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10일 야곱의 우물 -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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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다시 군중을 가까이 불러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예수님께서 군중을 떠나 집에 들어가시자, 제자들이 그 비유의 뜻을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 또 이어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마르7,14-23)

오늘 복음은 아무래도 관상을 하는 것보다는 묵상을 하는 것이 낫겠네요. 예수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특정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가르침의 내용이 중심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들고 계시거나 삶에 대한 가르침을 베풀고 계시는 장면들은 복음관상보다는 묵상하는 것이 더 유익합니다.

묵상을 한다고 해서 너무 머리를 써서 이것저것 궁리해 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설사 그렇게 해서 나름대로 좋은 생각을 얻었다손 치더라도 우리 존재를 변화시키기에는 너무나 미흡하니까요. 그 경계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지성이 움직이는 부분과 성령께서 움직이시는 부분의 경계 말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것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참조할 만한 것은 성령과 더불어 우리의 지성이 움직이고 있다면 생각의 전개가 그렇게 빠르진 않다는 것입니다. 파도가 천천히 백사장으로 밀려 왔다 밀려 나갔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점점 깊은 바다로 나아가는 형상과 비슷합니다. 생각이 좀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되돌아와 머물고 그러곤 다시 앞으로 전개되어 나가곤 할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묵상하는데, 우선은 예수님 말씀의 내용이 무엇인지 더 뚜렷하게 더 깊게 알아듣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대비시켜 말씀하시는 내용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며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음식과 마음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만, 그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스스로가 사물이나 사건들을 어떤 지평 위에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좀더 근원적 차원에서 살펴봄도 유익할 것입니다.

유 시찬 신부 (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