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2 위령의 날…양승국 신부님
11월 2일 위령의 날 - 마태오 5,1-12ㄴ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마태 5,1-12ㄴ)
<하루하루를 꽃밭으로 장식하십시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인생수업’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그녀의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 수 백 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살아있음을 가장 큰 축복으로 여겨라, 하루하루를 꽃밭으로 장식하라, 매일 매일을 충만한 기쁨으로 엮어가라’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별의 순례자이며, 단 한 번의 즐거운 놀이를 위해 이곳에 왔음을 상기시킵니다. 우리의 눈이 찬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이 아름다운 세상을 반영할 수 있겠냐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십시오.”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자신에게 다가오던 죽음을 바라보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은하수로 춤추러 갈 거예요. 그곳에서 노래하며 춤추며 놀거예요.”
2004년 8월, 78세의 나이로 별세한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장례식 때의 일입니다. 두 자녀가 그녀의 관 앞에서 작은 상자를 열었습니다. 상자 안에서는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날아올랐습니다. 동시에 조문객들이 미리 받은 종이봉투에서도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날개를 펄럭이며 파란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말마디 그대로 우리보다 앞서 이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 영혼들이 하느님 자비의 품안에 안착하게 되기를 간구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언젠가 우리의 몫이 될 죽음을 묵상하면서, 겸손하고 성실하게 이승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생각대로 이승의 삶이 다가 아닙니다. 언젠가 우리의 육신이 소멸되는 그 순간, 우리의 영혼은 한 마리 어여쁜 나비처럼 영원한 하느님 자비의 품안으로 날아오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죽음은 다름 아닌 영원한 아버지의 집으로 건너가는 생명의 다리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의 인간적 나약함과 그로 인해 빚어졌던 그 숱한 과오들, 그 많은 죄악들이 주님 사랑 안에 말끔히 씻어지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의 방황도, 더 이상의 고통도, 더 이상 눈물도 없게 되는 그 순간, 갖은 속박으로부터 훌훌 털고 일어선 우리는 꿈에 그리던 대 자유를 얻어, 영원한 아버지의 나라로 훨훨 날아가게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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