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3월 7일 사순 제3주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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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사순 제3주일-루카 13장 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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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어떤 사람들이 와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그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피로 물들게 한 일을 예수님께 알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 ?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러한 비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 그 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았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포도 재배인에게 일렀다. ‘보게, 내가 삼 년째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열매가 달렸나 하고 찾아보지만 하나도 찾지 못하네. 그러니 이것을 잘라버리게. 땅만 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 그러자 포도 재배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버리십시오.’” (루카 13장 1-9절)


<진정한 의미의 회개란?>

한 노부부가 반세기 가까이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서로의 삶은 늘 고달팠습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건만 두 분의 삶은 ‘화기애애’, ‘알콩달콩’이 아니라 언제나 ‘티격태격’, ‘용호상박’이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코드 차이, 사고방식의 차이였습니다. 결국 살아온 배경, 가정환경의 차이였습니다.

아침식사 때 마다 남편은 아내의 한 가지 행동 때문에 늘 툴툴거렸습니다. 식탁에 앉자마자 부인은 갓 배달되어온 우유를 남편에게 따라주었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옛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컵의 80% 정도만 따라주면 마시기도 좋고 쏟을 염려도 없을 텐데, 부인은 매일 같이 큰 머그컵에 넘치기 일보 직전까지 찰랑찰랑 따라주는데, 요즘 같아서는 손 떨림 증세도 있고, 그걸 쏟지 않고 마시기 위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그러려니 했었지만, 결혼생활 40년이 지난 어느 날 도저히 참지 못한 남편은 한 바탕 퍼부었습니다.

“왜, 아무 것도 아닌 걸로 평생 동안 날 괴롭히냐구! 우유 따라줄 때 먹기 좋게 80% 정도만 따라주지 왜 넘치기 일보 직전까지 따라줘서 날 힘들게 하냐구?”

남편의 말에 부인은 큰 충격을 받고 앓아누우셨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던 어린 시절, 부인의 가족들은 뭐든 아끼고 아꼈다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신선한 우유 가득 부어 원 없이 한번 마셔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을 향한 사랑의 표현으로 큰 머그컵에 가득 가득 우유를 부어주었다는 것입니다. 40년 동안 아침마다 사랑을 따라준 결과가 “왜 평생 날 괴롭히냐?”였으니 할머니가 앓아 누을 수 밖에요.

또 다른 노부부는 성격차이로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이혼하기로 하였답니다. 두 분을 담당한 변호사가 안타까운 나머지 사연이라도 들어보려고 노부부를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그날 식사의 주 메뉴는 통닭이었습니다.

매너가 온 몸에 잘 배어있는 할아버지는 그날도 습관처럼 통닭을 쭉 찢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앞가슴 살을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그 순간 할머니는 앞가슴 살을 손으로 확 뿌리쳤답니다. 그리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40년 동안 한 번도 내뱉지 않았던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셨답니다.

“40년 결혼생활 동안 당신은 늘 이렇게 자기중심적이었어. 난 통닭 앞 가슴살 팍팍해서 정말 싫단 말야. 난 뒷다리가 제일 좋단 말야. 당신은 같이 살아오면서 내가 어느 부위를 좋아하는지 단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그 순간 할아버지는 충격에 빠지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앞가슴 살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꾹 참고 40년 동안 당신에게 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사순 제3주일인 오늘 복음은 우리를 회개의 삶에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회개의 삶을 산다는 것, 과연 어떤 삶을 사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할 때, 회개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서 나와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일이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해, 보다 충만한 인생 여정을 위해 선물로 보내주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좀 더 알아가는 것, 그것이 회개가 아닐까요?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 가족, 내 직장동료, 이웃들이 지니고 있는 남모르는 고통과 상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작으나마 위로의 손길을 펼치는 것이 회개가 아닐까요?

서로 잘 안다고 해도, 정말 모르는 게 인간입니다. 서로를 알기 위해 계속 대화하면서 꼬이고 꼬인 관계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개가 아닐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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