살이와 마음의 건조함을 인내로이 참아 견딤이 좋다. 나는 네게 모든 수고를 잊어버리게 해줄 것이며, 마음의 편안함을 누리도록 해줄 것이다. 내가 네 앞에 성경의 풀밭을 내놓아 주어, 마음껏 내 계명의 길을 걷게 해주리라. 그 때 너는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 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하리라.
제 52장 사람은 자기가 무슨 위로보다도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 줄로 생각하여야 함
1. 제자의 말: 주여, 나는 당신의 위로를 받기에 부당하고, 또 당신이 내 영혼을 찾아 주심도 너무 죄송하옵니다. 그러므로 불쌍하게 또 위로 없이 나를 버려두셔도 마땅하옵니다. 내가 바닷물만큼 눈물을 흘릴 수 있다 하여도 당신 위로를 받기에 합당치 못하리이다. 나는 당신을 크게 모욕하였고 많은 일에 잘못하였사오니, 매를 맞고 벌을 받을 것밖에 다른 것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공정하게만 해주시면 미소한 위로마저 받을 자격이 없나이다. 그러나 인자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이여, 당신 사업이 멸망하는 것을 원치 아니하시어 자비의 그릇에 베푸실 당신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보이기 위하여(로마 9,23), 자신의 공로가 조금도 없어도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상으로 당신의 종을 은혜로이 위로하여 주시나이다. 당신의 위로는 사람의 담화와는 아주 다르나이다.
2. 주여, 내가 천상적 위로를 받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나이까? 나는 아무 것도 잘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오며, 오직 어느 때나 악습에 기울어지고 회개하는 데 항상 게을렀나이다. 이는 사실이오니 내가 부인할 수 없나이다. 달리 내가 말한다면, 당신은 즉시 거슬러 일어나실 것이며 나를 변호할 사람이 없겠나이다. 나는 내 죄악으로 말미암아 지옥과 영원한 불 외에 무엇을 벌었나이까? 진실로 고백하오니, 나는 온갖 조롱과 능멸을 받음이 마땅하오며, 나를 당신의 경건한 자들 중의 하나로 생각하시기 에도 부당하옵니다. 비록 이것이 내 귀에 거슬리지마는 나를 거슬러 진실히 내 죄악을 고백하오니 이는 당신의 인자로우심을 더 쉽게 얻기 위함이로소이다.
3. 온갖 부끄러움에 싸인 범죄자인 나는 무슨 말을 아뢰리이까? "주여, 죄를 지었나이다. 나를 불쌍히 여기시고 나를 용서해 주소서." 이 말밖에는 내 입이 당신께 드릴 말씀이 없나이다. 암흑의 나라, 죽음의 어둠이 덮인 저 땅으로 가기 전에 "잠깐만이라도 밝은 날을 보게 하여 주소서"(욥기 10,20). 당신은 죄인에게 불쌍한 죄인에게 제 죄를 알고 통회하며 스스로 겸손해지는 것 외에 무엇을 구하시니까? 진실한 통회와 진정한 겸손으로 용서를 받을 희망이 생각과 산란한 양심이 화평하여지며, 잃은 은총을 얻게 되고, 장차 당할 하느님의 의노를 면하게 되오며, 통회하는 영혼은 하느님과 포옹하며 만나리이다.
4. 죄인의 겸손한 통회는, 주여, 당신 의향에는 맞는 제사이오며, 당신 대전에 유향보다도 더 유쾌한 향기가 되나이다. 이는 또한 당신의 거룩한 발에 부어 드리기를 원하신 좋은 향액이오니, 당신은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얕보지 아니하셨나이다"(시편 51,17). 그곳은 성낸 원수의 얼굴을 피하는 피난처이오며, 그곳은 다른 곳에서 더러워지고 악하게 된 모든 것을 씻고 고치는 곳이옵나이다.
제 53장 세상의 것을 맛들이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이 내리지 않음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은총은 귀중한 것이다. 딴 것과 세상의 위로와 섞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은총이 내리기를 원하거든 은총에 장애 되는 모든 것을 없앨 필요가 있다. 고요한 곳을 찾아 혼자 너와 있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담화하기를 원치 말고 오직 하느님께 신심 있게 기도를 드려 통회하는 마음과 조촐한 양심을 보존하도록 힘써라. 온 세상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모든 세상 사물보다도 하느님과 사귀는 것을 중히 생각하라. 네가 나와 가까이 지냄과 동시에 또한 지나가는 세상의 것을 즐겨 누릴 수는 없다. 너를 아는 자들과 네 친우들을 멀리하며 세상의 모든 위로 없이 네 마음을 보존하여야 된다. 성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신자들이 이 세상에서 나그네와 행인같이 자기를 절제하라고 권고하였다(1베드로 2,1).
