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말씀의 힘으로 사는 공동체는 두려울 것이 없다. 거칠 것이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친교의 공동체를 일구며 하느님 말씀과 뜻에 따라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해나간다.
소공동체의, 소공동체에 의한, 소공동체를 위한 본당이 있다. 대구 성 정하상본당(주임 류승기 신부)은 모든 활동이 소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된다.
각각의 소공동체 안에 전례.청소년.사회복지 등의 분과와 위원들이 있다.
곧 소공동체 모임 일원이 되면 한 분과에 들어가 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도록 조직돼 있다.
현재 17개 팀이 매주 모임을 가지며 각자의 지역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구성될 팀까지 더하면 30여개 팀이 본당 공동체에서 움직이게 된다.
주일학교 교사반 등의 별도 단체가 없는 것도 성 정하상본당의 특징이다. 모든 것이 소공동체로 통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신앙교육도 소공동체 내 청소년 분과에서 모두 전담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장소도 성당이 아닌 집이다.
그리고 각 분과위원들은 해당 분과별로 별도의 모임을 갖는다. 거기서 각 위원들이 위원장도 직접 선출하고 분과별 활동들을 추진해나간다. 한마디로 모든 제반 사항들을 각 팀별, 분과별로 직접 챙기고 있다.
본당에서 열리는 사목회의에는 주임신부를 비롯해 각 팀별 대표와 분과위원장, 총회장 등이 참석한다. 여기에서는 본당의 중요한 사안이나 각 팀.분과별로 해결하기 힘든 일 등을 상의하고 해결해나간다.
이제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어떻게 이처럼 빠른 시간 안에 체계를 갖출 수 있었을까? 이는 성경말씀의 힘과 자발성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하기 싫은 신자들을 억지로 모아서 만든 모임이 아니라 본인들이 원해서 시작했다. 본당 주임 신부는 모든 신자들의 집을 가정방문해 본인 의사를 묻고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임 때마다 일일이 다 연락하는 방법은 취하지 않았다. 늘 그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팀원들은 처음에 의아해했지만 오히려 더 활성화됐다. 철저하게 나누고 싶고 알고 싶은 신자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모임 자체에 힘이 생겼고, 점차 참여하지 않던 신자들도 함께 동참하게 됐다고.
최순희(글라라)씨는 “예전엔 성당에 관심이 없었는데 모임을 가지면서 우리 집과 내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활짝 열게 됐다”면서 “모든 팀원들과 하느님 말씀을 나누고 친교를 돈독히 하면서 신앙생활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본당 총회장 강정기(마리아)씨는 “많은 신자들이 매주 모임 날짜만 기다릴 정도로 모임의 참 맛을 알아가고 있다”면서 “팀원들 모두가 하느님 말씀을 함께 듣고 실천하며 친 가족처럼 가까워지다보니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각자의 터전에서 본당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성 정하상본당 신자들. 이들은 하느님 보시기 아름다운 공동체 건설을 위해 힘을 모으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도 하느님 말씀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든든한 힘을 바탕으로 친교의 공동체, 나눔의 공동체 실천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가톨릭 신문 : 2007-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