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신년좌담 - 2020, 한국 사회와 교회는?

[신년좌담] 2020, 한국 사회와 교회는? (출처: 가톨릭 신문)

전원 신부, 차동엽 신부, 박영대 소장
“급변하는 시대…각종 사회문제 더욱 심화”

전 “신유목사회를 살며 정보 욕구에 따른 유동성 자율성 확대 예상”
차 “상상 그 이상의 변화 찾아올 것…이해와 수용하는 교회상 필요”
박 “저출산 고령화 개인주의 자연 재해 종교 갈등 더욱 심화될 것”

미래 교회 사목 현장엔
여성 총회장 대거 등장

교구간 ‘벽’ 허물고
원활한 소통 이뤄야

최근 들어 사회와 교회 공히 향후 10여년간을 전망하는 기점으로 2020년을 거듭 논의하고 있다. 2020년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는 성찰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 역시 최근 수년 동안 2020년을 미래 사목을 가늠하는 한 시점으로 삼아 사회 및 교회 환경을 분석하고 이러한 사목 및 복음화 환경이 어떤 변화를 거쳐나갈 것인지를 전망하면서 사목적 대안을 성찰하고 있다.

2020년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염두에 두면서 2020년의 사목적 전망과 대안을 주제로교회내의 사목 및 신학 연구소 책임자들의 좌담을 마련했다. 좌담은 주어진 질문을 바탕으로 서면으로 이뤄졌다.

▲ 2020년이라는 시점은 향후 우리 사회, 교회의 변화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하나의 기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2020년에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요.

전원 신부(이하 전) : 저희 통합사목연구소에서 지난 11월 ‘2020년 한국사회와 가톨릭교회’에 대한 연구발표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2020년 시점에 대한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개념이나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IT혁명이 10년 후에도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계속하리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IT 혁명으로 얻어진 이런 사회를 ‘신유목사회’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합니다. 유목민들이 양떼들과 함께 초원과 물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듯이, 10년 후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얻은 정보로 자신들의 욕구와 가치에 따라 현실적 공간 뿐 아니라 사이버 공간 안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성의 시대가 심화되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신유목사회에서는 집단이나 조직보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정보의 힘이 확대되면서 자율성과 자유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입니다. 기성 종교나 제도의 통제기능은 약화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와 경험에 따른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더욱 다원주의가 사회, 문화 전반에 확산되고 심화될 것입니다.

또 육체 노동이 아닌 지식과 정보가 경제 기반이 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남성을 앞지르게 될 것이고, 자신의 가치와 필요에 따라 사이버 공간 안에서 감성적 연대를 하는 다중(multitude)이 여론을 결집하면서 신유목사회의 실질적 세력이 될 것입니다. 이밖에도 2020년에는 국가적 경계가 약해지고 국제화시대가 가속화될 것이며, 노령화에 따른 새로운 산업과 문화가 등장할 것입니다.

