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0/23 연중 제29주간 목요일…양승국 신부님

카테고리:


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 루카 12,49-53

?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루카 12,49-53)


<예수님 앞에 깨갱>

가출만 했다하면 빈집이나 가게, 차 등에 불을 지르던 아이가 기억납니다. ‘방화범’인 경우 피해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에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여성 청소년계’가 아니라 ‘강력계’에서 수사를 담당하지요. 수사도 엄중합니다.

상습적으로 불을 지르는 아이가 처음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아이 내면에는 그냥 있으면 미칠 것 같은 주체하지 못할 에너지로 가득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 에너지는 굉장히 부정적인 에너지, 무척이도 파괴적인 에너지, 그래서 정말 위험한 에너지였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지금까지 받아온 상처와 소외에 대한 반발, 사회를 향한 강한 적개심이 방화로 발산된 것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내면도 조금 더 참으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강력한 에너지로 충만해있습니다. 그 에너지가 얼마나 큰 것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표현하십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러나 예수님의 내면에 가득 찬 에너지는 철저하게도 생산적인 에너지입니다. 긍정적인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는 세상을 파괴하는 에너지,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는 에너지가 아니라 다분히 창조적인 에너지입니다.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정녕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지극히 이기적인 사랑, 자기중심적 사랑, 사랑이 아닌 사랑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 참 사랑의 불을 지르러 오신 분이 예수님이 분명합니다. 불신과 냉랭함, 상호비방과 다툼만이 활개를 치는 이 세상에 연민의 눈물, 그 소중함을 보여주러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폭력과 분열, 전쟁과 무고한 죽음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참 평화가 무엇인지 보여주러 오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난데없이 “예수님으로 인해 식구들이 분열될 것이라”는 말씀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지금까지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제대로 된 사랑을 주시는 분, 평생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참 평화 그 자체이신 분, 그간 그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던 따뜻한 위로를 베푸시는 분,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진리 그 자체이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이런 예수님 앞에 이제 다른 모든 것들은 한 마디로 ‘깨갱’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이제 세상만물은 새로운 질서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시어머니...등등의 존재가 이제 아무 것도 아니란 말씀이 아닙니다. 멀쩡한 그들을 갑자기 원수 보듯 대하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을 우리 삶의 제1순위로 놓으라는 말씀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대상도 예수님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이라면 말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첨부파일크기
img_9_4040_1(0).jpg221.26 KB

댓글

나의 복음 묵상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 ...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이 복음 말씀 부분은 대할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가족이 서로 맞서 갈라지는 것도 감수할 정도로 우선순위를 하느님 나라에다 두고
치열하게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살아라는 말씀이겠지 하면서도...

일에서 가족으로 우선순위를 바꾸는 데에도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지금에 이르렀는데...
이제는 그것을 넘어 하느님 나라에 우선순위를 두라십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멉니다.
하느님 사랑으로 살면, 갈라진 모든 것들이 다시 함께 모이겠지요...???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식구들을 한번 더 챙기는 하루...
안셀모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렇습니다. 주님은 나태하고 머리속에 관념으로만 가득찬 저의 가슴에 불이 활활 타기를 원하십니다. 주어진 시간 아끼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정의를 위해 그것이 비록 인간관계에 갈등을 일으킬지라도 바르게 행동하기를 원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