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공학과 생명윤리(1)

유전공학과 생명윤리(1)
<생명의 빛> 안명옥 주교 특별 기고 ; 유전공학과 생명윤리(1)

시작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는 사고가 지배적이었으나 이제 인류의 미래는 유전자 안에 있다는 사고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21세기를 유전공학의 세기로 전망하는 시각이 점점 더 확산되고있다.
이 러한 시각은 언론 매체들이 유전공학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공학에 대한 기사를 다루는 언론매체는 유전공학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아니면 아주 피상적으로 다루고있다. 유전공학에 수반되는 위험성과 함정에 대해서는 별로 기사화하지 않고 있다. 유전공학자나 관련 업계의 주장을 보도하는데는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지만 비평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별로 다루지 않고 있다. 비평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학문의 자유를 구속하고 간섭한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연구 자체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미래의 국가 경쟁력은 유전공학의 육성에 있다는 논리 앞에 우리는 지금 유전 공학이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유전 공학 기술이 가져올 피해를 규제하는 운동에 연대해서 대응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있다.
우 리 나라의 경우 유전 공학과 관련된 문제를 적절하게 규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규정이나 법규가 아직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입법을 위한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생명 윤리자문 위원회'를 구성하여 '생명 윤리 기본법' 초안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언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아직 법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유전자 조작 실험이나 연구가 무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새로운 세기로 접어들었다. 새로운 세기는 희망과 기대로 충만해 있지만 반면에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DNA, 유전자 조작과 치료, 생명 복제, 게놈 프로젝트 등 기존의 생명 문화와는 그 유형을 달리하는 생명 문화의 시대가 도래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생명'이라는 화두가 다시금 회자되는 시대를 살고있다.
유전공학의 기술은 생명체를 원하는 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방법을 확립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꿈의 기술'이다.
하 지만 유전공학의 기술을 소수 집단의 점유물로 방관해서는 안된다. 유전공학을 대중의 관심사로 만드는 것이 현시점에서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유전공학에 대해 공개적인 찬반 논의와 토론을 확산시켜야 한다. 토론과 논의의 과정에서 유전공학이 기정의 사실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임이 드러나야 한다. 즉 유전공학 기술을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인다면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 또는 여론의 조성이 필요하다.
유전 공학을 둘러싼 공감대 형성과 여론의 조성에 이 글이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 속에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유전 공학에 대한 이해와 유전 공학이 안고있는 윤리적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유전공학의 기본 개념

모 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이다. 인간의 신체는 약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하나의 세포는 세포핵을 가지고 있는데 세포핵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있다. 이 염색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 이른바 DNA(Deoxyribo Nucleic Acid : 디옥시리보 핵산 : 단백질)로서 이중나선의 모양을 하고있다고 한다. 인간의 DNA(유전자)는 약 3만여 개에서 10만여 개로 추정되고 있으며, 약 30억개의 염기쌍(A4 용지 약 200만장의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염기쌍은 4가지 염기, 즉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그리고 C(시토신)의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4가지 염기 가운데 A는 T와 G는 C와 서로 화학적으로 결합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A와 G 또는 T와 C는 결코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DNA 한 개의 길이는 약 1.5m에 이르고, 인간의 모든 DNA의 길이를 합하면 지구와 태양 사이를 1000번 왕복하는 길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러한 DNA에 이른바 유전 정보가 입력되어 있다. 지금까지 유전공학은 이러한 유전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연구 인력을 투입하였다. 유전 정보를 해독하기 위한 기초 프로젝트가 바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이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2000년 6월 26일에 초안의 형태로 발표되었고, 2001년 2월에 최종안이 발표되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초안은 약 30억 개에 이르는 염기쌍의 서열 또는 배열을 밝히는 1단계 작업의 결과이다. 이 1단계 작업을 비유적으로 설명해보면, 200만장의 쪽 번호가 뒤섞여 있는 것을 순서대로 맞추는 작업에 해당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2단계 작업은 염기쌍의 서열의 기능을 밝히는 작업이다. 즉 2단계 작업은 이른바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작업이다. 유전자의 기능, 유전자끼리의 상호 작용, 유전자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작업이다. 다시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면, 쪽 번호가 뒤섞여있는 200만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텍스트를 쪽 번호 순서대로 맞추고 난 후(1단계 작업), 각 쪽에 기록된 문장을 해독해서 순서대로 다시 기록하고 그 상호 관련성을 밝히는 작업이다.

가톨릭 신문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