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30 대림 제1주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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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대림 제1주일-마르코 1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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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분부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마르 13,33-37)


<순도 높은 기다림>

또 다시 기다림의 때, 대림시기가 다가왔습니다. 대림절을 맞이하면서 한번 묵상해봤습니다.

가장 절박하게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기다렸던 때는 언제였던가?

아무래도 군대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얼마나 힘겨웠던지, 얼마나 길었던지, 또 얼마나 지루했던지 눈만 뜨면 ‘이제 얼마 남았지?’ 하고 꼬박꼬박 날짜를 지워나가며 제대 날짜를 기다렸습니다.

잠깐 동안 유학생활을 할 때의 기억도 끔찍합니다. 외국어, 그까이꺼, 일단 나가면 적당히 되겠지, 했었는데,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어학연수 시절,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만 봐도, 저게 KAL기인가, 저거 타고 그만 돌아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이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던지, 빨리 논문 끝내고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꽤 오래전, 갑작스런 발병으로 한밤중에 응급실 신세를 진 적이 있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죽음의 공포에 떨며 혼미한 가운데서도 뭔가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런 제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전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듯한 새파란 ‘왕초보’ 의사들만 번갈아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점점 증폭되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발 빨리 아침이 와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 제발 빨리 출근 좀 하세요!”

또 다시 도래한 이 은총의 대림시기, 우리가 지닌 ‘기다림’의 질은 어떻습니까? 강도나 수준은 어떻습니까?

이 대림시기, 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보다 열렬히, 보다 순도 높게 주님을 기다릴 일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그저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는 일이 절대 아니겠지요. 기다린다는 것, 무료하게 시간을 때우는 것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간절히 기도한다는 것, 최선을 다해 주님의 뜻을 찾는다는 것,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이리라 믿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나 자신 안에 있는 깊은 내면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 중지되었던 주님과의 영적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겠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자기중심적 삶을 탈피한다는 것, 내 지난 삶에 대한 대대적인 성찰과 쇄신작업을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겠지요.

이 대림시기, 우리도 주님을 간절히 기다리지만 주님께서는 더 간절히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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