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7/2 연중 제13주간 수요일…양승국 신부님
7월 2일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 마태 8,28-34
예수님께서 건너편 가다라인들의 지방에 이르셨을 때, 마귀 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나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하고 외쳤다. 마침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 놓아 기르는 많은 돼지 떼가 있었다. 마귀들이 예수님께, “저희를 쫓아내시려거든 저 돼지 떼 속으로나 들여보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가라.” 하고 말씀하시자, 마귀들이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가 모두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 돼지를 치던 이들이 달아나 그 고을로 가서는, 이 모든 일과 마귀 들렸던 이들의 일을 알렸다. 그러자 온 고을 주민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나왔다. 그들은 그분을 보고 저희 고장에서 떠나가 주십사고 청하였다. (마태 8,28-34)
<물에 비친 내 얼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길을 가시다가 마귀 들린 사람들 한 무리를 만나십니다. 마귀, 악령, 사탄!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존재들입니다.
마귀 들린 사람들의 몰골이 어떤지 상상이 가십니까?
언젠가 아마도 악령에 들리지 않았겠나, 추측되는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얼굴을 대면하는 순간, 정말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서 머리칼이 저절로 일어섰습니다.
악령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하느님의 반대편에 서서 하느님을 모욕하고 거스르는 영적인 존재이겠지요. 인간의 구원을 가로막고 있는 존재, 인간을 파괴시키고 타락시키는 존재일 것입니다.
인간을 위험이나 악에서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성인들이나 천사들과 대립되는 개념이겠습니다. 결국 한 인간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존재,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악의 세력이 악령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만나셨던 악령 들린 사람들의 처지는 참으로 측은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몰골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밤낮으로 지독한 악령에 시달리다보니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겠지요. 극도로 쇠약해진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쉴새없이 악의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다보니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눈은 핏빛으로 충혈 되었겠지요.
악령으로 인해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던 이 사람들 역시 예수님은 당신 자비와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가련한 인간의 처절한 아픔에 진심으로 가슴아파하시며 당신 자비의 손길을 펼치십니다.
악령에 걸린 탓에 인간 사회에서 추방되었던 사람들, 물에 비친 자신들의 몰골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무덤 근처에서 짐승처럼 살아가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슬픔이 예수님의 측은지심을 건드립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악령은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오늘 내게 있어 악령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제나 수도자들에게, 적어도 제게 있어서 가장 센 악령은 "활동주의"입니다. 자주 저는 이런 유혹에 빠집니다.
"열심히 사는 게 기도지", "당장 내 앞에 던져진 이 시급한 일들, 그걸 제쳐놓고 어떻게 여유부리면서 묵상에만 전념할 수 있겠어?", "우리 같이 바쁜 사람들에게 때로 기도는 사치스러운 일이지", "나중에 연례피정 가서 집중적으로 기도해야지", "내일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도 빼먹지 않고 꼬박 꼬박 바쳐야지" 등등.
제게 있어 가장 대적하기 힘든 이 힘센 악령들과 잘 맞서기 위해 한 가지 결심을 해봅니다.
내일부터는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기도만큼은 시간 맞춰서 빼먹지 않고 바칠 것을 다짐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세 번, 사목 하는 가운데서도 그 날 복음을 되새겨서 묵상하고, 가능하면 삶 가운데 열매 맺도록 노력하기를 결심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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