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성사(婚姻聖事)
혼인성사(婚姻聖事)
그리스도는 혼인성사를 통해서 무엇을 하시는가?
그리스도는 혼인성사로 부부를 당신과 교회와의 사랑에 일치케 하시며, 그들로 하여금 자녀 출산과 교육을 통해서 서로 돕고 성화케 한다.
1. 성서에 나타나는 혼인
하느님은 혼인을 예정하시고, 창조의 절정 순간에 그것을 설정하셨다. 창조에 대한 두 가지 설화에는 혼인제도에 관해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째, 창조설화에서는 출산이 강조되었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창세 1,28). 둘째, 설화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우정관계가 먼저 나온다. "이리하여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창세 2,24). 충실한 일부일처제가 구약성서에서도 높이 평가되었다. 잠언서는 아내를 책임과 위엄을 가진 동업자로 묘사한다(잠언 31,10-31).
신약에서 혼인이 성사라고 표현한 것은 성 바울로의 에페소서이다. "남편된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몸을 바치신 것처럼 자기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25-32). 그리스도와 당신 교회와의 일치는 매우 친밀하여서 남편과 아내의 관계보다 더 적합한 비교는 없다. 또한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대한 표징도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만 적절히 표현된다. 그리스도와 당신 교회와의 일치는 교회를 거룩하게 하는 것이고, 남편과 아내의 결합도 교회와 그리스도의 일치의 신비와 연관되기 때문에 서로 거룩하게 한다.
2. 혼인과 독신
성 바울로는 혼인의 신성함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도 동정이나 독신생활 또한 권고한다(1고린 7,32-34). 교회는 혼인을 존중하며, 동시에 하느님의 나라를 전파하고 영생에 대한 신앙을 뚜렷이 증거하기 위하여 혼인의 축복을 포기하는 생활형태(독신생활)도 또한 존중한다. 이런 생활을 하도록 불림받은 사람에게는 동정생활이 자신을 더욱 철저하게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이 세상은 사라져가고 있는데"(1고린 7,31), 동정생활은 영생에 대한 신앙을 표현하는 강력한 방법이다.
혼인성사로 결합한 사람들은 교회와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의 보이는 표지이다. 독신자들은 혼인을 포기하지만 사랑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독신자들은 오히려 혼인이 표지하는 그리스도의 저 위대한 사랑을 특별한 방법으로 증거한다. 그들은 부부애가 거룩한 것이지만 잠정적 사랑이며, 하느님에 대한 완전한 사랑과, 서로의 완전한 사랑에 이르는 수단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 결혼소명과 독신의 소명은 서로 대립하기는커녕 사랑의 성덕을 추구할 그리스도인의 기본 소명 안에서 서로 돕는다.
3. 혼인의 세 가지 선익(善益)
혼인의 세 가지 선익은 자손, 정절, 성사(聖事)이다. 하느님이 혼인을 세우시고 성화하신 것도 그 선익을 위해서이다.
(1) 정절(부부애)
제2 차 바티칸공의회는 혼인을 '사랑의 공동체'(사목헌장 47)라고 부른다. 정절은 최소한의 소극적 의미에서 결혼 상대자가 아닌 어느 누구와도 성행위를 하는 것을 금한다. 그래서 정절은 부부애를 보호하는 보루이다. 부부애로 깊이 맺어진 공동체는 조물주 친히 제정하셨고, 조물주 친히 그 법칙을 주셨으며, 결혼 당사자도 철회치 못할 인격적 동의로 맺은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교 적 부부애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순수한 사랑의 결실과 애덕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이 사랑은 인간의 전행복을 고려하며, 품위있게 사랑을 표현하게 한다. 주께서는 이 사랑을 당신의 은총과 특별한 은혜로써 정화시키고 완성하시고 높혀 주셨다(사목헌장 49).
상 호간에 주고 받는 사랑은 당사자간의 기본적 평등성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남편과 아내의 상호 의무는 동일하다는 매우 혁명적인 사상을 가르치시면서 부부평등의 기반을 쌓으셨다. "누구든지 자기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그 여자와 간음하는 것이며, 또 나아가 아내가 자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간음하는 것이다"(마르 10,11-12).
