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복음 나누기 7단계’ 심화 - 서춘배 신부
‘복음 나누기 7단계’ 심화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구리성당 주임신부)
I. ‘복음 나누기 7단계’ 순서
(*길잡이 11월호 9쪽 내용 삽입-수정사항 검토; 찾아바꾸기 성서->성경)
II. ‘복음 나누기 7단계’ 각 단계별 이해
소공동체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삶의 현장에서 모인다. 말씀 나누기를 한다. 활동을 한다. 보편교회와 일치를 이룬다.) 가운데 복음(말씀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나누기는 그 중심에 있다. 복음 나누기 7단계는 복음 나누기의 원조처럼 여겨진다. 그만큼 그 밑바탕에 탄탄한 신학적인 내용과 약한 이들을 위한 배려가 담겨있다.
7단계가 어렵고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이는 말씀에 대한 부담이나 이해 부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가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는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마태 18,3) 어린아이처럼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7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성서에 대한 지적인 이해가 아니라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성이다.
1단계: 주님을 초대한다.
짧고 단순하고 어린아이처럼 꾸밈없이 부활하신 주님을 공동체에 초대한다. 마치 이웃집 아무개를 생일잔치에 초대하듯이....... 육신을 지닌 인격적인 주님이다. 거창한 기도가 아닌 소박한 기도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도다. 결코 형식적인 기도가 아닌 따뜻한 기도는 주님의 현존을 느끼도록 해준다.
2-3단계: 성서본문을 읽는다. 성서본문 중 단어나 구절을 선택해서 묵상한다.
말씀이 선포되는 단계다. 진행자는 각 단계 지시문대로 그대로 할 것이다. 나를 통해 주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말씀이 아니고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말씀인양 선포한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자 제자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예수께서는 비로소 입을 열어 이렇게 가르치셨다.”(마태 5,1-2)
짧은 단어나 구절을 선택할 때 어떤 구절을 선택할 지 어려움을 느낀다. 중요한 단어나 뭔가 의미 있는 단어를 찾고 싶어 한다. 마음에 와 닿는 단어라는 말도 어쩔 수 없이 머리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이런 발상의 전환을 가져보자. 내가 외치는 단어는 나와는 관계없이 여기 있는 동료, 회중을 위해 외치는 것이다. 성경은 모두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그 어떤 말씀도 상관없다. 내 입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선포된다. 동시에 동료들을 통해 나 역시 선포되는 말씀에 온전히 귀 기울일 것이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말씀을 가지고 요리할 생각을 말라. 여기서도 철저히 수동성이 요구된다. 내 생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말씀 그 자체에 온몸과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요한 1,14) 말씀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게 된다. 여기서 말씀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성사적인 표지가 된다. 성체성사뿐만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서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마신다.(성 예로니모) 복음나누기를 하는 목적은 성서구절을 이해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듣기 위한 것이 아니다. 말씀을 통해서 ‘군중 속에서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댄 여인’(마태 9,20)처럼 그분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말씀이신 그분을 듣고 사랑하고 만져보고 그분과 사귀는 것이다.(1요한 1:1)
짧은 구절이나 단어를 외칠 때 정문일침으로 짧은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더 힘 있고 날카롭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히브 4:12) 살아있는 말씀이 나를 꿰뚫어 버리는 것이다. 말씀을 선택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실은 그냥 나에게 와 닿은 말씀이다. 내가 말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나를 읽어버리는 것이다. 소나 양이 되새김하는 동물이라면 우리 역시 말씀을 되새김하는 존재다. ‘생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마음에 와 닿는 말씀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는다.)
