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신앙 때문에 그 깊은 심산유곡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교우촌을 찾아가면 말은 통하지 않는데도
신부가 앉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아서,
남녀노소가 신부가 기뻐할 일 같으면 뭐든지 하려고 끊임없이 살핍니다.

어쩌다가 신부 입에서 한국어 한마디 튀어나오면
온 신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치죠.

어린 아이는 이름 모를 꽃 한송이 따가지고 와서 살짝 놓고 가고,
어른들도 조금이라도 신부가 눈길을 주는 것이 있으면
좋아하는 줄 알고 즉시 갖다 놓는 겁니다.

신부가 다음 교우촌을 향해 출발하면
교우들은 "안녕히 가십시오." 하는 말도 못하고 몰려서서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모습이 사라질 때쯤 거기 모였던 모든 교우들이 소리 높여 울기 시작하지요.

갑작스런 그들의 울음 소리에 가슴이 아파 되돌아가면
신부를 붙잡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말씀 한마디만 남기고 가시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가면 또 따라와, "더 오지 마라." 그러면
거기에 그냥 서 있지요.
깊은 산속에서 그대로 말입니다.

신부가 모퉁이를 돌아갈 때가 되면 또 웁니다.
얼마나 처절한 모습인지 모릅니다.

- 베르뇌 주교가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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