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6/22 연중 제12주일…양승국 신부님
6월 22일 연중 제12주일 - 마태오10,26-33
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 너희가 귓속말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서 선포하여라.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마태 10,26-33)
<주님으로 가치 있고 존귀한 우리>
지하철을 기다리던 제가 습관처럼 간이서점에 진열된 책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눈에 확 띄는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충동구매를 하게 됐습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책값을 지불하려다 보니 또 다른 시집-전부터 꼭 읽고 싶었던 것이 눈에 띄길래, '에이 모르겠다'며 그 시집까지 사게 됐습니다.
파리만 날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두 권씩이나 책을 팔게 된 주인아주머니는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면서 갑자기 친절해졌습니다. 그리고 괜히 말을 거는 겁니다. "선생님, 정말 책 고르실 줄 아시네요." 갑자기 머쓱해진 저는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험험! 아, 그러세요? 뭐, 제가 원래 그래요"하면서 책을 받고 돌아서는데, 아주머니가 저를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잠깐만요! 이 요리책 덤으로 드릴테니, 사모님 갖다드리세요."
「JESUS CEO, 최고 경영자 예수」(로리 베스 존스 지음, 한언 출판사), 제가 고른 책 제목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예수님의 신성과 도덕성, 지혜, 영감 등을 효율적 경영을 위한 리더십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예수님께서 자신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늘 긍정적으로 바라보셨음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겸손은 결코 자기비하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사랑스럽고, 강력하며 확신에 찬 단어들로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서 어느 구절에도 예수님이 자신을 비하시킨 내용은 없습니다. 예수님은 자기인식과 자기애로 충만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인류 역사상 가장 확신에 찬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인류를 위한 생명의 통로라고 믿었고, 자신을 문이라고 불렀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히 믿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는 것은 리더십의 핵심적 특성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저하게도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이었으며 자신을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였으며, 한평생 자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사랑했던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런 예수님과는 반대로 철저하게 자신을 냉대하고 거부해왔던 제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습관처럼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하지? 왜 이 정도밖에 안 되지? 언제쯤이나 좀 변화가 되려나?"라는 넋두리를 반복하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좀 더 자신을 존중하고 긍정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을 지닐 것을 요청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우리 각자는 하느님 앞에 진정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진정 우리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넘치도록 하느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분 손길 아래 숨 쉬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두려움을 극복한 평화의 사도로 존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은 오늘 복음의 권고말씀처럼 육신보다는 영혼에 우위성을 두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자주, 그리고 많이 버리는 일입니다. 더욱 자주 떠나는 일입니다. 이기심을 버리고 욕망도 버리고, 슬픔조차 버리고 버렸다는 그 마음조차 버릴 때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진정한 평화의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버리고 버려서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어지는 그 순간, 그 버린 공간에 주님의 참 평화가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만물, 모든 존재, 매순간의 사건들은 그 자체로 은혜로움과 감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결국 두려움이 극복된 진정한 평화의 원천은 우리 주님이십니다. 고통과 절망, 두려움과 의혹 그 한가운데를 지나가면서도 오직 주님께만 전적으로 의지할 때, 그분께 우리 존재 전체를 내어맡길 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완벽한 평화를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이 세상 어딜 가도 서정적 영화나 배경이 아름다운 드라마를 보는 듯한 완벽한 평화란 없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우리 삶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 그분께서 굳건히 자리 잡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놓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오는 평화입니다. 그분이 계심으로 인해, 그분이 우리 인생의 중심이 됨으로 인해 누리게 되는 위로, 그것이 참 평화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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