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4 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양승국 신부님
11월 4일 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 루카 14,15-24
그때에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이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그분께,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다. 그리고 잔치 시간이 되자 종을 보내어 초대받은 이들에게,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오십시오.’ 하고 전하게 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다른 사람은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였다. 또 다른 사람은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하였다. 종이 돌아와 주인에게 그대로 알렸다. 그러자 집주인이 노하여 종에게 일렀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얼마 뒤에 종이 ‘주인님, 분부하신 대로 하였습니다만 아직도 자리가 남았습니다.’ 하자, 주인이 다시 종에게 일렀다.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루카 14,15-24)
<눈물로 얼룩진 초청장>
언젠가 아이들을 위한 한 작은 시설을 개원할 때였습니다. ‘집들이’를 한번 해야 운영이 잘 된다는 말에 ‘집들이’ 준비를 ‘제대로’ 한번 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초대도 했습니다. 시장도 몇 번이나 봤습니다. 지지고, 볶고, 삶고, 굽고... 그렇게 한상 잘 차렸습니다.
그러나 집들이 시작하기로 한 시간이 다 되었지만 참석자들이 별로였습니다. 특히 꼭 오셔야 될 분들이 안 오셨습니다.
“아마 토요일이라서 차가 밀리나보지. 한 10분만 더 기다려볼까”하며 기다렸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식구들 밖에 없었습니다.
“한 30분만 기다려볼까?” 다행히 두 분이 오셨습니다.
“이왕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려보지.” 그러나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우리 식구끼리 포식 한번 잘했습니다. 남은 음식 두고두고 먹었습니다.
조문객이 전혀 없는 썰렁한 영안실 한번 가보신 적 있습니까? 참으로 난감합니다. 축하객이 몇 명 되지 않는 쓸쓸한 결혼식에 참석해보신 적 있습니까? 정말 허전합니다. 잔치에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들끓어야 제멋이지요. 축하객이 별로 없는 썰렁한 잔치 집 풍경, 그것만큼 을씨년스런 모습은 다시 또 없습니다. 잔뜩 잔치준비를 해놓고 손님들을 목 빠지게 기다려보지만 파리만 날릴 때 그 참담함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드신 비유 역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큰 잔치를 베푸십니다. 그 잔치는 다름 아닌 천상잔치입니다. 생명의 잔치이자 구원의 만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 축복된 잔치에 참여하도록 초대장을 일일이 다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다 빠져나갔습니다.
“꼭 가고 싶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아파트 분양 신청한 것 추첨일입니다. 꼭 가봐야 되요.”
“이번에 차 하나 새로 뽑았는데, 잘 나가는지 시운전 한번 해보기로 했거든요.”
“죄송합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낙엽이 더 떨어지기 전에 친구와 단풍구경 한번 가기로 했거든요.”
이런 우리의 현실을 똑똑히 알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성대한 생명과 구원의 잔치를 목전에 두고 별 영양가 없는 시시한 잔치에 우루루 몰려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십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어찌나 컸던지 하느님의 초대는 애원조입니다. 그 초대가 ‘와 줬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제발 좀 와라!’입니다. 그래도 귀를 꼭 닫고 초대에 응하지 않으니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애원하십니다. 우리에게 빌기까지 하십니다. 그야말로 인간에게 비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또 다른 초대장을 우리에게 보내십니다. 하느님의 간절한 눈망울, 애타는 심정, 강력한 구원의지가 담긴 초대장입니다. 하느님의 눈물로 얼룩진 초대장입니다. 그 초대장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봉투째 쓰레기통에 넣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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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나의 복음 묵상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
타고 난 천성이 그래서 그런지
무엇이던지 해야 할 일을 이 핑계 저 핑계로 최대한 뒤로 미뤄 놓고는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한 동안ㅇ르 살아 왔습니다.
실제로 많은 일들이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삶이 항상 수동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어떤 때는 필요 이상으로 적극적이고 도전적이기도 해서 걱정이 되기도합니다.
이 큰 변화 주님께서 거저 주신 은총이고 이끄심이었기에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아빠 니쁜 성질을 닮아 막판까지 미루기를 즐기는 아들, 딸에게도 주님의 이끄심이 있기를 마음 모아 기도하는 하루...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