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장 영원한 날과 현세의 곤궁
1. 제자의 말: 오! 천상 국가의 극히 복된 처소여! 밤도 어둡게 할 수 없는 영원한 진리가 항상 빛나는 영원한 날이여! 항상 즐겁고 항상 안전하고 한 번도 처지가 반대로 변하지 않는 날이여. 오! 얼른 그 날이 밝아지고 이 모든 현세의 것이 끝났으면! 영원한 광채에 환한 그 날은 성인들에게는 빛나나, 나그네에게는 멀리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1고린 13,12)보일 뿐이다.
2. 천국의 주민들은 저 날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지만 귀양살이하는 하와이 후손들이 이 세상 날의 괴롭고 지루한 것을 탄식하나이다. 현세의 날은 짧고 악하며 고통과 난감(難堪)이 가득하옵니다. 여기는 사람이 많은 죄에 물들어 더러워지고, 많은 사욕에 얽히며, 많은 두려움에 싸여 있고, 많은 걱정으로 시달리며, 많은 호기심으로 분심케 되고, 많은 허영심으로 이끌리고, 많은 미혹에 방황하며, 많은 수고로 쇠퇴하여지고, 시련에 눌리며, 괘락으로 허약해지고, 가난으로 들볶이나이다.
3. 오! 언제나 이 모든 불행이 끝나겠나이까? 언제나 악습의 가련한 구속을 벗어나겠나이까? 주여, 언제나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겠나이까? 언제나 당신 안에 완전히 즐거워하리이까? 언제나 참된 자유가 있어 아무 거리낌이 없이 지내며, 마음과 몸의 불편이 없이 지내겠나이까? 언제나 든든한 평화가 있고, 흔들리지 아니하고 완전한 평화가 있겠으며, 안과 밖으로 또 모든 방면에 견실한 평화가 있겠나이까? 착하신 예수여, 언제나 당신을 뵈오러 당신 대전에 나아가리이까? 언제나 당신은 내게 대하여 모든 것이 되겠나이까? 오!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생각하시어 영원으로부터 준비하신 당신 나라에 있겠나이까? 나는 원수의 땅에 귀양살이하며 가난하게 지내오니, 여기는 날마다 전쟁이요, 불행이 가득하나이다.
4. 나의 귀양살이를 위로해 주시고 내 고통을 가볍게 해주소서. 내 모든 원은 당신께로만 향하여 가나이다. 이 세상이 내게 주는 그 모든 위로는 내게 도무지 짐이 되나이다. 당신을 친밀히 누리고 싶지만 얻을 수 없나이다. 천상 사정에만 마음을 붙이려고 원하나, 이 세상 사물과 이기지 못한 사욕이 나를 누르나이다. 정신으로는 모든 것을 초월하고자 하나, 육신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그 밑에 있게 강박을 당하나이다. 이렇게 나 지신과 싸우는 불행한 자인지라, 정신은 위로 오르려 하고 육신은 아래로 내리려하므로 "나는 내게 무거운 짐이 되었나이다"(욥기 7,20참조).
5. 오! 어찌 나는 이렇게 안의 괴로움이 심하옵니까? 정신으로 천상의 것을 묵상하고 있으면, 즉시 기도하는 중에 세상 것의 무리가 덤벼드나이다. 내 하느님이여, "내게서 멀리 서 계시지 마소서. 진노하지 마시고 물리치지 마소서"(시편 70,12; 27,9). "번개를 치시고 화살을 쏘아 대시면"(시편 144,6)원수의 모든 환상은 사라지리이다. 내 모든 관능을 당신께로 모아 주시고, 세상 모든 것을 잊게 해주시며, 악습의 모든 환상을 빨리 멸시하고 배척하게 해 주소서. 영원한 진리시여, 아무 허영도 나를 요동하지 못 하도록 나를 도와주소서. 천상의 아름다운 맛이여, 임하소서. 당신 대전에서는 모든 불결한 것이 물러가게 하소서. 또한 기도 중에 당신 외에 다른 무엇을 생각하거든 그 때마다 용서해 주시고, 인자로이 용서하옵소서. 내가 흔히 분심이 많음을 솔직하게 자백하나이다. 내 육신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곳에 흔히 내가 있지 않고, 도리어 생각이 머무는 것에 더욱 있게 되나이다. 내 생각이 있는 그것에 내가 있고, 또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는 그곳에 흔히 내 생각이 있나이다. 본성으로 좋고 관습이 되어 즐거워하는 것은 곧 내가 기억하는 그것이옵니다.
6. 그러므로 진리이신 당신은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마태 6,21)고 똑똑히 말씀하셨나이다. 내가 천국을 사랑하면 즐겨 천국 일을 생각하고, 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의 행복을 즐거워하고, 그 역경을 보고 슬퍼하나이다. 내가 육신을 사랑하면 육신의 것을 자주 생각하고 내가 영혼을 사랑하면 영신의 일에 대하여 생각 하기를 좋아하나이다. 무엇이든지 사랑하는 그것을 즐겨 말하고 들으며, 또 이런 것의 환상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나이다. 그러나 주여, 당신을 위하여 모든 조물이 떠나기를 버려 두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깨끗한 양심으로 당신께 조촐한 기도를 바치고 안팎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완전히 떠나 천사들의 반열(班列)에 참여하기 위하여, 본성을 힘써 누르고 육신의 사욕을 영신의 열심히 복종시키는 자는 복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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