◇차동엽 신부(이하 차) : 우리 사회의 변화 추이에 있어서 이번 대선은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이른바 ‘성공시대’의 무드가 다시 회귀할 것입니다. 대개 성공시대의 뒤에는 행복시대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행복에 대한 염원이, 좌절된 성공시대를 이어서 왔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성공시대가 다시 힘을 얻을 것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면 성공시대의 무드는 다시금 행복과 평화에 대한 갈증에 길을 내어줄 것입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있어서 더욱 ‘행복’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드러날 것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엄청난 기술적 변화들, 물론 지금도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지만, 그때가 되면 기술 변화, 주로 지식 융합으로 발생할 사회적 변화는 지금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들 속에서 사람들의 박탈감과 소외감은 증가할 것입니다. 기계에 대한 예속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그 가운데 시간에 대한 관념이 변화할 것입니다. 옛날 10년이 지금은 1년이듯, 지금 1년의 변화는 앞으로 한 달에 이뤄집니다. 교회는 사회의 시간 관념의 변화에 대해서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녀 역할과 가족의 형태에 있어서도 변종과 변이가 발생합니다. 어쩌면 이에 대해서 윤리적 차원에서, 교회의 된다 안된다 하는 규정보다는 이해와 수용이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광범위한 다원주의 속에서도 향후 교회는 오히려 복음주의적인 입장이 더욱 강화되는 때가 올 것입니다. 다원주의 신앙의 허구성은 검증을 통해서 노출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템플스테이는 영적인 충만함을 체험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허망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판도의 변화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2020년, 중국은 선교 대상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도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종교시장으로 대두돼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한국은 그 복음화를 위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박영대 소장(이하 박) : 국가 기관은 대체로 2020년을 목표로 중장기 계획을 세웁니다. 서울대교구 2020복음화운동, 청주교구 비전 2050도 2020년을 겨냥합니다. 하지만 대희년이 그랬듯이 2020년도 상징일 뿐입니다. 하지만 상징은 사람 마음을 모으고 현실을 드러내는 데 좋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세계와 우리 사회의 핵심 요소는 세계화입니다. 시장과 물신을 숭배하는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는 우리 삶을 더욱 강하게 옥죄고, 실업,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되며, 이로 인한 사회 갈등도 심해질 것입니다. 가정은 더 해체되고, 저출산 고령화는 더 심해질 것이며, 이주 노동자도 더 늘어나 더욱 다문화 다인종 사회가 될 것입니다. 농업과 농촌은 거의 무너질 것이고, 남북 교류는 경제 교류 협력을 중심으로 더 확대되어 군사 긴장은 사라질 것입니다. 세계, 아시아, 한반도에서 중국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정보화는 사회 전반, 특히 문화를 크게 바꾸어놓을 것입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과 퍼스널 미디어의 확산은 개인화와 세대 사이 정보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생태 위기로 말미암은 자연재해도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운동도 꾸준히 펼쳐질 것이고, 시민사회 영역과 종교 영역 사이의 갈등도 더욱 심해질 것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종교 사이 경쟁도 심해질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개신교 보수층이 뉴라이트운동을 통해 개신교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나선 게 그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근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대안운동도 작은 규모로 꾸준히 펼쳐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 위와 같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전망하신 것과 연관 지어 주시면서, 한국교회의 변화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시는지요?

전 : 이미 지난해(2007) 저희 통합사목연구소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발표회를 가졌는데 사회현상과 교회가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신자들의 개인 신앙심은 높아진데 비해 교회생활 투신도와 공동체 소속감은 오히려 약화되어 가고, 탈 제도적 성향이 강한 다원주의적 종교관이 교회 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통계학적 추세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연구소 조사를 보면, 2020년에 영세자수는 인구대비 13% 정도인데, 냉담자는 신자수의 거의 43%에 육박합니다. 주일미사 참례자 수가 2020년에는 21%정도로 감소하고, 영세 견진 고해성사 및 혼배성사 역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미사 참석과 고해 성사자 수는 줄어도 영성체자 수는 늘어가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는 서구교회처럼 성사를 보지 않고도 영성체는 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을 말해줍니다. 즉 교회생활 역시 교회 가르침이나 권위의 통제보다, 개인의 교회에 대한 이해와 가치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신유목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 2020년이 되면 여성신자가 줄고 남성신자는 늘어나 성비가 거의 같게 나타납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아지면서, 여성들이 신앙보다는 사회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며, 반대로 사회 안에서 여성에게 잠식당한 남성의 활동이 교회 안으로 유입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밖에도 교회의 노령화현상이 사회 노령화에 비해 훨씬 더 크게 나타납니다. 2020년에는 40대 이상의 신자비율이 총신자의 70%에 이르고 있고 60대 이상도 24%에 이르는 노령화된 교회의 모습이 추세조사에서 나타나 있습니다.

박 : 한국 교회의 양 지표(量 指標)는 지금 변화 방향과 속도를 유지할 것입니다. 신자 수는 늘지만 신앙 몰입도는 더욱 약해질 것입니다. 냉담 신자가 늘고 단체와 반모임 참여도는 줄 것입니다. 교회 안에도 양극화가 심해져 열심 신자와 소극 신자로 양극화될 것입니다.

세계화의 최대 희생양 가운데 하나인 농업, 농촌의 붕괴는 농촌 교구들을 침체시킬 것입니다. 신자의 수도권 집중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고, 교구 사이 불균형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중산층화도 더 심화되고, 교회 주요 봉사직은 활동할 시간 경제상 여유가 있는 이들이 담당할 것입니다.
이는 사회 소외층이 다시 교회 안에서도 소외되는 현상을 부추길 것입니다.

각 사목 영역에서의 부정적 현상은 더 심화될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 청년 신자의 몰입도는 더 낮아질 것이고, 이는 교회 안 사목 악순환을 부추길 것입니다. 현재 지역 중심의 반모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공동체 사목은 우리 교회의 공동체성을 되살리는 데 실패할 것입니다. 반모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해야 합니다.

