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찬미예수님+

사랑과 용서의 시인 이해인(61.사진) 수녀님께서 쓰신 버지니아공대 참사 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시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를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

수녀님께서는 이번 참사를 지켜보며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한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저도 항상 저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저의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쉬는 4월입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 속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울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기도해야 하겠습니까

한국의 아들이 쏜 총탄에 맞아

무참히 희생당한 가족들을 부르며

절규하고 통곡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현실이 아닌 꿈이면 좋겠다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용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잠 안 오는 날들입니다

'지금은 그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고

서로의 슬픔을 포옹해야 할 때'라며

추모의 촛불을 켜는 버지니아 사람들에게

두고 두고 저주해도 시원찮을

살인자의 이름까지 희생자들과 나란히

추모의 돌에 새겨 두고

'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했는지 몰랐다

네 가족의 평화를 빈다'는 쪽지를

적어 놓는 그 넓고 따뜻한 마음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라고

울면서 달려가 고마움의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함께 슬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위로와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만인에게 한마음으로 보여 주는

그 현실적인 용기와 지혜 앞에서

행여라도 우리가 민족적으로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한 그 시간들조차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하고

어리석은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우리는 이제

좀 더 따뜻하고 관대하고

폭 넓은 기도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아픔과 슬픔과

약함을 내치지 않고

내 것으로 끌어안고 돌보는

사랑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문제아였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인격장애인이었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선택하는

우울증 환자인 적도 많았습니다

고운 봄날 영문도 모르고

피 흘리며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유족들에게

말로는 다 못하는 위로를

오직 눈물의 기도로

침묵 속에 봉헌하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러

너무 밉지만 또한 불쌍한

어린 영혼 조승희를 대신하여

두고두고 아파하며 참회하렵니다

타오르는 촛불과 장미향 가득한

버지니아공대 추모게시판의 글처럼

앞으로의 모든 삶에 우리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당신 위해 기도합니다(Our prayers are with you)'

'모두를 사랑합니다(We love you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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