2. 세상의 것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아니한 사람이라면 죽을 때에 이르러, 오, 얼마나 자신이 있을까! 그러나 자기 마음을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하여야 된다는 것을 병든 정신은 깨닫지 못하고, 또 자연적 인간은 내적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이 참으로 영신적 생활을 하자면, 먼 것이나 가까운 것이나, 다 버려야 할 것이요, 또 무엇보다도 자기를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너 자신을 완전히 이기게 되면 다른 것은 어렵지 않게 굴복시키리라. 완전한 승리는 너 자신을 이기는 데 있다. 무슨 일에든지 육정은 이성(理性)에, 또 이성은 내게 복종하도록, 자기를 정복한 그 사람은 참으로 자기를 이긴 자요, 세상의 주권을 잡은 자다.
3. 네가 이 완덕의 절정에 오르려 하거든, 사내답게 시작하여 너와 모든 사사로운 이익과 물질에 대한 숨은 절제 없는 경향을 뽑고 멸하기 위하여, 도끼를 뿌리에 댈 필요가 있다. 뿌리째 없애 버릴 모든 악습이 대개 다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악습에 달렸다. 그러므로 이 악습을 처 이겨 이기면 평화가 가득할 것이요, 항상 평화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에 대하여 완전히 죽고 또 자기를 완전히 초월하여 나아가려는 자의 수가 적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자기에게 얽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를 돌파하여 영계로 오르지 못한다. 나와 더불어 자유롭게 가려는 사람은 악하고 절제 없는 모든 감정을 억제할 필요가 있고, 또 어떠한 조물에든지 사사로운 사랑으로써 집착치 말아야 한다.
1. 주의 말씀: 아들아, 본성과 은총의 작용을 잘 관찰하라. 사로 퍽 반대되지만 기묘하게 작용하니 영신적 생활을 하는 사람, 또 속마음에 신광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분별하기 어렵다. 누구든지 다 선을 원하고 그 말이나 행위가 선을 빙자한다. 그러므로 선이란 가면(假面)으로 많이 속는다. 본성은 매우 교활해서 많은 사람을 이끌고 옭고 속이고 또 항상 저 자신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은총은 순직하게 행하고, 죄의 그림자도 다 피하며, 속이려 하는 일이 없고, 모든 것을 하느님을 위하여만 하며, 하느님을 최후 목적으로 삼아 그 안에 쉰다.
2. 본성은 극복되거나 압제를 받거나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고, 또 남의 밑에서 복종하고 스스로 굴복하기를 원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은총은 고신 극기에 힘쓰며 육욕에 저항하고, 남의 밑에 처하기를 구하여, 남에게 지기를 바라며, 자기 뜻을 따라 하려 하지 않고 규칙에 매여 있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을 다스리지를 원하지 않으며, 항상 하느님의 수중에 살고 거처하기를 원하며, 하느님을 위하여 모든 사람 아래에 자기를 겸손하게 낮추려고 준비하고 있다. 본성은 자기 이익을 위하여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올는지를 주의하고 있다. 은총은 자기에게 무슨 유익할 것이나 편할 것을 찾지 아니하고, 오직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을 도모한다. 본성은 명예를 얻고 공경 받는 것을 극히 좋아하나, 은총은 명예와 존경을 충실히 하느님께 돌려보낸다.
3. 본성은 수치와 천대를 무서워하나 은총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하게 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고 기뻐한다"(사도 5,41). 본성은 한가함과 육신의 편함을 좋아하나, 은총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어 자원으로 일에 착수한다. 본성은 이상스럽고 아름다운 것을 찾고 천하고 거친 것을 싫어하나, 은총은 단순하고 비천한 것을 좋아하고 거친 것이라도 싫어하지 아니하고, 낡은 옷 입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본성은 현세 것을 돌보고 현세의 무슨 유익을 즐거워하며 손해를 슬퍼하고 무슨 좀 욕되는 말을 들으면 분노하지만, 은총은 영원한 것에 착심하여 현세 것에 애착하지 않고, 재물을 잃어도 혼란됨이 없고, 무슨 엄한 말을 들어도 노여워 아니한다. 이는 자기의 보배와 즐거움을 도무지 잃을 수 없는 천국에 간직해 두었기 때문이다.
