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웹의 운영 컨셉에 대하여 (위키 vs. 게시판)

본당웹을 책임지고 틀을 만든 제가 본당웹의 성격과 방향에 대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다음 글은 KLPD 위키 설명서를 참고하고, 일부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특히 글을 올리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봉사자 권한이 있으신 교우님과 전체적인 운영을 책임지는 운영자님들이 일단 알고 넘어가야 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의 피와 살이 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만 내용이 좀 길어서.... ^^;)

바로 웹의 게시판(Bulletin Board)방식과 Wiki(위키)의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게시판(Bulletin Board)에 대해서는 웹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게시판은 간단히 다음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권한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다.
  2. 내가 올린 글에 대해서는 나만이 그 글을 편집,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3.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은 내가 수정할 수 없다. 다만 허용된 댓글을 달 수 있다.
  4. 관리자가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잘못된 글을 삭제할 수 있다.

그러나 Wiki(위키)방식은 이와 사뭇 다릅니다.(참고로 Wiki는 하와이말로 "빨리"란 말이며, 보통 Wikik Wiki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빨리 빨리"란 의미가 내포된 말입니다. 컴퓨터의 오픈소스라 불리우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식의 공유와 발전이란 고민속에서 탄생한 개념이면서 동시에 웹 솔루션이기도 합니다. 저희 본당웹은 위키방식의 공동 컨텐츠관리와 나눔방같은 게시판이 함께 존재합니다. 나눔방 포룸은 게시판 형식을 띠며, 나머지는 모두 위키방식입니다. 단, 행사달력, 본당소식, 공지사항과 같은 경우는 운영자만의 위키입니다.)

  1. 권한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
  2. 자신이 올린 글도 다른 사람이 편집, 수정할 수 있다.
  3. 다른 사람이 올린 글도 내가 편집, 수정할 수 있다.
  4. 관리자 개념이 없다. 누구나 고칠 수 있고 누구나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 전부가 관리자이다.

1번 항목만 빼고, 게시판과 위키의 나머지는 개념이 완전히 다릅니다. 게시판에 익숙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본당웹을 접할 때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내 글에 대한 편집, 삭제권을 내가 가지고 있는 있는 게시판 사용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내가 쓴 글을 나의 동의도 받지도 않고, 바꿀 수 있다니, 이건 말도 안돼!!"
"너무 많은 봉사자들이 본당웹에 글을 쓰면, 어떻게 일일이 관리를 하지?"

하며, 선뜻 납득이 되지않는 교우님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글은, 상식적이고 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진 여러 사람들에 의해 시간이 흐르면서 다듬어질 수 있다면, 더 훌륭한 글로 완성될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이 위키(Wiki)의 개념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한 예로, 백과사전 분야를 보겠습니다. 그동안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의해 수십년 동안 다음어진, 최고의 백과사전이죠. 그러나 세상에 선보인지 불과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위키페디아(wikipedia.org) 온라인 백과사전이 이미 컨텐츠의 양과 질에서 브리태니아 백과사전을 훨씬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위키페디아가 바로 위키방식으로 전세계적으로 지식공유를 갈망하는 수없이 많은 자원 봉사자들에게 의해 각 나라의 언어로 백과사전의 컨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지금도 계속 그 내용이 수정되고, 새로 입력되고 있습니다. 저역시 위키페이디아 백과사전에 글을 올리고,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누구나 그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얼마든지 백과사전내에 올리고, 다수에 의해 편집되고, 발전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예로, 얼마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주몽의 경우, 한글 위키페이디아 온라인 백과사전에는 중국과 고구려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몽이 관심을 끌면서 수많은 학자, 전문가, 비전문가의 정보입력과 수정으로 엄청난 양질의 정보가 채워졌습니다. 그로 인해 이전보다 고구려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정보를 우린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위키페디아 온라인 한글 백과사전의 경우, 글을 올리고, 수정, 편집하는 사용자가 무려 1만4천명이 넘습니다. 그에 반해 운영자는 단 10여명 정도입니다. 수많은 사용자들이 글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소수의 운영자에게 의해 잘 돌아가고 있는 위키의 대표적인 모범사례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10여년전 초창기 위키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위키방식을 따른 웹은 쓰레기 정보로 가득차지 않을까 우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공동으로 컨텐츠를 관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행위가 그 컨텐츠를 더욱 풍부하고, 수준있는 양질의 내용으로 발전시켰고, 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이 위키페디아 백과사전을 통해 입증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위키는 규칙이 없는 곳일까요 ?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 게시판에서는 그 게시판의 규칙에 벗어난 정해진 관리자가 있어서 그 게시판을 통제하지만, 위키는 모든 구성원 모두가 통제력을 가지며 스스로를 통제하는 곳입니다.

위키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충분히 상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그 상식을 가리켜 우리와 남을 위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 자신은 위키를 통해 다음과 같은 상식적인 일을 하게 되며, 서로 돕습니다.

  1. 남이 쓴 글은 조심스럽게 고친다. 토씨가 잘못 된 것은 쉽게 고쳐줄 수도 있다.
  2. 남이 쓴 잘못된 정보를 말없이 고치기할 수 있다. 불필요한 잡음의 글타래를 만들 필요가 없다.
  3. 페이지의 모든 내용을 함부로 지우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4.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지우기도 한다.
  5. 누구를 위해 글을 쓰고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글인가를 생각한다.

