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성서란 무엇인가?

천주교는 ‘성서’(聖書), 또는 ‘성경’(聖經)이라고 하는 경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서는 “하느님께서는 어떤 분이신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인간은 어디에서 참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 등 인간이 제기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의미심장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들려 줍니다. 우리는 천주교 신앙을 갖기 전부터 문학 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하여 창조 이야기나 모세 이야기, 예수님의 탄생과 생애에 관한 이야기 등 성서의 일부 내용과 이미 친숙해 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를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전부가 하느님의 계시로 이루어진 책으로서 진리를 가르치고 잘못을 책망하고 허물을 고쳐 주고 올바르게 사는 훈련을 시키는 데 유익한 책입니다. 이 책으로 하느님의 일꾼은 모든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2디모 3,15-17).

계시의 두 원천

천주교는 성서와 성전(聖傳)을 똑같이 하느님 계시의 원천으로 삼고 있습니다. 성서는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며, 성전은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성서와 성전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고 공통되는 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는 하느님의 똑같은 샘에서 흘러나와 하나를 이루며, 같은 목적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만으로는 교회가 모든 계시에 대한 확실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똑같은 열성과 경외심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합니다.

성 서

성서는 문자 그대로 ‘거룩한 책’, 곧 ‘하느님께서 당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시는 책’(계시의 책)으로서 ‘인간에 대한 구원과 사랑의 약속을 담은 책’입니다. 성서가 쓰여진 목적은 “사람들이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주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요한 20,31)입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내용은 하느님, 예수 그리스도, 인간의 상호 관계,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와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한 가르침 등을 담고 있습니다. 성서는 한 권의 책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한데 모아 놓은 ‘전집’(全集)이라고 할 수 있으며 크게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로 나뉩니다. 성서는 기원전 10세기부터 기원 후 1세기까지 천 년 이상에 걸쳐 쓰여졌습니다.

성서는 비록 인간의 손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하느님께서 인간의 지성과 의지를 움직이시어 당신께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쓰게 하신 거룩한 책입니다. 성서의 저자들이 썼다 할지라도 성서의 원저자는 하느님이십니다. 성서 저자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여러 가지 문학적 형식을 이용하여 인간 구원의 역사를 기록한 것입니다.

구약성서

구약성서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통하여 이루셨던 인간 구원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먼저 한 민족을 선택하셨는데, 바로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이집트 탈출, 곧 민족 해방을 하느님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셨는데, 그것은 “나는 너희 가운데 살며 너희 하느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리라.”(레위 26,12)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만을 믿고 따라야 할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이 계약을 옛 계약, 곧 구약이라고 합니다.

구약성서의 내용

구약성서에는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법률, 종교, 관습, 문화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통하여 인류 가운데에서 실현하시려는 계획이 무엇인지, 하느님의 백성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밝혀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먼저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신 것은 그들과 함께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면서 장차 온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당신의 궁극적인 인간 사랑을 보여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구약성서는 모두 46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에 따라서 모세 오경, 역사서, 지혜 문학서, 예언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신약성서

하느님께서는 구약의 계시를 통하여, 이스라엘 민족과 맺으신 계약을 확대하여 모든 민족을 상대로 ‘새 계약’을 맺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정하신 때가 이르자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셨고, 그 아드님을 통하여 모든 인간의 구원을 위한 ‘새로운 계약’(신약)을 맺으셨습니다. 신약성서에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그분께서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 우리의 구세주시라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제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었던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입에서 입으로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격 증인들이 사라져 가고, 또한 그리스도교 신앙이 팔레스티나 땅을 벗어나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되자 그분께 대한 신앙을 일으키고 전파하기 위하여 그분의 가르침과 행적을 기록하여야 했습니다. 신약성서는 이렇게 해서 쓰이게 된 것입니다.

신약성서의 내용

마태오 복음, 마르코 복음, 루가 복음, 요한 복음에는 예수님의 생애와 죽음, 말씀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네 복음서는 모두 “예수님께서 그리스도 곧 구세주로서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며, 그분께서 곧 하느님이시다.” 하는 신앙 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신약성서는 모두 27권으로 이루어졌는데, 네 복음서 외에도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적 삶과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사도행전’, 사도들이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에게 보낸 신앙에 관한 편지들, 그리고 묵시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거룩한 전승[聖傳]

성서에 보면, “예수께서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하셨다. 그 하신 일들을 낱낱이 다 기록하자면 기록된 책은 이 세상을 가득히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요한 21,25) 하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처럼 기록된 것 외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던 사람들의 공동체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위탁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것을 ‘거룩한 전승’[聖傳]이라고 합니다. 가톨릭 교회는 성전과 성서를 하느님 말씀의 단일한 위탁물로 보고 똑같이 소중하게 여깁니다.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성서)이나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성전)에 대한 유권 해석은 교회의 공식적인 권위(교도권)에만 맡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도권은 하느님의 말씀보다 높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전과 성서와 교회의 교도권은 어느 하나가 없으면 다른 것이 성립될 수 없고, 각각 고유한 방법으로 한 성령의 작용 아래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약속에 대해서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자로 기록된 성서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말해 줍니다. 우리는 성서에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스러운 뜻과 인생의 의미, 우리 삶의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서보다 더 소중하고 빛나는 교리서는 없습니다. 성서를 읽지 않으면 예수 그리스도를 알 수 없으며, 신앙 생활에서 얻어지는 참되고 충만한 기쁨을 맛볼 수 없습니다. 성서를 가까이 두고 자주 읽으면서 삶의 지표로 삼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