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6/23 연중 제12주간 월요일…양승국 신부님
6월 23일 연중 제12주간 월요일 - 마태오 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마태 7,1-5)
<화가 날 때면 산책을 나가십시오.>
고령의 노인이 의사에게 건강 진단을 받았는데 아주 건강했습니다. 의사가 노인에게 건강하게 산 비결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50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는데, 결혼 초에 아내와 이런 약속을 했지요. ‘내가 화나면 당신이 부엌으로 비켜주고, 당신이 화가 나면 내가 산책을 나가겠소.’ 라는 거지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정말 산책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건강해진 거지요. 하하.”(‘부부로 산다는 것’, 이즈덤 하우스 참조)
신혼 초에 내렸던 두 분의 결정, 참으로 지혜롭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결혼은 현실입니다. 보통 현실이 아니라 쓰디쓴 현실입니다.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스파크가 번쩍 번쩍 튀는 꿈같은 나날은 한 순간이지요. 결혼은 매일같이 ‘사랑에 밥 말아서’ 먹고 사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일 년, 이년, 삼년이 지나가면 아무리 외면하려고 기를 써도 배우자의 결함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그 결함은 주로 어떤 것들입니까? 돌아보면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마음 크게 먹으면 참아 넘길만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전쟁의 원인이 됩니다.
한두 번 조용히 말로 이야기할 때 마음에 안 드는 버릇 좀 고쳐주면 좋을 텐데, 죽어도 협조를 안 합니다. 별것도 아닌 걸로 속상하게 하니 더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속으로 판단하고 분개하는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합니다. 한 평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답답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 마다 상대방을 마음속으로 심판하고, 단죄하고, 불같이 화를 내는 대신 밖으로 나가보십시오. 근처 공원을 거니십시오. 가까운 야산을 오르십시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과 접하십시오.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려보십시오. 옹졸했던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미워하고, 단죄한 일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부분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습득해온 버릇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는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인내와 기도로만이 해결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내 판단이 100% 잘못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심판, 단죄를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우리는. 자기 코가 석자면서도 늘 상대방에 신경 엄청 씁니다. 자기 정리도 안 되는 사람이 이웃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날카로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릅니다.
상대방이란 존재를 잘 견뎌내는 것, 이웃을 잘 참아내는 것은 덕 중에서 큰 덕입니다. 어쩔 수 없이 한 평생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입니다.
때로 상대방도 나를 순교자적 인내로 참아가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맙시다.
하느님께서 배우자를, 가족을, 동료를, 형제를 우리에게 보내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의 성화를 위해서입니다. 우리를 완전함과 거룩함에로 초대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존심 강하고 콧대 높은 우리의 스승으로 배우자, 가족, 동료, 형제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우리의 나날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우리의 생활이 아무리 부끄러워도 하느님께서는 단죄하지 않으십니다. 심판하지 않으십니다. 끝없이 용서하십니다. 자비를 베푸십니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십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우리가 이웃들을 향해 할 일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우리 역시 그들을 단죄하지 않는 것입니다. 심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끝없이 용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한없는 자비를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새 출발의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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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너무나 오랜 세월을 남을 긍적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보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비판하고
심판하고
단죄하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리고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고 하시는 말씀을
"남을 볼 때 긍정적인 측면을 보아라"는 말씀으로 이해해 봅니다.
그러면 상대를 심판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바라보기를 해보아야겠습니다.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