4. 본성은 탐욕이 있어, 주기보다도 받기를 더 좋아하며 사사로운 것을 좋아하나, 은총은 경건하고 공동적으로 생각하여 개인적이기를 피라고 적은 것으로 만족하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 본성은 조물과 자신의 육체와 허영과 방황에 기울어지나 은총은 사람을 하느님과 덕행으로 이끌고 조물을 끊어 버리며 세속을 피하고 육체의 바람을 미워하여, 출입을 적게 하며 공중 앞에 나가기를 부끄러워한다. 본성은 오관을 즐겁게 하는 바깥 위로를 좋아하나 은총은 하느님 안에만 위로 받기를 원하고 모든 유형한 것을 지나 최고선(最高善)을 즐기기를 원하다.
5. 본성은 무엇을 하든지 무슨 유익이나 무슨 편리를 자라고 하며, 거저 공으로 하는 일이 없이 자기가 한 일에 그와 같은 혹은 그보다 더한 보수를 희망하며, 혹은 찬미나 혹은 총애를 바라고 하며, 자기가 한 일이나 자기가 준 것은 크게 여겨 선물을 희망하나, 은총은 잠세의 것은 도무지 찾지 않고, 자신의 보수를 위하여 하느님 외에 다른 무슨 상급을 구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 데 요구되는 필요한 것 외에는 세상의 재물에 대하여 더 원하는 바가 없다.
6. 본성은 친구가 많고 친척이 번족한 것을 즐거워하며, 높은 지위와 문벌이 귀함을 영광으로 삼으며, 권세 있는 자에게 호감을 사려 애쓰고 부호에게 아첨하며, 자기편의 사람을 찬양한다. 그러나 은총은 원수도 사랑하며, 친구가 많다고 하여 교만을 부리지 않고, 덕행이 많지 않은 이는 지위가 높고 문벌이 장하다 하여도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며, 부호에게보다도 가난한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세력가보다도 무죄한 사람을 동정하며, 신용 없는 사람과 친하지 않고 진실한 사람을 좋아하며, 착한 사람을 항상 권하여"더 큰 은총의 선물을 간절히 권하고"(1고린 12,31)덕행을 닦아 하느님의 성자와 비슷한 자 되기를 힘쓰라고 권면하다. 본성은 곤궁한 경우를 당하고 무슨 귀찮은 것을 당하면 즉시 원망하지만, 은총은 곤궁한 것이 있어도 잘 참아 나간다.
7. 본성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이끌고 자기를 위하여 싸우며 변명한다. 그러나 은총은 만물의 근원이신 하느님께로 모든 것을 돌려보내고 자기는 무슨 좋은 것을 했다고 하지 않고, 오만하게 주제넘게 행하지 아니하며, 쟁론치 않고, 자기 의견을 영원한 지혜와 하느님의 판단에 굴복시킨다. 본성은 비밀을 알려 하고 새로운 소식을 듣고자 하며, 밖에 나서서 자기를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많은 것을 오관으로 체험하고자 하며,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사모하고, 감탄과 찬미를 일으킬 만한 것을 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은총은 새로운 것과 신기한 것을 찾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예로부터 부패한 데서 나오는 것이요, 또 땅 위에는 새 것도 없고 장구한 것도 없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은총이 가르치되 오관을 잘 제어하고 헛된 자만심과 감추고 무슨 일에든지 무슨 학문에든지 유익한 것과 하느님의 찬미와 영광을 도모하라고 한다. 은총은 자기와 자기 것으로 찬미 받기를 원하지 않고, 오직 순전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후히 주시는 하느님께서 당신 선물로 말미암아 찬송 받으시기를 원한다.
8. 이 은총은 초자연적 광명이요, 하느님의 특별한 선물이며, 원래 뽑힌 사람들의 기호(記號)요 영광의 증거다. 은총이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의 것을 떠나 천상의 것을 사랑케 하고, 육체적 인간이 영신적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을 누르고 이길수록 더 많은 은총을 받게 되고, 또 날마다 새로운 내적 심방(尋訪)으로 사람이 변하여, 더욱 하느님의 모습대로 되는 것이다.
