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찍는 사진사.

‘마음을 찍는 사진기’

-정채봉-

어느 마을의 시장에

사람의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유명한 정치가를 찍었더니,

돈다발이 찍혔습니다.

돈 많은 사장님을 찍었더니,

술과 여자가 찍혀 나왔습니다.

어떤 남자는 늑대가 찍혀 나오고,

어떤 여자는 여우가 찍혀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시장에

얼굴이 험상굿게 생긴 사나이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틀림없이 무시무시한 흉기가 찍혀 나올 거야!’

사나이가 카메라 앞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이 찍혔을 뿐이었습니다.

사나이는 단지 미역 한 꾸러미만을 들고

시장을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지니고 있는 모든 사물이나,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이에게 가지고 있는

선입견 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