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2월 9일 재의예식 다음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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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재의예식 다음 토요일 - 루카 5,27-32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밖에 나가셨다가 레위라는 세리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라.” 그러자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레위가 자기 집에서 예수님께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앉았다.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그들의 율법학자들이 그분의 제자들에게 투덜거렸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루카 5,27-¬32)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다급한 나머지 최후의 수단으로 본당이나 수도원으로 찾아와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상습적인 분들, 지능적인 분들도 계시기에 잘 봐야 합니다. 저는 그런 경우를 하루에도 몇 번씩 겪어봐서 그런지 관상만 봐도 딱 알아차립니다.

그분들, 대체로 이렇게 운을 떼십니다. “이제 다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차비가 없습니다. 한번만 도와주시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당장 오늘 하루 잘 곳이 없어서 그런데 찜질방가게 돈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지방에서 올라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양반입니다.

방이라도 하나 얻게 큰 걸로 ‘한 장’만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좋은 시설로 소개를 해 드리려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모른 채 하고 묵주기도를 드리는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외칩니다. “당신들 말이야 많이 긁어모았으면 나같이 어려운 사람에게 내놓을 줄 알아야지? 당신들, 후원회 만들어서 뭐해? 바로 나 같은 사람 도와줘야지!”

밤새 떠들면 주변 사람들에게 큰 폐가 될 것 같아 겨우 달래 가까운 식당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행색이 특별한 그분과 그에 못지않은 제가 식당으로 들어가니, 식사를 하시던 분들, 갑자기 안색이 어두워지더군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난처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 죄송한데요, 지금 밥이 떨어져서.” 그 순간 우리 아저씨, 또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죄 없는 아주머니에게 던집니다. “야, 이 #$%&#@!”

몇몇 손님들은 심상찮은 분위기에 식사를 하다 말고 일어서 나가시더군요. 잔뜩 찌푸린 얼굴로.

‘막가는 사람’, ‘행동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한 식탁에 앉는다는 것,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차라리 일어서는 편이 더 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리 레위(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고, 레위가 마련한 잔치에 참석하십니다. 그 잔치는 오랜 세월 몸담았던 세리직을 그만두고 떠나가는 레위를 위한 송별잔치 성격이 강했습니다. 마지막 잔치인 만큼 ‘걸게’ 잘 차렸습니다. 참석한 사람들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 면면을 보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세리였던 레위였기에 초대받아 온 사람들은 다들 동료 세리들이었겠지요. 아니면 공금횡령과 관련된 거래처 직원들, 그렇고 그런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바리사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죄인’)이었습니다.

“세리들과 다른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함께 식탁에 앉았다”는 표현을 봐서 아마 그 잔치는 세리들,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 조폭들, 깍두기들, 똘마니들, 창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잔치석상에서 오가는 대화들도 충분히 예상이 됩니다. 누가 떼먹고 날랐느니, 누가 들통 나서 감방에 갔느니, 누가 칼침 맞았느니, 험한 말, 욕지거리들을 섞어가며 그렇고 그런 대화들이 오고 갔을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아무리 강심장이라 할지라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것입니다. 밥맛도 떨어질 것입니다. 소화도 제대로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런 ‘특별한’ 분위기에 전혀 개의치 않으십니다. 평상시보다 더욱 흥겨운 얼굴로 만찬을 즐기십니다. 참으로 대단하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류인생’들과의 어울리십니다.

세리들이 차린 음식에 젓가락조차 대지 않고 있던 바리사이들이 투덜거립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이 순간 예수님께서 던진 말씀은 오늘 우리 죄인들에게도 정말 큰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귀가 번쩍 뜨이는 말씀입니다. 너무 기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말씀입니다.

그 말씀 안에는 당신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이 정확하게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께 부여하신 사명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부여되는 사명이기에 마음에 꼭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이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이 부끄러운 죄인을 질책하지 않으시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저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제 편에 서셔서 용기를 주시고, 제 등을 두드려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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