1. 제자의 말: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이 나를 당신 모습과 용모대로 조성하셨나이다. 그렇게 위대하고 구원에 필요하다고 가르치신 이 은총을 내게 내리시고 나를 죄와 멸망으로 이끌어 가는 이 퍽 괴악한 본성을 이기게 하소서.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을 깨닫사오니,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여 싸우고 있는 다른 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법은 나를 사로잡아 내 몸 속에 있는 죄의 법의 종이 되게 합니다"(로마 7,23). 그러므로 열렬하게 내 마음에 내리신 당신의 가장 거룩한 은총이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 사욕을 저항할 수 없나이다. 젊어서부터 항상 악으로 기울어지는 내 본성을 이기기 위하여 당신 은총이 필요하고 또 많은 은총이 필요하옵니다. 본성은 원조 아담의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고 부패하여 그 죄의 벌을 모든 사람들에게도 전하게 되었나이다. 이로 인하여 당신이 만드실 때에는 좋고 바르던 본성이, 그냥 부패한 본성의 악습과 나약함에 잠기게 되어, 그 발동(發動)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악하고 낮은 것으로 기울어지나이다. 그리고 그나마 있는 작은 힘은 마치 재 속에 파묻힌 불티와도 같사옵니다. 이는 짙은 암흑 속에 싸여 있는 본성적 이성이오니,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 실행하지 못하고 또 진리의 원만한 광명을 받지 못하며 또 그 모든 감정이 건전하지 못하여도 아직 선과 악을 분별할 줄을 알고 또 진실한 것과 그른 것이 서로 상반되는 것을 아나이다.
2. 내 하느님이여, "나는 내 마음속으로는 하느님의 율법을 반기지만"(로마 7,22), 당신 계명이 좋고 공정하며 거룩한 줄을 알고, 또 육정을 따르므로 육체로 죄의 법률에 복종 하나이다. 그러므로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다"(로마 7,18). 그러기에 선한 것을 많이 행하기로 자주 결심하나, 나의 약함을 돕는 은총이 없이는 조그마한 장애로 인하여 물러나고 낙망하나이다. 그러기에 내가 완덕의 길을 인정하고 또 어떻게 행하여야 된다는 것도 밝히 보오나, 부패한 본성의 무게에 눌려 완덕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나이다.
3. 오! 주여, 선행을 시작하는 데나 계속하는 데나 또 마치는 데나 당신의 은총이 얼마나 내게 필요하나이까? 은총 없이는 아무 것도 행할 수 없고 당신 은총이나를 견고케 하면 당신 안에 모든 것을 다 행할 수 있게 되나이다. 오! 참으로 천상적 은총이여! 이 은총이 없으면 아무것도 제 공로라 하지 못하고, 본성의 아무 은혜도 값이 없나이다. 주여, 은총이 없으면 당신 대전에 예술도, 재산도 미(美)도, 용맹도, 재주도, 웅변도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이 본성의 은혜는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다 같이 있사오나, 은총, 즉 사랑은 뽑힌 사람들만이 가진 특은(特恩)이오니, 이 은총의 표를 가진 자는 영생을 받을 자격이 있나이다. 이 은총은 가장 귀한 것이오니, 예언할 특은이나 기적을 행할 특은이나 아무리 고상한 명상(瞑想)이라도, 은총이 없으면 아무 가치가 없나이다. 그뿐 아니라 신덕이나 망덕이나 다른 무슨 덕행이라도 사랑과 은총이 없으면 당신 뜻에 맞지 않나이다.
4. 오! 가장 행복스런 은총이여! 마음으로 가난한 이를 덕행으로 부요하게 하고, 많은 재산으로 부요한 이를 마음으로 겸손하게 하나이다. 오시옵소서! 내게 내리옵소서! 아침에 나를 위로로 충만히 채우시어, 마음이 피로하고 건조함으로 영혼이 기진 해지지 말게 하소서. 주여, 당신 대전에서 총애 받기를 간구하오니, 본성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은 하나도 못 얻는다. 할지라도, 당신 "은총을 충분히 받았습니다"(2고린 12,9). 당신 은총만 내게 있사오면, 시련이 잇고 곤란으로 괴로울지라도 내가 두려워할 악이 없겠나이다. 은총은 나의 용맹이요, 은총은 충고와 도움을 주나이다. 은총은 모든 원수보다도 더 능하고, 모든 지혜로운 자들보다도 더 지혜롭사옵니다.
