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장 선행을 하였다고 교오할까 하느님의 은밀한 심판을 살핌

1. 제자의 말: 내게 당신 판결의 언도를 우레와같이 내리시니, 무섭고 두려워 내 모든 뼈가 울리고 내 영혼이 몹시 놀라나이다. 주님 대전에는 하늘도 깨끗치 못함을 생각하오니, 놀라 서 있나이다. 당신은 천사 가운데도 죄악을 찾아내어 용서 없이 벌하셨거든 내게 대하여서는 어떻게 되리이까? 하늘의 별도 떨어졌거든 먼지 같은 나로서 주제넘게 생각할수 있겠나이까? 훌륭한 일을 하는 것같이 뵈던 자들이 깊은 구렁으로 떨어졌고 천사의 면병을 먹던 자들이 돼지가 먹는 깍지를 즐겨 먹는 것을 내가 보았나이다.

2. 그러하오니 주여, 당신이 도우시는 손을 거두시면 성덕이라 할 것이 도무지 없겠나이다. 당신이 지배하여 주시기를 그치시면 지혜라 할 것이 없겠나이다. 당신이 보존하여 주시지 않으면 아무 용기도 남아 있지 않겠나이다. 당신의 보호가 없으면 전혀 정덕을 위험 없이 닦아 나갈 수도 없겠나이다. 당신이 거룩히 보살펴 주시지 않으시면 아무리 우리가 지킨다 하여도 무익하리이다. 당신이 우리를 버리시면 빠져 망할 것이며, 당신이 우리를 찾아 주시면 일어나 살겠나이다. 우리가 항구히 서 있지 못하지만 당신의 힘을 빌리면 견고하여지며 우리가 게을러지지만 당신이 도우시면 열렬하여지나이다.

3. 오! 나는 나를 얼마 천히 보아야 하고, 얼마나 낮게 생각하여야 하겠나이까! 무슨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얼마나 이것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야 되겠나이까? 허무 외에는 다른 무엇이 없사오니, 주여 당신의 심연(深淵)같은 심판 아래 얼마나 깊이 순복하여야 하오리이까? 오! 헤아릴 수 없는 무게, 오! 헤엄쳐 건너갈 수 없는 바다! 그 안에는 허무 외에 아무 것도 내 것이 없나이다. 그러하오니 어디 스스로 영광을 취할 데가 있겠나이까? 내 위에 내리시는 당신 깊은 심판 속에 내 모든 헛된 영광은 사라졌나이다.

4. 당신 대전에 사람이란 그 무엇이옵니까? "진흙이 어찌 저를 만든 자를 거슬러 스스로 영광을 취하겠나이까." 참으로 하느님께 복종할 마음이 있는 자라면 어찌 헛된 말로써 교오를 발할 수 있겠나이까? 진리의 명을 일심으로 듣는 사람은 온 세상이 떠들어도 교오치 않을 것이요,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둔 사람은 모든 사람이 찬미한다 해도 움직이지 않으리이다. 말을 하는 그 사람들 역시 누구나 다 같은 허무이고, 그 말의 음파(音波)와 같이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분의 진실하심 영원하시다"(시편 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