차 : 신바람, 은총, 복음신앙이 아니면 현대 세계에서 복음 선포의 가능성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노동자, 워커(worker)의 시대를 넘어서서 지금 이 시대만 해도 플레이어(player)시대의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앙도 ‘재미’가 없으면 도태됩니다. 지금도 그러한데 2020년에는 얼마나 더 그렇겠습니까. 재미있고, 신나고, 행복을 주는 신앙을 계발하지 않으면 종교의 가능성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신앙을 윤리적, 율법주의적으로만 제시한다면 복음화의 가능성은 어두어집니다. 교회가 진정한 행복, 위로, 안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자기 위상을 찾듯이 교회는 미래사목에서 여성의 지위를 선도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예컨대, 여성 총회장들이 대거 나타날 때가 올 것입니다.

최근 서울대교구에서 상담심리센터를 개설했는데,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2020년이라는 시점은 수많은 영적 상담이 요청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심리학에 바탕을 둔 상담은 한계가 있습니다.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철학과 영성에 바탕을 둔 상담과 치유라는 측면에서 볼 때, 가톨릭교회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성공’시대는 필히 ‘행복’시대의 요청으로 이어질 것이고 행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참 소중한 나’와 ‘참 소중한 당신’에 대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나와 당신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의 요청은 삶의 ‘의미의 구현’과 박애와 사회복지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올 것입니다. 교회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행복, 수용, 자아실현, 사회복지, 자원봉사운동, 등이 2020년에는 크게 붐을 이룰 것입니다.

▲그러면 이같은 변화들을 사목적 관점에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요?

박 : 세계화는 물신(物神) 숭배를 부추깁니다. 물신은 교회도 유혹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성공 지상주의가 그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세상 가치로 본다면 실패자, 십자가 처형을 당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달라야 하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휩쓸리고 있습니다. 물신의 유혹은 더욱 거세질 것이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우리 교회 안에서 성장주의, 성공주의를 확인하는 건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서울대교구가 20% 신자 비율을 목표로 내거는 일은 그 의도가 그렇지 않을지라도 신자들이 과정보다 목표에 목매게 할 수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축복해야 할 대상은 성장과 성공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열매를 이웃, 특별히 가난한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과 실천입니다. 교회 몫은 당연히 성장과 성공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우리 시대의 보잘것없는 이, 예수와 벗이 되는 일입니다. 성장과 성공의 큰 길에서 팡파르를 울리는 일은 교회가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많습니다.

전 : 사회와 교회의 미래에 대한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짚어보는 것은 이에 대하여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하는 문제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사목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사회의 빠른 변화에 비해 교회는 이에 대한 대처나 적응이 느린 편이었고 교회 내부에서조차 방관자적 입장에서 세상의 시류와 함께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저희들이 조사한 통계적 지표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사제 또는 신자 개인의 신앙생활은 그전과 다를 바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시대의 징표를 읽어내며 사목적 비전을 창출하고 복음적 가치를 사회 안에 실현하는 적극성은 미미해 보입니다. 사목에 대한 기획과 연구, 교육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교회의 핵심활동이 활발해져야 할 것입니다.

차 : 이제까지 교회는 사회의 윤리, 문화적 변화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제는 수세적인 입장에서 자기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과 역할이 필요합니다.

잘 아시는 마더 데레사 수녀의 진정한 가치는 앞으로 더 크게 부각될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앞으로 전세계 가톨릭 신자 들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그 생애와 정신, 삶이 보편적인 모범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 전에 제3차 바티칸공의회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명에 대한 입장의 정리입니다. 2차 바티칸공의회가 모더니즘을 분석한 것은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하지만 생명에 대한 수많은 입장의 차이들이 현재 세계 안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가 전례개혁입니다. 미사와 관련된 문화를 다시 성찰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시간 감각은 미사가 제정될 당시의 시간 감각과 매우 차이가 큽니다. 이 시대에 걸맞는 미사 감각이 요망됩니다.

▲이런 전망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목적 과제는 무엇인지요?

박 : 무엇보다 사목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첫째, 양(梁) 지향에서 질(質) 지향의 사목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제시된 여러 교구의 양 중심 비전은 질 중심 비전으로 바꾸거나 보완되어야 합니다.