5. 은총은 진리의 스승이요, 수계(守誡)의 지도자요, 마음의 빛이요, 환난의 위로며, 근심을 쫓아 버리고 공포를 막으며 신심을 더하고 눈물이 흐르게 하나이다. 은총이 없으면 나는 마른나무와 내버리기나 할 무익한 장대와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주여, 당신 은총이 항상 나를 인도하고 내 뒤에 따르게 하시어, 나로 하여금 길이 선공에 열심케 하시되,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소서. 아멘".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너 자신을 떠나면 떠나는 그만큼 내게로 넘어올 수 있으리라. 바깥 것을 도무지 탐하지 않게 되면 내적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과 같이, 내적으로 자기를 버리게 되면 하느님과 합하게 되리라. 네가 나의 뜻안에서 아무 반항과 원망이 없이 완전히 너를 끊어 버릴 줄 알기를 나는 원한다. "나를 따라 오라"(마태 9,9)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길이 없이는 다닐 수가 없고, 진리 없이는 인식할 수가 없고, 생명이 없이는 살수가 없다. 나는 네가 따라야 할 길이요, 네가 믿어야 할 진리요, 네가 바라야 할 생명이다. 나는 어긋날 수 없는 길이요, 그르칠 수 없는 진리요, 그침 없는 생명이다. 나는 가장 바른 길이요, 가장 높은 진리요, 참된 생명이요, 행복스러운 생명이요, 조성함을 받지 아니한 생명이다. 네가 나의 길에 머물러 행하면 진리를 알게 될 것이요, 진리가 너를 해방할 것이니, 영생을 얻게 되리라.
2.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마태 19,17). 네가 진리를 알고자 하거든 나의 말을 믿어라.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마태 19,21). 나의 제자가 되고자 하거든 너 자신을 끊어 버려라. 행복스러운 생활을 얻고자 하거든 현세의 생명을 천히 여겨라. 천국에서 높은 자리를 원하거든 세상에서 너를 낮추어라. 나와 더불어 다스릴 마음이 있거든 나와 더불어 십자가를 져라. 십자가의 종이 된 자만 행복의 길, 참광명의 길을 얻으리라.
3.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 길은 좁고 세속이 그를 천히 여겼사오니, 내가 세속을 천히 여겨 당신을 배울 은혜를 내게 베푸소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높을 수 없고, 종이 상전보다 더 높을 수 없나이다"(마태 10,24). 당신 종은 당신 행적에 익숙케 하소서. 거기에 내 구원이 있고 참성덕이 있나이다. 당신 행적 외에는 내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듣든지, 나를 편안케 하고 또 완전히 만족시키는 것이 없나이다.
4.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이것을 알고 또 나의 행적에 대한 모든 것을 읽었으니, 그대로 행하면 복되리라. "내 계명을 받아들이고 지키는 사람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도 또한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를 나타내 보이겠고"(요한 14,21), 또 내 성부의 나라에서 나와 더불어 앉게 하리라.
5. 제자의 말: 주 예수여, 당신이 말씀하시고 허락하신 바와 같이 원컨대 이렇게 되어지이다. 또 내가 그 허락하신 바를 공로로 얻게 하소서. 내가 당신 손에서 십자가를 받고 받았사오니 당신이 내게 지워 주신 바와 같이 죽을 때까지 그를 지고 가리이다. 착한 수도자의 일생은 참으로 십자가로소이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나를 낙원으로 인도하리이다. 이미 시작하였사오니 뒤로 물러서서는 안되고 버려서도 못 쓰겠나이다.
6. 그러면 형제들아, 같이 나아가자! 예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리라. 예수를 위하여 우리가 이 십자가를 받았으니 예수를 위하여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 가자! 우리의 인도자요, 우리보다 앞서 가신 그분은 우리를 도우시리라. 보라, 우리를 위하여 싸워 주실 우리 주께서 우리 앞에 나아가신다. 용맹히 그분을 따르자! 아무도 공포를 두려워하지 말라! 싸움터에서 용감히 죽기를 각오하자. 십자가를 피함으로써 우리 영광을 더럽히지 말자.
1. 주의 말씀: 아들아, 순경 중에서 위로와 신심이 많은 자보다는, 역경 중에서 참고 겸손한 자를 나는 더 기쁘게 생각한다. 남에게 좀 싫은 말을 들었다고 어찌 그리 걱정하느냐? 그보다 더한 것이 있어도 네 마음이 동요되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이제는 이것이 지나가게 내버려두어라. 이것이 처음 되는 것이 아니요, 새로운 것도 아니요, 또 오래 살면 마지막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역경도 없는 동안에는 너는 꽤 용감하다. 또 남을 잘 훈계하여 말로써 견고케 하면서도, 갑자기 네 눈앞에 무슨 곤란이 이르게 되면 그만 계획과 능력을 잃어버리는구나. 사소한 일로 자주 경험한 바와 같이 네가 대단히 연약하다는 것을 잘 관찰하라. 그런 일이 생기고 또 그와 비슷한 일이 생기를 것은 다 네 구원을 위하여 되는 일이다.
