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5장 모든 사람을 다 믿을 것이 아님, 말에 그르침을 삼감

1. 제자의 말: 주여, 어서 이 곤경에서 우리를 도와주소서. 사람의 도움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시편 60,11). 몇 번이나 나는 신뢰한다고 믿던 일에서 미쁨을 보지 못하였사옵니까! 몇 번이나 나는 별로 바라지 않던 곳에서 신뢰를 발견하였나이까! 그러므로 사람을 믿는 것은 헛된 일이옵나이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여, 당신께 있나이다. 내 주 하느님이여,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에 찬미를 받으소서. 우리는 약하고 또 항구치 못하오며 쉽게 속고 변하기를 잘하나이다.

2. 누가 그리 모든 일에 주의가 깊고 삼감이 많아, 한 번도 무슨 일에 속아넘어가지 아니하고 혼란한 경우를 당하지 아니하였다 할 만한 사람이 있겠나이까? 그러하오나, 주여, 당신을 믿고 또 순진한 마음으로 당신을 찾는 자는 그리 쉽게 넘어지지 아니하나이다. 또 무슨 곤란을 당하여 아무리 복잡한 경우를 당한다 할지라도, 급히 당신으로 말미암아 빠져 나올 것이여, 당신께 위로를 받을 것이오니, 당신은 당신을 믿는 자를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시나이다. 자기 벗이 어려운 중에 있을 때에도 우정을 지켜 나가는 진실한 벗은 드무나, 주여, 당신 홀로 모든 벗 중에 제일 미쁨 있는 벗이오며, 당신 외에는 당신과 같은 이가 없나이다.

3. "내 마음은 견고해졌고 그리스도 안에 확고한 기초를 두었다."고 부르짖은 저 거룩한 영혼은 얼마나 잘 생각하였나이까? 나도 이러하다면 사람이 무서워 스스로 번거로울 필요가 없을 것이며, 말이 무서워 움직일 필요도 없겠나이다. 누가 모든 것을 다 미리 보며, 누가 장래에 당할 모든 재앙을 미리 조심하여 피할 수 있으리이까? 미리 안 것도 가끔 잘못되어 영혼을 상하거든, 미리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당하여 중상을 받는 것은 무엇이 이상하다 하겠나이까? 그러나 나는 왜 가련한 나를 미리 더 잘 돌아보지 아니하고 있으며 어찌 다른 사람을 그리 쉽게 믿었나이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천사와 같이 여기고 천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며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옵니다. 주여,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밖에 누구를 믿어야 하리이까? 당신은 속이지도 아니하시고 속지도 않으시는 진리이옵니다. 또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며"(시편 116,11), 약하고 항구성이 없고 떨어지기 쉬우며, 특히 말에 그러하여, 겉으로 바른 말과같이 보이는 것도 즉시 믿기가 어렵사옵니다.

4. "사람들을 조심하여라."(마태 10,17) 하신 당신의 말씀은 얼마나 지혜롭게 하신 말씀이옵니까?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이며"(마태 10,36),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더라도"(마태 24,23) 믿을 바 못 되나이다. 내가 해로운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았사오니, 이후에 이것이더 주의하는 원인이 되고 또 미련한 짓을 하지 않게 되면 다행하리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무슨 말을 하고 나서 "주의하고 주의하여 비밀을 지켜 달라."도 하여, 나는 말을 내지 아니하고 또 어느 때까지든지 비밀 중에 있는 줄로 알았더니, 내게 비밀을 지켜 달라고 청하던 그 자신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즉시 나와 저 자신을 팔고 갔나이다. 주여, 나를 이러한 이야깃거리가 되게 하지 마시고, 조심 없는 사람에게서 나를 구원하여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말게 하시고 그와 같은 일을 한 번도 행하지 말게 하소서. 내 원의는 참말을 말하고 확실한 말을 하게 하시며, 간사한 말을 내게서 멀리해 주소서.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을 행할까, 모든 힘을 다써서 주의할 것이옵니다.

5. 남의 말을 아니하고 모든 것을 분간 없이 다 믿지 아니하고, 들은 것을 가벼이 다시 말하지 아니하며, 몇 사람에게만 자기를 드러내고, 항상 마음을 관찰해 주시는 당신을 찾으며, 바람과 같은 이러저러한 말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안팎의 모든 일이 당신 의향대로 되기를 원하게 되면, 그 얼마나 좋으며, 얼마나 평화를 주는 것이겠나이까!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겉으로 자랑이 될 만한 것을 원하지 아니하며, 다만 개과천선 생활에 필요하고 열심을 분발케 하는 것을 삼가 찾아 행함은 천상 은총을 보존하는데 그 얼마나 안전한 방법이옵니까! 덕이 남에게 드러나고 너무 급하게 찬미를 받게 되어 해를 받는 사람은 얼마나 많으옵니까! 모든 것이 유혹이요 전쟁인 이 위험한 세상에서 은총을 비밀히 보존하는 것은 그 얼마나 유익하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