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부님의 금경축 기념 미사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 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 5,13-­16)

제가 보좌신부로 있을 때 본당 주임 신부님으로 모셨던 분이 얼마 전에 금경축을 맞으셨습니다. 신부님의 금경축 기념 미사를 몇몇 신부님과 함께 봉헌하였습니다. 금경축을 맞은 신부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하셨습니다. 미사 시작 예식에서 성호경을 힘없고 지친 목소리로 하실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늙고 병듦에 대한 힘겨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사가 끝나고 축하식에서 신부님은 신자들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셨는데, 짧지만 많은 의미를 담은 인사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부님의 50년 사제 생활을 담은 슬라이드는 그분 생에 담긴 하느님의 손길과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드러난 노(老)사제의 삶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사제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많은 영혼들에게 유익했는지를, 그분의 존재가 얼마나 많이 하느님을 드러냈는지를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얼마나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드러내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흠숭하는 사제직을 보편적으로 수행하는 하느님 백성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의 모습을 세상이 그리고 이웃이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때 우리는 세상과 이웃에게 빛이요, 소금이 되는 것입니다.

곽용승 신부(부산 가톨릭 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