2. 네가 남에게 싫은 말을 들었으면 잘 아는 대로 그에 대한 생각을 마음에서 버려두어라. 그 말이 네 마음을 상하였을지라도 실망하지 말고 또 오랫동안 얽혀 있지 말라. 즐겨 참을 수 없으면 적어도 인내로이 참아라. 어떤 말이 듣기 싫어서 분할지라도, 너를 억제하여 약한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짐이 될 만한 절제 없는 말을 입밖에 내지 말아라. 격분한 마음이 빨리 평안해지고 또 돌아오는 은총으로 인하여 마음의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리라.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네가 내게 의탁하여 신심 있게 나의 도움을 청하면, 내가 너를 돕고, 또 보통 위로하는 것보다 더 잘 위로해 주고자 한다.
3. 마음의 공정(公正)을 기하라. 또 인내지덕을 다 완전히 입어라. 어떤 때에 곤란을 당하고 시련이 심하다 할지라도,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실패가 된 것이 아니다. 너는 사람이고 하느님이 아니며, 육신이 있는 인간이고 천사가 아니다. 하늘에 있던 천사들과 낙원에 있던 원조들에게도 항상 덕행의 같은 상태가 없었는데, 너는 어떻게 항상 이런 것이 있으랴? 나는 근심하는 자들을 구원하여 일어나게 하는 이요, 또 자기 약함을 아는 자들을 천주성으로 올려 주는 이다.
4.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은 찬미를 받으소서. 내 입에는 꿀과 생청보다 더 다옵니다. 주께서 당신의 거룩한 말씀으로 나를 견고케 해주시지 않으면, 이렇게 큰 곤란과 곤궁 중에 나는 어찌하리이까? 마침내 구령의 항구(港口)로만 다다른다면, 어떠한 것을 당하고, 아무리 큰 괴로움을 당하였을지라도 내게 무슨 관계가 있겠나이까? 끝을 잘 마치게 하시고 이 세상을 행복스러이 떠나게 하소서. 내 하느님이여, 나를 생각하소서. 바른 길로 인도하시어 당신 나라로 데려다 주소서. 아멘.
1. 주의 말씀: 아들아, 심오한 문제와 하느님의 은밀한 판단에 대하여 변론함을 삼가라. 즉 하느님께서 왜 이 사람을 이렇게 버려 주시고 저 사람에게 어떻게 은총을 주시는가. 이 사람이 왜 이렇게 큰 괴로움을 당하고 저 사람이 왜 이런 높은 지위를 얻었을까 변론하지 말라. 이 모든 것을 깨닫기는 사람의 능력을 초월하는 일이며, 하느님의 판단을 탐지하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변론도 당치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원수가 네게 이런 생각을 일으키던가 호기심이 많은 어떤 사람이 이런 문제를 내거든 선지자의 말씀을 빌려 대답하기를 "야훼여, 당신은 공정하시며 당신의 결정은 언제나 옳사옵니다."(시편 119,137)하고, 또 "야훼의 법령은 참되어 옳지 않은 것이 없다."(시편 19,9)하라. 나의 판단은 사람의 이지로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므로, 변론할 것이 못되고 다만 두려워할 것뿐이다.
2. 또 성인들의 공로에 대하여 연구하지 말고 변론하지도 말라. 즉 어느 성인이 어느 성인보다 더 거룩하다든지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였다든지 하는 문제를 취급하지 말라. 이런 모든 문제는 흔히 싸움과 쓸데없는 쟁론을 일으키고 또 교오와 허영심을 기를 따름이다. 이 사람은 이 성인이 낫다고 하고, 저 사람은 저 성인이 낫다고 하고 서로 교오하게 다투므로, 거기서는 질투와 분쟁이 난다. 이런 것을 알려고 하고 연구하려고 하는 것은 아주 유익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성인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주는 불목의 하느님이 아니요 평화의 하느님이신 까닭이다. 이 평화는 자기를 높이는 데 있지 않고, 참된 겸손에 있는 것이다.
