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전례 음악 어떻게 준비할까? <1>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heonkim [at] liturgynmusic [dot] com)
미사 전례를 포함한 모든 전례는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교회의 활동이므로 탁월하게 거룩한 행위이며, 그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비교할 수 없다(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거룩한 공의회」, 7항 참조). 이처럼 교회의 가장 거룩한 행위인 성대한 전례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음악이 있다(전례 헌장, 112항).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미사 각 부분의 전례적 의미와 음악의 봉사적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미사 전례의 시작 예식과 그에 관계되는 음악에 대해 다루고, 다음 호에서는 말씀 전례와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1. 시작 예식
미사 전례는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나누어지지만 이 두 큰 식탁은 서로 긴밀히 결합되어 단 하나의 하느님 경배 행위를 이룬다. 미사에서 주님의 몸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의 식탁이 차려지며 이 식탁에서부터 가르침과 음식이 신자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두 큰 식탁에는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 부분이 첨가되어 있다(2002년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28항 참조: 이하 ‘총지침’으로 표기).
시작 예식은 말씀 전례 앞에 오는 예식으로서 입당, 인사, 참회 행위, 자비송, 대영광송 그리고 본기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사 전례의 시작과 하느님 말씀을 들을 준비의 성격을 지닌다(총지침, 46항 참조). 이러한 “예식들의 목적은 한데 모인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고,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로 듣고 합당하게 성찬 전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시키는 데에 있다”(위와 같음). 그러나 미사 전에 다른 예식이 있거나 시작 예식을 다른 예식과 함께 거행하는 경우에는 시작 예식의 인사와 참회 부분이 생략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부활성야 예식, 재의 수요일의 재 축복,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성지 축복과 행렬, 주님 봉헌 축일의 초 축복과 행렬, 세례 예식 등을 미사 전에 거행하는 경우이다.
1) 입당
입당 행렬은 지성소로 향하는 사제와 봉사자들의 장엄한 입장일 뿐 아니라 전례 공동체를 이루는 신자들의 명백한 표현이 된다. 전통적으로 서방 전례에서는 주례자와 봉사자들이 입당할 때 노래가 불리는데, 이 노래의 목적은 미사 전례를 시작하고 함께 모인 이들의 일치를 강화하며, 전례시기와 축제의 신비로 그들의 마음을 이끌고, 그들이 사제와 봉사자들의 행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총지침, 47항 참조). 이렇게 입당 노래의 중심은 전체 회중에게 있으며 입당하는 사제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입당 행렬과 관련하여 본당에서 생기는 성가대 지휘자와 사제의 갈등 중 하나는 입당 노래를 얼마나 길게 노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전례 음악가들은 이 노래의 목적을 충분히 살리려면 보통 한국교회에서 하듯 한 절만 노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교우들이 입당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충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구원의 신비를 거행할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또 보통 찬미가의 가사 전체가 한편의 시(詩)라는 것을 생각할 때 가사 전부를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제들은 이를 수용하여야 한다.
입당 노래를 부르는 방법으로 총지침 48항은 성가대와 백성이 교대로 부르거나, 선창자와 백성이 교대로 부르거나, 백성 전체가 함께 부르거나 또는 성가대만이 부를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노래는 행렬 노래이기에 기악 연주나 침묵도 가능하다.
입당 노래 때 부르는 노래의 본문은 로마 화답송집(Graduale Romanum) 또는 단순 화답송집(Graduale simplex)에 있는 시편과 대경(후렴, antiphona)을 사용하거나, 예식이나 축일 또는 전례시기에 알맞은 다른 노래(찬미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가사는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총지침 48항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축일이나 전례시기에 알맞은 노래 가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1969년 미국 주교회의의 결정을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 미사 예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적합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신자들 자신이 바로 예배 공동체라는 것을 의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제대에 인사하고 신자들과 함께 십자성호를 그은 사제는 신자들에게 인사한 후 참회 예식을 시작한다.
2) 참회 행위(예식)
주례 사제는 참회하도록 신자들을 초대한 다음, 교우들의 성찰을 돕고자 잠시 침묵 시간을 주어야 한다(총지침, 51항 참조). 그리고 “주일, 특히 파스카 시기의 주일에는 참회 예식의 관습 대신에 경우에 따라 세례를 기념하여 물을 축복하여 뿌리는 예식(성수 예식)을 할 수 있다”(총지침, 51항).