역시 지시문 그대로 큰소리로 기도하듯이 성서본문을 읽는다. 무엇보다도 읽는 사이에 침묵을 지켜야 된다. 마치 깊은 산사의 새벽 범종이 울려 펴진다는 느낌을 갖고 외치는 것이다. 장중한 말씀이 온 회중에 울려 퍼져야한다. 이 단계는 감탄하며 그 말씀을 바라보는 단계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말씀이신 주님을 바라본다.’(루가 10,27 참조)
4단계: 침묵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
이 단계는 관상의 단계다. 내 마음을 울린 단어나 구절을 반복해서 속으로 외치거나 좋으신 주님의 현존에 머무는 것이다. “차라리 내 마음 차분히 가라앉혀, 젖 떨어진 어린 아기, 어미 품에 안긴 듯이 내 마음 평온합니다.”(시편 131,2) 젖 떨어진 어린아이 심정으로 그 분 품에 안기는 것이다.
5단계: 마음 안에 들려 온 말씀을 나눈다.
설교나 설명이 아니고 나의 구체적인 신앙고백이나 삶의 나눔이다.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시편 119,105) 말씀은 내 삶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된다. 말씀은 우리 삶을 자연스럽게 비추어 주면서 실타래처럼 풀려나오게 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는 구체적인 내용이 되겠지만 오히려 설득력과 호소력을 지닌다. 참석자들은 이런 나눔을 통해 서로 믿음이 심화되고 격려 받으며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고 따뜻한 분위기를 체험한다. 나눌 내용이 마땅치 않으면 ‘그냥 이 말씀이 와 닿았다,’ 또는 ‘이 말씀이 와 닿았는데 그 이유는 말 못하겠다.’ 정말 단순하고 소박하게 내 것을 나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참석자에게 자랑하거나 한 수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럴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런 속마음까지 나누면 그것은 훌륭한 나눔이 된다. 남을 가르치려면 얼마나 어려운가! 모두 멋지게 한 수 가르치려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닌가!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원칙은 늘 유효하다.
6단계: 실천사항을 나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는 20-30분이면 족하다.(참석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0명 정도) 이 단계는 우리 이 복음나누기 자리가 단순한 기도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5단계까지는 기도 분위기가 유지되어야 하지만 6단계는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토의된다. 우리 삶의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소위 열매가 맺히는 단계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나)를 보시고 우리가 무엇을 행하길 원하실까? 그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따져 보고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다음 모임에 실천사항 유무와 그 결과가 분명히 보고 되어야 한다. 제대로 실천했는지, 못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다시 실천 약속을 행하고 삶의 현장에 나가는 것이다. 실천 가능한 것들을 정하고 무리한 약속은 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참석자들의 공동 관심사를 함께 실천에 옮겼다면 그 공동체는 점점 튼튼하게 될 것이다. 공동 관심사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먼저 개인 실천 약속으로 가정에서 자신들이 해야 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약속하게 하고 꼭 실천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가정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우리 삶의 영역이 아닌가! 작은 결실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찬미 드리도록 하자. 이런 구체적인 실천은 공동체를 고무시키고 생활한 믿음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우리는 나약하지만 세상 끝까지 함께 하시겠다는 부활하신 주님의 능력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회의 기술도 필요하다.
7단계: 자발적으로 함께 기도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나눔과 활동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순간이다. 모임 중에 인간적인 아픔이나 한계 등으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면 그것들 역시 하느님 안에서 빛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단계가 초대하는 기도라면 여기 7단계에서는 주님께 감사와 찬미, 용서와 은혜를 청하는 기도 등 모든 기도를 할 수 있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서 기도해야 될 사람이나 사연이 있으면 그것을 바친다. 따끈따끈하고 살아있는 기도가 될 것이다. 어려움을 당한 형제가 있으면 그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복음 나누기 7단계에는 한마디로 많은 것이 들어있다. 부활하신 주님이 초대되고 그분의 말씀이 선포되고 회중은 그 말씀을 반복 경청하면서 묵상하고 관상에 이르게 된다. 말씀이신 그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말씀에 비추어 자연스럽게 삶과 신앙이 나누어지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다. 생활한 신앙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공동체나 개인적으로 주어진 일(활동)을 찾아내 할 수 있는 것을 행하게 되면서 삶과 신앙의 일치가 도모된다. 즉 우리의 사명인 참된 복음화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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