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월 2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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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숫가로 옮겨 가셨다. 그리고 산에 오르시어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그러자 많은 군중이 다리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 그리하여 말못하는 이들이 말을 하고 불구자들이 온전해지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눈먼 이들이 보게 되자, 군중이 이를 보고 놀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 이 광야에서 이렇게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하시자, 그들이 “ 일곱 개가 있고 물고기도 조금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에게 땅에 앉으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빵 일곱 개와 물고기들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에 가득 찼다. (마태오 15,29-37)

오늘 복음은 좀 구경하며 머무를 곳이 많네요. 지금 굳이 ‘구경하며’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복음관상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복음적 사건이 일어나는 주위 장면과 등장인물들의 대화 내용들을 상상으로 만들어 내면서 기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너무 그렇게 인위적으로 조작하게 되면 기도가 번잡해지고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저 단순히 구경하는 것입니다. 모처럼 5일장이 선 시골장터에 가서 한가로이 거닐며 구경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좀 머물 데 머물고 그냥 지나갈 데 지나가면서.

오늘 복음 같으면 먼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움직이시는, 여행하시는 모습을 좀 보셨으면 합니다. 갈릴래아 호숫가로 발길을 옮기시고 산으로 올라가시는 모습, 동행하는 제자들의 모습, 예수님과 제자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 사람들이 따라오는 모습, 그러면서 그런 장면의 분위기들이 어떤지도 살피는 것입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주변 풍광을 좀더 유심히 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호수나 산세, 하늘과 바람 등 주변 상황을 통해 성령께선 더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시며 이끄실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은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오고 예수님은 고쳐주시는데 이 장면을 찬찬히 보는 것입니다. 병자들을 데리고 오는 군중의 모습, 병자들의 표정, 예수님의 표정이나 말씀을 건네시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병자들이 고침을 받고 난 다음에 반응하는 모습도 살펴보십시오.

또 하나의 중요한 장면은 사천 명을 먹이시는 장면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빵의 기적 사건인데, 군중의 표정이나 움직임, 그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눈길, 제자들과 예수님이 나누시는 대화, 빵을 떼어 나눠주시는 모습, 배불리 먹고 있는 장면, 다 먹고 나서의 반응, 끝으로 예수님이 군중을 돌려보내시는 모습을 살펴 보십시오.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