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5/25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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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요한 6,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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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유다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그러자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유다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너희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것과는 달리,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요한 6,51-58)


<사랑과 행복의 식탁, 성체성사>

존경하는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을 읽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한 젊은 사형수와 그에 못지않은 깊은 상처를 감내해온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아프게 다가오는 깨달음들로 가득 찬 소중한 책입니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고생한 흔적을 여기저기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직접 사형수들을 만나 그들의 지난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미사도 드리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울고 참회하는 등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깨달음에 도달했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실은 다정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 그 이외의 것은 모두가 분노로 뒤틀린 소음에 불과하다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을 체험했답니다.

이 세상 가장 변두리, 삶의 극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픈 사연들은 '인생막장'에 선 이들을 위한 우리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연들도 있더군요. "아들이 사형수가 된 후, 구치소 앞에 아들이 갇힌 방만큼이나 작은 방을 얻어 겨울이면 불기 없이, 여름이면 창문을 닫고 산 어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는데 날마다 구치소를 향해 삼천배를 했고 날마다 아들을 면회 갔다.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그가 무기수로 감형된 일은 서울구치소에서 전설이 된 실화였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마음으로 정신으로 삶 전체로 함께하시는 우리 어머님들 인생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언제나 일심동체이신 분이 우리의 어머님들이지요. 마치 우리를 이 세상에 남겨두셨지만 매일 거행되는 사랑, 성체성사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과도 같이 말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행복한 언약을 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서 머무른다."

늘 부족한 우리에게 한량없는 자비를 베푸시는 사랑의 예수님께서는 비록 아버지께로 올라가셨지만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비록 예수님 몸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건너가셨지만 당신 양들을 향한 목자로서 희생과 헌신은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방황하고 흔들리는 나약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측은지심은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제이기에 미사를 집전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고민 한가지가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미사다운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겠는가?"하는 고민입니다. 하루를 여는 성체성사가 영적 에너지를 부여받는 은총 충만한 순간, 정녕 행복하고 가슴 설레는 시간이 돼야 할텐데…. 피곤에 찌든 심신으로 마지못해 습관적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성체성사, 정성이 배제된 성체성사, 삶과 연결되지 않은, 단지 통과의례인 성체성사는 주님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언젠가 지극한 정성으로 성체성사를 집전한 날, 주님께서는 제게 이런 은혜를 주셨습니다. 회피하고만 싶던 '짜증 덩어리', 만나면 속만 상하던 골칫거리로 존재하던 이웃들이 그저 불쌍하고 안쓰럽기에 한없이 감싸 안아주어야 할 '사랑 덩어리'로 변화되는 기적을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부디 성체성사를 소홀히 하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성체성사가 더욱 완결된 성사가 되도록 이웃사랑의 실천, 가난한 이웃들과 나눔,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가 생활화돼야 함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사랑의 성체성사를 통해 사랑으로 무장한 우리가 이제 용감하게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사랑의 식탁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공급받은 우리가 그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슬픔과 절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 누구에겐가 전해주길 바랍니다.

이번 한 주간, 이런 영적 점검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영원한 연인이신 구세주 하느님을 우리는 얼마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또 얼마나 열렬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습니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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