둘째, 사목이 다원화되어야 합니다. 신자의 다양한 조건과 처지에서 사목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 합니다.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를 기준으로 냉담 신자와 수계 신자로 구분하는 건 너무 이분법입니다. 통계상 3년 동안 고해성사를 보지 않은 걸 냉담 기준으로 삼는 것도 별 근거 없습니다. 신자의 서로 다른 처지에 맞게 하느님 나라를 살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제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 양성 때 다원화를 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사목이 통합되어야 합니다. 사목 영역 사이, 교구 사이 단절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사목영역별, 교구별 연구기관 설립은 기본이고, 이들의 연구 성과를 통합할 수 있는 기관과 활동이 필요합니다. 한국사목연구소를 다시 열고 오히려 강화시켜야 합니다. 사목 영역별 통합사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가정입니다. 다원화되는 가정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각 사목 영역별로 고민하고 통합해서 실천해야 합니다.
교회 안팎을 잇는 가톨릭사회운동, 대안 공동체운동의 활성화도 필요합니다. 이 운동은 교회 쇄신과 질 성숙에 필요합니다. 또한 이들 운동을 통해 양성되는 평신도 지도자는 교회 쇄신과 사회 복음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끝으로 사제 임기를 조건부 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자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시대에 사제가 5년 동안 신자를 익히고 사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5년 임기를 기본으로 하되, 사제와 신자의 뜻을 물어서 연임이 가능하도록 해 지속성 있는 양성과 사목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야 합니다. 10년 이상을 한 지역에서 사목해야 합니다.

차 : 교구간의 벽을 헐어야 합니다. 교회는 첨단 컨셉을 수용하는데 미숙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교구간의 높은 장벽입니다. 교구간 원할한 소통은 한국 교회 전체 발전의 필수적인 선결 과제입니다.

두 번째는 사목정보의 소통입니다. 각 본당에 보면, 숨어있는 예언자들, ‘남은 자들’이 많습니다. 훌륭한 사목자들이 많이 계십니다. 열정적으로 창조적으로 사목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분들의 노력과 시도에 대한 원할한 정보의 교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아시아 교회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있어 규제나 제약이 아니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식민주의’ 양상을 띠지 않도록 효율적인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통합적인 기구를 설치할 것이 요구됩니다.

전 : 2020에 대한 관심은 2004년도 서울대교구장님의 사목교서에서 2020년에 인구대비 신자비율 20% 달성이라는 선교목표의 설정에서부터입니다. 목표는 가능할 수 있지만 문제는 교회 내적 모습이 허약하다는 것입니다.

즉 ‘복음화하는 교회’보다 ‘복음화되는 교회’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입니다. 핵심은 교회의 전반적 쇄신에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중장기적 과제는 교구 직제 정비, 교육체계, 그리고 소공동체 중심의 신앙 활동을 주축으로 하는 종합적인 계획 수립입니다.

교구는 기구를 축소하여 기획과 연구 중심으로 전환하고, 사목실행 부서는 과감하게 현장중심, 평신도 중심으로 ,축을 옮겨가야 합니다. 현장 중심의 대리구제를 도입하고 본당의 조직을 소공동체 중심으로 바꾸어 운영하는 수원교구의 경우, 대리구별 사제들의 친교는 물론 공동사목활동이 활발해졌고, 본당에서는 냉담자가 줄고 미사 참례율이 높아지는 가시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사제와 평신도들의 지속적인 교육 체계와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합니다. 사제들의 평생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제들이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할 연차별 학점제의 운영이라든가 사제학교의 개설 등 사제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한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은 필수적입니다. 신학대학, 교리신학원 등과 연계된 평신도들의 지속적인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를 갖추고, 디지털 신학대학 등을 비롯한 신자들이 쉽게 교육받을 수 있는 사이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구 또는 지역마다 직업, 환경, 문화, 취미에 따른 특화된 본당이 설립되어 ‘신유목민’ 시대에 걸맞게 신축성 있는 교회 운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본당의 운영과 소공동체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소공동체는, 이웃을 잃고 참된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차가운 사이버 공간을 떠돌고 있는 현대 유목민들에게 교회가 반드시 마련해야 할 영적쉼터입니다. 신유목민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소공동체로 이루어진 교회상을 실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여전히 우리 교회가 포기할 수 없는 사목적 비전임이 틀림없습니다.

정리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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