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5/13 연중 제6주간 화요일…양승국 신부님
5월 13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 - 마르코8,14~21
그때에 제자들이 빵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려, 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하고 분부하셨다. 그러자 제자들은 자기들에게 빵이 없다고 서로 수군거렸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내가 빵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 빵 조각을 몇 광주리나 가득 거두었느냐?” 그들이 “열둘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빵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주었을 때에는, 빵 조각을 몇 바구니나 가득 거두었느냐?” 그들이 “일곱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마르 8,14-21)
<깨달음을 향한 고단한 여정>
수도생활에 입문하던 지원자 시절의 일입니다. 모든 면에서 미숙하고 부족했지요. 특별히 신심생활면에서. 언제나 ‘결핍상태’였던 영적생활을 아쉬워하며 들었던 생각이 ‘세월이 좀 흐르면 나아지겠지’였습니다. ‘수도자로서의 연륜이 좀 더 쌓이면, 나이도 좀 더 먹고, 머리도 적당히 희끗희끗해지면 신앙의 깊이도 깊어가겠지’였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것은 사실인데, 세월과 함께 늘어가는 것은 집착이요, 고집뿐이네요. 도를 넘어서는 자기합리화요 지나친 자기연민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의 후배들 앞에서 미안스럽기만 합니다. 후배들에게 민폐 끼치는 것, 그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 죽기보다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있군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들이 그랬습니다. 유다 신앙의 전수자, 율법에 관한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전문가, 하느님에 관한한, 기도에 관한한 탁월한 지식의 소유자였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는 ‘참 신앙인으로서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인 겸손함, 순수함, 진지함이 부족했습니다. 그들에게 남아있던 것은 완고함, 위선, 형식주의와도 같은 ‘신앙의 장애물’ 뿐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여기서 ‘누룩’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여기서 사용된 누룩이란 단어의 의미는 다분히 부정적입니다. 유다문학 안에서 ‘발효’를 일종의 부패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발효를 활성화시키는 누룩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악의 근원’, ‘악한 힘’, ‘악의 영향력’ 등의 의미를 지닙니다.
따라서 ‘바리사이들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는 말씀은 ‘바리사이들이 보여주는 악한 행실, 그들의 그릇된 영향력을 조심하여라.’는 의미입니다.
바리사이들이 보여준 악한 행실, 그릇된 영향력이란 그들의 위선입니다. 언행의 불일치, 종교적 편협주의, 배타주의, 독선, 아집 등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시는데, 한심스럽게도 제자들은 본질과는 한참 거리가 먼 ‘빵’ 문제에 연연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한참 먼 제자들, 전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제자들의 모습 앞에 예수님께서는 슬픔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꽤 오랜 기간 합숙훈련을 통한 집중적인 제자교육을 시켰고, 자신들의 눈앞에서 두 번씩이나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먹을 것’에 연연하는 제자들입니다.
제자들이 정작 해야 할 걱정은 이제 ‘부족한 빵’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부족한 신앙에 대한 걱정이어야 합니다. 부족한 지혜에 대한 걱정이어야 합니다. 부족한 사랑에 대한 걱정이어야 합니다.
우리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열심히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고, 열심히 그분을 따라다닌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깨어있지 않으면, 충실히 ‘깨달음에로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면 제자들처럼 ‘영적 소경’이 될 가능성이 아주 많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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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조심하여라.”
오늘은 말씀을 통해 거듭 "조심하여라."라고 권고하십니다.
독서에서 유혹을 조심하도록 말씀하시고,
복음에서는 바리사이와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와 헤로데의 누룩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겠다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그러나 돌아서 일터에 앉은 저는
먹고 살 빵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전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살겠다는 결심은 온 데 간 데 없습니다.
생각 따로 몸 따로 입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하루만이라도 먹고 사는 걱정 접어두고,
주님만 바라보고 살아보자.
안셀모
부족한 빵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부족한 신앙에 대한 걱정이어야 합니다. 부족한 지혜에 대한 걱정이어야 합니다. 부족한 사랑에 대해 걱정하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