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4월 14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4월 14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요한 10장 11-18절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 가고 양 떼를 흩어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 나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렇게 하여 나는 목숨을 다시 얻는다. 아무도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지 못한다. 내가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것이다. 나는 목숨을 내놓을 권한도 있고 그것을 다시 얻을 권한도 있다. 이것이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받은 명령이다.” (요한 10,11-18)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작년에 폐간된 ‘사목’지에서 한번은 ‘신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수녀님 상’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학력은 대졸 이상, 인상은 지적이면서도 후덕해 보임, 외국 경험도 있음, 교수 능력이 탁월함(교리, 단체 지도, 훈화 등), 사제와 신자들 사이를 사려 깊게 중재함, 늘 밝고 친절하게 신자들을 대하며 겸손함, 언어구사와 행동에 품위가 있음, 늘 기도하고 상담할 때 내적인 문제를 잘 듣고 해결해 줌, 사제의 권위에 잘 순명함, 신자들을 뒤에서 잘 보살피고 나서지 않음, 시대의 징표를 읽고 시대감각이 있음, 청빈하고 소박함.
이런 수녀님 혹시 보셨습니까?
결혼생활을 꽤 오래 하신 자매님들, 그래서 이제 거의 ‘상황 끝’인 자매님들께서도 가끔씩 ‘우리 신랑 이랬으면’ 하고 꿈꾸신답니다.
키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남자
유머가 많은 남자
매너가 좋은 남자
분위기 맞춰줄 줄 아는 남자
돈 잘 벌어오는 남자
속박하지 않는 남자
나한테 목숨 걸지 않는 남자
해외 출장 자주 가는 남자
그러면서도 절대로 한 눈 팔지 않는 남자.
이 세상에 이런 형제님이 있을까요?
이상적인 사제상에 대한 신자들의 답변은 더욱 솔직합니다.
강론 시간에 제발 잠 좀 안 오게 하는 사제, 그리고 이왕이면 ‘쿨’하고 짧게 강론하시는 사제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는 사제
기도생활에 충실한 사제
겸손하고 예의바른 사제
많은 일보다는 꼭 해야 될 일을 하는 사제
귀가 큰 사제
쉽게 분노하지 않는 사제
친절하고 매너 있는 사제
여러분들, 이런 신부님 구경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잘 생기고, 능력 많고, 인간성 좋은 형제들, 하나 둘 떠나가더군요. 결국 끝까지 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그렇지 않은 형제들에게는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모질거나, 아니면 천사거나, 아니면 바보 같거나...
참으로 신비스럽습니다.
요즘 와서 깨닫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부족한 사람들이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것입니다.
각각 너무나도 부족한 우리들이 분명한데, 턱없이 부족한 우리들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다들 한 가지씩 장점들이 있습니다.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각자가 지니고 있는 한 가지씩의 장점들을 한 곳에 다 모으니 제대로 된 ‘착한 목자’ 한명이 딱 나오더군요.
어제에 이어 착한 목자에 대한 복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목자든, 신자든 착한 목자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친 기대는 큰 실망과 상처만 가져다줍니다.
사제도, 수도자도, 사실 까놓고 보면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부족하고, 죄도 많고, 나약하고, 방황을 거듭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그 생활을 엮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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