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9/20 연중 제24주간 토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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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 루카 8,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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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많은 군중이 모이고 또 각 고을에서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발에 짓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먹어 버리기도 하였다.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 버렸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함께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고 외치셨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비유의 뜻을 묻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길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 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루카 8,4-15)


<제게 뿌려진 은총의 말씀들>

며칠간 세미나를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형제들을 위해 보다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겠는가?’하는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를 위해 훌륭한 강사께서 물 건너 오셨습니다.

제대로 된 형제적 봉사를 위해 리더십, 조직력, 친화력, 참신한 아이디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등등 여러 덕목들이 요구되지만, 보다 우선적이고 중요한 덕목은 ‘영적생활에 우선권을 두는 삶’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제대로 된 봉사를 하기 원한다면 다른 무엇에 앞서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 참으로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었습니다.

영적으로 충만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복잡한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심산유곡에 위치한 봉쇄 수도원으로 들어가서 하루 온종일 기도 속에 보내는 사람일까요? 하루 10시간 이상 감실 앞에 앉아 성체조배에 전념하는 사람일까요?

그보다 영적인 사람은 성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내면 깊숙이 자리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사람, 무얼 하든지, 먹든지, 마시든지, 운동을 하든지,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사람이야말로 영적인 사람입니다.

기도, 미사, 영적 독서, 피정뿐만 아니라 공부 휴식, 운동, 취미활동, 잠을 잘 때에도 하느님과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은 바로 영적인 사람이며 제대로 된 영성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기보다는 성령의 활동에 많은 부분을 내어맡기는 사람, 밤이슬 내리듯, 미풍이 불어오듯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머무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영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영적인 사람이야말로 보다 효과적인 형제적 봉사를 위해 적합한 사람입니다.

좋은 말씀들을, 핵심을 찌르는 말씀들에 다들 많이 반성을 했고, 형제들과의 공동체 생활에 새로운 전망을 지니게 되어 다들 기뻐했습니다. 주님께서 보내주신 뜻밖의 선물로 여겨졌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들은 그 말씀들을 마음 깊숙이 간직하는 일입니다. 피부로 와 닿는 만만치 않는 현실 앞에서 가르침을 떠올리며 인내하는 것입니다. 인내를 통해 풍성한 결실을 맺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앞에 펼쳐진 현실은 이론과는 너무나 다르더군요. 집으로 돌아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인내심이 흔들립니다. 갑자기 다가온 잡다한 걱정거리들로 인해 숨이 막힙니다. 밀린 숙제들이 압박합니다. 그 주옥같은 말씀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제게 뿌려진 은총의 말씀들이 바람에 흩어지지 말고 제 마음의 밭 안에 뿌리내려지길 기대합니다. 지속적인 자기 비움과 낮춤으로 말씀의 씨앗들이 숨 막히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작고 초라하나마 싹을 틔우고, 작은 열매나마 맺히기를 소망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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