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우리 훈반(훈훈한) 홧팅!"


아래의 글은 수원교구에서 발행하는 '나눔의 소공동체' 2008년 11월분에 실린 글입니다. 저희 산호세 본당웹에도 이같은 글들이 자주 실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꾸벅^^... 저는 과천성당 8-4구역 구역장을 맡고 있는 최영미 루치아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절대로(NEVER!!) 우리 구역이 이만치 잘났다, 우리는 이렇게 잘 하고 있다, 그런 얘길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저 함께 모이는 자매들이 정말 따뜻하고 좋아서 그 훈훈함을 나누려는 마음뿐입니다. 요즘 훈남이 대세라고 하지요.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똑 소리 나고 잘난 남자보다 가슴을 데워주는 훈남을 다들 좋아하더군요. 저는 감히 제가 속한 반모임을 ‘훈반’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모이는 인원은 4~5명 정도로 소수정예지만 100% 출석에, 모두들 따끈따끈 정겨운 자매들입니다. 언제 어느 때든 현관문을 활짝 열고 집 제공을 해주시는 마리스텔라 형님, 생글생글 늘 재미난 얘기보따리를 풀어주는 이라이스 자매, 제 아들(아쉽게도 현재 중3)이 스무살만 늙었어도(?) 얼렁 며느리 삼고 싶은 착한 안나 자매, 똑 소리나게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는 마르타 자매, 시간 나면 불쑥 들르시는 모니카 형님, 불편하신 몸으로 참석은 잘 못하시지만 늘 물심양면 도와주시는 안나 할머님, 그리고 저… 모두들 한결같이 순한 양, 훈녀들입니다.

모난 구석이 별로 없고 누구 하나 튀는 자매도 없다 보니 뭔 일을 하든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한 가운데 화합이 잘 됩니다. 성당 일을 하다보면 의견이나 행동이 강해서 추진력은 있으되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저희 훈반 훈녀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자리가 큰 듯합니다. 오랫동안 자주 만나왔지만 불협화음이 생기거나 마음 상할 일이 벌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반모임이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인지 이곳을 주변에선 ‘구역장 양성소’로 부릅니다. 이곳에서 11단지로 이사 가서 구역장이 된 추 글라라 자매, 얼마 전 최연소 구역장이 된 8-3구역 마리나 자매는 저희 반에서 함께 반모임을 했던 자매들입니다. 추 글라라 자매님은 지금도 자주 ‘친정 나들이’라면서 저희 반에 오셔서 함께 9일 기도에 참석하시곤 합니다.

참! 저희 훈녀들이 지난 8월 11일부터 54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지향은요? 각 가정의 가장 큰 고민거리와 소원을 들고 매일 오후 5시 마리스텔라 형님 댁에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작년 가을 구역미사를 앞두고 구역의 냉담자들을 위해 9일 기도를 하면서 큰 은혜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희 성당은 새 신부님을 모시고 구역별로 가정방문 및 가정미사를 봉헌하는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총 36세대인 우리 구역은 여느 소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오랜 냉담자, 반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가정, 가정방문과 담 쌓고 지내던 세대 등 각양각색의 사연과 신앙색깔을 갖고 있던 터였습니다. 이런 가정들을 한 집 한 집 방문하여 가정방문의 의미와 가정미사의 소중함 등을 전하며 설득하는 일은 믿음과 용기, 다소의 뻔뻔함(?) 등 갖가지 소양을 총동원해야만 했습니다.

구역장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내 신앙도 부족한 터에 어떻게 교우들의 냉담을 풀게 할 것인가!’ 늦은 밤 잠자리까지 어수선했습니다. 그 때 시작한 것이 바로 반장님들과의 9일 기도였습니다. 냉담교우들의 회두를 지향으로 성심껏 기도했고 그 응답은 너무나도 경이로웠습니다. 60%가 넘는 세대가 문을 활짝 열었고 오랜 냉담자가 마음을 풀었으며 가정미사는 남녀노소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그 중엔 16세에 영세를 받은 후 한 번도 가정방문을 받지 않았다는 84세 할머님이 흔쾌히 방문을 받으신 감동도 있었습니다. 밤 11시가 넘도록 이어진 미사 후 뒤풀이 자리는 동네잔치 그 자체였습니다. 진실로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은총의 경험이 있는 터라 이번 54일 기도에 대한 기대가 무지하게 큽니다. 하느님께서 또 얼마나 우리 훈녀들을 훈훈하게 데워주시고 감동시켜 주실지… 그 훈기로 고유가 경기침체의 올가을, 겨울을 따끈따끈하게 살렵니다. ^^

최영미 루치아(안양 대리구 과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