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음 묵상 】11/20 연중 제33주간 목요일…양승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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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 루가 19,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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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루가 19,41-44 )


<어떻게 쌓아올린 사랑인데>

“어떻게 맺어진 인연인데, 어떻게 쌓아올린 사랑인데, 그 사랑이 변할 수 있니?” 라고 부르짖는 사람에게 “인간은 늘 흔들리는 갈대니까” “인간은 본성상 한 사람에게만 만족할 수 없는 존재라던데”라며 떠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간의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하든 한때 죽도록 사랑했던 대상이 떠나갈 때 남겨진 사람이 느끼는 슬픔, 허전함, 안타까움, 배신감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너무나 안쓰러워서, 너무나 가엾어서, 너무나 측은해서 더 많은 사랑을 주었던 아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챙겨주었던 아이, 그래서 기대감도 컸던 아이가 또 다시 배신을 때릴 때, 와 닿는 배신감은 다른 배신감과는 격이 다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떠나가는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물까지 흘리십니다. 예수님의 연인(戀人)이었던 예루살렘은 극진한 예수님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바람기를 주체하지 못해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너무나 사랑이 컸던 나머지 울면서,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돌아와 줄 것을 당부하지만 예루살렘은 끝내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돌아섰습니다.

언젠가 잠시 예루살렘에 들렀을 때가 기억납니다. 머리서 바라보는 예루살렘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고색창연한 도시, 견고한 성곽 안에 자리한 그 자태가 남다르게 사랑스럽던 도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도시였습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도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던 도시, 하느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던 말씀의 중심지였습니다. 또한 예루살렘은 하느님으로 부터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수도였습니다.

예수님의 눈에도 예루살렘은 당신 신앙의 본향인 도시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동경해왔던 거룩한 도읍이었습니다. 선조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자리, 어쩔 수 없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스런 도시 예루살렘의 멸망을 당신 입으로 친히 예언하십니다. 머지않아 일어날 예루살렘의 완전한 파괴를, 그 비극의 현장을 미리 내다보십니다. 동족들이 끔찍하게도 살육되고, 성전은 벽돌 한 장 성한 것 없이 남김없이 유린되는 그 현장을 바라보니 예수님의 눈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인 예루살렘의 끔찍한 최후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예수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셨겠습니다. 상심의 정도가 얼마나 컸으면 한탄까지 하시고 눈물을 철철 흘리셨습니다.

끝까지 당신 사랑을 몰라주는 예루살렘, 그렇게 알아듣게 설명해도 정신 못 차리는 예루살렘, 죽음의 길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희희낙락거리며 엉뚱한 길을 걸어가는 예루살렘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흘리신 그 눈물, 그 한탄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깨달았더라면...

예수님의 눈물, 한탄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가 이토록 변덕스럽고 밥 먹듯이 배신을 거듭하지만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은 늘 한결같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우리가 떠나가도 늘 그 자리에 서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언제까지나 우리의 돌아섬을 기다리는 분이 우리 주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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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의 복음 묵상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저를 찾아오신 때는 언제인가?
모범답안은 '지금, 이 자리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
그러나 실제는 알지 못합니다.
알고 있다고 한다면 삶의 모습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 나의 삶의 자리에 접지하기 ***
오늘 예수님이 예루실렘을 바라보시면서 우시는 것과 같이 그렇게 마음으로부터 울어 볼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셀모