3. 어떤 사람들은 열정으로 인하여 이 성인이나 저 성인에게 더 뜨거운 정으로 이끌리나, 이는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정이라기보다도 사람의 편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모든 성인들을 주성한 이는 나다. 내가 은총을 주고, 내가 영광을 주었다. 나는 각 성인의 공로를 알고, 자애로운 강복을 먼저 그들에게 주었다. 나는 천지 개벽 이전부터 나의 사랑하는 자들을 미리 알았고 그들을 세속에서 간선하였다. 그들이 나를 먼저 간선한 것이 아니다. 내가 저들을 은총으로써 불렀고 자비로써 이끌었고, 내가 저들을 여러 가지 시련으로써 단련시켜 끝까지 인도하였다. 내가 심대한 위로를 주었고 내가 항구한 마음을 베풀었으며 내가 저들의 인내지덕에 화관을 주었다.
4. 나는 첫째 성인도 알고 말째 성인도 안다. 나는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으로 품어 준다. 나는 모든 성인들 때문에 찬송을 받을 것이요, 성인들을 이렇게 높은 품위에 이르게 하고, 아무런 자기의 공로 없이도 그들을 미리 간선하였으니, 각 성인 때문에 찬미와 영예를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극히 작은 성인이라도 경홀히 보는 사람은 큰 성인도 공경하지 아니하는 것이니, 이는 작은 성인이거나 큰 성인이거나 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또 성인 중 하나의 명예를 감소하는 이는 나의 명예와 천국에 있는 모든 이의 명예를 감소한다. 모든 성인들은 다 사랑의 연결로써 하나가 되어, 생각이 같고, 또 다 하나가 되도록 서로 사랑한다.
5. 또 그보다도 더 고상한 것은, 성인들이 자신보다도, 제 공로보다도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를 초월하고 또 자기 사랑하기를 끊어서 오로지 나를 사랑하여 나아가며, 이 사랑을 누리면서 쉰다. 그들을 이 사랑에서 떼어 내거나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들 안에 영원한 진리가 충만히 있고, 멸하지 못하는 사랑의 불이 타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사사로운 즐거움만 좋아할 줄 아는 육체적 금수적 사람들은 성인들의 처지에 대해서도 변론하지 말라. 제 생각대로 덜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할 뿐, 영원한 진리에 의합한 대로 생각하지는 못하는 까닭이다.
6. 많은 이 가운데, 특히 신광(神光)을 별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완전한 영적 사랑으로 사랑할 줄 아는 이가 드물다. 아직도 본성적 감정과 인간의 우정으로 이 사람에게나 혹 저 사람에게로 이끌리니 세상에서 되듯이 천당에서도 되는 줄만 안다. 그러나 불완전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신광을 받은 사람들이 천상적 묵시로 인하여 명상(冥想)하는 것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
7. 그러므로 아들아, 네 지식을 넘는 이런 일에 대해서 부질 없이 호기심으로 변론할 생각을 말고, 오직 하느님의 나라에서 극히 작은 자나 되려고 힘쓰고 도모하라. 천국에서 누가 더 거룩하고 누가 더 높다는 것을 안다 해도, 이런 지식으로 인하여 내 앞에 자신이 더 겸손해지고 나의 이름을 더 찬미하는 것이 없다면, 그런 지식이 무슨 이익이 있느냐? 차라리 자기 죄가 크고 덕이 적다는 것, 또 자기가 성인들의 완덕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를 생각하는 자는, 성인 중에 누가 크고 누가 작다는 것을 변론하는 자보다 하느님께 더 의합한 일을 행한다. 쓸데없는 수고를 다하여 성인들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신심 있는 기도와 눈물로 간구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의 영화로운 전달을 청하는 것이 낫다.
8. 사람들이 만일 스스로 만족할 줄 알고 쓸데없는 말을 억제할 줄 안다면, 성인들도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돌려보내지 아니하고, 다 내게로 돌려보내니, 자기의 무슨 공로가 있다고 스스로 무슨 영광을 취할 생각조차 없다. 이는 내가 끝없는 사랑으로 그들에게 모든 것을 주는 까닭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넘치는 즐거움이 충만하여, 영광에 부족한 게 없다. 행복에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성인들은 누구나 그 영광이 높을수록 그 만큼 겸손하여 내게 더 가깝고 더 사랑스러운 법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느님 앞에 제 월계관을 놓으며 어린양 앞에서 엎디어 "찬양과 영예와 영광과 권능을 영원 무궁토록 받으소서."(묵시 5,14)라고 경배했다고 기록되었다.
