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나의 삶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한 대로 얼굴 씻고 밥 먹고 일터에 나가,어제 한 대로 맡은 최소한의 일을 요령껏 때운 다음,술판이 있으면 거기에서 떠들거나 아니면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에 빠지다가 잠들어 버리는 일을 거듭하는 삶과,
아 침에 눈 뜨자 마자 삶을 주관하는 존재에게 '또 아름다운 하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고 기도를 하면서 하루를 침묵과 사랑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 속에서 맡은 일을 꾀부림 없이 넉넉하게 해결한 다음,집으로 일찍 돌아와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이루는 영원한 진리를 생각하며 나누는 일을 거듭하는 삶과는 어느 것이 더 행복한 삶일까?

사람을 만날 때,그를 경쟁의 대상이나 비교의 상대쯤으로만 생각하면서 늘 긴장 속에서 순간마다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희비(喜悲)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삶과,
사람을 만날 때,그를 친화의 대상이나 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면서 늘 푸근함 속에서 안정된 침묵과 말을 드러내는 삶과는 어느 것이 더 성숙한 모습의 삶일까?

한 해를 보낼 때,삶의 무상함을 더욱 탓하면서 또다시 나이를 먹었다는 탄식만 드러내거나,앞으로 남아 있는 불확실한 시간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보태고만 있는 삶과,
한 해를 보낼 때,지난 한 해를 내려 주신 크고 작은 많은 은혜에 대해 고맙게 기도하면서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열어 주시는 무한한 은혜의 손길에 자신이 밝게 얹혀 있음을 환하게 느끼는 삶과는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일까?

죽음을 생각할 때, 그것이 삶의 완전한 끝이라는 숨막히는 답답함을 얻으면서 삶의 의미가 온통 고통 속에만 잠기고 있음을 아프게 바라보는 삶과,
죽 음을 생각할 때 그것은 다만 이 세상의 삶을 정리하는 일일 뿐임을, 또 그것은 저 세상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연결 고리임을 믿으면서,영혼의 힘을 자라게 하는 자기 반성을 통해 큰 두려움 없이 죽음을 극복하고 있는 삶과는 어느 것이 더 정확하고 숭고한 삶의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