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34] ⑦ EP 3 - 교회 줄기: 제 6 계명 - 뉴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례)

[EP-1234] ⑦ EP 3 - 교회 줄기: 제 6 계명 - 뉴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례 - 서울대교구 화곡동본당 차원석 신부)

작은 일도 회장단 회의에서 결정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차원석 신부는 회의를 많이 하는 사제다. 차 신부는 본당 회장단 회의(회장ㆍ 부회장ㆍ 총무ㆍ기획분과장ㆍ 남녀총구역장ㆍ 수녀)를 한 달에 두 번은 꼭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을 토론해서 결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안에 대한 토론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것을 의제로 삼아 논의한다. 적어도 두 달 앞서서 생각하자 는 취지에서다.

  중요 사안은 분과장들이 포함된 상임위원회 회의(매달 1회)에 부쳐 결정하고 더 중요한 사안은 사목회 전체회의(매달 1회 소집)에서 결정하지만 웬만한 일들은 회장단 회의에서 결정하고 시행한다. 차 신부는 여기에서도 두 가지 작은 원칙을 갖고 있다. 하나는 본인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회장단에서 반대하면 결코 추진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소해한 일이라도 회장단 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니까 독단적 이라는 말은 듣지 않는 것 같다 고 차 신부는 말한다.

  차 신부가 이렇게 회의를 통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독단적 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가 아니다. 신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존중하고 신자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회장단과 한달에 한번 정도는 식사 자리를 함께 하면서 친교를 나눈다. 허물없이 흉금을 터놓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또 회의 때는 무엇이든지 용납한다. 격한 소리가 나오더라도 제지하지 않고 격의 없이 진지하게 회의가 이뤄지도록 한다. 속된 말로 빡시게 회의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때로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차 신부는 이럴 경우에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회의 결과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홈페이지에 올려서 신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모두에게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은 등급을 매겨 등급에 해당하는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투명하게 일을 처리함으로써 신자들에게 신뢰감을 깊이 심어주고 관심도와 참여도도 높일 수 있다.

 화곡본동본당은 지난해 10월 서울대교구에서는 처음으로 공동사목을 시행 현재 한 지붕 세 가족(화곡본동 화곡6동 신월1동 본당)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공동사목은 교구장 의지에 따른 것이지만 화곡본동이 제일 먼저 공동사목을 시행하게 된 것은 차 신부 나름대로 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 차 라고 불릴 정도로 기발한 착상을 통해 매주일 성당을 찾는 신자들에게 뭔가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자 노력한 차 신부는 어느날 충격을 받았다. 성당에 오면 재미있고 활기차서 좋은데 과연 우리 신부님이 언제 내 이름을 알고 계셨나? 언제 나를 기억하고 손 한번 잡아 주셨느냐? 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고객(신자) 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이란 신조로 지내왔는데 그 소리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당시 신자가 1만3000명이고 34개 구역에 216개 반이 있었는데 신자들을 다 기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이유들도 있다. 다른 교구에서는 사제들이 서품 5~6년 차가 되면 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는데 서울은 여전히 보좌로 한 부분만 담당하고 있는 현실 본당을 신설할 경우 부지 마련과 성전 신축 등 신자들이 져야 할 엄청난 재정 부담 등이 공동사목이라는 대안을 생각하게 했고 이것이 교구 방침과 맞아떨어지면서 일차적으로 공동사목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현재 시행 중인 공동사목이 완전하다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차 신부의 이런 사목 방식은 교회 활성화를 위해 요청되는 뉴 리더십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차 신부가 밝히는 사목 신조(?) 몇 가지를 소개한다.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밥값(?)을 하자.
 -두 달 전에 미리 생각하자.
 -(신자들에게) 믿고 맡기자.
 -재탕하지 않는다.(고민을 많이 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본당 신부들과 수녀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지 않는다.

이창훈 기자 changhl [at] pbc [dot] co [dot] kr
[평화신문 200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