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월 9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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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28-30)

오늘 이 복음을 가지고는 관상을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복음서 내용이라도 모두 다 관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뭔가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이 복음관상을 하기에 적합하고, 단순한 가르침의 내용이나 비유 또는 설명만 있는 곳은 묵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이 비록 3절밖에 되지 않는 짧은 복음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충실히 알아듣기엔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기복적 차원에서 이 복음을 알아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네 삶이 갖가지 어려움과 슬픔과 고통들로 뒤범벅이 되어 있는 만큼 예수님께 나아가면,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이런 모든 슬픔과 고통이 제거될 것이라는 바람 속에서 기도하거나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실망하거나 좌절을 맛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겠다고 하신 그 안식의 내용이 무엇인지 깊게 알아듣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안식과 예수님께서 주고자 하시는 안식은 사뭇 다를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멍에는 편하고 당신 짐은 가볍다고 하십니다. 기도하는 여러분에게 이 말씀이 당연한 것으로 들어오는지 깊게 깊게 살펴보십시오. 과연 예수님의 멍에가 편하고 짐이 가벼운가? 만일 그런 것 같지 않다면 왜 예수님께서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가?

예수님이 삶을 살아내시는 방식과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어디가 같고 어디가 다른가,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어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런 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지는 만큼 우리 존재는 깊이를 더하게 되고, 자유와 기쁨과 생명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화두입니다.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