이렇게 성수 예식을 할 때에는 교송이나 그에 적합한 노래를 부른다. 최근까지 ‘아스페르제스 메’(Asperges me) 예식이라고 알려진 이 예식은 주일 교중미사 전에 행해졌다. ‘Asperges me’라는 말은 시편 “히솝의 채로 내게 뿌려 주소서. 나는 곧 깨끗하여지리이다. 나를 씻어주소서. 눈보다 더 희어지리다.”(50[51],9 )에서 나왔으며, 또 부활시기에 부르는 ‘비디 아쾀’(Vidi aquam)의 가사는 에제키엘서의 “나는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다.”(47,1.8.9 참조)에서 따왔다. 물론 이 두 곡 이외에도 성수 예식에 어울리는 다른 성가들을 부를 수 있다.
성수 예식을 하는 경우, 이 예식을 마치면 곧바로 대영광송을 노래하거나,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을 경우에는 곧바로 본기도를 바치게 된다.
3) 자비송(Kyrie eleison)
희랍어로 된 자비송(Kyrie eleison: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은 상당히 길고도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4세기 이전에 이 환호는 호칭기도(litany, 連禱) 때에 각 청원에 대한 신자들의 응답으로서 동방교회에서 먼저 사용되었다. 곧 부제가 기도의 지향을 발표할 때마다 신자들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통상적으로 대답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교황 젤라시오(492-496년 재위)는 동방교회의 이 기도 형태를 말씀 전례의 결론으로 사용하던 오래된 ‘보편지향기도’의 한 형태로 바꾸면서, 보편지향기도 끝에 이 응답을 덧붙이도록 지시하였다. 이때부터 이 환호송은 미사의 시작 부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렇게 100년이 지난 뒤 미사 전례가 너무 길다고 생각한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년 재위)는 미사를 좀 더 짧게 만들고자 특별한 날에는 기도의 지향 없이 대답(“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만을 노래하도록 허락하였고, 이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정형화되었다.
만약 이 자비송이 참회 예식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곧 성수 예식을 하였거나 참회 예식에서 자비송을 포함하고 있는 ㉰ 형식을 바치지 않았으면, 참회 행위 다음에 언제나 자비송을 바친다(총지침, 51-52항 참조). 그러나 많은 본당에서는 자비송이 포함된 ㉰ 형식(“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을 사용하고도 자비송을 노래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자비송을 두 번 하는 것이기에 피해야 한다.
“자비송은 신자들이 주님께 환호하며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보통 신자 모두가 바친다. 곧 백성과 성가대 또는 백성과 선창이 한 부분씩 맡아 교대로 바친다”(총지침, 52항). 그러나 늘 성가대와 회중이 교대로 하는 것보다 주례자와 회중이 교대로 노래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는 주장도 있으며, 성가대만이 노래할 수도 있다.
또 “자비송의 환호는 보통 두 번 반복하게 되지만 언어나 음악의 특성 또는 상황에 따라 더 많이 반복할 수도 있다”(총지침, 52항). 이렇게 노래로 하는 자비송은 입당 성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참회 예식의 부분으로서 자비송을 노래할 때는 각 환호 앞에 ‘수식문’(이를 trope라 한다.)을 덧붙일 수 있는데(총지침, 52항), 한글 미사 통상문에서는 ㉰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용서하러 오신 주님, ... ”).
이 자비송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래할 수 있지만, 노래로 할 경우, 반드시 짧고 단순한 곡이어야 한다. 만일 거창한 곡을 노래하게 된다면, 시작 예식이 지나치게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작 예식에서 가장 비중이 큰 노래는 ‘대영광송’이기 때문에 이 대영광송을 제대로 살리려면 자비송은 짧고 간단한 곡을 노래하거나, 그냥 낭송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순시기나 대림시기에는 대영광송이 없기 때문에 다소 긴 또는 다성음악으로 된 자비송도 괜찮을 것이다.
자비송이 끝나면 사순시기와 대림시기를 제외하고는 곧바로 ‘대영광송’을 노래해야 한다.
