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4] ④ EP 2 - 교회 뿌리: 제 3 계명 - 전신자의 은사를 일깨운다 (사례 -
마산교구 창원 가음동본당 은사계발
구역모임에서 사목위원 직접 뽑아
마산교구 창원 가음동본당(주임 강윤철 신부) 사목협의회 위원들은 여느 본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된다.
사목협의회는 11개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신자들은 구역 모임에서 각 위원회에서 활동할 적임자 5명씩을 추천한다. 여기에 기존 위원장이 추천한 2명과 본당 신부가 위촉한 이들 그리고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단체 대표들이 위원으로 합류한다.
회장은 협의회 총회에서 선출해 주임신부 인준을 받고 회장단은 회장이 제청해 사목협의회 총회 동의를 얻어 주임 신부가 인준한다.
이렇게 각 위원회 위원들이 구성되면 위원장 또한 위원들이 선출해 회장 제청으로 주임 신부가 인준한다. 부위원장은 위원장이 선임해 위원들 동의를 얻고 위원회 산하에 평균 3~4개씩 있는 분과장들 역시 위원들이 뽑아 위원장 동의를 얻는다.
사목협의회 구성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본당 봉사자들이 적재적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신자들이 지닌 잠재력과 은사를 최대한 발휘토록 하기 위해서다.
가음동본당은 소공동체 구성도 독특하다. 가장 큰 특징은 지도력의 분산. 그래서 구역에는 구역장과 총무 외에 부구역장 선교부장 봉사부장 홍보부장 친교부장 같은 직책을 두어 저마다 역할을 분담토록 하고 있다. 이는 반도 마찬가지다. 사도 라고 부르는 반장(소공동체장) 외에 부사도(부반장) 총무 선교 봉사 친교 같은 담당을 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공동체원(반원) 거의 전부가 각자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구역ㆍ반장 또는 총무에게 집중됐던 역할을 소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분담해 맡을 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 즐겁게 일을 하게 된다. 또 본당 전체로서는 전 신자의 1인 1직책 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참여효과도 높아진다.
가음동본당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모임이 있다. 소공동체 연수팀이다. 10여명으로 이뤄진 소공동체 연수팀은 교구 소공동체 세미나를 수료한 후 본당에서 별도로 6주간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 지난 2004년부터 8차례에 걸쳐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구역별 소공동체 교육을 실시한 것을 비롯해 신입교우나 새 영세자들을 대상으로 소공동체 교육을 실시하고 인근 본당에서 요청이 오면 파견 교육도 나가는 등 소공동체 운동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소공동체 연수팀은 현재 본당에서 소공동체 모임에 어려움을 겪는 공동체가 있으면 4~6회 정도 모임을 이끌어 공동체가 다시 활성화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가음동본당은 이런 식의 사목협의회와 소공동체 운영을 통해 전 신자가 참여하는 교회 역할을 분담하는 교회상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신자들의 다양한 은사들이 계발되고 이것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당이 이런 시도를 하기에 앞서 준비한 것이 있다. 바로 말씀의 생활화 다. 2003년부터 성서읽기 운동을 시작한 가음동본당은 이듬해부터는 ①날마다 성경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기 ②성경 쓰기 ③성경 가훈ㆍ좌우명 갖기 운동을 통해 말씀의 공동체를 구현해 나가는 데 힘을 쏟아왔다. 이런 노력과 함께 사목협의회 및 소공동체 구성과 운영 방식도 바꿔온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신자들 반발도 만만찮고 회의적 시각도 컸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본당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우정모(요셉 48)씨는 지난해 본당 행사를 보면 예전에 비해 구역들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띠면서 활성화하는 것 같고 참여율도 높아졌다 면서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고 말한다.
여성부회장 이정원(소피아 49)씨도 그동안 반신반의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지난해 여름 전국 소공동체 대표자 연수에 가서 보니 우리 본당이 제대로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면서 소공동체 모임에는 요즘 여성 80% 남성 60% 정도의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강윤철 주임 신부는 본당이 이 단계에 오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고생이 컸다 고 털어놓으며 현재 단계는 뿌리를 내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강 신부 말처럼 참여하는 교회 소공동체 중심의 교회를 지향하는 창원 가음동본당의 현재까지 과정은 성공한 사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당이 복음적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가음동본당은 분명히 눈여겨볼 만한 본보기이다.
강 신부는 또 이렇게 전 신자들이 함께 하는 교회 공동체를 가꿔가는 데 필요한 사목자ㆍ지도자의 자세와 관련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했다. 공동체로부터 그가 우리를 위해 해줬다 는 말을 들으면 나쁜 지도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도록 그가 도와줬다 는 소리를 들으면 그저 그런 지도자입니다. 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이를 해냈다 는 소리가 나오면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 [at] pbc [dot] co [dot] kr
[평화신문 200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