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8/16 연중 제19주간 토요일…양승국 신부님
8월 16일 연중 제19주간 토요일-마태오 19장 13-15절
그때에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에게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셨다. (마태 19,13-15)
<활짝 열린 교회>
어린 시절, 서울 근교에 살았었는데, 교통편이 열악해서 미사 다니기가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일 어린이 미사에 갔더니, 희소식 한 가지가 발표되었습니다.
보좌신부님 말씀이 저희 집 가까운 곳에 새로운 본당이 세워지니, 그쪽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그쪽 본당으로 가라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잔뜩 기대를 안고 새로운 본당으로 갔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다들 실망감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당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대신 흙바닥 위에 커다란 군용 천막 하나가 달랑 쳐져 있었습니다. 아무리 비닐로 막고, 철사로 꿰매도 천막성당은 세찬 한 겨울의 칼바람을 막아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갈수록 군용 천막 성당이 좋아졌습니다. 여름에는 땀을 비 오듯이 흘렸고, 겨울에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지만, 그 성당이 점점 더 마음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곳 주임신부님으로 오셨던 파란 눈의 젊은 외국 신부님 때문이었습니다. 그 신부님, 한국말은 엄청 서툴렀지만,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특별히 어린이들을 각별히 챙겨주셨습니다.
어린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성당으로 가면, 신부님은 언제나 성당 마당에 나와 계시다가 저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수단 주머니에는 일주일 동안 아껴두셨던 사탕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크신 품으로 춥고 배고팠던 저희들을 언제나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신부님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어린이들이 예수님 가까이 다가오자, 계속되는 공생활로 인해 피곤에 지친 예수님의 보디가드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밀쳐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신 예수님께서 화까지 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예수님의 철학, 예수님의 인생관, 예수님의 가치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말씀입니다. 예수님 눈에는 모든 인간이 다 존귀했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는 생명 붙어있는 모든 인간이 다 하느님의 모상이자 거룩한 창조물이었습니다. 그 어떤 차별도 없었습니다.
이런 예수님의 가치관 앞에 오늘의 우리 교회 공동체, 가슴에 손을 얹고 심각하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도 개방적이셨습니다. 이 세상 단 한사람도 당신 사목의 대상,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회의 문도 너무나 당연히 활짝 열려있어야 하겠습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어른이든 코흘리개 어린이들, 잘 나가는 사람이든 인생이 꼬이고 꼬인 사람이든, 그 어떤 사람이든 기꺼이 맞이하는 교회가 바로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특별히 상처 입은 사람들, 가슴 아픈 사람들,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벽난로와 같은 장소가 바로 우리 교회여야 하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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