9. 하느님의 나라에서 끝자리를 차지할는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누가 천국에서 더 높은지 알려 한다. 위대한 자만 있는 천국에서 제일 천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여도 이것이 큰 것이니, 거기서는 다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요"(마태 5,6). 또 사실 하느님의 아들들이 될 것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천 명으로 불어나고 가장 하잘것없는 자가 강대한 민족을 이루리라."(이사 60,22),또 같은 전지자의 "백세를 채우지 못하고 죽으면 벌을 받을 자라 할 것이다"(이사 65,20)하는 말씀이 죄인에 대해서 맞게 되리라. 천국에서 누가 높은 자가 되는지 서로 다투던 제 자들은 다음 대답을 들었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18,3). "그리고 하늘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마태 18,4).
10. 어린아이와 같이 자유로이 스스로 겸손하여 하지 않는 자 에게는 화 있으리라. 이는 천국의 낮은 문이 그를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세에 위로가 많은 부자들에게는 화 있으리라. 가난한 자들이 천국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은 밖에서 부르짖으며 서 있으리라. 겸손한 자들아, 즐거워하고 가난한 자들아, 용약하라. 진리의 길을 끝까지 걷기만 하면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것이니라.
1. 제자의 말: 주여, 현세에서 나는 무엇을 믿고 살리이까! 하늘 밑에 보이는 모든 것 중에 무엇을 제일 큰 위로로 삼으리이까? 내 주 하느님이여, 당신의 인자는 한이 없사오니 당신밖에 내가 믿을 것이 또 있으리이까? 당신 없이도 나흘로 행복할 수 있겠나이까? 당신을 떠나 부자가 되는 것보다 당신 때문에 가난하게 살기를 더 원하나이다. 당신을 떠나 하늘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당신과 더불어 이 세상에 떠돌아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나이다. 당신이 계신 그곳이 곧 천당이요, 당신이 안 계신 그곳에 죽음과 지옥이 있나이다. 나는 주를 사모하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향하여 탄식하고 부르짖고 간구함이 당연하옵나이다. 또 마침내 내 하느님이신 당신 하나밖에는, 곤궁 중에 내가 의탁할 만큼 나를 정당히 도와 줄 이는 없나이다. 당신은 내 희망이시오, 내 의탁이시며, 당신은 나의 위로 자시오, 모든 일에 가장 성실한 벗이옵나이다.
2. 모든 사람이 다 제게 좋은 것만 찾으나 당신은 나의 구원과 나의 진보만 원하시고 모든 것을 내게 선으로 돌이켜 주시나이다. 설령 내가 여러 가지 시련과 역경을 당하게 하시더라도 이는 대 내 유익을 위하여 마련해 주실 따름이오니, 당신은 천 가지 모양으로 당신 사랑하시는 자들을 단련시키시나이다. 이렇게 나를 시험하시는 때에라도 천상적 위로를 충만히 내려 주시는 때와 다름없이 당신을 사랑하여야 하고 찬미하여야 하나이다.
3. 그러므로 내 주 하느님이여, 주께 내 모든 희망을 두고 피난처를 정하나이다. 나의 모든 곤란과 근심 걱정도 당신께 맡기오니, 당신 외에는 내가 보는 모든 것이 다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할 것인 줄로 여기나이다. 당신이 계셔 도와 주시고 견고케 하시며, 위로하시고 가르치시며 지켜 주시지 않으면 친구가 많아도 소용이 없고 세력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도 쓸데없사오며 지혜로운 자들이 의견을 내어도 유익한 답안이 될 수없고, 학자들의 책도 위로를 주지 못하고 귀중한 보물이 있어도 나를 구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안온한 처소가 있다 할지라도 나를 안심케 하지 못하리이다.
4. 평화와 행복을 줄 것 같은 그 모든 것이 다 당신이 안 계시면 아무 것도 아니요, 또 아무런 행복도 참으로 줄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모든 선의 종극(終極)이요, 생명의 절정(絶頂)이오며, 웅변의 극치이옵니다. 또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당신 안에 희망을 두는 것이 당신 종들의 극히 힘있는 위로이옵니다. 내 하느님이시요,"인자하신 아버지"(2고린 1,3)시여, 내 눈은 당신께로 향하오며 당신께 의탁하고 있나이다. 천상 강복으로 내 영혼을 강복해 주시어 당신의 거룩한 거처가 되게 하시고 당신의 영원한 어좌가 되게 하시며, 당신의 엄위한 대전에 거스르는 것은 당신의 존귀한 성전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게 하소서. 당신의 막대한 선의(善意)와 무한한 인자를 따라 나를 돌보아주시고 죽음의 그늘진 이 땅에 귀양살이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죽을 인생의 많은 위험 중에서 당신 종의 영혼을 보호해 주시고 보존해 주시며 또 당신의 은총으로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어 영원히 빛나는 고향에 이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