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8/9 연중 제18주간 토요일…양승국 신부님
8월 9일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 마태오 17,14-20
그때에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주님, 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간질병에 걸려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자주 불 속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자주 물속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제자들에게 데려가 보았지만 그들은 고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와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이리 데려오너라.” 하고 이르셨다.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 호통을 치시자 아이에게서 마귀가 나갔다. 바로 그 시간에 아이가 나았다. 그때에 제자들이 따로 예수님께 다가와,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마태17,14-20)
<슬픈 광대처럼>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합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정말 마음에 새겨들을 일입니다. 병에 걸리면 컨디션 관리나 영양보충에 더욱 신경을 쓸 뿐만 아니라,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병원엘 가야지요.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합니다. 물론 기도는 당연히 해야지요. 안수도 받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안 그래도 몸 상태가 안 좋은 사람 끌고 이곳저곳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굿을 벌인다, 기(氣)치료를 한다, 심령치료를 한다며 여러 군데 다니다가 병세를 더욱 악화시킨 사람들을 봅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가 반항기가 많고,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면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분명히 심리적, 정서적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지요. 아이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보다 집중적인 사랑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에게 영적인 문제가 있다고 며칠씩 감금시킵니다. 밥도 주지 않고 며칠이고 굶깁니다. 악령을 쫓아낸다며 구타를 서슴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한 모습들이지요. 병이나 크나큰 시련이나 감당하기 힘든 문제 앞에서 우리 인간 측의 과실이나 실수인지, 아니면 정말 악의 세력에 의한 것인지 잘 식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끔씩 우연의 일치로 선무당도, 돌팔이도, 용감 무식한 사람도 제대로 맞출 수가 있습니다. 한건 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럴 그런 사람들 더욱 무섭지요. 기고만장해집니다. 사기충천합니다. 메시아라도 된 듯합니다. 뭐든 다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허락하셔서, 개인적 능력 발휘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 확장을 위해서 겸손하게 사용하라고 주신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R)
하느님께서 도와주셔서 몇 번 치유의 능력을 발휘한 후 제자들은 잔뜩 겉멋이 들었습니다. 스승님께서 치유활동하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봐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잔뜩 목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인간적인 마음으로 치유를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 이상한데, 분명히 잘 됐는데, 이게 아닌데...’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둘러선 사람들이 의혹에 찬 시선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들 사이비 아냐?’하는 수군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마치 묘기부리다 떨어진 슬픈 광대들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자들이 갑자기 이토록 당혹한 현실 앞에 직면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제대로 지적하신 것처럼 제자들이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결국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 하나는 이것입니다. 기도가 배경이 되지 않는 사목이나 치유활동은 헛것입니다. 사이비 무당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도가 선행되지 않는 봉사나 사도직 활동은 자기과시일 뿐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늘 당부하십니다.
“항상 기도하십시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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