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장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제 34장 사랑하는 자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또 모든 사물에 하느님만을 맛들임

1. 제자의 말: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성 프란치스꼬), 나는 무엇을 더 원하오며, 또 무슨 더 행복스러운 것을 원할 수 있으리이까? 오! 이 말씀은 얼마나 맛이 있고 유익한 말씀이옵니까? 그러나 세속과 세속에 있는 것을 사랑치 아니하고 말씀을 사랑하는 자에게만 그러하옵니다.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모든 것이여!" 이 말 한마디가 알아듣는 자에게는 넉넉하고 사랑이 있는 자에게는 자주 되풀이하는 것이 재미있나이다. 당신이 계시면 모든 것이 유쾌하나 당신이 없으시면 모든 것이 싫증이 나나이다. 당신이 마음을 고요하게 하시고 깊은 평화와 즐거움과 기쁨을 주시나이다. 당신이 모든 것에 대하여 정당히 생각하게 하여 주시고, 모든 것에 당신을 찬미하게 하시며, 당신 없이는 아무 것도 오랫동안 만족을 주지 못하나이다. 그리고 무엇이 마음에 들고 좋은 재미가 있으려면 당신의 은총이 있고 당신 지혜의 양념이 있어야 되겠나이다.

2. 당신께 맛을 들인 자는 무엇에 정당치 맛을 들이지 아니하겠나이까? 당신께 맛을 들이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유쾌한 것이 무엇이 있겠나이까? 그러나 세속의 지혜롭다 하는 자와 육체에 맛들이는 자들은 당신의 지혜에서 떨어지고 마오니, 세속 지혜가 대부분 허무하고 육체에는 죽음이 있는 까닭이로소이다. 속사(俗事)를 천히 보고 육체를 괴롭게 하여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자들인 줄을 아오니, 즉 헛된 사물에서 진리로, 육체로부터 영신으로 옳겨 가는 까닭이로소이다. 저들은 하느님께 맛을 들렸나이다. 무엇이든지 조물에 좋은 것이 있으면 이것은 다 그 조물주를 찬미하는 데 쓰나이다. 사실 조물주와 조물에 대한 맛이 크게 다르니, 영원한 것과 잠시 것의 맛이요, 조성되지 않은 광명과 빛을 받는 광명의 맛이옵나이다.

3. 오! 영원한 빛이여, 모든 조성된 광명을 초월하는 빛이여! 지존한 곳으로부터 내 속마음에 사무치는 광명을 보내소서. 내 영신과 그 모든 관능을 조촐케 해주시고 즐겁게 해 주시며 비추어 주시고 생활케 하시어 용약하는 탈혼으로 당신께 애착하게 하소서. 오! 언제나 복되고 사모하는 이 시간이 이르겠나이까? 주께서 나와 더불어 계심으로써 나를 만족케 하시고 모든 것에 모든 것이 되실 이 시간이 언제나 이르겠나이까? 이것을 억기 전에는 완전한 즐거움이 없겠나이다. 슬프게도 아직 내 속에 묵은 사람이 살아 있어 완전히 십자가에 못박히지 아니하였고 완전히 죽지도 아니하였나이다. 아직도 영신을 거슬러 맹렬히 탐하고 내란을 일으켜 영혼의 나라가 평화을 얻지 못하게 하나이다.

4. 그러나 "뒤끊는 바다를 다스리시며 파도치는 물결을 걷 잡으시는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해 주소서"(시편 89,6; 44,26). "싸움을 좋아하는 저 백성들을 쫓아 버리시고, 당신 힘으로 흩으시고 치소서"(시편 68,30;59,11). 구하오니 당신의 덕능을 드러내시어, 당신의 전능을 찬송케 하소서. 내 주 하느님이여! 내게는 당신 하나밖에 다른 희망이 없고, 아무 피난처도 없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