4) 대영광송(Gloria)
총지침 53항은 대영광송을 “성령 안에 모인 교회가 아버지와 어린양께 찬양과 간청을 드리는 매우 오래되고 고귀한 찬미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대영광송은 성서의 시편과 찬미가들을 본떠 만든 초대 그리스도교 찬미가의 보고에서 나온 유산이다. 희랍과 시리아 원전에서 최초로 발견되는 이 찬양 노래는 부활 대축일 새벽 찬미가로 사용되었으며, 점차 아침기도의 종결부에 놓이게 되었다. 또 6세기 초에 이미 로마 미사와 합치되었지만 주교가 주일미사를 주례할 때와 순교자들의 축일에만 노래하도록 유보되었다. 사제들은 오직 부활성야에만 노래 부를 수 있었지만 11세기부터는 주일미사와 모든 축일에 대영광송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
비잔틴 교회에서는 대영광송이 이미 일찍부터 아침기도의 구성 요소가 되어있었던 데 비해, 서방에서는 특별한 축일 미사 전례 시작에 대영광송이 자리하였다. 1970년 새로 개정된 『미사 전례서』에 따르면 대영광송은 “대림시기와 사순시기 밖의 모든 주일, 대축일과 축일, 그리고 성대하게 지내는 특별한 거행 때에 노래하거나 낭송한다.”(총지침, 53항)라고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내용을 가진 기쁜 찬미가인 이 대영광송은 특정한 주일과 대축일의 축제적이고도 특별한 성격을 강조한다. 앞에서 말한 대영광송의 제한적인 사용, 곧 대림시기와 사순시기를 제외한 주일에만 그리고 대축일과 축일에만 대영광송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 역시 대영광송의 특별하고 장엄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대영광송은 원래 모든 회중이 함께 부르는 노래였기에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단순하게 작곡되었다. 그러다가 정교한 음악적 기교들의 발전과 더불어 대영광송은 오직 성가대만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신자들도 기본적으로 이 노래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고대의 찬양 찬미가는 이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영광송은 이제 주례자뿐만 아니라 선창자 또는 성가대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다음 본문은 모두 함께 노래하거나, 백성과 성가대가 교대로 또는 성가대가 홀로 노래한다”(총지침, 53항). 이렇게 총지침은 대영광송을 성가대만 노래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전례의 공동체성을 살리려면 온 회중이 함께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축제의 기쁨이나 장엄성을 드러내려면 성가대의 아름답고 웅장한 합창도 좋을 것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일부 본당에서는 신자들과 사제 그리고 성가대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사의 모든 노래를 모든 신자가 함께 불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사 전례가 공동체의 예배 행위라 하여 미사 중 독서를 모든 신자가 함께 읽어야 하는 법도, 주례사제의 기도를 같이 하는 법도 없다. 독서자나 주례사제는 신자를 대표한다. 성가대 역시 신자들의 일부이다. 따라서 성가대의 노래는 바로 우리의 노래라는 의식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성가대는 신자들의 참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할 때에는 어떤 미사에서든 모든 신자가 찬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아는 노래를 골라야 하겠다.
대영광송은 찬미의 노래이기 때문에 일어서서 부르지만, 성가대만이 노래할 때에는 미국교회의 경우, 신자들은 앉도록 허락하고 있다.
대영광송은 다른 어떤 노래로 대체할 수 없으며, 본문 역시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총지침, 53항 참조). 그리고 총지침의 같은 항에서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을 경우는 모두 함께 낭송하거나 두 편으로 나누어 교대로 낭송한다.”라고 되어있는데, 이렇게 대영광송을 노래로 부르지 않고 낭송하는 경우, 이 노래의 축제적 성격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생각하고 반드시 노래로 부를 것을 권한다.
입당 노래, 자비송에 이은 대영광송의 노래는 신자들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점도 있지만 입당 예식을 너무 비대하게 만들게 된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만약 입당 노래를 하는 경우에는 자비송과 대영광송 모두를 노래로 부르지 않는 것이 좋다. 대영광송이 없는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는 자비송을 노래하고, 자비송과 대영광송을 모두 노래로 해야 할 경우에는 자비송은 ㉰ 형식을 선택하여 낭송하고 대영광송을 노래하도록 하자.
[사목, 2005년 5월호, 주교회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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