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 - 성모 발현 동굴 위에 지어진 성당들

평화신문 - 2008. 01. 27발행 [955호]

"[루르드 성모 발현 150돌] 3 - 성모 발현 동굴 위에 지어진 성당들 "

하나처럼 보이지만 독립된 3개 성당

루르드 성지에 들어서면 웅장한 대성당과 마주하게 된다. 여느 유럽 도시 주교좌성당처럼 광장을 낀 고딕풍의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이 성당은 장대한 하나의 건축물로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3개의 성당 건축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세 성당은 아래에서 위로 '로사리오 대성당''동굴 성당''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 이곳에 성당을 지어라

이 세 성당은 성모 마리아가 베르나데트에게 발현한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에 지어졌다. 이곳에 아름다운 성당이 세워진 연유는 바로 루르드에 발현한 성모 마리아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는 1858년 3월 2일 13번째 발현에서 베르나데트에게 "사제들에게 전해 이곳에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게 하고, 이 곳에 성당을 짓게 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루르드 성모 발현 4년 후인 1862년 1월 18일 루르드 관할인 타르브교구장 로랑스 주교는 성모 발현을 공식 인정한 후, 성모 마리아의 소망에 응답하기 위한 성당을 동굴 위에 지을 것임을 밝힌 후 곧바로 성전 건립에 착수했다.
 
▨ 동굴 성당

'동굴 성당'은 루르드에서 첫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지금은 위 아래 큰 성당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놓치기 십상인 작은 성당이다.

이 성당은 로사리오 성당 지붕격인 황금색 '천상모후의 관' 뒤편,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정문 계단 중앙 교황 초상 아래에 위치해 있다. 동굴 성당은 1862년 착공해 1866년 5월 19일에 완공됐다. 타르브교구장 로랑스 주교가 주례한 성당 축복식에는 베르나데트도 참례했다.

동굴 성당은 이름 그대로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마사비엘 동굴 바로 위에 지어졌다. 제대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기념해 발현 장소 바로 위에 설치했다. 그래서 동굴 성당은 성모 발현 동굴과 함께 '루르드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다.

동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소박함과 단순성을 묵상하게 하는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성당에 들어서면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숙연해진다. 화려한 장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3개의 뾰족 아치와 28개의 대리석 기둥이 전부이다. 대리석 기둥도 하단부는 흑색, 상단부는 밝은 미색으로 구분해 멋을 냈을 뿐이다. 성당 내부는 폭 10m, 높이 4.2m, 길이 25m. 신자석도 휠체어 5대가 들어갈 공간과 120명이 앉을 자리가 고작이다.

성모 발현 장소 바로 위에 있는 중앙 제대는 1966년과 1973년 개수됐고, 24시간 내내 성체가 현시돼 있다. 제대 뒤편에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 안치돼 있다. 한 마디로 오늘날 동굴 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한 '성체 조배 성당'인 셈이다.
 
▨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

13세기풍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1866년에 착공, 1871년에 완공됐으며 1876년 7월 2일 봉헌됐다. 성모 발현 동굴로 부터 20m 높이의 절벽 꼭대기에 지어졌을 뿐 아니라 세 성당 중 가장 위에 있다해서 '윗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성당은 길이 51m, 너비 21m의 대리석 건축물로 종탑 높이만 70m가 된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동굴 성당의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이다. 웅장하고 화려하다. 동굴 성당이 소박한 시골 처녀 같다면 이 성당은 명문가의 귀부인 같은 분위기다.

대성당 중앙 제대를 중심으로 15개의 경당이 있다. 각 경당들은 로사리오의 성모, 승리의 성모, 가르멜 산의 성모 등에게 봉헌됐다. 중앙 제대 상단부 3개의 창에는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주제로, 나머지 23개 창에는 루르드 성모 발현과 성녀 베르나데트의 일생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색유리화가 장식돼 있다. 천정에는 샹들리에들이 매달려 있고, 내벽은 순례자들이 봉헌한 '성모 깃발'과 '대리석 봉헌판' '유물함 은궤'들로 꾸며져 있다.

▨ 로사리오 대성당

로사리오 대성당은 순례자들이 너무 많아 윗 성당들 만으론 감당할 수 없어 지어진 성당이다. 이 성당은 돔이 있는 신 비잔틴 양식으로 1881년 착공, 1889년에 완공된 후 1901년 10월 6일 봉헌됐다. 로사리오 대성당은 많은 수의 순례자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설계돼 신자석에는 기둥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성당 크기가 길이 52m, 너비 48m에 불과하지만 2000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로사리오 대성당의 외형은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인 물고기와 밀알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돔 위에는 황금색 '천상 모후의 관'이 모셔져 있다.

"성모님이 항상 묵주를 들고 나타나셨다"는 베르나데트의 증언을 토대로 이 성당은 묵주기도 환희ㆍ고통ㆍ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는 15개 경당으로 꾸며져 있다. 각 경당마다 묵주기도 각 신비의 주제를 나타내는 모자이크화를 장식해 놓았다.

▨ 제대로 순례하기

성모 발현 동굴 제대에서부터 찬찬히 세 성당을 둘러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고딕과 비잔틴 양식의 차이점을 음미하면서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동굴 성당은 순례자들을 위해 4월에서 10월까지 한 밤부터 새벽 7시까지 성체조배를 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24시간 성체가 현시돼 있기에 침묵을 지켜야 한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선 세계 각 교구에서 봉헌한 성모 마리아 깃발을 빠트리지 말고 볼 것을 추천한다. 민족별 교구별 성모 신심이 어떠한지를 가늠해 보는 흥미를 제공해 준다.

또 중앙 제대 왼편 경당 벽면에는 있는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 봉헌판도 놓치지 말라. 1876년 이 성당 축성 당시 리델 주교와 리샤르, 블랑 신부 이름으로 봉헌한 이 석판에는 "조선 반도의 선교사들이 바다에서 심한 풍랑으로 고생하던 중 원죄없으신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구원되었음으로 기념해 서약에 따라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루르드 대성전에 이 석판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 [at] pbc [dot] co [dot]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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