진실한 사랑의 유대는 이기심과는 달리, 상대방을 위해서 상대방의 이득을 추구하려는 자유스럽고 굳은 투신에 기초를 두기 때문에 지속성을 갖는다.
(2) 자손(출산)
자 녀 출산이 혼인의 기본되는 선익이라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확인하였다. 혼인의 목적은 '사랑의 나눔'과 '생명의 전달' 그리고 '상부상조'에 있다. 즉 한 쌍의 남녀가 사랑을 성취함으로써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며 서로의 역할 안에서 서로를 도와 주는데 있는 것이다. "혼인과 부부애는 그 성격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한다. 자녀들은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이다"(사목헌장 50).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우리를 창조하셨다. 창조에는 당신의 끝없는 선(善)을 연장하고, 보급하고, 나누어 주기 위한 것 외에 다른 동기가 없다. 부부가 자식을 낳으며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랑의 창조적 능력에 참여시키신 것이다. 교회는 인위적인 피임 방법을 거부한다. 성을 쾌락의 도구로 만들 위험성과,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 출산을 인위적으로 부정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회가 인구문제를 모른체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수의 자녀를 갖는 것이 가정의 품위를 지키는 데 유리할 수도 있음을 교회는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교회는 부부가 서로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자연피임법을 권장한다.
(3) 성사
①혼인성사의 집행자
혼 인성사의 집행자는 혼인 당사자들이다. 그리스도께서 이혼을 금지하시므로 교회는 혼인 과정을 조심해서 감독하고자 한다. 보통으로 가톨릭 신자들은 사제와 두 증인 앞에서만 유효하게 혼인할 수 있다. 혼인식을 주례하는 사제는 "신랑 신부의 동의를 묻고 그 답을 받아야 한다"(전례헌장 77). 그가 주교이거나 본당신부이거나 대리자이더라도 그 부부가 혼인할 자유가 있고, 혼인성사의 중요성과 존엄성을 알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고, 혼인의 목적과 의미를 알면서 진정한 혼인계약을 맺으려는 것인지 보살필 의무를 갖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혼인성사를 받기 전 일정한 교육(예: 가나혼인강좌)을 받도록 하고 있다.
②혼인의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
혼인은 불가해소적 사랑의 계약이다.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영원한 사랑을 상기시키는 거룩한 표징이다. 그 계약처럼 혼례를 마친 혼인성사의 효력은 절대로 풀리지 않으며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창 세기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듯 하느님께서는 '이혼'을 인정하시지 않으며, 예수 그리스도 역시 분명하게 '이혼'을 엄금(마태 19,4-6; 루가 16,18)하시면서 그것이 창조주의 본래의 뜻이라고 명시하셨다(마태 24,35). 사도 바울로 역시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1고린 7,10-11. 39; 로마 7,2-3).
어떤 경우에 하느님은 사회관습법에 의한 혼인을 해소하는 것을, 다시 말하면 영세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맺은 혼인의 해소를 허락하신다. 비신자 부부 중에 하나가 신자가 된 경우에, 비신자가 신자와 평화롭게 살기를 거부하면 교회는 그 신자의 재혼을 허락한다. 교회는 성 바울로의 말씀(1고린 7,12-16)을 그렇게 이해하여 왔다. 이 권리를 '바울로 특전'이라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교 신자간의 혼인성사이었고, 참된 혼인합의와 혼인성사를 받았으면, 한 배우자의 죽음으로가 아니고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교회는 굳게 선언하고 가르친다.
4. 혼인의 특수문제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하고 또 신자들도 교회 밖에서 재혼하는 경우가 많다 하더라도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이혼과 재혼을 허락할 수는 없다. 혼인 계약의 지속적 힘을 담대하게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남편, 아내, 자녀의 선익을 위하는 길이다. 그러나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교회는 부부가 공동생활을 피하여 별거하는 것을 허락한다. 어떤 극단적 상황에서는 부부가 계속 동거하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