위키에서는 엄밀히 컨텐츠에 대한 관리자가 존재하지도, 존재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사용자들이 올리는 컨텐츠가 안전하게 저장되고, 부주의로 인한 실수로 내용이 삭제되어나 잘못 편집되는 일을 막기 위한 시스템적인 안전장치(일종의 이전 글 다시 살리기같은 기능)를 마련함으로써, 우발적인 사고를 막는 것이 웹시스템 관리자 또는 운영자가 해야할 일에 해당하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모든 봉사자들이 위키의 컨셉을 따르며, 공동관리를 하는 컨텐츠들은 "페이지 삭제"기능이 없습니다. 삭제를 하게되면, 복구가 불가능해지며, 삭제된 페이지의 이미 생선된 하위 페이지들은 졸지에 상위 링크를 잃어버린 "고아 페이지"가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반면, 개인이 글 편집권한을 가진 "나눔방"의 게시물들은 글을 쓴 모든 등록된 사용자에 의해 삭제가 가능합니다.

어찌보면, 요즘 한국의 뉴스포털 사이트에 흔히 보이는 무책임한 댓글이나 게시판 글을 보면, 게시판 방식의 부작용이 더 심한 것 같은 느낌마져 듭니다. 또한 뭔가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같은 것이 작용하여, 다른 게시판에서 게시판으로 퍼오기 행위가 많이 반복됩니다. 그리고 퍼온 글은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재편집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뒤쪽 페이지로 밀려나 사용자들 눈에서 멀어지게 됩니다.(그렇다고 게시판 방식의 웹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시판도 나름대로 특별한 시기의 공지나 의견개진을 할때 필요합니다.)

위키의 눈으로 보면, 좋은 글과 정보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해 다듬어지고, 다시 목록이 재조정되면서, 만들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로 본당웹에서 초기에 아무리 우리 단체를 멋드러지게 소개해놓아도 시간이 지나고, 단체장이 바뀌면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같은 소개글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내용이 달라지면서 계속 바뀌어야 하죠. 그 일을 꼭 단체장이 하란 법도 위키에는 없습니다. 봉사를 열심히하시는 단체장님이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하시고, 타자를 못칠 수도 있죠. 바로 그럴때, 누구나 그 단체를 잘 아는 분이 대신 소개페이지를 꾸며주고, 내용을 대신 채워줄 수 있고, 또 잘못된 부분을 또 다른 분이 수정해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위키입니다. 또한 웹을 꾸미시는 실력자가 많은 단체나 공동체는 내용이 알뜰하게 채워져는 반면, 그렇치 못한 곳은 썰렁한 불균형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균형있게 잡아줄 수 있는 방안도 내용의 공동관리를 지향하는 위키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본당웹은 그러한 위키를 지향하고자, 여러 봉사자 교우님들에게 아주 일부분(본당의 소식과 달력과 같은 부분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분에 글 작성, 편집권한이 부여된 것입니다. 게시판 사용에 익숙한 여러 교우님들에게 이러한 시도는 자칫, 복잡하고, 위험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왜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쳐? 욕먹으려고... " 라며, 맞춤법이 틀린 글을 보고도, 잘못 입력된 정보를 보고도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교우님들이 정확하고, 양질의 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선 위키의 컨셉을 이해하고, 서로 컨텐츠를 수정, 보안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웹을 누군가 만들었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서 정보는 점점 낡아지게 되고 그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주임신부님께서 이전 본당웹에 올라오는 광고성 스팸메세지를 지우느라 적지않은 시간을 낭비한다고 하십니다. 물론 스팸메세지가 올라오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방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키의 공동관리 개념을 도입해, 다른 분들이 그런 부적절한 글을 편집할 수 있다면, 몇몇 관리자에게 의존하여, 글을 지워줄때까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나에 의해 불필요한 메세지가 관리되어 양질의 컨텐츠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당장 이러한 시스템에 적응하시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그랬구요.) 천천히 웹을 둘러보시면서, 게시판 방식에 익숙하셨던 내 글에 대한 소유개념을 털어버리시고, 공동 관리를 지향하는 위키의 세계의 경험해보시면서, 다른 분이 쓴 글을 존중하고 더 발전시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내용을 꾸몄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위키방식의 웹을 구성하여 잘 적응하게 되면, 우선 다음과 같은 점이 달라집니다. 우선 다른 사람의 글을 좀더 꼼꼼하게 보게 됩니다. 잘못된거 있으면 고쳐줘야하니까요.. ^^; 그리고 그 사람의 글에 나의 시간과 노력을 첨부하여 더 나은 글로 향상시켜줍니다. 이런 특징이 우리 공동체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입니다만, 우리 공동체가 위키방식의 관리능력이 갖춰지면, 가까운 미래에는 본당 모든 교우들에게 의해 내용이 수정되고, 편집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더 나아가 본당밖 관심있는 분이나,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오픈을 할 수 있게 되면 더 좋치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현재는 본당웹은 누구나 내용을 볼 수 있지만, 글을 쓰려면 등록이 원칙상 본당신자만 가능하고, 향후 특별히 초청된 분들 외에는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반면 위키는 더 넓은 세상, 더 많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지식공유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P.S.

본당웹 내용을 수시로 정리하여, 한글 위키페디아 (http://ko.wikipedia.org)에 "미국 천주교 산호세 한국 순교자 성당" 이란 타이틀로 백과사전안에 본당의 설립과 역사, 등등을 직접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자료는 향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 온라인 백과사전의 한 부분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