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2월 16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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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요한은 자기 제자들 가운데에서 두 사람을 불러 주님께 보내며,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 하고 여쭙게 하였다. 그 사람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세례자 요한이 저희를 보내어,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 하고 여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질병과 병고와 악령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을 고쳐주시고, 또 많은 눈먼 이를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루카 7,18ㄴ-23)

오늘 복음은 공관복음인 마태오복음을 참고하면, 세례자 요한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자기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 예수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먼저 세례자 요한이 겪는 갈등을 살폈으면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나름대로 ‘오실 분’ 곧 메시아에 대한 관(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통해 들려오는 예수님의 모습은 자기가 평소 갖고 있는 메시아관과는 뭔가 좀 다른 것 같은 겁니다. 이것이 세례자 요한이 영적 여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입니다. 바로 이 어려움은 세례자 요한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요 갈등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에 대해 어떤 관을 지니고 있으신지?

다음으로는 제자들과 예수님이 만나는 장면을 살폈으면 합니다. 직접 피정지도를 하다 보면 의외로 이 장면에서 적잖은 열매를 길어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예수님의 눈길과 몸짓 등을 살펴보세요.

끝으로 예수님의 세례자 요한에 대한 증언 내용을 귀담아들어 보세요. 당신이 믿고 계시고, 그 확신에 찬 내용을 전달하시는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가운데 많은 영신적 유익을 얻을 것입니다. 목소리 또는 음색이 어떤지, 눈길과 제스처 등 이 모든 것을 통해 묻어나는 기운이 어떤지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이런 관상을 할 때 관상의 옷을 입은 묵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복음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은 그저 슬쩍 보고 지나가면서 그중의 말마디 한둘에 생각을 깊게 전개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끝장면인 예수님의 증언 내용을 보며 그런 오류에 떨어질 위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